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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이리엘의 결심 (77/100)

제5장 이리엘의 결심

"허?!"

난 갑작스럽게 우리가 있는 곳을 방문한 한 여인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분명 지금은 전시 상황이어서, 우리가 있는 곳을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저분은 너무나도 유유자적 들어온 듯싶다.

그리고 그 이유로 보자면 멍 때린 남정네들이 참으로 착하게도 안내까지 해 주었다.

아참, 물론 이것만으로도 놀랍지만 난 그분의 모습을 보고 더 놀랍다.

익숙한 얼굴이었으니까.

저번 이리엘이 자고 있던 곳을 지키던 서큐버스 마님(?)이다.

물론 저번에 이름이 이리엘의 입에서 한 번 거론된 것 같지만 너무 시간이 흘렀고, 단 한 번뿐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네니."

"허억."

하지만 이런 걸 케찹이가 단숨에 기억한다.

아니, 케찹이 자식 단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절대 기억자의 존재인가?!

어떻게 그렇게 시일이 지났는데, 단 한 번 들은 것을 기억하지?

"아, 맞다."

저분이 여자였지.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케찹이가 머리가 좋아지는 시기가 딱 세 번 있다.

첫 번째 술 관련된 일

두 번째 여자 관련된 일.

세 번째 나쁜 일 계획할 때.

이때는 케찹이의 뇌가 마치 아껴 쓴 걸 모두 한꺼번에 회전시키듯이 완전 다른 존재가 된다.

그만큼 이 세 가지에는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나저나 왜 온 거지?

"갑자기 무슨 일이?"

왜 뜬금없이 이런 위험한 곳까지 손수 방문했냐는 것이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네니는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주님이 부르셨습니다."

"공주님? 이리엘?!"

"네."

"......."

이리엘이 불렀다고? 뭔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오늘 이리엘이 네니를 부른 이유는 이것이었다.

도울 수 있는 방법, 한마디로 자신의 주인님인 프레젠을 도와 히든 클래스를 찾는 데 협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맨날 자신 때문에 온갖 고초(이리엘 효과)를 당하면서도 항상 웃어 주고, 이상한 변태들로부터 항상 자신을 지켜 준다.

하지만 자신은 주인님에게 마땅히 해 준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생각해 낸 게 어떻게 해서든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히든 클래스의 단서를 찾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벗으십시오."

"네니?!"

그때 갑자기 나온 네니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에 이리엘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런 이리엘을 향해 네니는 말했다.

"공주님의 감춰진 능력만 사용한다면 이 전쟁은 단 1분 만에 종료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공주님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

"공주님의 서큐버스로서의 능력은 역사상 최고라는 걸요. 공주님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어떤 남자라도, 그 어떤 존재라도 노예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

"심지어는 같은 여자들도 말이죠."

"......."

"그리고 그걸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그 꽁꽁 드레스를 벗으십시오. 물론 처음부터 무리하게 요구는 하지 않습니다. 발목까지 오는 치마로 바꾸십시오. 프레젠 님을 도우고 싶다면."

"......."

"......."

"......."

"......."

"......."

참고로 저 위에 말 없는 사람들은 남자다.

참고하도록.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이리엘, 그녀의 변신 덕택이다.

갑자기 네니를 만나고 나서 이리엘이 꽁꽁 드레스를 벗었다.

그러고는 일반적인 드레스를 입었다.

정말 일반적인 드레스다.

치마가 단지 무릎까지 와서 발이 보인다는 그 전설의(?) 드레스. 그리고 추가로 목이 보인다는 그 전설의 드레스가 아니라!

어찌 됐든 정말 노출을 꺼려하는 여자들이 입는 옷 중에서 제일 난이도가 낮은 옷이다.

하지만 왠지 이리엘이 입으니까, 그게 뭐라고 해야 하나.

미묘, 복잡, 짬뽕 같은 느낌이.

"꿀꺽."

"꿀꺽."

"꿀꺽."

그때 침묵을 깨고 들려오는 침 넘기는 소리, 참고로 이것도 남자들이다.

아, 물론 나도 저기에 동참하고 싶지만 난 참아야 했다.

왜냐고?

은애 양과 연희 양이 바로 내 옆에서 날 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속으로 대신 꿀꺽이라고 해 두자.

"주, 주인님, 이상해요?"

그 순간 다들 미묘한 반응을 보이자, 이리엘이 심각하게 당황하면서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상할 리가 없다.

진짜 단지 아주 평범하고 극평범한 드레스를 입었을 뿐인데, 저 너무 하얀 살결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막 온몸에서 불타오른다.

잠, 잠시만!

불타올라?!

헉! 이런 느낌은 분명......!

"꺄아악!!"

"캬르릉."

"꾸러럭."

마침 절묘하게 이리엘의 깜찍한, 아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어느새 늑대로 변신한 요정 두 마리(케찹이, 마요네즈)와 인간 두 명(길쉬와 버스틴)은 그대로 이리엘에게 달려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찌감치 눈치를 채고 이리엘의 앞을 내가 막아선 거다.

물론...... 내가 있든 말든 이미 이성 날아간 그들이 멈출 리는 없다.

그렇다면?

강제로 멈춰야지.

어느새 바닥은 피로 물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피의 제공자들은 고이 땅바닥에서 잠들어 있는 그분들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포악한 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말이다.

"엄청나군요."

"......엔딘."

그때 어느새 내게 다가와 긴장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엔딘.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당황스럽다는 듯 물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이리엘 효과인가요?"

"어."

묻는다.

엔딘조차도 당황스럽게 만든 이리엘 효과, 즉 그 말은 엔딘도 그 효과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남자인 이상 말이다.

물론 추가로 계속 개폼 잡고 계신 루얀 님, 저 님도 움찔하는 거 목격했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이리엘 효과가.......

"만약에 조금 더 강했다면 추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한편 엔딘은 내게 그렇게 말했고, 난 그런 엔딘을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긴장 타는 게 좋아."

"......??"

"저건 아직 진짜가 아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진정한 이리엘 효과는......."

지금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

한마디로 엔딘이 염려하는 추한 모습(엔딘이 이리엘 덮치는 광경)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참고로 말하는데 궁극의 이리엘 효과, 이건 나만 경험해 봤는데 이리엘이 달라진다.

물론 특수한 병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만약 발병되는 순간 그대로 모두 전멸할 게 분명하다.

저번에 위에서 쟁반 내려와서 기절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으니까.

"이제 된 걸까?"

이리엘은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네니에게 물었다.

단지 아주 평범한 드레스였을 뿐이지만, 이리엘에게는 너무나도 난이도가 높은 드레스였다.

물론 그뿐 아니라 또다시 이성을 잃은 남자들의 습격에 추가로 놀라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리엘의 질문에 네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프레젠 님을 유혹하셔야 합니다."

"주, 주인님을?!"

"네, 프레젠 님만큼 공주님의 유혹을 잘 이겨 내는 존재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프레젠 님만 정복(?)한다면 모든 존재를 유혹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더 벗어야 합니다!"

"......."

"......."

도대체 이리엘이 왜 그런 복장을.......

아니, 그러니까 무척 평범하다 못해 완전 난이도도 없는 옷을 입은 것 가지고 그런 말 하는 내가 약간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데, 진짜 매번 꽁꽁 드레스만 보다가 이리엘이 그런 거 입으니 정말 뭔가 확 달라진 느낌이다.

차라리 평소에 그런 드레스 입다가 미니스커트 입는 게 적응하기가 쉽지.

살이 아예 안 보이다가 살이 갑자기 보이니 이거야 원.

"주인님."

"이리엘!"

난 그때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이리엘의 목소리에 반갑게 맞이했다.

난 물어보려고 했다. 도대체 왜 갑자기 네니를 만나고 그런 이상한(?) 복장을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추가로 내가 봤을 때 그 복장하고 울먹거리고 있는 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말이다.

"헛!"

하지만 그 순간 난 이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가 돌렸다가 숨이 막혔다.

뭔가 갑자기 공기가 확 사라진 기분?

그리고 그 이유는.......

"치, 치마가......."

무릎까지 오는 드레스로 갈아입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위의 옷도 반팔 정도의 짧은 옷이다.

하악, 하악.......

아, 아니, 잠시! 뭐 하는 거냐!

난 순간적으로 뭔가 나사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가 화급하게 정신을 차렸다.

옛날이라면 분명 견뎌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경력이(?) 쌓이면 강해진다. 한마디로 노련해진다는 거지.

"이, 이리엘, 그, 그 복장은?"

난 최대한 진정하려고 했지만 마구 당황해서 떨리는 말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이성민! 진정해라! 진정하는 거야!

왜 이렇게 발악(?)을 해 대는 거냐!

릴렉스!!

'덮쳐.'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너무나도 달콤한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없지만, 나에게 어떤 한 존재가 보인다.

나의 모습을 했지만 아주 자그마한 존재.......

그뿐 아니라 그 존재는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특히 인상적인 머리에 난 두 개의 뿔.......

그렇다면! 저게 그 유명하다던 내면의 악마님?!

한편 그분은 나에게 야릿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덮쳐!'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덮치는 거야, 인생 뭐 있어?'

"......."

'덮치는 거야. 하악, 하악. 생각 해 봐, 죽일 거야.'

"......꿀꺽."

난 그때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 그런 엄청나게 나쁜 생각을!

그렇지만 내가 나를 다독이려고 하자, 그럴 시간조차도 주지 않고 연타를 날리는 악마님.

'어차피 넌 주인이야. 상관없잖아?'

"......."

'그리고 이리엘이 처음에 만났을 때 한 말 기억 안 나?'

"그, 그건......."

'그래, 기억나지? 주인님이라면 당연히 어쩔 수 없다고 준비의 시간을 달라고 말이야.'

"......으읍."

'그 말은 '나를 덮쳐 주세요!'라고 말하는 간접 표현!'

"헉!"

난 악마의 그 말에 잠시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그런 엄청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덮쳐 달라는 간접 표현이라니, 말이 되냐!

내가 무슨 케찹이냐!!

그런 단순한 논리에 넘어가게.

아니, 그것보다!

"왜 천사는 안 나와?!"

보통 악마 나오면 천사도 나와서 '안 돼요! 당신은 맑은 사람이잖아요'라든가 이런 대사는 기본 아닌가?

근데 왜 저 악마 놈만 나와서 계속 나불거리는 거지?

'풋.'

"......뭐냐?!"

그때 갑자기 그런 나에 질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 그 악마.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말했다.

'네놈 따위에게 천사가 살 공간이 있다......고 생각해?'

뭐라고?! 그 말은 내 안에는 아예 천사가 없어?!

"뭐 하는 거야?"

"선배."

"헉!"

그때 악마와 놀고 있던 나를 한심한 어조로 부르는 은애와 걱정스러운 듯 부르는 연희.

순간적으로 악마는 날아가고, 내 눈에는 두 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이 들어왔다.

아니, 이게 아니라.......

"절대 이상한 생각은 안 했어!"

무조건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거다.

한편 이런 내 말에 은애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안 물어봤는데."

"......."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때린다.

아니, 지금 뭔 소리를 해 대는 거냐!

잠시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혼란스러웠는데!

그래! 이리엘하고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어? 이리엘은?!"

"......?"

"......?"

근데 이리엘이 없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에 이리엘은 행방불명됐다.

무슨 일이지?

"언니가 말해 줬어."

"......?"

그때 갑자기 언니가 말해 줬다고 하는 은애.

응? 뭘 말해 줘?

"네가 4시간째 갑자기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고."

"......4시간?!"

"무슨 생각을 4시간이나 해."

헉! 악마와 놀았던 시간이 4시간?

아니, 난 전혀 자각 못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날 이상하게 봤을까?

아니, 그렇겠지.

4시간 동안 혼자서 중얼거리는 놈이라니, 미친놈이지.

난 이왕 이렇게 된 것, 연희와 은애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어차피 또 이리엘 앞에만 서면 난 어찌할 바를 모르기에 차라리 같은 여자인 그녀들이 이리엘에게 물어봐 주길 원했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그런 파격적인(?) 옷을 입는지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절대로 그 옷 입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런 내 부탁에 그녀들도 꽤나 궁금했는지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서 난 지금 그녀들을 이리엘의 방에 들여보내고 이리엘의 방 앞에서 대기 중이다.

그런데.......

"뭐지? 이 야릇한 느낌은?"

알 수가 없다.

굳이 표현을 하라면 케찹이와 마요네즈가 동시에 내 양팔을 날름날름 핥는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이 나를 장악한다.

왜 그러는 거지?

왜, 왜, 왜?!

"꺄악!"

"......!"

그 순간 신비로운(?) 기분에 의해 고민에 잠겨 있던 나를 잠재우는 비명 소리.

그리고 그 비명 소리는 이리엘의 비명이었다.

잠시!

왜 갑자기 이리엘이 비명을 지르지?!

설마 침입자라도?!

하지만 침입자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데, 단지 방 안에는 세 명의 인기척뿐이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연희와 은애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이리엘만 비명을 질렀다는 거다. 왜 이리엘만......?

잠시만!

이딴 생각을 할 시간이 아니다.

일단 비명이라면 별로 좋지 못한 것에 포함되니까.

콰앙!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실례인 거 알지만, 노크도 없이 이리엘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

난 말이 안 나왔다.

그 이유는 내 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 덕택에.

아니! 세상에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광경이 있다니!!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말 그대로 행복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보기만 해도 침 질질 흐릴 만한 초미소녀 세 명이 침대에서 엉켜 있다.

그뿐 아니라 두 명의 미소녀는 어느새 상위를 벗고 브래지어를 보인 채 한 미소녀의 옷을 벗기려고.......

"꺄울!!"

잠시, 이게 아니라!!

난 너무나도 아름다운, 아니 충격적인 장면에 잠시 맛이 가 버렸지만, 금세 제정신을 차렸다.

지금 상황이 멋지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광경인 건 맞지만, 나름대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연희와 은애가 이리엘을 덮치고(?) 있어!!

그것도 윗도리를 벗은 채 말이다.

근데 왜 치마는 둘 다 안 벗...... 퍼억! 이 자식아, 뭔 생각 하는 거냐!

난 이런 긴급 상황에도 이런 남자의 본능이 일어나는 거냐!

난 얼른 내 자신의 대가리를 때리고는 정신 차렸다.

그러고는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 아니 할 필요도 없었다.

막아야 한다. 저걸 말이다.

물론 속으로는 말리지 말고 관람하라......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이리엘의 보호하기 위해서 침대로 돌격했다.

절대 이상한 의미 아니니 오해 말도록.

그런 다음 이리엘을 빼돌리려고 했는데.......

"헉!!"

나도 묻혔다.

순식간에 이리엘과 연희, 은애에게 샌드위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이건 무슨 상황이지?

아니, 뭐 이리 부드럽고 향기로운 냄새들......?

또, 또, 또!

정말 나 왜 이러는 거냐!

정신 차려, 인마!

난 그러면서 최대한 아무도 다치지 않게 그녀들을 떼어 놓으려고 하지만, 연희와 은애의 힘이 장난 아니다.

아마도 이리엘 효과에 부여되는 부가 효과의 하나로 추정되는.......

참고로 절대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은애와 연희에게 힘이 딸려서(?) 그저 묻혀 있을 뿐.

진짜다. 진짜라니까!!

"변태."

"......."

"주인님....... 흐윽."

은애가 맨정신(?)으로 돌아와서 내게 던진 한마디였다.

그리고 흐느끼는 은애와 홍당무와 친구 맺은 연희까지, 진짜 왠지 내가 나쁜 짓을 한 느낌이랄까?

"부, 불가항력이었어!"

"......."

"......."

"......."

"그러니까 이성을 잃은 너와 연희를 이리엘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너희들이 나를 압도하는 힘으로 짓눌러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같이 즐기...... 아니, 묻힌 거야!"

"......."

"......."

그렇다.

절대적으로 난 억울하다.

난 그저 힘없는 남자로서 저항을 하지 못한 피해자(?)일 뿐이다.

한편 그런 나의 핑계에도 전혀 아무도 믿지 않는 시선들, 내가 그토록 믿음이 없는 존재였나?

"알았어. 믿어 줄게."

"......!"

그때 은애의 한마디에 난 감동 받았다.

미, 믿어 준단다! 나를 믿어 준대!

아니, 왜 이 말이 이렇게 감동적이기는 모르겠지만, 눈물까지 울컥한다.

이 사나이 가슴에 불타오르는 감동?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정말 처음으로 '믿음'이라는 단어를 들은 나다.

이런 감동은.......

"대신 조건이 있어."

"......."

감동을 만끽하려는데 조건이 있다는 은애.

저기요, 믿어 주는데도 조건이 있나요?

이건 뭔가 미묘하다. 조건 받고 믿어 준다니, 이게 진짜 믿어 주는 건......가?

왠지 모르게 이런 노래가 떠오르는군.

'나를 한번 믿어 봐!'

하지만 별 효율은 없을 것 같고.......

그래, 차라리 어떤 조건을 받고 믿어 주는 게 낫겠다.

좀 뭔가 이상하지만, 일단 믿는다잖아!

"그게 뭔데?"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조심스럽게 은애에게 물었다.

그러자 나를 보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제일 좋았어?"

"으응?"

"감촉 말이야."

감촉?

솔직하게 말해서 감촉이야 다들 살결이 너무 부드러웠다.

일명 판타스틱?

아니, 판타스틱이라는 말조차 부족하다.

부럽지, 부럽지? 부러워서 미쳐 버릴 테다.

아니,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판타스틱 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연희와 은애 중 한 명이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일단 상체를 벗고 있어서 살결이 느껴지고, 특히 뭔가 뭉클뭉클, 아니 잠시 내가 무슨 생각을!!

"변태, 정체를 드러냈어."

"오, 오해야!"

"변태, 변태, 변태!"

"아악!"

난 깨달았다.

낚였다고.

그것도 파닥파닥.

제길, 나도 모르게 그 과정을 생각해 버려서...... 으악!!

난 이리엘에게 모든 설명을 들었다.

이리엘이 그런 파격적인(?) 복장을 한 이유를 말이다.

그리고 난 그런 이리엘이 참 고맙기도 했지만, 일단 그런 복장은 위험해서 말했다.

"이리엘은 그냥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난 기운이 넘쳐흐르는걸."

"주, 주인님."

"그러니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그냥 내 옆에만 있어 줘."

"주인님! 흐엉!!"

덥석.

"......."

그때 내가 생각해도 열라 멋진 대사에 울면서 나에게 덥석 안기는 이리엘.

그래, 이리엘.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게 낫다.

이리엘이 움직이면 모든 게 뒤죽박죽된다.

그러니 그냥 계신 게 너무나도 유익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오늘 하나 더 깨달았는데, 이리엘 효과는 여자들까지 습득(?)할 수 있는 초강력 기술이었다.

만약에 이 기술이 세상에 나온다면, 세상은 멸망(?)할 거다.

아니, 지금 내 말이 농담같이 들리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진짜다.

이리엘 효과, 그게 발동해서 만약에 모두 이리엘을 덮치려고 달려든다면...... 아주 감당 안 된다.

지상 최강의 기술이자 영원히 봉인되어야만 하는 기술.

그리고...... 난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리엘! 그녀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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