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지옥
사실 거인의 도시, 별것 없었다.
그저 큰 동네라는 것밖에.
그리고 그 증폭 페리어의 직업에 대한 문이 열린 장소가 있는 장소라는 것밖에 말이다.
한마디로 걔들은 너무 커서 우리들 보려면 현미경(?)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나도 안전하다 못해 급 안전이다.
그러니 이제 해야 할 일은 천족과 마족의 화해 기념(?)으로 열린 문을 따라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간단하게 이제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가 거슬린다.
방금 전 케찹이의 모습.
케찹이지만 케찹이가 아닌, 그리고 저번 꿈속에서 느꼈던 그 무지막지한 힘.
그뿐 아니다. 갑자기 그 케찹이의 이상 현상에 나도 멋대로 반응하더니 변신 때리기까지 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왓 두 유 두 미?"
그 순간 괜스레 케찹이 때문에 머리 아파하는 나에게 방금 전까지 기절해 있다가 벌떡 일어난 케찹 군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한마디 했다.
그리고 난 그런 케찹이에게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괜찮냐?"
"당연하잖아. 난 킹왕짱인데."
"......."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뭔가 엽기적인 대답이다.
케찹이다!
바로 이게 진정한 자연산(?) 케찹이의 모습.
그렇지만 방금 전 개미를 소멸시킬 때의 케찹이는 이런 정상(?) 케찹이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카리스마 풀풀 넘치는 미친 케찹이였다.
"너 기억 나냐?"
"......?"
난 케찹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뭔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케찹이.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다시 한 번 말했다.
"방금 전 개미 쓰러뜨렸을 때."
"......."
물었다.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말이 없는 케찹 군.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케찹이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기, 기억나! 나 짱 멋있었다면서?!"
"......."
......개소리를 하신다.
임마! 기억나는 놈이 들어서 말하는 것처럼 대답하면 어쩌자는 거냐.
물론 자기 딴에는 엄청 멋졌다는 일행들의 말을 듣고 무조건 우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런 개폼 잡을 때가 아니라고.
난 다시 그런 생각과 함께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임마."
"......."
"기억 나냐, 안 나냐."
"그, 그게......."
"......."
"그러니까."
"어서 말해."
"그, 그러니......."
"......."
내가 다소 진지하게 묻자,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케찹이.
왠지 진실은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자기 개뽀대 났던 모습은 자기였다고 하고 싶고 참으로 지딴에는 큰 고민일 테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이자 케찹이는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그게 사실은 기억이 안 나."
"......."
"갑자기 정신이 뿅 하고 사라졌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
그럼 개미를 단숨에 소멸시켜 버린 케찹이는 그때 의식 불명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압도적인 힘인 생기지?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찹이에게 물었다.
"그럼 기절하기 전 뭐 이상한 느낌이라든가 그런 거 없었냐?"
"글쎄. 나도 갑자기 기절을 해 버려서...... 아!"
"......?!"
그 순간 갑자기 케찹이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난 그 모습에 케찹이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더니 케찹이는 말했다.
"기절하기 전 무슨 소리가 들렸어!"
"......!"
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소리? 무슨 소리?!
케찹이의 말이 이어졌다.
"모든 것에 대한 파멸?"
"......."
그때 케찹이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
뭐? 모든 것의 파멸?
그게 케찹이가 기절하기 전 들려온 말이라고?
도대체 뭔 의미냐.
아니, 그리고 왜 아까부터 계속 이 알 수 없는......?
으아악! 머리 아파 죽겠네.
제길, 일단은 증폭 페리어가 근접했으니 그 직업을 얻은 뒤 다시 생각하자.
"도착했습니다."
"......으응?"
한편 케찹이 덕택에 찜찜함을 안고 그저 무작정 따라가던 내게 들려오는 엔딘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도착했다고?!
"여기입니다."
"아!"
도착했구나.
어느새 내 앞에 있는 게이트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빛난다.
으응? 뭔 말이냐고?
무슨 동그라미 게이트가 하나 있다.
한데 그 게이트에서 빛이 난다라는 심오한 뜻이라는 거지.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여기만 넘어가면......."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문이 열립니다."
"......."
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미 다른 일행들은 저 빛이 나는 게이트를 통해 들어간 이후다.
하지만 나와 케찹이는 들어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잡탱이들(?) 없냐?"
"안 보이는데?"
"아직 모르는 건가?!"
"그런 것 같아."
잡탱이들 즉, 데리트와 아이들(?) 분들이 혹시나 있나 하는 최종 확인을 위해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분들은 아직 이 게이트는 찾지 못했는지 그 어떤 흔적도 낌새도 없다.
그렇다면 어서 저 게이트를 통과해서......!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당장 그 게이트를 통과하려고 그 게이트가 있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잠시 후 난 깜짝 놀란 어조로 말했다.
"어?"
게이트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빛나는 게이트가.
그리고 빛나는 게이트 대신 뭔가 검은색의 게이트만이 존재한다.
저, 저기 잠시!
바, 방금 분명 저기에 빛나는 게이트 있었잖아?!
그런데 그 게이트는 어디 가고 저 검은색의 게이트가!
"어? 게이트 어디 갔어!"
그때 당황하는 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케찹이의 한마디.
그건 나도 무척이나 지금 궁금하다.
왜 빛이 나던 게이트가 사라지고 어느새 저런 검은 게이트가?
나는 무척이나 당황하면서 그 껌둥이 게이트에 대해서 그저 멍 때렸다.
그런데 그 순간!
파아앗!
"어?!"
"뭐야!!"
"이건 뭐임?!"
그때 그 까만 게이트가 나와 케찹이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힘으로 말이다.
나와 케찹이는 순간적으로 그 힘에 대응해서 안 끌려가려고 하지만 그 힘이 진짜 얼마나 강한지 눈 깜빡할 사이에 몸은 이미 그 게이트에 흡수되어 버렸다.
아아악!!
왜 빛 게이트에서 껌둥이 게이트로 바뀌더니 나와 케찹이를 흡수하는 거냐!
"저기, 선배가......."
연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성민이 걱정스러워서 엔딘에게 물었고, 엔딘도 그 물음에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알지를 못했다.
왜 그들이 안 오는지.
물론 다시 게이트를 통해 통과할 수만 있다면 가겠지만 이 게이트는 한 번 통과 이후 며칠이 지나야지 다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그렇기에 지금 성민과 케찹이가 어찌 된 건지 알 수가 없는 일.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 파티의 주인공은 성민이었으니까.
그가 없으면 전설의 히든 클래스든 뭐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여기는 어디니?"
"내가 알 것 같음?"
"모를 것 같은데."
"빙고임."
"......."
"......."
나와 케찹이는 이상한 동네에 떨어진 뒤 화사한(?) 잡답을 나눈다.
그 검은 게이트에 흡수당해서 나온 동네.
전혀 뭐 하는 동네인지 알 수가 없다.
"아아악!!"
"그, 그만!!"
"아아악!!"
"제, 제발 그만!!"
"크아앙!!"
"......."
"......."
그때 어딘지 모를 장소에 떨어져서 어리둥절해 있던 나에게 들려오는 쌈박한(?) 비명 소리.
마치 지옥에서 고문당하고 있는 듯한 비명 소리인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아니, 그러고 보니 지옥 하니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진짜 지옥 같네?"
물론 실제로 지옥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어두침침한 분위기라든가 붉은색으로 도배가 된 내 주변들. 그뿐 아니라 저 화려한 비명 소리까지.......
그냥 느낌으로 완전 지옥 포스다.
"크크크! 애송이들 반갑다."
"......."
"......."
그때 나와 케찹이를 향해 음침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3미터에 달하는 큰 키와 엄청난 근처의 붉은 아저씨(?).
오오! 이런 이상한 동네에서 이렇게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에 멈칫한다.
지옥?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고?
잠시 그건 뭔 소리냐?!
지옥이라니? 설마 여기가 진짜 지옥은 아니겠지?
하하.
서, 설마.......
"생전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에 온 이상 그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것이다."
"......."
잠시! 이건 또 뭐야!
아직 여기가 지옥이라는 것도 못 믿겠는데, 생전에 어떤 죄를 지었느냐고?
아니, 설사 여기가 지옥이라고 하더라도 난 억울하다.
생전 살아서 정말 밝고 깨끗하게 살아간 사람이 나 아닌가?!
절대 지옥이라는 데랑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지옥에 어울리는 놈은 저 케찹이라는 요정이지, 난 상관없다고!
"자, 처음 온 기념으로 용암굴에 처넣어 주지. 크크!"
"......."
"......."
우리가 혼란스러워하든 말든 나와 케찹이에게 아주 섬뜩한 말을 하시는 그분.
용암에 처넣어 주시다니? 이건 농담이죠?!
하지만 저분의 살벌한 눈빛으로 봐서는 절대 농담이 아닌 것 같다.
진짜 완전 100% 자연산 진실.
저분은 나와 케찹이를 진짜 용암굴에 처넣어 주시려고 하는 거다.
아악! 용암굴이라니, 그런 데 들어가면 당장 죽을 게 뻔하잖아!
이쯤 되자 난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용케도 케찹이도 나를 바라본다.
일명 통했다.
그래,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하이 킥!"
"하이 킥!"
우리는 그대로 한마음 한 자세로 그분을 향해 정열의 하이 킥을 날렸다.
이대로 용암굴에 들어가서 죽고 싶지는 않다고!
여기는 지옥이었다.
진짜 완전 지옥!
막 용암굴에서 고문당하는 분들도 계시고, 칼 같은 걸로 무제한으로 푹푹 쑤심을 당하는 분도 계신다.
그뿐 아니라 물에 처박아서 고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
"탈출해야 돼!"
왜 지옥이라는 데 넘어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 지옥을 벗어나야 된다.
안 그랬다가는 지금 저분들처럼 저 화려한 고문들을 당할 게 분명하니까.
"비상! 간수를 구타한 죄인이 탈출을 시도하려고 한다!!"
"어서 배치해!!"
"절대로 잡아야 한다!!"
"인간 한 명과 요정 한 마리다. 잡아라!"
"......."
"......."
나와 케찹이는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를 죽일 듯이 찾아 대는 저분들 때문이다.
아악! 왜 하필 떨어져도 이런 괴상망측한 곳에 떨어졌을까.
으아악! 이제 어떡한단 말인가!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한 가지밖에 없어."
"......."
그 순간 케찹이가 다소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난 그 말에 전율을 느꼈다.
으음, 뭐라고 해야 하나?
케찹이의 저질 포스가 엄청났기에?
어찌 됐든 난 그런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참으로 믿고 싶지는 않지만 믿어야 할 것 같다. 케찹이를.......
"납치하자!"
"......."
하지만 역시나 기대한 내가 잘못이라는 건 케찹이의 한마디에 깨달았다.
그럼 그렇지.
저놈을 기대할 시간에 차라리 한숨이라도 자는 게 더 유익하겠다.
아니, 그뿐 아니라 저 자식은 심심하면 납치란다.
납치! 납치! 납치!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공갈 협박.
이제 싫다. 좀더 건전하고 행복하고 멋진 일만 하고 싶단 말이다.
아니,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은.......
"이 지옥에서 납치할 분이 어디 있음?"
그렇다. 이 지옥에서 납치할 사람(?)이 어디 있냐는 거다.
납치는커녕 저 무섭게 생긴 분들에게 납치나 안 당하면 대단한 것이다.
"있어!"
"......?"
그때 나에게 있다고 말하는 케찹이.
있단다.
설마 저 우락부락한 간수 분들을 납치할 예정은 아닐 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뭐 좀 있어 보이는 분을......?
"헉!!"
설마!
바로 그 순간 번쩍거리면서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분이 있다.
그, 그분을 납치한다면 대박이다.
대박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단숨에 이곳 지옥을 탈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케찹이가 생각했을까?
피식!
하지만 난 깨달았다. 그 말도 안 되는 걸 생각했었다고.
저 미친 요정은 드디어 이제 보이는 게 없나 보다. 완전 저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염라대왕을 납치하자!"
"......."
염라대왕, 이 지옥에서 제일 높은 분이라고 불리는 대장 아저씨.
한마디로 지옥의 절대자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그 말을 풀이하자면, 그분만 납치하면 이 지옥인가 뭔가 하는 곳도 그냥 빠져나가 버린다는 거다.
절대 납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별로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이 작전은 엄청난 것 같다.
성공만 하면 이 지옥에서 100% 벗어나니까.
그렇지만 엄청난 문제도 있으니.
"염라대왕을 무슨 수로......."
도대체 무슨 수로 납치한다는 거냐.
염라대왕이라고 하면 지옥의 입구에 있을 테고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되면 납치를 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실행 불가능한 작전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염려에 케찹이는 희한하게 웃는다.
"게게게게."
그리고 이때쯤 설명 들어간다.
케찹이의 저 미묘한 웃음소리!
그거다. 일명 나쁜 대가리가 맹렬히 돌아갈 때 나는 웃음소리다.
간단하게 지금 저 케찹이의 머리에는 맹렬하게 나쁜 대가리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케찹이는 말했다.
"직접 나오게 하면 되지. 게게게게게."
"......."
"뭐, 뭐라고?!"
"요정 한 마리와 인간 한 명이 지금 지옥을 난장판으로!!"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것이냐?!"
"사, 사실입니다!"
"......."
염라대왕은 어이가 없었다.
지옥이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다?
이건 자신이 수천 년간 염라대왕 노릇을 하면서 생전 듣지도 못한 개소리다.
아니, 지옥이 어떤 곳인데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요정 한 마리와 인간 한 명이 지옥을!
이건 생각지도 못한 어이없는 상황이다.
사실 지옥의 환경은 특수하다.
모든 마나와 힘이 봉인되어 버리는 장소.
그나마 유일하게 멀쩡한 건 육체적인 힘이다.
그래서 그 지옥에는 육체적인 힘이 강한 간수들을 엄청 배치해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강한 자가 오더라도 오직 육체의 힘만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케찹이와 프레젠은 육체적인 힘은 정말 최고다.
스킬하고 별 인연이 없던 그들이다.
오직 육체적인 힘으로 지금까지 놀던 분들. 한마디로 지옥이어도 받는 페널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프레젠의 압도적인 단검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제길! 내가 직접 가겠다!"
"대왕님!"
"이 자식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떴다!"
"......."
케찹이 말대로 떴다.
나와 케찹이가 정확하게 약 몇 분간 지옥을 뒤집어 놓은 후에 말이다.
염라대왕은 두 개의 뿔을 단 채 거대한 몸을 자랑하고, 대략 키만 해도 4미터 이상에 육박할 정도다.
그뿐 아니라 덩치는 정말 그냥 말이 안 나올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저분을 감상할 시간이 아니다.
그럼 뭐 할 시간이냐고?
저 거대한 분을 납치는 못하겠고 인질로 잡아서 협박할 시간이다.
정말 나 케찹이와 놀다 보니 내가 생각해도 좀 미쳐 가는 것 같다.
어떻게 염라대왕을 인질로 잡아서 탈출할 생각을 하다니.
이런 아스트랄한 생각을 하는 케찹이나 그리고 그걸 따르는 나나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에혀.
"이 자식들!"
그때 나와 케찹이를 발견하자, 큰 소리 치는 염라 씨.
목소리가 엄청 쩌렁쩌렁하다.
한마디에 고막이 움찔거릴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흘러나오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가 죽으면 안 되지!
"내가 저 잡것들(?) 상대하고 있을 테니. 주인이 저 자식을 인질로 잡아."
"......."
한편 케찹이가 나에게 속삭였다.
간단하게 말해 자기가 저 염라대왕 옆에 붙어 있는 떨거지들을 상대하는 시간에 내가 저 염라대왕을 인질로 잡아 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간략하지만 쉽지 않은 작전이다.
"덤벼라, 씹탱구들아!"
"......!"
"......!"
"뭐라고?!"
"저 요정 자식이!"
"죽여 버려!"
"......."
그때 케찹이의 구수한 욕설에 잡것들(?)이 다들 흥분했다.
참고로 말하는데, 다른 애들이 욕하는 것보다 케찹이가 욕하면 왠지 더 화가 난다.
특히 몸이 작아서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케찹이의 욕설은 신비해서 같은 욕이라도 더욱 화가 나게 만든다.
어찌 됐든 케찹이 덕택에 염라대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흥분해서 케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난 그 기회를 틈타 그대로 염라대왕을 향해 돌격했다.
물론 이런 나의 모습을 본 염라대왕은 이런 우리의 작전을 알아챈 듯싶다.
하지만 알아채도 막지 못하게 하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내 키에 약 두 배에 달하는 염라대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날 보고 염라대왕은 어느새 내 키만 한 거대한 몽둥이를 소환했다.
그렇지만 난 신경 안 쓴다.
어차피 저딴 몽둥이 따위야!
파직!
"......이럴 수가!!"
나의 초특급 울트라 단검에 비해서는 엿 조각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한편 순식간에 두부 썰리듯이 자기의 몽둥이가 다섯 등분 되자 그대로 굳어 버리는 염라대왕 씨. 그리고 그 기회를 틈타 난 그대로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그의 목에 단검을 갖다 댔다.
그러고는 외쳤다.
"멈춰!!"
"......!!"
"......!"
"......!"
케찹이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공격을 중지시켰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피식 웃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단검을 보고 웃었다.
"감히 염라대왕님에게 그런 허접해 보이는 단검으로 위협을 하겠다는 거냐?!"
"바보 같군."
"염라대왕님의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
염라대왕님의 피부를 믿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런 잡것들(?)에 비해서 땀을 삐질 흘리는 염라대왕.
그는 보았다. 이 단검이 순식간에 자기 무기를 잘라 내는 걸 말이다.
그러니 그의 이런 반응은 당연지사다.
그나저나 내 말을 안 듣는다면 어쩔 수 없지.
"염라 씨, 저 몽둥이처럼 안 되려면 어서 퇴각시키시오."
"......."
"이제 보이는 게 없나요?"
"......."
염라대왕을 직접 협박해서 잡것들을 후퇴시킬 수밖에.......
하지만 이런 내 공손한(?) 협박에도 염라대왕은 대답이 없다.
그렇다면 좀 더 보여 줘야겠군!
"어디부터 싹둑싹둑 해 줄까?"
"......."
난이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완전 인질범의 표본을 보는 것 같은데, 나도 진짜 어쩔 수 없단 말이다.
한마디로 지금 여기서 이렇게라도 해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 지옥인가 뭔가를!
왜냐하면 잡히는 순간 뭔 일이 벌어질지 아니까.
"그, 그만!!"
"......!"
"......!"
"......!"
그때 내 협박에 소스라치면서 소리 지르는 염라대왕.
그리고 그 염라대왕의 지시에 잡것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고작 단검 하나에 지시를 따르는 염라대왕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잘했어, 염라 씨."
"......."
한편 난 내 말에 순순히 응해 준 염라 씨를 향해 방긋 웃어 주면서 한마디 해 주었다.
다행이군. 내 말을 이해해 줘서 말이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 이것들!!"
그때 아직 기가 죽지는 않았는지, 염라대왕이 내게 소리쳤다.
그나저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잘 물어 주었다. 우리의 목적 말이다.
진짜 우리는 그것만 들어주면 조용히.......
"지옥을 정복하는 것이다."
"그래, 지옥을 정복......!"
"......."
"......."
"이 케찹이 자식아!"
난데없이 끼어들어서 개소리 해 대는 케찹이 때문에 헛말이 나왔다.
물론 그 헛말 때문에 다른 분들은 완전 패닉 상태다.
지옥을 정복하겠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데 저들 입장 충분히 이해 간다.
"자, 잠시.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인간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 정복 그 따위가 아니라 원래 동네로 돌아가는 게 목표란 말이다.
"여, 염라대왕님."
당황스러웠다.
그들은 왜 염라대왕이 그런 최악의 결정은 내렸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런 엄청난 대악인을 다시 인간세계로 풀어 주다니!
이건 말 그대로 인간세계에는 최악의 재앙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질문에 염라대왕은 한마디 한다.
"그럼 그들이 지옥을 정복(?)하려고 하면 막을 자 있느냐?"
"그, 그건."
"......."
"그러니까."
"......."
그리고 그 한마디에 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부하들.
솔직하게 말해 그 인간과 요정이 본격적으로 지옥을 정복할 예정이라면 무너진다.
그만큼 그들에게 단 몇 시간 만에 충격과 공포를 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왔다!"
나와 케찹이는 다시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와서 기쁨을 만끽했다.
지옥에 왜 갔는지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 그저 이제 탈출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좀 이상하다.
"여기는 어디냐?!"
"글쎄."
"......."
"......."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주제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주변은 온통 모래다.
그뿐 아니다. 무척 덥다.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태양은 이글이글거리신다.
"......."
"......."
나와 케찹이는 닥쳤다(?).
아니, 잠시 나도 모르게 표현이 거칠어졌다. 그러니까 풀이하자면 조용해졌다?
어찌 됐든 그것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지옥을 벗어나자마자 보인 이 장소가.......
"주인, 사막인데?"
"......."
"사막! 사막! 사막!"
알고 있었지만 말을 꺼낼 수 없는 나에게 확실하게 말해 주는 케찹이.
참 고맙구나.
"......."
"......."
사막에 떨어진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말이 없다.
당연하게도 움직일 힘도 없는데 말할 힘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걸 테니까.
그나저나 왜 하필 사막이냔 말이다.
설마!!
그 빌어먹을 염라대왕이 약간(?) 소란 좀 피웠다고 이곳으로 보낸 거 아니야?!
아니, 확실하다.
제길! 내 다시 지옥에 가면 가만 안 놔두지!
아니, 지옥에 가면 안 되는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괜히 언성 높이면 안 된다. 힘만 빠지니까!
"무무무무무무무무."
"......."
"무무무무 사마 마타타 에헤헤헤헤헤헤 케케케케케."
"......."
그때 벌써 미쳤는지 케찹이가 이상한 소리를 해 대고 있다.
참고로 얼마나 더웠으면 물을 무라고 한다.
번쩍!
"......?!"
그 순간 케찹이의 머리에서 번쩍이라는 아저씨가(?) 스쳐 지나가고, 난 그런 케찹이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느, 느낀 거냐?!
여기서 오아시스가 어디 있는지?!
"여자 냄새다!"
"......."
"미쳤군."
"......."
난 케찹이에게 한마디 건넸다.
정말 미쳤다.
항상 여자 냄새라면 죽어도 틀리지 않는 놈이 틀렸다.
그리고 사실 여자가 있으면 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따라온 내가 무척이나 무색할 정도.
케찹이 자식, 더위 먹더니 약간 미친 기가 보였다.
"앗! 사랑해요!!"
"......."
"뭐, 저를 사랑한다고요?!"
"......."
"이러시면 안 돼요!!"
한편 케찹이는 모래와 생 쇼를 하신다.
일명 환각 증세로 보이는데, 모래가 여자로 보이는지 별 이상한 짓 하고 계시다는 거.
차마 못 볼 정도다.
"카! 죽이는데?"
"......."
그때 난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이제는 모래 처먹더니 죽인단다.
아무래도 이제 말려야겠다.
더 이상 저런 케찹이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어기적어기적 케찹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말했다.
"임마, 정신 차려."
"......."
"야?!"
"......."
한마디 하지만 방금 전 모래 처먹던 케찹이가 대답이 없다.
서, 설마?!
안 돼! 여기서 기절하면!
임마! 정신......!
"......어?!"
파지지직!!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데, 그 순간 갑작스럽게 폭발적인 힘이 발생된다.
그리고 그 힘의 근원지는.......
"케찹이!!"
갑자기 모래 먹다가 쓰러진 케찹이였다.
참고로 그 힘은 모든 걸 압도해 심지어는 숨조차도 쉬기가 버거울 정도다.
도대체 케찹이 무슨 짓을!
아니, 모래에 무슨 각성제라도 들었나?
두근두근.
"......!!"
그때 이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케찹이가 이상 반응을 보였을 때 느꼈던 그 두근거림, 그게 지금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하필 모래 처먹고 이상해진 케찹이 때문에 혼란스러워 죽겠는데.
아니, 그런데 그때와는 무척이나 다르다.
그때의 두근거림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는데 이건 고통스럽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
두근두근!
파지지짓!!
그 순간 나는 갑작스럽게 변신 완료가 되어 버렸다.
이거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
왜 양쪽에서 쌍지랄(?)을 하는 거지?
케찹이는 갑자기 모래 먹다가 엄청난 힘을 내뿜고 나는 자기 멋대로 변신하고, 이게 뭐야?
"플레이지 나이트......."
"......."
"죽인다."
한편 엄청난 힘을 내뿜던 케찹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그리고 그 말은 플레이지 나이트를 죽인다는 소리, 한마디로 나를 죽인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 방금 전 목소리는 케찹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공기가 진동하면서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뿐 아니라 어느새 케찹이의 분위기라든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한마디로 겉모습만 케찹이일 뿐,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이!
모래에 진짜 이상한 각성제 성분이......?
파앗!
"사라졌어?!"
바로 그 순간 내 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건 바로 이상해진 케찹이가 사라진 것이다.
흔적도 없이 아무 기운도 없이 말이다.
"한눈팔지 마라, 플레이지 나이트."
"어떻게!"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난 그 이상한 케찹이가 차원을 가르면서 나타나더니 내게 한마디 충고해 준다.
"공간을?"
공간을 뛰어넘어서 이동했다는 게 중요하다.
도대체 이건 뭐야!
케찹이가 갑자기 모래 먹고 맛 간 것도 어이없는데, 이렇게 공간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이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하지만 이런 내 복잡한 속마음과는 다르게 저쪽은 아주 느긋한 표정으로 나에게 주먹을 질렀다.
케찹이의 아담한(?) 주먹을 말이지.
하지만 잠시 후였다.
콰아앙!!
"으으윽!!"
그 아담한 주먹을 통해 나온 폭발은 상상 초월이었다.
방금 전 내가 무심코 창을 통해서 폭발력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농담 안 하고 반경 몇 킬로는 훌쩍 날아갈 파괴력.
아무리 작은 고추가 맵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재밌군."
"......!"
그 순간 케찹이는 어느새 다시 내 등 뒤로 이동하더니 또다시 아담한 주먹을 내민다.
하지만 저 이후에 파급 효과는 얼마인지 알기에 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나도 공격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흠칫!
나도 모르게 케찹이를 보고 흠칫한다.
분명 처음에는 모래 먹고 약간 미쳤나 했다.
하지만 난 본능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저건 케찹이가 아니었다. 케찹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
그렇지만 저 몸의 주인은 케찹이다. 그리고 그 말은 저 몸이 받는 공격은 나중에는 케찹이가 받게 된다는 거다.
제길!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콰아앙!!
망설이는 사이에 또다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까보다 수월하게 방어를 준비해서 피해가 적다는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 공격 자체가 묶여 버린 것이다.
아무리 케찹이랑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하는 나이지만, 그것도 엄연히 미운 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케찹이의 몸을 한 저 이상한 놈을 물리쳐야 해!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어서 돌아오라고!
어서 돌아와서 미친 소리 해 대라고!!
이런 제길!!
다시 모래라도 처먹이면 돌아오는 거냐!!
"이 모습이 거슬리는가, 플레이지 나이트."
"......."
그때 공격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더니 내게 한마디 하는 그 이상한 존재.
당연한 걸 질문하다니, 지금 나 놀리는 거냐?!
"그럼 이 모습은 어떤가?"
바로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게 한마디 하는 그분.
그리고 잠시 후였다.
파지지짓!
"......!!"
케찹이가 변신하고 있다.
이건 또 뭔 일이냐!
자기가 변신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변신을 밥 먹듯 해?
아니, 변신도 변신 나름이지.
이건 요정의 몸에서 순식간에 인간의 몸 크기로 변신한다.
그뿐 아니라 검은색의 긴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날개가 6개로 달려 버린 이상한 놈으로 변신해 버린다.
참고로 말하자면 적이지만 엄청 멋지다.
아니, 이게 아니라!
"어때?"
변신을 완료한 그분은 나에게 질문했다.
어떻기는? 똑같잖아!
임마! 니가 변신해도 결론은 그 변신한 몸도 케찹이 몸 아니냐?!
그럼 똑같은 거잖아!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이건 제대로 붙어 볼 수가 없지 않는가?
그뿐 아니라 무지하게 정신없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케찹이 저 꼬라지가 되었는지, 그리고 진짜 케찹이는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파아앗!
푸식!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뭔가 번쩍하고 검광이 비쳤다.
"아아악!!"
......!!
그 검광이 비친 직후 그분은 마구 비명을 질렀다.
그뿐 아니라 여섯 개의 검은 날개 중 오른쪽 두 개의 날개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일인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
갑자기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나서 한마디 했다.
저기, 당신은 누구세요? 처음 보는 분인데요.
난 쌍검을 든 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20대 초반의 미남자를 보고 입을 열지 못했고, 한편 그런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는 그대로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분에게 달려갔다.
파앗!
아니, 잠시!
지금 안 된다!
저놈의 진짜 몸뚱이는 케찹이.
그리고 저 남자가 저분을 죽이는 순간, 그대로 케찹이도 죽는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 거의 순식간에 돌진하고 있던 그 남자 앞에서 창을 이용해서 막아 버렸다.
파악.
그러자 그 남자는 그런 나를 보고는 화난 듯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일단 저 몸뚱이는 바보 케찹이라는 요정의 몸뚱이라서요."
"......."
그래, 도와주는 건 고맙다.
하지만 저 주인은 바보 케찹이의 몸이다.
이대로 어이없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한편 그런 나의 말에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이미 숙주로서의 가치는 다했습니다."
"......!!"
뭔가 이상한 말을 하신다.
숙주라니?!
잠시, 그 말뜻은?
아니다!
그럴 리가, 말도 안 된다.
"당신이 알고 있는 케찹이라는 요정은 그저 저 블랙 페리안의 숙주였을 뿐입니다."
"......."
블랙 페리안? 그건 또 뭐야?
한편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에 당황하는 나를 향해 그 남자는 담담하게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말했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였던 조율자들이 어떤 존재에게 당했던 걸 아실 겁니다."
"......!!"
그, 그건 메라님이 내게 해 준 이야기인데?
당신이 어찌 압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충격은 몰라주고 그는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없애 버린 존재가 블랙 젠더, 하지만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당신의 직업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가 그를 봉인하는 데 성공합니다."
"......!!"
"하지만 그 봉인의 대가로 그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목숨과 블랙 젠더의 봉인이 서로 대가를 치룬 채 영원히 사라졌어야 합니다. 하지만 블랙 젠더는 마지막 봉인 당하기 전 자신이 부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
"그리고 그건 바로 자신의 씨앗을 무작위로 뿌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게 바로 블랙 페리안. 그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그는 부활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겁니다."
뭐,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내가 머리 나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진짜 이해 하나도 안 된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저 케찹이라는 요정은 이미 죽었습니다. 이미 블랙 페리안이 깨어났다는 건 숙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겁니다."
"말도 안 돼!"
케, 케찹이가 죽었다고?!
그리고 케찹이가 숙주였다고?
그 블랙 페리안인가 뭔가가 탄생할 수 있게 하는 먹이?
말도 안 된다.
아니, 케찹이는 안 죽는다고!
저놈의 목숨은 내가 인정했다고......!
그런데 죽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이 바보 멍청이 요정아!
"더 이상 지체한다면 위험해집니다."
그때 내게 다시 말하는 그 남자.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저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조율자에 대해서도, 나의 직업에 대해서도, 블랙 페리안인가 뭔가에 대해서도 말이다.
확실하다. 거짓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케찹이를, 케찹이를.......
아니, 진짜로 저 남자의 말대로 이미 케찹이가 죽었다고 하더라도 저 케찹이의 몸을 이용하고 있는 저 존재를 어떻게......!
빌어먹을,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왜 하필 이런 일이!
"그럼 처리하겠습니다."
막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막아서 저 남자의 말처럼 엄청나게 위험해진다면?
그렇지만 케찹이가 케찹이가.......
"이 씹탱구! 내 몸에서 뭐......."
"......!!"
그때 너무나도 익숙한 욕설이 들려왔다.
난 거의 그 목소리에 반응해 또다시 그 남자를 막는다.
한편 이런 내 모습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플레이지 나이트로서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군요."
"아니, 살아 있어."
"......죽었습니다. 숙주는 절대 살 수 없습니다. 절대!"
"살아 있어. 내가 인정한 놈이야. 세상이 멸망해도 저놈은 살아 있다."
"......."
"......그렇지, 멍청이 케찹아."
"......씹......탱구......!!"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이상하게 변해 버린 케찹이의 입에서 특유의 구유한 욕설이 흘러나오고, 그걸 본 쌍검을 든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제 알겠지?
저 빌어먹을 자식은 숙주가 돼도 살아날 놈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