제8장 팬클럽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나는 피엘을 찾는다네!
데스 마을, 생전 처음 들어 보고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신비의 마을이다.
그리고 물론 일반적인 능력으로는 찾을 수 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분이 있다.
만능 인간 피엘!
우주선을 만들어 내고 초음파 기계를 만들고 있는 그분.
그분이라면 이딴 마을 금방 찾아낸다.
그러니 난 기다리는 미덕만 배우면 된다는 소리지.
그렇게 난 느긋한 마음과 함께 게임에서 나온 뒤 침대에 뒹굴고 있었다.
뭐 대단한 걸 기대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를.......
그런데 진짜 할 게 없는데 어쩌라고.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
그 순간 나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택배? 난 뭐 시킨 적 없는데.
하지만 그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단조로움을 해방시켜 준 것만으로도 난 감사의 마음을 가진 채 곧바로 입구로 달려가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택배 아저씨가 자그마한 상자를 들고 있었고, 잠시 후 내게 그걸 건네주면서 말했다.
"사인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아주 지극히 당연한 부탁을 한다.
어찌 됐든 난 그렇게 사인을 마친 후 자그마한 상자를 들고 집안에 들어왔고, 잠시 후 그 자그마한 상자에 적힌 글자를 보고 경악했다.
왜냐고?
존경하는 성민 님, 저희들의 선물입니다.
"......!"
선물이었던 것이다.
선물! 오오! 선물이야! 선물!
그것도 존경한대!
아무리 내가 존경할 일을 많이 했다지만(언제?), 이렇게 존경한다는 말까지 적어서 선물을 하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참 쑥스럽잖아.
흠, 자제하자.
난 어찌 됐든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물이라는 것에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그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이건 뭐지?"
그 상자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고 바로 실망했다.
상자 안에는 달랑 시디 한 장만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엄청 기대했는데, 달랑 시디 한 장이라니.......
"아니, 잠시! 이 시디 내용물이 엄청날 수도 있잖아?!"
그때 번쩍거리면서 내 머리를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 시디라고 얕볼 게 아니다.
저 시디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모르니까.
혹시 보물을 찾는 내용물은 좀 오버고, 뭐 나를 찬양하는 장면이 담긴 그런 것?
그러면 그게 얼마나 값진 것인가 말인가!
두근두근.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설렘을 느끼면서 당장 그 시디를 컴퓨터 앞에 가져가 넣어 보았다.
과연 나를 위해서 어떤 선물을......?
[아아아앙!]
[하악,하악!]
[아아앙.]
"......."
하지만 갑자기 재생되는 한 동영상에 난 굳어 버렸다.
내가 생각한 거랑은 아주 심각한 차이를 가졌다고나 할까?
이상한 동영상이었다. 한마디로 19세 동영상!
자, 잠시! 도대체 이런 걸 왜 나한테 보낸 건데!
물론 나도 남자이다 보니 이런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런 걸 노골적으로 선물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아니 잠시, 지금은 그게 아니라 지금 당장 빼야 한다!
난 당장 혹시나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그 시디를 빼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탁!
"......뭐냐?!"
갑자기 오른손을 누군가가 친다.
그리고 그 범인은.......
"왼손 자식?!"
어이없게도 왼손 자식이었다.
그러니까 오른손 자식은 동영상을 끄기 위해서 움직였는데, 왼손 자식이 갑자기 그걸 저지한 것이다.
이 왼손 놈아! 무슨 꿍꿍이를!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오른손 자식을 내밀었다.
하지만.......
탁!
"......."
또다시 왼손 자식이 내 손을 친다.
아악! 이 자식 왜 이래! 왜 자기 멋대로 치고 난리야!
'아무도 없잖아?!'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왼손이 내게 말을 걸었다.
'보라고. 어차피 아무도 없어.'
꿀꺽!
그때 왼손 님이 말했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나를 유혹하는 왼손 님.
보라니, 저런 엄청난 걸 나보고 보라고?
변태가 되라는 소리냐?
'남자라면 당연한 거라고!'
"다, 당연?!"
'당연한 거라고.'
"......."
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한 거라고 말하는 왼손 님.
잘 생각해 보니 그러네?
남자라면 이건 당연한 거다. 삶과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이런 동영상은 한 번씩 봐 주는 게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래, 난 절대 이상한 마음을 품고 보는 건 아니다.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보는 거다.
오해하지 말기를.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멋진(?) 동영상을 보내 주다니, 일단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에게 지혜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이런 걸 애써 보내다니, 고마운 분들.
부스럭.
"......."
그 순간 갑자기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는 내 귀에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난 설마 했다.
아니다. 그, 그럴 리가 없다. 절대 그럴 리는.......
하지만 어느새 내 시선은 방금 부스럭거렸던 소리가 난 뒤로 돌아가고, 거기에는 은애 양이 너무나도 당황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모습이 계신다.
그리고 난 느꼈다.
새 됐다고.
"......."
"......."
나와 은애는 말이 없었다.
아니, 이 상황에 말이 이어지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멍하니 있는 것도 더욱 곤란하다.
제길, 그냥 차라리 은애가 나보고 변태라고 해 주면 감사할 텐데, 오히려 이런 침묵에다가 얼굴까지 붉어져 있으니 진짜 곤란하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은애에게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저기, 은애 양?"
"......."
"에, 그러니까 은애 씨."
"......."
"방금 전 일은......."
"......."
저, 저기 말이라도.......
정말 미쳐 버리겠다.
말을 안 한다.
아아악!! 난 정말 억울한데(뭐가?)!
그저 왼손이 막 유혹해서 나도 모르게.......
물론 이딴 소리 해 봤자 미친놈이라는 소리밖에 안 듣겠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난 아무런 응답(?)을 안 하는 은애 양에게 슬며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
흠칫!
"......."
은애 양이 그런 나를 보고 흠칫한 것이다.
서, 설마 으, 은애 양.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거야?
그럴 리가.......
하지만 저 반응을 보면 그런데. 으악!
"그, 그래."
"......?!"
그 순간 그 사건 이후 은애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난 감격하면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무, 물론 남자로서 그런 걸 보는 건 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걸 많이 보면 별로 정신 건강에는......."
"자, 잠시?!"
"......."
"지금 나를 상습범으로 보는 거야?!"
"......."
긍정이다.
저 침묵은 완전 긍정이다.
아악! 이럴 수가!
지금 은애는 내가 심심하면 저런 동영상이나 보는 상습범으로 보는 것이다.
난 오늘 처음으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늘 그런 동영상만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은애가 보기에는 매일매일 시간 날 때마다 보는 그런 남자로......?
진짜 이렇게 억울할 수가!
물론 안 봤다고는 부정하지 않겠다.
한데 내가 직접 찾아서 본 건 아니고, 누가 이런 거지같은(언제는 고마운 분들이었으면서!) 시디를 보내고 난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잠시 유혹에 넘어간 건데!
어찌 됐든 이 긴급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난 이상한 놈으로 찍혀 버릴 거야!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띵!
[......아아앙!]
[하아.......]
[아아악!]
갑자기 티브이가 켜졌다. 그리고.......
"헉!"
"꺅!"
나와 은애는 동시에 기겁했다.
특히 은애는 나를 보더니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시늉을.......
자, 잠시 그게 아니라!
왜 갑자기 티브이가 켜지더니 성인물이 나오는 게냐!
이건 뭔가 아니다!
진짜 이건......!
두근두근.
그 순간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이건 거대한 함정에 빠진 느낌이다.
누군가가 나를 변태로 만들어서 이미지를 급 실추시키려는 잔혹한 속셈이 아닐까?
아니, 확실하다. 시디는 그렇다 쳐도 티브이가 갑자기 켜지지를 않나, 갑자기 이상한 성인물이 나오지를 않나, 이건 확실하다.
근데 무슨 재주로 저런 짓을?!
"자, 잠시! 이, 이걸 나한테 보여 주는 의도가 뭐, 뭐야?!"
"아, 아니, 뭔가 급한......."
"서, 설마......."
"으, 은애야, 그게 아니고."
"......."
"으악!"
한편 은애는 갑자기 이상한 동영상을 자신에게 보여 주는 이유를 내게 물었다.
한데 나도 궁금하다. 저게 왜 지금 자기 멋대로 나오는지.......
아니, 그러니까.......
"바, 바보!"
"헉!"
"......."
그때 은애는 내게 바보라고 말했다.
변태도 아니고 바보.
근데 왜 변태보다 착착 감기는 맛이...... 잠시, 난 뭔 소리를 하는 게냐!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하는 건데.......
"이, 이런 건 겨, 결혼을 하고 그, 그러니 고백부터 하고....... 이 바보!!"
"엥?"
그런데 은애가 아주 시뻘게진 홍당무 상태에서 뭔가 이해하기가 힘든 말을 했다.
고백을 하고, 결혼을 하고?
뭔 말이지?
잠시 후, 나는 택배 회사에까지 연락을 취해서 은애에게 확인을 시켜 준 후 억울함을 풀었다.
젠장, 뭐 하는 놈들(아마도 연희 팬클럽 놈들이겠지)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를 완전히 보내 버리려고 하다니 잔인한 자식들이다.
그나저나 은애는 아직도 얼굴이 시뻘건 상황이다.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놀리던 은애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은애가 한 말 중에 한 가지가 궁금한데.......
"이런 건 고백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게 뭔 말이야?"
"......."
그런 내 질문에 은애는 진짜 연희보다 더 시뻘게진 얼굴이 되어 버린다.
뭔가 이해할 듯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랄까?
"진짜 바보야!"
"어?!"
한편 그런 내 질문에 그 한마디를 하고 은애는 씩씩거리며 방을 나가 버렸다.
잠시! 왜 내가 바보인데?!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