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침투
"휴우......."
다행이다, 케찹이의 오해가 풀려서.
역시 나의 아름답게 변호하는 장면(언제?)을 보더니 끝내는 자수해 버렸구나.
만약에 내가 케찹이의 편을 들어서 변호(?)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을 터.
다 내 덕택이다.
"나쁜 주인!!"
한편 감사의 인사는 못할망정 '그것'을 넘겨주면서 내게 한마디 하는 케찹이.
아니, 나쁘다니? 난 정당하게 너를 도와주고(?) 얻는 거라고!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그게 뭐기에 케찹이와 내가 그토록 미쳐 하는지 여기서 공개하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그래서 난 공개한다.
그거다. 저번 체인지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그것!
간단하게 말해, 그 체인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약이라는 거다.
물론 일단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는데, 절대 내가 악용하기 위해서 받는 건 아니다.
그저 케찹이가 더 이상 그것을 사용해서 악행을 하는 걸 볼 수 없기에 내가 간직하고 있는 것뿐이다.
뭐? 왜 간직하느냐고?
그냥 없애면 되지 않느냐고?
안 된다.
그게 흐음, 이런 건 국가적으로 남겨 둬야.......
어찌 됐든 절대 내가 사용하려고 얻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자, 다음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작전을 실행할 때다."
갑자기 케찹이 때문에 시간이 좀 지체되기는 했지만, 아직 늦은 건 아니다.
한마디로 지금 출발해도 늦지 않다는 거다.
물론 케찹이의 협조는 이미 받아 놓은 상태다.
그러니 이제 할 일은 나와 케찹이가 정의를(?) 위해 왕을 협박하는 것!
그리고 참고로 다시 한 번 언급하는데, 이건 나쁜 협박이 아니다.
정의의 협박이다!!
"이미 작전도 완료야."
"오오!"
그때 역시 나의 스승답게 벌써 작전까지 미리 짜 놓은 케찹 님.
역시 이럴 때는 케찹이처럼 든든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범신(범죄의 신)답게 너무나도 대단해!
그리고 잠시 후 케찹이는 꽤나 진지한 어조로 말한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어서 제국에 평범한 방법으로 가기는 무리야."
끄덕끄덕.
난 케찹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저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다.
전쟁 중이니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출입 금지다. 개나 소나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케찹이가 말하니 웬지 뭔가 좀 있어 보인다.
일명 케찹 포스(?) 작렬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그런 게 케찹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탈론 백작을 이용하는 거야."
"탈론 백작?!"
"그래."
한편 케찹이는 갑자기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을 꺼냈다.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다.
그런데 케찹이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그 순간 이런 나의 궁금한 마음을 알았는지 케찹이의 추가 설명이 들려왔다.
"적국의 백작 이름이야."
"아!!"
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어 버렸다.
대단하다! 이 자식은 벌써 적국을 조사하고 그뿐 아니라 이용할 대상까지 고르다니, 정말 탄성밖에 안 나온다.
넌 진정한 절대자다.
그나저나 그 백작을 어떻게 이용하자는 건데?
"주인이 잠시 도와주면 돼."
"내가?"
"응, 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뭐, 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그렇다면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리고 그 방법으로 손쉽게 잠입만 가능하다면, 난 얼마든지 도와줄 의향이 있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케찹이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눈짓을 했고, 그런 내 눈빛에 케찹이는 말했다.
"그 탈론 백작은 남자를 좋아해."
"......??"
하지만 뭔 말인지 전혀 이해 안 되는 잡소리를 하고 있다.
남자를 좋아해? 한마디로 게이라는 거냐?
아니, 그것보다 나한테 그 사실을 말하는 의도가 뭔데?
너 설마......?
그 순간 아주 잠시 난 위험한 상상을 해 버렸다.
무척이나 섬뜩하고, 끔찍한 상상을.......
에이, 설마.
그러나 케찹이는 나를 향해 바로 그 얘기를 날렸다.
"주인같이 잘생긴 남자면 완전 미쳐 한대. 하룻밤 뜨겁게 보내 주고 와."
"......."
당장 케찹이 무침을 해 주려다가 참았다.
만약에 1초라도 늦게 말했더라면 진짜 케찹이 무침으로 변경시켜 주려고 했건만, 순발력 하나는 역시 인정할 만큼 빠르더라.
어찌 됐든 1차적으로 케찹이는 케찹이 무침을 면했지만, 완전히 면한 건 아니다.
다른 작전에 의해 다시 케찹이가 무침으로 전략할 수 있음을 알아 두는 게 좋을 거다.
삐질.
한편 케찹이는 금세라도 자기를 무침으로 만들려는 나를 보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난 그런 케찹이에게 맑은 웃음과 함께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이번에는 곱게 죽여 주지 않을 테니까."
"......."
"자, 부담 없이 말해 보렴."
"......."
정말 신경 안 쓰이게(?) 말해 준다.
괜히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면 꼭 내가 나쁜 사람 같잖니?
그러니 부담 없이 말하렴.
이번에 한 번 더 잡소리 나오면 곱게 죽여 주지 않을 테니까.
"완벽한 작전이야."
하지만 그 순간 케찹이는 다소 다부진 어조로 내게 완벽한 작전이라고 말한다.
오호, 완벽이라. 참 아름다운 단어지.
완벽!
하지만 완벽이라는 단어를 쓴 이상 그에 합당한 작전이 안 나오면...... 흐흐흐.
두근두근.
"어?!"
내가 케찹이를 향해 사랑스럽게(?) 웃고 있을 때, 갑자기 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마치, 마치......!
"케찹이!"
한편 절묘하게 나의 이상한 심장 소리와 더불어 케찹이가 이상 반응을 보인다.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난 아차 했다.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또 발작이 일어날 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여기서 케찹이가 또 그놈에게 먹히면?!
다시 돌아올 수나 있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 젠장, 시간이 없다.
어떤 방법이라도!
"에라이! 이 자식아, 정신 차려!"
난 그 순간 다급하게 슬리퍼를 벗어서 두 개를 집었다.
그러고는 그 슬리퍼를 정확하게 케찹이 안면에 적중시켰다.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퍼억!!
과연 슬리퍼가 인간, 아니 요정과 부딪쳐서 일어나는 소리라기에는 다소 크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완벽하게 적중했다.
그리고.......
"어?!"
케찹이는 슬리퍼를 뒤집어쓴 채 제정신을 차렸다.
다행이다.
나의 슬리퍼 때문에 정신이 돌아온 거다.
잠시지만 정말 아찔했다. 또다시 블랙 페리안으로 변하는 줄 알고.
그나저나 이렇게 금세 다시 나오려고 하다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언제 케찹이가.......
제길, 마음 같아서는 지금 히든 클래스보다는 케찹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아서 고치는 게 낫겠지만, 루얀의 말로는 그딴 방법 따위는 없단다.
그저 죽이잔다.
그것만이 숙주로서의 고통을 덜어 주는 최고의 방법이란다.
도대체 루얀은 왜 그렇게 케찹이를 죽이려고만 할까?
"서서히 시작인 듯싶군요."
"루얀."
그때 어느새 케찹이의 이상 낌새를 맡았는지 루얀이 정말 초스피드로 달려왔다.
정말 나조차도 섬뜩할 정도로 케찹이가 약간 이상해지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 그만큼 블랙 페리안이 다시 탄생한다는 것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아니, 그것보다 시작이라니?
"이제부터 저 요정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의 고통을 당할 겁니다. 그리고 최후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겠지. 자신의 손으로......."
"......."
"물론 지금은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손으로 죽는 모습을 본다면, 제가 지금 목숨을 끊어 주는 게 최고의 배려라는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지도요."
"......."
장난......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루얀이 그런 저질 장난을 할 리는 없고. 저 모습을 봐서는 정말 이미 그 상황을 겪어 봤을 확률이 꽤 높다.
죽여 달라고 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그뿐 아니라 마지막에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는다?
만약에 그 시나리오대로 케찹이가 죽는다면 정말 최악의 죽음일지도.
"어때, 멋지지?"
한편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가서 적국에 침투하는 방법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케찹이.
그래, 엄청 멋지다. 어떻게 이런 멋진 작전을!!
케찹이의 작전은 이랬다.
적국에는 역시 땅 파서 들어가자는 것!
그래, 적국에 땅 파고 들어가는 건 정말 좋은 생각이다.
들키지 않고 정말 안전하게 들어가는 방법이니까.
하지만 어느 세월에 땅을 파서 침투하는데?
이 전쟁 끝나고?!
그렇지만 이런 내 생각은 케찹이가 어느 한 장소에 나를 데려오자마자 깨끗이 지워졌다.
왜냐고? 이미 시공(?)이 거의 끝나 간 상태이기에.
"행님, 오셨세요?!"
"어, 작업은 잘 되고 있남?"
"물론입니다, 행님."
"언제 완료됨?"
"내일 안에 완료될 것입니다, 행님."
"......."
여기서 잠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까 봐 미리 말해 두는데, 지금 케찹이와 대화하는 분은 요정이다.
그러니 요정이 '행님!'이라고 하는 참으로 미묘한 상황이라는 거지.
추가로 한 가지 더 정보를 준다면 지금 저 땅을 판 분들은 요정들이시라는 거다.
저 자그마한 몸으로 적국의 땅 밑 터널을 뚫었다.
아니, 그런데 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터널을 뚫은 것까지는 좋다 그거야, 근데 저 지하 터널 주변에 널려 있는 술병들과 마구 땅바닥에서 자고 있는 요정들은 뭘까?
"그, 그게 다들 너무 피곤해서......."
그때 경악해 하는 나를 보고 그 행님 요정이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변명에 케찹이는 호쾌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영약은 많이 먹으면 좋은 거니까."
"행님!!"
"후후후."
언제부터 술이 영약으로 둔갑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아니, 그리고 왜 그쪽은 갑자기 감동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거랍니까?
술이 영약이 된 게 그리 기쁜 거예요, 행님 군?
그때였다.
갑자기 케찹이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자, 그럼 우리 모두 영약을 들이키자."
"까! 행님 최고예요!"
"......."
저 빌어먹을 요정 자식이!!
지금 술 이야기 나오니 우리 목적 잊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금세 술 파티를 주선할 수는 없으니까.
난 당장 술 파티를 시작하려는 케찹이에게 날아갔다(?).
그러고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케찹이 무침은 무슨 맛이냐?"
"......."
아주 심오한 질문은 던졌다.
케찹이 무침이라....... 흐음, 뭔 맛일까?
삐질.
한편 그런 내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는 케찹이.
잠시 후 케찹이는 외쳤다.
"어서 공사를 마무리해라! 술 파티는 미룬다!!"
그러고는 열심히 다시 공사를 재개시킨다.
우리는 요정들이 뚫은 터널을 통해서 적국에 정말 완벽하게 잠입을 했다.
이게 진정한 잠입 액션(?)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그나저나 아까 깽판 치는 요정을 본 이후부터 계속해서 걸리는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이 마구 들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바로 어린이들이다.
사실 난 지키고 싶었다, 요정들의 순수함을.......
하지만 이미 케찹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요정들을 점령했고, 이제는 요정들 사이에서 순수함이라는 단어 붙은 요정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해 버렸다.
한마디로 어린이들이 꿈꾸던 순수한 요정들은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수한 요정들 대신 욕설 요정, 음주 요정, 기타 등등이 새롭게 탄생되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은 변하는 거라지만 이건 너무한다.
요정들이, 요정들이....... 크윽.
수천 년간 순수함을 지켜 온 요정들이 단 한 마리의 미친 요정 덕택에 이렇게 바뀌다니, 정말 통탄할 일이로다.
어찌 됐든 이제는 요정들이 더 이상 타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런데 역시 전쟁 중이어서 그런지 마을 상태가 엄청 살벌하다.
흐음, 뭐라고 해야 하나.
주민들부터 시작해서 병사들까지 굉장히 긴장한 분위기이다.
당연히도 이런 분위기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괜히 재수 없으면 별것 아닌 일 가지고 얽힐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물론 알고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케찹이에게 다시 한 번 조심하라고 언급하려고 한다.
그런데.......
"......?!"
케찹이가 없다.
분명 방금 전까지 내 옆에 있었는데?!
얘는 갑자기 어디로 간 거냐. 설마 저 자식도 나처럼 순간 이동이라는 기술을 익힌 거냐?
"헤이, 아가씨, 유고걸?!"
"......."
"......."
"......."
그 순간 나의 눈을 의심스럽게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적국의 병사들과 마을 주민들조차도 너무 황당해서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편 어느새 모든 시선들이 케찹이에게 이동했고, 케찹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떠벌리고 있다.
"헤이! 그나저나 주인, 이제 우리 어떻게 침투할 거임?!"
"......."
"......."
"......."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신다.
지금 분명 주변 병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 저렇게 대담하게 말하다니!
이런 멋진 영혼 같으니......가 아니라!!
난 다급히 케찹이와 더불어 시선을 받았다.
물론 난 양손을 엑스 자로 교차하고 고개를 저으면서 절대 난 모르는 요정이라고 아주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헤, 주인, 왜 대답이 없는 거임? 이제 어떻게 왕 사마를 납치해서 협박을 할까?"
아예 쐐기를 박아 주는 케찹이.
너 지금 장난치니?
잠입 액션은커녕 허무 액션 시리즈라고 변경해야겠다.
이곳에 온 지 단 10분, 아니 몇 분 만에 이렇게 감옥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왜 우리가 잡혀 온 건데!!"
"......."
한편 요정이라고 밧줄로 완전히 묶인 채 내게 신경질 부리는 요정 한 마리.
너 지금 그거 몰라서 하는 질문이니, 아니면 나 웃으라고 하는 농담이니?
하아.......
"제길, 왜 잡혀 온 거지?!"
"......."
"아악! 전혀 모르겠어! 내가 너무 귀여운 게 눈에 띠었던 건가?!"
"......."
"아니, 그게 확실해!"
그때 케찹이는 나를 굳게 만드는 개소리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저 자식은 모르고 있다, 진짜로 우리가 잡혀 온 이유를.......
아니, 정말 이렇게 한심할 수가.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
그래도 원래 저딴 놈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충격이 덜하다는 게 그나마 위로라면 위로일 수도.
이래서 인간의 적응력은 놀랍다고도 하지.
그나저나 이제 어찌해야 하나?
지금 우리가 있는 감옥은 완전 특수 감옥이다.
주변이 미지의 힘에 의해서 마나가 봉인되어 버렸다.
물론 난 상관없기는 하다.
어차피 마나 따위랑은 사귀지 않았고, 내 핵심 무기인 초보자의 단검도 미리 어딘가에 숨겨 놨으니 문제없다.
그뿐 아니라 나에게는 변신 모드가 있고, 그게 작동되는 순간 이딴 결계쯤이야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럼 도대체 뭐를 고민하고 있냐고?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의 뒷이야기랄까?
일단 나와 케찹이가 여기서 탈출하려면 착하게 탈출이 될 리는 없다.
좀 풀이해서 말하자면, 조금(?) 부수고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는 먼저 도발해 왔다고 하면서 모든 전력을 보내 버리면?
흠, 새 된다.
"축하한다."
"......?!"
"......?!"
그때 갑자기 심각한 고민에 잠겨 있던 나의 귀를 자극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추, 축하한다니?!
설마 나를 오해했다면서 풀어 준다거나 그런?
아니, 그게 분명하다. 내가 좀 얼굴이 맑게(?) 생겨서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깨끗해 보이거든.
"네놈들은 특별히 그냥 죽이지는 않기로 했다. 아주 재미있게 죽이기로 결정했지.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서."
"......."
그렇지만 이런 내 순수한 바람은 헛된 바람이라는 걸 저분은 참으로 고맙게도 가르쳐 준다.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아주 재미있게 죽이다니, 너무 감동적이잖아!
"......."
"......."
"저놈을 죽이자!!"
"죽여 버려!!"
"저 암살자 자식의 목을 따서 적국으로!!"
나와 케찹이는 어느 원형 경기장으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그 원형 경기장에서는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자리를 지킨 채 소리치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들을 향해서 말이지.
그뿐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존재는 철조망에 갇혀 있는 오우거 사마.
뭐 이쯤 되면 답 나온다.
연약한(?) 나와 저 오우거를 붙이는 스토리 라인?
물론 그냥 오우거와 맞장 뜨게 할 리는 없다.
일단 감옥에 갇힌 것처럼 완전히 마나를 봉인해 버려서 그 어떤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버렸다.
한마디로 육체적인 힘만으로 오우거랑 맞장 뜨라는 저분들의 계시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났으면 오히려 감사했을지도.
무슨 말이냐고?
모든 기술을 봉인한 것도 모자라서 혹시나 해서 내 두 손을 철사로 묶어 버린 것이다.
"오우거한테 승리를 한다면 살아날 수도 있지. 크크! 우리 국왕 폐하는 워낙 자비심이 많아서 적국의 병사들에게도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거든."
"......."
차라리 그냥 죽이는 게 더 쿨하지, 이게 뭐니?
미치도록 오우거한테 쫓기다가 짓밟혀서 천천히 죽으라는 악취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뭐 물론 나에게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난 어차피 육체적인 힘과 단검 하나로 이 세계를 살아온 훌륭한 사람이다.
지금 미리 숨겨 둔 단검도 있고 하니 탈출 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다.
단지 탈출 이후 일어나는 문제가 참으로 곤란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제는 탈출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내가 뒤질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아주 멋지게 변신 때려서 탈출을 하려고 준비를 한다.
한데.......
"......."
그런 나의 눈에 들어오는 모 분이 있었다.
온갖 번쩍번쩍한 옷들을 입고 왕관을 쓴 채 제일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한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그의 주변으로 딱 보는 것만으로 강해 보이는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쯤 되면 등신이 아닌 이상 안다, 저분이 누구인지.
내가 그토록 원하던 그분이시다.
한마디로 전화위복이 되어 버린 셈이랄까?
오오! 그런 생각과 함께 난 내 머리가 순식간에 파닥파닥 돌아가는 걸 느꼈다.
일단 저 오우거와 잠시 놀아 주면서 상대방을 방심시킨다.
그러고는 그 방심하는 시간에 플레이지 나이트로서의 변신을 한 다음, 이 마나 결계석을 부숴 버리고 당장 저분을 데리고 정의의(?) 협박을 한다.
완벽한 작전이야!
"저 자식을 밟아 버려라!!"
"우어!!"
"찢어 버려!"
"죽여라!!"
그때 때마침 오우거가 있던 철창문이 열리면서 오우거가 등장했다. 그분을 얼마나 굶겨 놨는지 눈이 시뻘겠다.
마치 내가 간식으로 보이는 듯?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서 마구 도망 다니면서 상대방을 방심하게 해야.......
파앗!
"에잇! 이젠 못 참아!!"
"......."
"......."
"......."
그 순간 내가 작전을 실행하기 전에 준비를 하던 나나 모든 사람들을 경악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케찹이가 자신을 묶은 밧줄을 그저 힘으로 찢어 버린 것이다.
마치 한 마리의 괴수 요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케찹이 킥!"
"꾸에엑!"
한데 설상가상으로 밧줄을 끊어 버리자, 곧바로 오우거를 향해 케찹이 킥을 날리는 케찹이.
참고로 그 케찹이 킥을 맞은 오우거는 그대로 멱따는 소리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렇게 되자 모든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고, 잠시 후 엄청난 숫자가 그대로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면서 포위해 버렸다.
방금 전 내가 방심하게 만들어서 기습 공격을 하려던 걸 참 무색하게 말이지.
이놈의 케찹이 자식!!
저 자식은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다.
아니면 어떻게 내가 하는 일마다 항상 이렇게 염장질을 할 수가 없단 말이다.
제길, 그나저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강행 돌파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힘을 개방해 버렸다.
파지직!!
그리고 그와 함께 역시 힘을 개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완전 측정 불가능한 이 힘, 정말 대단하다.
파파파팟!!
"이, 이럴 수가!!"
"어, 어떻게!!"
"무슨 일이!!"
그때 때마침 나의 힘이 풀리면서 그 압도적인 힘이 마나를 봉인하고 있던 힘을 강제로 파괴해 버렸다.
간단하게 말해 수용할 수 없는 힘이 터져 나가자 그 봉인을 하던 힘이 그냥 부서진 것이다.
그런데.......
"어라?!"
나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났다.
모두 갑작스럽게 멍 때리는 것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에 그저 자기도 모르게 멍 때린다고 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해 전부 다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기회다!"
난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곧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황제를 포획(?)하기 위해서.
난 승리했다!
5만 대 400만 명의 싸움을!!
그것도 한 번도 제대로 육탄전하지 않고 지략으로만!
아,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지략이 좋을 줄이야.......
이건 지금까지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엄청난 지략이다.
물론 나를 시샘하는 것들은 지략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건 엄연히 지략이다.
엄청난 지략!
뭐 어찌 됐든 나의 환상적인 지략(지략 강조)으로 이렇게 약속대로 전쟁은 이겨 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전설의 히든 클래스 증폭 페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데스 마을로 가라. 그곳이라면 네가 찾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한데 저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분 참 더러워진다.
데스 마을, 일명 죽음의 마을?
아니, 그것보다 그건 어디에 있는 동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