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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이름의 의미 (69/100)

제11장 이름의 의미

일 잘 풀리다가 꼭 퀴즈 앞에만 서면 갑자기 이야기가 급정지한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머리 나빠서)?!

왜, 왜, 왜 그대 앞에만 서면 난 이리 작아진다 말인가! 으윽!

"이 자식!!"

"뭐 내가 틀린 말했나!"

"이 씹탱구가!"

하지만 이런 나의 고뇌를 받쳐 줄 조용함이라는 분은 이미 날아가신 이후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저 이상한 요정 두 마리 덕택인 건 안 봐도 척이다.

"넌 잡탱구야, 임마!"

"뭐?! 이 자식 씹탱구가!!"

"잡탱구야!"

둘은 열심히 싸운다.

뭐, 원래 사이가 개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도 별로 놀랍지도 않아야 한다.

한데 조금 이번 싸움은 약간 어처구니가 없다.

"케찹이 더 비싸, 이 자식아!"

"흥! 마요네즈가 더 비싸! 임마!"

"케찹이 더 비싸다니까!"

"마요네즈야!!"

"이런 거지같은 놈이!"

"이런 거지같은 놈이."

케찹과 마요네즈 중 누가 더 비싼가에 필이 꽂혀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저 자식들, 진짜 그렇게 할 짓 없나?

어떻게 싸울 게 없어서 자기 이름의 상품 가격을 가지고 싸우고 난리야.

"그리고 케찹은 더 사랑받아!"

"염병!! 마요네즈가 더 잘 팔려!"

"이 자식, 우길 걸 우겨!"

"내가 할 말이다!"

"이놈의 마요네즈 같으니!"

"이놈의 케찹 같으니!!"

"......."

이제는 뭐가 더 잘 팔리느냐에 승부가 붙었다.

진짜 누가 보면 케찹과 마요네즈가 환생한 요정들인 줄 알겠다.

나무에도 요정이 있으니, 케찹과 마요네즈에도 요정이 있는 기막힌 사연?

"좋아!!"

"그래!"

"엥?"

그때 갑자기 신나게 싸우던 그분들이 서로 눈이 맞는다.

그러고는 덥석 나에게 날아오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마요네즈가 비싸지?!"

"케찹이 비싸지?!"

"......."

"마요네즈가 잘 팔리는 거지?!"

"케찹이 잘 팔리는 거지?!"

"......."

저기, 가격은 뭐 인터넷 조사하면 된다고 쳐도 판매량을 저한테 물어보면 어찌하자는 겁니까, 이 요정님들아!

내가 무슨 그 회사 직원이냐?

아니, 직원도 마요네즈와 케찹이 얼마나 팔렸는지 완전히 아는 분들은 드문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자면 어떡하자는 거냐.

으르렁.

으르렁.

아직도 가격 경쟁과 판매 경쟁에 열렬히 온 힘을 기울이는 그들,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그래서 난 이 민망함을 없애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간단하게 길거리에서 케찹과 마요네즈를 팔아서 어떤 게 더 잘 팔리는지 결과에 따라 승복하는 게 어때?"

"......."

"......."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제안한 것이다.

아무리 싸움이 좋아도 뜬금없이 길거리에서 케찹과 마요네즈를 팔라니, 말도 안 되는......!

"하겠어!"

"하겠어!"

"흥!"

"흥!"

......승낙한다.

에?! 진짜 한다고?!

길거리에서 케찹하고 마요네즈를 판다고? 진짜?!

아니, 슈퍼마켓도 아니고 진짜 길거리에서 케찹하고 마요네즈를 판다니!

이건 무슨 상황이야?

그 말도 안 되는 경기는 시작되었다.

케찹과 마요네즈의 케찹과 마요네즈 많이 팔기 경쟁?

뭔가 내가 말하고도 참으로 미묘하군.

어찌 됐든 이번에 벌이는 미묘한 대결은 많은 사람들 관심 속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시작은 더럽게.

"마요네즈에는 멜랑멜랑이 들었어!"

케찹이의 첫 번째 공격, 마요네즈에는 멜랑멜랑이 들었다는 걸 알린다.

저기, 혹시나 해서 묻고 싶은데 멜라닌을 말하고 싶었던 거 아닙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왜 마요네즈가 직접 만들지도 않은 마요네즈 물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걸까.

뭐, 케찹이에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한편 케찹이의 맹공격(?)에 마요네즈는 잠시 당황했지만, 잠시 후 우렁차게 외쳤다.

"케찹에는 광우병이 들어 있습니다!"

광우병이 들어 있단다.

케찹에 광우병이 들어 있다?

차라리 케찹을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하면 몰라, 아니 어떻게 병이 음식에 들어가는 거냐!

그리고 광우병은 쇠고기인데, 케찹하고 쇠고기랑은 또 뭔 상관?

이건 그냥 말 그대로 또라이들 삽질하는 거다.

정말, 눈 뜨고 못 봐 주겠다.

그날 온갖 독설과 음모로 인해 그들의 케찹과 마요네즈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무승부랄까?

그렇지만 그들이 그냥 물러날 리는 없다.

그들은 갑자기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물었다.

"주인은 뭘 살 거야?!"

"넌 뭘 살 거야!"

"......."

나에게 강매를 시키려는 두 요정.

당연히 여기서 내가 하나를 선택하면 그 선택한 제품이(?) 우승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은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난 케찹과 마요네즈는 별로, 차라리.......

"칠리소스가 좋은데."

"......."

"......."

칠리소스가 좋다.

흐음, 이왕 이런 굿 아이디어(?)가 떠오른 마당에 혹시 다음에 저런 요정 발견하면 칠리소스로...... 아니! 이건 무슨 위험한 상상이냐!

저것들같이 미친 요정이 더 있을 거라는 위험한 상상을 하다니!!

차라리 칠리소스라는 이름은 영원히 나의 기억 속에서 담겨져 있기를 기도해 본다.

근데...... 왜 이리 불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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