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4장 금주 (72/100)

제14장 금주

"나 술 끊을 거야."

"......."

"......."

"......."

"......."

케찹이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는 아니고 그냥 흘러나오는 개소리.

다른 분이 그런 소리 하셨다면 그저 조금이라도 귀담아 줄 만한데 그게 케찹이라는 점에서 전혀 귀를 기울여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지나가던 똥개 한 마리가 도박 끊는다는 소리가 훨씬 신빙성 있겠다.

어찌 됐든 전혀 무시해야 한다.

한데 이런 우리의 반응이 냉담하자 케찹이는 갑자기 흥분하더니 따졌다.

"지, 지금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하지만 그런 케찹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믿는 놈이 등신이지."

"......."

"난 등신이 되기가 싫다네."

그렇다.

그딴 말도 안 되는 거 믿어서 등신 되는 건 사양이거든.

다음 날.

"어?"

난 예상외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진짜 케찹이가 술을 안 처먹고 있다는 거다.

분명 지금쯤 술병이 주변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술병은커녕 진짜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베개를 물어뜯고 있는 케찹이만 있을 뿐이다.

서, 설마 진짜로 안 먹은 거냐?!

"어때?!"

나를 보고 베개를 물어뜯는 걸 관두더니 씩씩거리면서 말하는 케찹이.

어떻기는.

깜짝 놀랐다.

진짜 하루 동안 술을 안 먹을 줄이야.

하지만.......

"오늘 안에 처먹겠지."

"......!"

난 자신 있게 말한다. 오늘 안에 마실 거라고!

다음 날.

"......."

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 이유는.......

"케찹이."

완전 끈으로 묶여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케찹이 때문이다.

한편 케찹이는 나를 향해 마치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어때?"

하지만 난 인정할 수가 없다.

케찹이 자식이 술을 끊다니!!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우리 내기하자!"

"그래! 내기! 내기!"

"케찹이가 진짜로 술을 끊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때 어느새 케찹이를 보고 남자들이 내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견딜 것 같은데?"

"나도! 나도!"

"저도 마스터가 견딘다에 걸겠어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그건 모두 케찹이가 술을 끊는다는 믿음.

하지만 난 절대 저 믿음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절대!

그래서 나는 말했다.

"......케찹이 술 못 끊는다에 전 재산 콜."

"......!!"

"지, 진짜?"

"컥!"

과감하게 배팅해 버린다.

넌 술 못 끊어, 임마!!

사흘째.

"......독한 놈."

난 진짜로 나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견디는 케찹이를 보고 중얼거린다.

정말 이렇게까지 선전할 줄이야.

아니, 어찌 보면 내 말이 큰 자극제가 되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케찹이가 술을 못 끊는다는 데에 내 전 재산을 올인했다.

그 말은 즉 지금처럼 나가면 나의 전 재산이 나가 버린다는 거다.

그럴 순 없다.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술을 먹이고 만다."

그래, 술을 먹이고 말 것이다.

네놈은 먹고 말 것이야.

난 케찹이 주변에 술을 들이댔다.

아니, 그뿐 아니라 안주도 들이댔다.

간단하게 말해 고양이 앞에 생선, 아니 생선 곱빼기를 댄 거다.

한편 그걸 보고 그대로 침을 꿀꺽 삼키는 케찹이.

이미 예상한 반응이다.

이제는 부채질만 하면...... 크크!

"힘들지?"

"......."

"난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싫어. 그래서 가져온 거야. 지금 몰래 살짝 먹어. 내가 비밀로 해 줄게."

"......."

"지금 나밖에 없어. 아무도 없어."

난 비밀로 해 준다면서 유혹하기 시작했다.

물론 비밀? 웃기지도 않는다.

내가 왜 이렇게 번거롭게 술과 안주를 가져온 건데!

오직 내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내 이런 말에 케찹이는 한참이나 갈등을 했다.

하지만 잠시 후였다.

"......안 먹어!"

"......!!"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소리를 만든다.

아니! 지금 안 먹는다고?!

바로 네놈 앞에 술과 안주가 있는데 안 먹는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반칙입니다!!"

"와, 진짜 반칙이야!"

"제길!"

그때 뒤늦게 나의 속셈을 알아챈 상대편에서 반칙이라고 난리를 피운다.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제길!!

감시가 삼엄해졌다.

일명 케찹이를 내 앞에서 지키기 위한 연합군(?)이 결성되었다.

이제는 대놓고 술로 유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사실 일단 이 내기의 중점은 케찹이의 입에 술이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가 중요하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다.

크크. 그 말은......!

"술을 듬뿍듬뿍 넣어 주세요."

"저기 과자인데, 정말로요?"

"정말로요. 크크크."

"......."

과자를 통해서 몰래 술을 넣고 그거 먹게 하면 미션 종료라는 거.

어머나.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멋져!

"케찹아, 과자라도 먹어."

"......?"

난 케찹이에게 과자를 내밀었다.

하지만 과자를 내밀자 케찹이는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난 미리 준비한 대사를 때린다.

"과자에는 모르틴이라는 성분이 많아서 술을 끊기에 좋대."

"정말?"

"그럼, 정말이지."

크크! 그걸 또 믿어, 이 바보야.

모르틴이라는 성분이 뭔지도 모르고, 과자가 금주와 뭔 상관이냐?

그렇지만 뭐가 있어 보여야 속이기 편하니까 말이야.

어찌 됐든 난 거의 다 넘어온 케찹이를 향해 그 과자를 내민다.

하지만.......

"성민 군?"

"헉!!"

그 순간 하필 엄청난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목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다.

"은애 양......."

싱긋.

어느새 그 아름다운 얼굴로 나를 보고 싱긋 웃는 은애 양.

아악! 저 아름다운 미소에 나도 모르게......!

"왜, 왜?!"

최대한 침착해야 한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순간, 눈치 100단 은애 양이 알아낼 게 분명하니까.

"저 과자, 그냥 과자야?"

"......!"

내가 염려하던 걸 그대로 집어내는 은애 양.

분명 당황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아니 일단은 변명을!

"그, 그럼 그냥 과자지, 설마 술이라도 탄....... 앗!"

"......."

"......."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잘못 나왔다.

제길! 이건 아닌데.

왜 하필!!

방긋방긋.

한편 당황하는 나를 본 은애 양은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만 짓는다.

그리고 그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왜 우리 성민 군은 술 끊겠다는 사람, 아니 요정을 못 괴롭혀서 난리일까?"

"......."

"남 잘되는 모습은 보기 싫은 나쁜 마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자식은 못 끊을 테니까 내가 미리 조금이라고 고통을 덜어 주려는 순수한 마음?"

"......."

"......."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은애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아아, 부드...... 아니, 이게 아니지.

"자, 그만 방해하세요, 성민 군."

"잠시 그러니까 방해가 아니라......."

하지만 난 거의 불가항력으로 은애 양에게 끌려간다.

아악! 이건 아닌데!

나의 완벽했던 작전이!

이러면 내가 내기에서 지는 거야?

안 되는데!

"케케케케."

한편 케찹이는 은애에게 끌려가는 성민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선가 사탕 하나를 꺼내더니 그걸 먹으면서 감탄하듯 말했다.

"으음, 이 맛."

사실 케찹이가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건 오직 이 사탕 덕택이다.

100% 술로 만들어진 자연산 사탕, 이거 덕택에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이게 없었더라면 그때 성민이 술을 갖다준 날에 게임 오버였다.

"크크! 나의 승리인가?"

케찹이는 뿌듯한 듯 미소 지었다.

이게 바로 승리자의 쾌감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기분 좋다!

콰앙!!

"......!!"

하지만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갑자기 성민이 다시 쳐들어왔다.

그러고는 그대로 굳어 버린 케찹이에게 날아와서는(?) 외쳤다.

"이 자식 지금 뱉어!!"

"으읍!!"

뱉으라고 한다.

물론 케찹이는 그대로 그 사탕을 삼키려고 하지만, 성민이 한 수 앞서서 그 사탕을 뱉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사탕을 탐색하던 성민은 소리쳤다.

"역시 술이잖아!"

"......."

물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애는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말했다.

"둘이 이런 쪽으로는 정말 머리가 좋아. 그걸 다른 쪽에 사용하면 엄청 좋을 텐데. 아니, 그리고 누가 둘이 형제(?) 아니랄까 봐 하는 생각도 동일하네."

성민과 케찹이가 들었으면 발작할 소리였지만, 이미 술사탕(?)으로 티격태격하는 그들이 듣기에는 무리였다.

<『히든 클래스』 6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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