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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이상형은 케찹이 (78/100)

제6장 이상형은 케찹이

아악! 어서 전쟁을 끝내고 히든 군(?)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너무 지체된다.

아니, 지체되는 게 당연하지. 진짜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도 절대 이건 승리가 안 보이는 전쟁이니까(사실 잘 생각해 보니 이건 대가리 굴려서 해결할 방법이 아니었다).

거기서 이기려고 하다니, 진짜 무리다.

무슨 방법으로 승리를 하지?

"역시 몰래 침입해서 적군의 왕을 인질로 삼아서......."

헉! 난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한 생각에 경악했다.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인마! 네가 무슨 케찹이냐?! 안 되면 인질극 벌이게.

솔직하게 말해, 나 인질범으로 아주 많은 경력(?)이 있다.

물론 진짜 원치 않게 어쩔 수 없이 인질범으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나의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인질범으로서의 명성을(?) 쌓으면 어떡하자는 거냐.

더 이상은 안 된다!

좀 더 유익하고 행복한 방법을 생각하자!

"으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좀 더 유익하고, 행복하고, 건전한 방법을 짜내려고 한다.

근데 왜 계속해서 적국의 왕을 인질로 잡자는 것만 생각이.......

아악! 이러면 안 돼! 이건 옳지 않아.

제발, 제발, 제발!!

나는 더 이상 악당이 되기 싫었다.

그래서 빌었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게 해 달라고.

하지만 이상하게 빌면 빌수록 치밀하게 짜이는 작전.

난 깨달았다. 이미 나는 인질을 사랑하는 남자가 되어 버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꼭 인질을 잡아서 협박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잘 생각해 봐라. 내가 정말 적국의 왕을 사로잡아서 양쪽에 희생 없이 끝내는 스토리를 만든다면, 이건 엄연한 멋진 인질범이다.

그래, 멋진(?) 인질범!

상대방과 우리의 평화를 위한 정의의(?) 인질범! 멋지다!

흠, 하지만 왜 아무도 호응해 주지 않는 기분이 드는 게냐.

어찌 됐든 이왕 할 거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 존재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나의 범죄계 스승(?)이자 고이 역사의 남을 전설적인 존재.

그의 생구라는 감동스럽게 아름답고 그의 나쁜 대가리는 정말 감탄이 연속으로 나오게 만든다.

그만큼 그는 인간, 아니 전 종족을 대표해서 범죄의 전설을 쓴 존재, 케찹 님이시다.

다른 건 몰라도 난 절대 이건 그를 이길 수 없다.

그만큼 그는 범죄의 신이었으니까.

그러니 이번 작전에는 반드시 그분이 필요하다.

"프레젠 님!!"

"......?!"

케찹이에게서 발길을 돌리려는 내게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음성의 주인공은 사렌이다.

그녀는 마치 엄청난 일이라도 벌어졌다는 모습이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사렌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케찹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또 사고 쳤다는 거지.

아악! 머리 아파!! 이번에는 또 어떤 사고를 쳐서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려는 거냐?

그런데 사렌이 화끈하게(?) 말을 열지 못한다.

계속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난 그런 사렌에게 한숨과 함께 말했다.

"괜찮아, 말해."

"그러니까......."

"......?"

"그러니까......."

말할 것을 요구하지만, 쉽게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난 느낀다. 이번에 정말 한 건 크게 했다고.

얼마나 크게 했으면 사렌이 말조차도 못하고 있다.

"......케찹이가 미쳤어요!!"

"엥?!"

그 순간 또 뭔 사고 뒷정리를 해야 할까 머리 아파하던 나를 향해 전혀 뜬금없이 한마디 하는 사렌.

자, 잠시, 케찹이가 미쳤다고?!

"저기, 사렌."

"네?"

"이런 말 하기 그런데, 니 동생은 원래 미쳤는데."

"......."

그렇다. 케찹이는 원래 미쳤다.

사렌 양은 설마 자기 동생이 정상인, 아니 정상 요정이라고 생각......한 거 아니겠지?

어찌 됐든 사렌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도 아마도 케찹이의 자연산(?) 모습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다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저런 것일 테다.

하지만 이런 내 낙관적인 모습에 사렌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지금 속고 있다가 본모습 봐서 놀란 마음은 이해해."

"......."

"그렇지만 이제 적응해야 할 거야. 케찹이의 본모습을......."

어쩔 수 있나?

아무리 사렌이 충격을 받는다고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니까.

"으아악!! 프레젠 님!!"

"넌 또 뭐야?"

한편 사렌에 이어 길쉬가 추가 방문했다.

오늘따라 왜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넌 뭔 용건이냐?

"마스터가 미쳤어요!!"

"원래 케찹이는 미쳤다니까."

"......."

길쉬는 또다시 사렌과 같은 말을 했다.

아니, 넌 알고 있잖아? 케찹이가 원래 되게 미친 요정이라는 거!

근데 왜 새삼스럽게 말해 주는 거냐?

"저, 저 그런 뜻이 아니라 마스터가, 마스터가!!"

"아, 진짜 뭔 말이야? 도대체 케찹이가 뭐?"

"......착해졌어요!!"

"풋!"

난 그 말에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케찹이가 착해졌대.

무슨 이런 웃긴 개그가 있나?

이 자식, 나를 웃기게 하다니 너 개그에 소질 있다?

케찹이가 착해질 경우는 진짜 케찹이가 완전히 미치지 않고......!

"......."

난 그 순간 방금 전 사렌과 길쉬가 한 말을 기억했다.

케찹이가 미쳤다는 말!

분명 무슨 계획이 있다.

저번처럼 사렌과 길쉬 밀어주면서 뒤통수치려는 그런 작전!

케찹이가 착해지다니,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다.

아니, 설사 케찹이가 미쳤다 하더라도 저런 짓은 안 한다.

예를 들어 마요네즈에게 용서를 빌고 있는 일?

"미안해, 마요네즈."

"......."

"다 내 잘못이야."

"......."

"착한(?) 네가 이해해 줘."

착한이 얼어 죽었다.

마요네즈가 천사면 난 슈퍼 천사?!

새애앵.

하지만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불어오는 냉기.

뭐, 뭘까? 이 냉기는?

하하하.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케찹이의 이상 현상.

확실히 사렌과 길쉬가 케찹이가 미쳤다고 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알겠다.

케찹이가 사과를 하고 있다. 그것도 그 누구도 아닌 마요네즈에게.......

확실히 미쳤다.

하지만.......

"......."

느껴진다, 모든 것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추가 설명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손쉽게 말하자면 케찹이의 본모습이 느껴진다는 거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케찹이가 무척이나 착해져서 미친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분명 저 완벽한 표정 관리와 연기력, 과히 천상의 배우라고 하더라도 저 정도를 따라올 수는 없다.

나도 겉모습으로만 보면 정말 케찹이가 미쳐 버려서 착해졌다고 믿을 정도니까.

하지만 방금 전에 말했지만 느껴진다! 케찹이의 악의 기운이.......

이런 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 존재는 알아본다고.

예를 들어 변태는 변태를 알아보고,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은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알아본다.

즉 다른 이들은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동족(?)들은 알아본다는 거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엄연히 케찹이 동족(?)이다.

이미 케찹이에 의해서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나, 그렇기에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

지금 케찹이 저 자식은 생 쇼를 하는 거라고.

한마디로 안 미쳤다는 거지.

저 자식, 요새 할 짓 없다 보니 별 희한한 짓 다 한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다. 네놈의 생구라는 내가 지금 당장 밝혀 줄 테다.

"......."

"......."

그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나와 케찹이의 눈이 마주친 것이다.

분명 1초 남짓한 시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난 그 시간 안에서 그것을 보았다.

살려 달라는 울부짖음을.

아니, 왜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는 거냐?

네놈 개구라 치는 거랑 살려 달라는 거랑은 뭔...... 의미냐.

아니, 그것보다 케찹이라는 요정이 무엇 때문에 이런 삽질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허허!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꺄악! 케찹 님......!!"

"......."

그때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당히 맑고 깨끗한 비명 소리였다.

아니, 이게 아니라 갑자기 웬 비명?!

그리고 비명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심히 거슬린다.

꺄악! 케찹 님? 이건 뭐야?!

그 순간 이런 내 의문을 풀어 주듯 갑자기 케찹이 앞에 나타난 요정 한 분.

참고로 여자 요정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귀여운 여자 요정.

연희와 은애, 이리엘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확하게 사렌과 막상막하의 미모를 가진 요정이랄까?

그런 요정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케찹이가 이런 말을 하신다.

"세네 님, 다 오해해요. 전 세네 님이 좋아하는 성격 더러운 요정 따위는 아니라고요. 방금 보셨잖아요."

아니, 성격 더러운 요정 맞잖아.

이 자식아,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구라를 쳐?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지?

"연기는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전 역시 성질 더러운 케찹 님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

"그러니 어서 본성을 드러내세요!"

"......."

"케찹 니임!"

이건 뭐임?

아까 케찹이가 생 쇼를 한 이유는 저 여자 요정에게 있었다.

이름 세네, 종족 요정.

좋아하는 사람, 아니, 요정이 케찹이라는 이상한 이상형을 가진 미녀 요정이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이유는 케찹이가 다른 요정과는 달리 성격이 개판이어서이다.

한마디로 못된 남자에게 끌리는...... 건가?

아니, 그건 좀 아닌데. 케찹이는 못된 거랑은 좀 수준이 다르다.

완전 저놈은 못된 수준을 넘어선 지 3만 년(?)짜리 요정이니까.

그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케찹이를 좋아하는 여자 요정이라니! 그것도 미녀 요정이!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어이없는 게, 케찹이가 그 세네라는 요정을 싫어했다.

아까 생 쇼를 펼친 이유도 자기는 원래 착한 요정이라는 걸 보여 주고 떼어 놓기 위한 개구라. 하지만 아쉽게도 작전이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 보이는 것처럼 케찹이는 도망 다니고, 세네라는 요정은 케찹이를 쫓아다니고 있다.

"제길!"

한편 들킨 걸 알고 케찹이는 다시 본색이 나왔다.

그러더니 화가 나 외쳤다.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전 케찹 님의 피앙세니까요."

"......."

헉! 케찹 님의 피앙세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피앙세'라는 단어에는 엄청난 복잡한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저 미녀 요정이 케찹이의 피앙세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추가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난 안과를 추천해 주고 싶다.

아니, 갑자기 왜 피앙세 이야기하다가 안과 이야기냐고?

어서 안과 가서 치료 후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다시는 하지 말라는 나의 간절한 마음의 선물이다.

그나저나 이런 그녀의 반응에 케찹이는 냉담하게 말했다.

"난 네가 싫어!! 미안하지만 내 앞에서 사라져 줘!"

"......."

"......."

"......."

"......."

아주 잔인한 한마디였다.

원래 좀 나쁜 요정이기는 하지만 여자한테는 항상 천사의 모습을 가진 케찹이 입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다니, 정말 약간은 충격이다.

그리고 그런 케찹이의 잔인한 한마디에 여자들이 침묵을 지킨 채 케찹이를 바라봤다.

물론 난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심한 말을 대놓고 하냐는 뜻이겠지.

특히 사렌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분명 저 눈빛은 케찹이를 사랑해 주기 전의 눈빛이다.

난 알 수 있어!

어찌 됐든 케찹이는 그렇게 잔인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녀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흐윽!"

"......!"

"......!"

"......!"

갑자기 그 말에 세네가 흐느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은애와 사렌.

물론 연희와 이리엘도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직접적인 표현을 못하지만 케찹이에게 실망했다는 모습이다.

한편 그녀를 울리게 한 당사자도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악마 요정이라고 불리는 케찹이라고 하더라도 여자한테는 항상 나름대로 착했던 녀석이다.

그렇기에 지금 세네의 눈물에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저놈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충 풀이하자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라는 표시?

내가 생각해도 왜 이리 케찹이의 생각이 막 읽히는지 모르겠다.

역시 같은 부류여서?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어찌 됐든 케찹이의 역사상 최고의 위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저는 괜찮아요."

"......?"

"케찹 님이 저를 싫어하신다면 저는 케찹 님을 포기할 수 있어요."

"그, 그럼 어서 포기해!"

그때 세네는 케찹이가 싫다고 하면 포기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케찹이는 무척이나 환영하면서 포기하라고 한다.

보통 이러면 미안해 하면서 뭐라고 한마디 하는 게 정석인데, 저 자식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포기하란다.

좋은 말로 하면 솔직한 거고, 나쁜 말로 하면 정말 나쁜 놈이다.

한편 그런 케찹이의 말에 그녀는 더욱 흐느끼면서 말을 이어 간다.

"하지만, 하지만!"

"......?"

"하지만....... 흑."

"뭐, 뭐야?!"

"저는 괜찮지만......."

"자꾸 왜 그래!!"

계속 '하지만'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세네, 나도 그 하지만이 뭐기에 저렇게 계속 반복하는지 궁금하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에 불길함을 느꼈는지 케찹이가 덜덜 떨고 있다.

그 순간......!

"저와 케찹 님의 2세는요!!"

무척이나 아름답고 과감한 단어가 튀어나온다.

물론 그 말 이후 다른 분들에게 엄청난 침묵이 지배한다.

"......."

"......."

"......."

"......."

"......."

일명 델타포, 아니 침묵 포스?

"변태!!"

"이 나쁜 자식!!"

"이 쓰레기!!"

"실망이에요."

"다시는 안 볼 거예요."

"너 돌아와서 두고 봐!!"

"마스터, 완전 실망입니다!!"

"......."

이게 바로 그 충격 발언 이후 뛰쳐나가는 세네에게 따라가기 전 일행들이 케찹이에게 한 발언이다.

그리고 그 발언들이 좀 세다.

예를 들어 연희의 '실망이에요!'라는 말이라든가 이리엘의 다시는 안 볼 거라는 말.......

특히나 내성적인 그녀들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얼마나 케찹이에게 실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케찹이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이건 무슨 개뼈다귀 삼계탕 하는 소리냐!!"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어 간 케찹이.

참고적으로 자신은 전혀 모른다는 얼굴이다.

한마디로 낚였다는 모습이다.

그리고 난 알 것 같다. 케찹이는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

"주, 주인! 주인은 나 믿지?! 나 절대 아니야!!"

한편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나에게 다급하게 질문하는 케찹이.

난 그런 케찹이가 참 불쌍하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알지, 난 널 믿어."

"......주인!"

한마디 하니까 무척 감동한다.

쩝. 내 한마디에 이렇게 엄청 감동하는 케찹이를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나저나 내가 케찹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아는 이유는 난 케찹이의 취향을 아니까.

케찹이는 곧 죽어도 글래머 스타일, 즉 세네라는 요정처럼 빈유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자, 잠시! 왜 갑자기 이상한 시선들이 느껴지는 거냐?!

뭐? 언제 그분의 가슴 크기를 봤냐고?

아니, 그게 본 게 아니라! 워낙 몸 크기가 작다 보니 그냥 그 여자 요정을 보는 순간 큰지 안 큰지 발견...... 흠, 이런 건 넘어가자. 좋지 않다!

어찌 됐든 그래서 난 케찹이가 무죄라는 걸 확신했다.

"주인이 나서서 나의 결백함을 증명해 줘!"

바로 그 순간 유일하게 자신의 희망이 나인 걸 깨달았는지 케찹이가 나에게 완전 매달리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일단 내가 그런 일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케찹이 편들다가 나도 일행들에게 이상하게 찍히면 나만 손해다.

결론적으로 나는 살아야겠다는 거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냉정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혼자서 잘 극복해 봐."

"......!!"

"그래도 너를 믿어 주는 내가 있잖니."

"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나를 버리는! 이 나쁜 주인!!"

한마디 하니까 경악하면서 날 완전 나쁜 놈으로 만든다.

그렇지만 다 이런 것도 너에게 배운 지혜(?)라고.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피 보면 나만 손해라는 너의 그 아름다운 가르침.

오늘 난 알 것 같다. 그 가르침을!

그러니 난 그 가르침 열심히 따를게!

"......'그걸' 줄게!!"

"......!"

한편 케찹이는 얼마나 다급했는지 자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하려는 내게 그걸 준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지 않으려던 그걸!!

흠, 이건 엄청난 기회다.

이 기회가 아니라면 '그걸'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

뭔 말이냐고?

"애개? 고작 그거 한 개만?"

"......!!"

"그거 한 개에 나를 고용하려고 하다니, 너무하잖니."

"주, 주인 어떻게!! 그게 어떤 건지 알면서!!"

"글쎄, 너의 그 억울함보다는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아, 악마!!"

그렇다. 원래 같으면 그거 주는 순간, 그냥 난 천사(?)가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거 말고도 더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나의 확신이 있다.

흥정을 할 수 있으면 해라.

상대방이 다급하면 할수록 그 흥정률은 더 높아진다.

이것도 케찹이의 가르침이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분의 가르침이 오늘 빛을 발한다.

"난 뭐 상관없어. 현명한 선택을......."

"으윽!!"

한편 나의 이런 제안에 케찹이는 심각한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그래 봤자 나오는 결론은 한 가지뿐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도 외면해 버리는 순간, 넌 그대로 변태 요정으로 도장이 쾅쾅 찍히니까.

"제길, 그 대신 확실하게 해 줘야 돼!!"

"오케이!"

그때 케찹이의 승낙이 떨어지고, 난 순식간에 천사가 되어 버렸다.

"난 케찹이의 결백을 지지해."

"......."

"......."

"......."

"......."

나의 한마디에 일행은 말이 없다.

설마 내가 케찹이 편을 들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물론 난 케찹이의 억울함을 알기에 이렇게 나서는 거지, 절대 뭐 받아서 그러는 건 아니다.

절대로!

어찌 됐든 난 강력하게 케찹이의 결백함을 호소했다.

한데 그런 호소함에 모 분이 나를 째려보신다.

아니, 정확히는 째려보는 건 아니고, 정말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은애 양.

왜,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지?

"뭐 받았어?"

"......!!"

그 순간 갑자기 그녀가 내게 뭐를 받았냐고 물었다.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어떻게 그런 극비 사실을!

난 그런 은애의 말에 무척이나 놀라서 금붕어처럼 뻐금뻐금 짓거리를 했고, 잠시 후 난 맹렬히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인정하면 안 된다.

그러면 꼭 내가 뭐 받고 케찹이 변호인 맡은 느낌이잖아?!

그러니 열심히 시치미를 떼어 보자.

"무, 무슨 소리야?"

하지만 나의 이런 능청스러운 반응에도 은애는 단호하게 말했다.

"케찹 님이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성민이는 절대 그냥 도와줄 사람이 아니야."

"......."

"분명 어떤 것을 받고......."

막 소름이 돋는다.

혹시 그때 은애가 나와 케찹이의 은밀한 거래를 다 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상세하게.......

아, 아니, 어쨌든 끝까지 시치미를 떼야 해!

"나, 난 모르는 일이야! 어, 어찌 됐든 난 케찹이의 결백을 주장해!!"

"......."

어서 말 돌리자.

한편 나의 이런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은애 양은 더 이상 추궁 안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내가 곤란해 하면 이렇게 포기하는 배려, 새삼스럽지만 너무 귀엽...... 지금은 그런 걸 할 때가 아니잖아!

난 지금 엄연히 케찹이의 변호인이다.

어떻게든 케찹이의 진실을 모두에게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왜 케찹이가 무죄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프레젠 님."

"사렌."

사렌이 날카로운 어조로 내게 묻는다.

평소 사렌이라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지금 그녀는 케찹이를 때려 죽이고 싶으셔서 난리 난 상황이다.

지금 내가 아니었으면 당장 어디론가 끌려갔을 것이다.

어찌 됐든 난 그런 사렌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고, 잠시 후 무심코 답하려다가 멈칫했다.

케찹이가 무죄라고 생각하는 이유, 케찹이는 글래머를 좋아하니까.

'즉 그 세네라는 요정은 빈유니까. 무죄다!'......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난감해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나도 여자 가슴 크기나 보고 있는 변태로 오해 받을 확률이 크다.

굳이 그렇게 희생을(?) 하면서까지 변호를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다른 핑계를 대야 하는데, 막상 좋은 핑계가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래도 궁색하게나마 핑계를 댔다.

"......케찹이는 순수하거든!"

휘이잉!

한마디 했기는 한데, 그다음 일어나는 건 무슨 찬바람 수준을 넘어서서 냉기가 철철 흐른다.

그저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괜히 내가 무안해질 정도다.

어찌 됐든 난 이 살벌한 바람을 다시 진정시키기 위해서 말했다.

"노, 농담이야. 정색하기는! 하하하."

"......."

"......."

그러자 다행히 다시 냉기가 사라진다.

다행이다. 괜히 이상한 농담 했다가 엉망이 될 뻔했다.

"다시는 그런 개 미친 소리 안 해 줬으면 좋겠음!!"

"......."

그때 마요네즈가 내게 불만 가득한 어조로 말했고, 평소 같았으면 건방지게 말하는 저 자식에게 사랑을 줬겠지만 지금은 좀 그렇다.

일단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소리였거든.

1차 공판(?)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건 뭐 도대체 뭘 어찌 케찹이가 무죄라는 걸 인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거에 착하기라도 했으면 원래 그런 심성이 안 된다고 말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과거를 보면 충분히 안 했는데도 했을 거라고 다들 생각하게 만드니까.

휴.......

"이게 뭐야? 나의 억울함을 풀어 준다면서!"

한편 자신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자, 케찹이는 나에게 따졌다.

하지만 네놈의 명성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나의 변호는 개뿔도 안 먹힌다.

이건 뭐 어떤 장점이 있으면 그 장점으로 말이라도 한 번 해 보겠는데 장점이 없다.

아니, 장점이 있기는 한데, 전부 다 나쁜 일에 관련된 장점이다.

한마디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꺼낼수록 케찹이의 죄는 확실해진다.

"아아악! 이게 뭐야!!"

"......."

"난 아닌데! 난 아닌데!"

그때 케찹이가 얼마나 억울하면 발작을 했다.

너무 가여울 정도다.

그러니 좀 착하게 살지 그랬니? 이런 상황이 되니, 아무도 네 편이 없고 내 말도 안 믿어 주잖아.

"케찹이!!"

"......!"

"......!"

그 순간 사렌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엄청난 큰 소리를 질러 댔다.

그리고 그녀는 무섭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나쁜 놈! 어, 어떻게 여자를 덮치니!!"

"......."

아주 행복한 사실을 전달해 온다.

아마도 나라는 존재가 계속해서 케찹이 옆에 붙어 있는 걸 본 세네라는 분이 난이도 상위 조종을 때렸나 보다.

물론 그 말에 반응하는 건 나 대신 사렌인 것 같지만 말이다.

"누, 누나, 무슨 말이야! 난 억울해!"

"이 나쁜 놈! 덮쳐서 임신시켜 놓고 이제는 버려?!"

"나, 나 아니라니까!! 뭘 덮쳐!"

부들부들.

사렌은 얼마나 분하면 막 떤다. 진동 청소기(?)처럼.

사렌은 지금 눈이 뒤집혀서 당장이라도 케찹이를 향해 돌격하려 하고, 그 모습을 본 케찹이는 완전 졸았다.

그리고 그걸 보던 난 둘의 사이를 말렸다.

"사렌 양,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사렌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말리지 말아 주세요."

"그건 당연하지."

그래,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난 퀵 서비스로 케찹이를 사렌에게 보내 줄 테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다.

케찹이는 결백하다!

이건 나의 신념이 담긴 진실!

그만큼 케찹이는 빈유를 싫어하는 걸 난 그 누구보다 안다.

물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이건 내가 확신한다.

케찹이는 글래머를 좋아해.

문제는 확실하게 결백함을 증명하는 걸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나 어설픈 증거물로는 안 통한다.

워낙 이놈이 나쁜 놈이어서 말이지, 아무도 안 믿는다.

그러니 한 방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걸 들이대야 한다.

"흐음......."

난 심각하게 고민에 잠겼다.

케찹이의 무죄를 증명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걸 증명하면 된다.

그럼 일명 게임 오버다.

하지만 그게 힘들다는 것.

이 세상에서 초음파를 찾아서 그녀의 배 속을 검사한다는 것도 웃기고,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딱히.......

"이 나쁜 찌꺼기 같은 놈!"

"저질!"

"이 개보다 못한 놈!"

"......."

한편 케찹이는 마요네즈와 길쉬, 버스틴에게 계속해서 욕을 들어먹고 있다.

그런데 참고로 궁금한데, 마요네즈와 길쉬는 그렇다고 쳐라. 버스틴 님은 그런 말 할 군번이 아닌데?

맨날 이리엘 옷 물어 찢으려는 변태성을 가진 당신이 케찹이를 비난할 수준이 아니라는 걸 본인이 모르는 건가?

흠.......

"피엘."

"......?"

난 혹시나 해서 피엘 님을 방문했다.

우주선을 만들었던 저분이라면 초음파 기계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그분을 찾았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하지만 믿을 사람은 역시 피엘뿐이다.

난 의아한 듯 바라보는 피엘을 향해 약간 긴장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초음파 기계 같은 거 없냐?"

"......."

물었다.

물론 이런 나의 반응에 피엘은 경악했다.

당연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찾는 걸 보면 당연히 경악하는 게.......

"헉! 내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그걸 어찌 아는......."

"......?"

자, 잠시?

뭐? 비밀리에 개발해?!

그, 그럼 있다는 거야?! 진짜 초음파 기계가?

아니, 그런데 그건 왜 만들고 있는 건데? 어디다 쓸려고?

"......."

케찹이는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그 이유는 2차 재판(?)이자 최후의 재판이 벌어졌는데, 자신의 유일한 아군인 프레젠이 안 보이는 거다.

"이런, 프레젠 님도 너를 포기했나 보네."

"아, 아니야! 누나, 난 아니라니까!"

한편 그 모습을 보고 냉혹한 표정을 지은 채 한마디 하는 사렌과 당황해서 화들짝 놀라는 케찹이. 둘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 그럼......."

"......!"

그 순간 사렌이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케찹이에게 다가오고, 그걸 본 케찹이는 뒷걸음질을 했다.

도망가야 한다. 지금 잡히면 그냥 죽는 게 아니다.

그럼 어떻게 죽느냐고?

예술적으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도망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미 모든 남자들이 케찹이의 도망 루트를 다 봉인해 버렸기에 말이다.

"죄송해요!"

"......?!"

"......?!"

그 순간 갑작스럽게 네니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고, 그 말에 모두들 무슨 말이냐는 듯 네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시선에 네니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했다.

"모두 거짓말이에요. 케찹 님이, 케찹 님이 너무 좋아서 그만......."

케찹이의 무죄가 판명되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무죄로 판명된 사람, 아니 요정의 대우일까?

분명 은애와 연희, 그리고 이리엘은 정말 정중하게 케찹이에게 사과했지만, 나머지 분들은 아예 사과의 '사' 자도 안 한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네니를 동정했다.

"저런 나쁜 놈을 좋아하다니 불쌍해."

"맞아, 맞아!!"

"이건 재앙이야!"

"......."

세네가 위로받고 있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 누구도 케찹이의 편이 없었다는 거다.

뭐 그나마 편이라고 하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젠은.......

"뭐? 3년?!"

"3년이 아니라 그 이상."

"지금 장난치냐?!"

초음파 기계의 탄생일(?)을 듣고 어이없어 했다.

분명 피엘은 만드는 중이라고 했지, 완성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만드는 기간이 아직 3년 이상이 남았다는 피엘의 전언이다.

간단하게 말해 프레젠은 이번 사건에서 한 게 전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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