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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체인지! (68/100)

제10장 체인지!

그 사건이 있은 이후 충격 받아서 쉴 만도 하지만, 오늘도 난 달린다.

뭐를 향해?

미궁에 빠진 엄청난 대살인사건은 아니고, 그저 알 수 없는 암호를 풀기 위해서.

하지만 진짜 내 머리는 하나도 모르겠다고, 제발 좀 그만 부려먹으라고 성화를 내기만 할 뿐 협조를 안 해 준다.

진짜 너무한다.

협조만 해 준다면 금세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머리는 협조도 안 해 주고!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렇게 이상한 소리 하는 내가 미쳐 보이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하아.......

"주인, 이거 먹고 기운 내."

"......!!"

그때 갑자기 환청과 환상이 느껴졌다.

케찹이가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면서 기운 내라는 말과 행동, 믿을 수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바로 내 앞에!!

제길!

이성민! 드디어 미쳐 버린 거냐?!

아직 나이도 파릇파릇한데 이런 환상과 환청을!!

"주인 안 먹을 거임?!"

"......."

그 순간 다시 한 번 내게 음료수를 권하면서 한마디 하는 케찹이.

이건 환상과 환청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실제로 케찹이가 나에게 격려와 함께 음료수를 준 것이다.

세상은 오래 살고 봐야 된다더니,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질 줄이야!!

어찌 됐든 난 진짜 은근히 감동하면서 케찹이가 건네준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하고 갈증도 생겼는데 잘됐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덤으로 케찹이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잘 먹으마!"

그렇게 난 순식간에 그 음료수를 따서 한 번에 원샷을 해 버렸고, 잠시 후 다시 한 번 추리를 하려는데.......

"어어어?!"

갑자기 내 몸이 휘청거린다.

뭐지?! 이건 뭔 이상 현상이야?

"케케케케."

"......!!"

그때 갑자기 나를 보고 케찹이 전용 미소를 짓는 케찹이.

설마 저 자식, 음료수에 무슨 짓을!!

아니, 확실하다!!

내가 미쳤어! 도대체 뭘 믿고 케찹이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신 거냐!

"이 자식!!"

난 당장이라도 케찹이를 향해 응징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아니 아예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케찹이는 살며시 날아와서 악당 전용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하루만 주인의 몸 좀 빌리자고!"

"......!!"

"하루면 모든 게 끝날 거야. 크크크크!"

"이 자식, 무슨......!"

털썩.

그때 내 말은 끝을 향하지 못했다.

갑자기 의식이 사라졌으니까.

"으으읍!!"

난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나의 소리는 내 입을 봉쇄한 무언가에 의해 막히고, 난 지금 이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이놈의 케찹이 자식! 드디어 이제 끝까지 해보자는 거냐!!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아는 것이냐!!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내 몸을 결박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풀어내려고 했다.

한데 약간 이상하다.

흐음, 뭐라고 해야 하나?

무언가 되게 조그마해진 기이한(?) 느낌이 들고, 지금 보니 주변 자체가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커진 느낌이......!

"......."

그렇게 알 수 없는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린 난 잠시 후 주변을 세심히 바라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으으으읍(뭐, 뭐야! 지금 이 모습은)!!"

작아져 있었다.

마치 내 몸이 마법이라도 걸린 듯 완전히 작아진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이건 꿈이냐?!

아니, 꿈이어야만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이 밧줄의 감촉이 너무 촉촉하다(?).

확실하게 꿈은 아니라는 거.

그럼 진짜로 내가 작아진 거냐?!

진짜로?! 이럴 수가!!

케찹이 자식, 진짜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갑자기 작아진 나의 모습에 심각하게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한데 또 이상한 거 발견.

'뒤에 뭐가 있어.'

뭔가 거슬리는 뭔가가 내 뒤에 달려 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설명하기는 좀 그런데 진짜 이상한 무언가?

왜 작아졌는데 뒤에 뭐가 생겨난 걸까.

혹시 작아진 걸로 생겨난 후유증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등 뒤에 뭔지 확인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안 된다.

역시 몸이 완전히 봉쇄되어 버렸으니까.

한마디로 몸도 작아질 뿐만 아니라 행동 자체가 봉쇄되어 버린...... 최악의 상태다.

이 케찹이 자식!!

으아악! 분하다!!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당하다니.

그렇게 난 케찹이에 대한 증오심을 마구 불태우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그 증오의 대상이 발견되었다!!

"으으읍!!"

케찹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바로 내 앞에 말이다.

이 자식, 이제 내가 작아졌다고 보이는 게 없다 이거지?!

내 이 한 몸이 부숴진다고 한들 너에게 복수만은!

"으읍(어라)?"

근데 갑자기 의아한 점이 생긴다.

너무 흥분해서 방금 전에는 못 깨달았는데, 지금은 깨달았다.

무척이나 의아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거울?'

케찹이가 있는 주변에 거울이 있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케찹이가 거울 안에 있는.......

저 자식, 무슨 방법으로 거울 속에 들어가는.......

'하루만 주인의 몸 좀 빌리자고.'

'하루만 주인의 몸 좀 빌리자고.......'

'하루만 주인의 몸 좀 빌리자고.......'

그때 갑자기 내 귀에 메아리치는 한마디.

분명 내가 의식이 사라지기 전 케찹이에게 들은 한마디가 분명하다.

"......!!"

그 순간 내 귀에 울린 메아리와 더불어 지금 일어난 현상이 마구 합체되기 시작한다.

그뿐 아니라 평소에는 안 돌아가던 머리가 스스로 알아서 합체(?)를 끝내더니 결론도 말해 주는 엄청난 성과가 이룩되었다.

그리고 그 성과란......!

"으으으읍(내가 설마 케찹이가 되어 버렸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작아졌다면 이렇게 좌절감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케찹이 모습이라는 거다.

작아진 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있다.

"으으으읍(도대체 내 몸으로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런 간악한 흉계를 꾸몄단 말인가!

분명 자기 몸과 내 몸을 체인지를 한 걸 봐서는 케찹이는 내 몸으로 엄청난 일을 저지를 예정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참고로 케찹이가 지금부터 저지르는 만행은 전부 다 내가 해 버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도 되고 말이다.

막아야 한다. 어서 막아야 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절대적으로 착한 일은 아닐 테니 막아야 한다.

지금 막지 못한다면 케찹이가 한 모든 행동이 다 내가 한 짓이 되어 버린다.

이런 빌어먹을!!

그런 생각이 들자 난 내 몸을 묶은 것들을 풀려고 더욱 노력하지만, 케찹이 자식이 얼마나 강하게 묶었는지 꿈쩍하지도 않는다.

이런 빌어먹을!!

"케케케케."

한편 프레젠의 몸을 빌린(?) 케찹이는 프레젠의 모습으로 간악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자신의 주인은 패닉 상태일 게 분명하다.

자신과 몸이 바뀌었으니까.

뭐, 그래도 나중에는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몸을 한 번 사용해 본 걸로(미친 착각) 말이다.

어찌 됐든 이번 작전은 완벽한 성공이다.

물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경우 케찹이의 목숨은 위험해진다. 그렇기에 케찹이는 다음 계획도 완벽히 짜 놓은 상태다.

그리고 그 계획이란 휴가 떠나는 것이다.

말이 휴가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도망가는 거다.

뭐, 결론적으로 2차 작전까지 모두 짜 놓은 케찹이.

이제는 자신의 목적을 실행할 때가 된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말이다.

덜컥.

그런 생각과 함께 케찹이는 그대로 프레젠의 몸을 한 채 어느 한 방문을 덜컥 열어 버렸다.

노크도 없이 말이다.

특히 이 방 같은 경우는 노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인 레이디의 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크도 없는 케찹이다.

한편 그 방의 주인인 이리엘은 갑자기 들어온 프레젠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지금 절묘하게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기에 더욱 그런 상황이다.

간단하게 속옷 차림이라는 것이다.

케찹이는 그 모습을 음미하더니(?) 말했다.

"갈아입어."

"......."

아예 대놓고 말한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미, 미안!' 이러면서 뛰쳐나가야 하고 프레젠 같은 경우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어야 하거늘 지금 프레젠은 오히려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고 있다.

물론 그 말에 이리엘은 당황하며 말했다.

"저, 저기 지, 지금 잠시만 나가......."

"뭐 어때?"

"......."

"나 주인이잖아."

"......!"

"주인 앞에서 옷 갈아입는 게 대수인가?"

이리엘은 망설이면서 말했지만, 오히려 프레젠에게 들려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흐흐흑."

그때 이리엘은 프레젠의 한마디에 너무나도 큰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프레젠은 미소를 지었다.

좋다, 좋아!

평소 자신이었더라면 아무것도 못하지만 지금 이 몸을 가진 상태에서는 이리엘도 그저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다.

"무슨 일이야?!"

그 순간 이리엘의 흐느끼는 소리를 은애가 들었는지 다급하게 이리엘의 방으로 들어왔고, 잠시 후 프레젠과 이리엘을 보더니 놀라 물었다.

"서, 성민이 너 무슨 짓을?!"

하지만 그 말에 프레젠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들어오니 옷 갈아입고 있어서 계속 갈아입으라고 했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 이리엘에 이어 은애조차도 굳어 버렸다.

이건 평소의 프레젠이 아니다!!

성민이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이 알던 성민의 말투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건 성민의 모습이다.

은애 자신이 몰라 볼 리가 없다.

"아니면 질투하는 거야, 은애?"

흠칫!

어느새 다가온 프레젠은 은애의 턱을 잡더니 한마디 하고, 그 말에 은애는 그대로 마치 정곡을 찔렸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런 은애와 이리엘에게 프레젠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귀여운 것들."

"......."

"......."

그러고는 이리엘의 방을 벗어났다.

갑작스러운 프레젠의 이상 현상, 뭐라도 잘못 먹은 것일까?

아님 드디어 프레젠의 감춰진(?) 본성이 드러나 버린 것일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이리엘과 은애였다.

"으으읍!!"

제길! 제길! 제길!!

난 어떻게 해서든 이 결박 상태를 풀어 보려고 안간힘을 써 보지만 풀리지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슨 특수한 힘 때문에 시도조차도 못하고 있다.

이 말은 즉 케찹이 자식이 이번 작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완벽한 포박술, 그뿐 아니라 특수한 힘까지 적용시켜서 절대로 나를 봉쇄해 버린 것이다.

"저기, 누구 있어요?"

"......!!"

그 순간 나에게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목소리 자체가 천상의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런지 완전 미치도록 아름다운 음성이다.

"으으읍(연희야)!!"

난 진짜 죽을힘을 다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들리는 말은 '으으읍!'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뿐이다.

끼익.

그때 이런 나의 소리를 들었는지 지금 내가 갇혀 있는 장소의 문이 살며시 열렸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내미는 연희.

난 그런 연희를 향해 완전 발작을 하면서 소리쳤다.

"으으으으으으으읍!!"

"......."

물론 내가 봐도 좀 추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서 자유의 몸이 돼서 케찹이 자식의 알 수 없는 계획을 중지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덤으로 묻어 버려야(?) 한다.

완전히 말이다.

"케찹 님?!"

한편 드디어 묶여 있는 나를 보고 슬며시 말하는 연희.

나를 향해 케찹 님이라고 부르자, 왠지 모르게 압박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니,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으으읍!!"

어서 풀어 달라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연희는 다행이도 나의 이런 말을 알아들었는지 다급히 달려와서 나의 밧줄을 풀어 줬다.

"연희야, 고마워!"

"......."

난 무심코 지금의 모습도 망각한 채 평소에 하던 대로 연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말에 급격히 당황하는 연희.

난 그제야 지금 내가 크나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난 케찹이의 모습,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반말에다가 친숙한 어조로 부르니 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아니, 잘 생각해 보니 오히려 기회다.

차라리 연희에게 진실을 말해서 협조를!!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당황하는 연희에게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나 성민이야!!"

한마디 한다.

"......."

하지만 이어지는 반응은 엄청 무안하고 썰렁한 분위기다.

헉! 설마 연희 양, 케찹이가 장난친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게 당연하다.

케찹이 자식이 워낙 이상한 짓거리를 많이 해서 이런 짓거리를 충분히 하고도 남은 요정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연희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난 더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난 간곡하게 말했다.

"진짜야! 제발 믿어 줘!!"

"......."

반짝반짝.

난 온갖 순수한 눈빛까지 동원하면서까지 연희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그런 내 눈빛에 살짝 흔들리는 그녀.

난 그런 그녀에게 카운터를 날렸다.

"잘 봐!! 케찹이 눈빛이 이렇게 순수했음?!"

"......."

한편 그런 나의 카운터에 연희는 더욱 더 흔들리고, 그녀는 잠시 후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정말 선배세요?"

"그래, 나 맞아! 제길, 케찹이 자식이!!"

"......."

"이 순수하고 맑은 눈빛, 나잖아!"

난 계속해서 나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연희는 그제야 수긍이 가는 듯 말했다.

"저, 정말 선배?!"

"그렇다니까! 역시 나의 순수한 눈빛은 다른 건가?!"

"......."

나를 알아챈다.

역시 진심은 통한다고, 나의 눈빛은 연희를 이해시켰나 보다.

하지만 잠시 후 연희는 곤란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

"그, 그것보다 '순수'라는 단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게 선배와 흡사해서......."

"......."

내가 순수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했나?

아니, 실제로 순수하다 보니 실제로 입에서 많이 흘러.......

중요한 건 이게 아니잖아!

그래, 이건 그냥 넘어가고!

지금 중요한 건 케찹이의 범죄를 저지해야 한다.

그나저나 이 자식 원하는 게 뭐지?!

도대체 내 몸으로 무슨 짓을.......

"이리엘!!"

그때 순간적으로 내 머리에 지나가는 한 이름, 이리엘.

저번에 케찹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주인이라면 이리엘 당장 덮쳤을 텐데! 바보 주인.'

물론 그 말을 들은 난 당장 케찹이를 저 멀리 날려 보내 주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과거의 케찹이 발언을 봐서는 지금 케찹이의 목적지는 이리엘이다.

"......."

"......."

"......."

난 경직됐다.

그리고 그 이유는 순식간에 초토화된 이곳 분위기 때문이다.

이리엘은 흐느끼며 울고 있었고, 은애는 화가 난 얼굴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그와 흡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그런 모습에 연희는 조심스럽게 은애에게 다가가더니 물었다.

"저기 언니, 무슨 일이에요?"

"......."

하지만 은애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진짜 뭔가 엄청난 게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젠 그 자식이 본색을 드러냈다!"

"......."

그때 은애 대신 버스틴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는 완전히 당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방금 전 나의(?) 이리엘이 옷을 갈아입는 걸 보고도 그냥 갈아입으라고 하고, 그 프레젠 자식은 난 주인이라면서 본성이 나타났다고!"

"헉!"

"......."

난 그 말에 기겁하고, 연희는 경직되었다.

그 착하고 깜찍하고 멋쟁이 프레젠이 그런...... 아니, 프레젠은 나지.

잠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그 말은 케찹이가 만행을 부렸다는 거야?

"케찹이 자식!!"

이리엘에게 가서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옷 갈아입는 데 무단 침입을 하고는 주인이니까 상관없으니 옷 갈아입으라고?

이건 평소 케찹이의 저질 본성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젠장! 막지 못했어!

최대한 빨리 왔지만 이미 케찹이가 업무 끝내고 사라진 뒤였다.

제길!

"말도 안 돼."

"그, 그럴 수가......."

"진짜야?!"

내가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당연하겠지. 나랑 케찹이가 몸이 바뀌었다는데 그걸 순진하게 믿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저놈 연극이야!"

"......!!"

"......?!"

마요네즈가 태클 건다.

아니, 저 자식이! 연극이라니!

난 진짜 케찹이가 아니라 프레젠이라고!

일단 저 자식은 이놈의 일이라면 태클 거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이렇게 태클을 걸 줄은 몰랐다.

한편 그런 마요네즈의 발언에 갑자기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한다.

으악!

저놈 때문에 지금 이 진실을 아무도 안 믿게 되어 버리면?

지금 케찹이가 저지른 범죄 행각을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되어 버린다.

"아니에요. 선배가 확실해요!"

"......?!"

그때 평소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않는 연희가 다부지게 확정된 어조로 말한다.

나도 저런 연희의 모습 처음 본다.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건 말이다.

설마 나와 필이 통한?

아니, 그런 게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순수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하는 건 선배예요!"

필 통한 게 아니었나 보다.

뭐지, 이 씁쓸함은?

방금 전 연희와 필 통했다고 좋아한 내가 무안해지는 느낌이다.

아니, 그리고 나를 증명하는 이유가 참으로 이상하다.

순수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하지만 그런 걸로 다들 수긍할 리가 없잖아?

"확실하네."

"오해해서 미안."

"죄송합니다."

뭐, 뭐야?!

이 금세 수긍하는 분위기는?!

이건 아니잖아!

연희의 한마디가 그렇게 수긍 갈 만한 거야?!

아니, 일단은 뭐, 어찌 됐든 오해는 풀렸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해야 할 일은 2차 피해를 막는 것이다.

이미 이리엘은 당했고(?) 그다음 피해자는?

"사렌......?!"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

"......!!"

사렌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정다감하던(?) 프레젠이 하는 한마디가 말이다.

언제까지나 편안하게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라던 프레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프레젠은 오히려 자신에게 사라져 달라고 한다.

"프, 프레젠 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사렌은 심각하게 당황하면서 프레젠, 정확하게는 케찹이에게 떨리는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케찹이는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멋지고, 사랑스럽고, 깜찍한 케찹이를 너무 괴롭혔어."

"......!!"

평소라면 죽어도 생각지도 못할 발언을 한다.

물론 평소라면 사렌도 이런 프레젠의 이상 발언에 의심을 할 테다.

프레젠이 케찹이를 멋지고, 사랑스럽고, 깜찍하다고 비유할 이는 세상이 멸망하는 그날까지도, 아니 멸망하더라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사렌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기에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다.

"자, 어서 떠나."

"흐윽."

그 순간 갑자기 차가워진 프레젠에게 충격을 받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는 사렌.

만약에 여기서 가 버린다면 더 이상 길쉬의 얼굴도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그 모습을 보는 케찹이는 약간 움찔했지만, 자신의 선택을 철회할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자신의 누나 때문에 너무 많은 걸 잃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길쉬다.

누가 들으면 소중한 존재를 잃게 돼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오직 자신의 전속 꼬봉(?) 길쉬라는 게 사라져서 그런 것이다.

한마디로 오직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물론 새 꼬봉(?) 마요네즈라는 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놈은 말도 안 듣고 그 무엇보다 자꾸 개긴다.

일명 꼬봉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안 되어 있다는 거.

그렇다 보니 전 꼬봉(?) 길쉬가 얼마나 좋은 애였는지 새삼스럽게 느끼는 케찹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것이고.

힘으로는 누를 수 없는 자신의 누나.

그렇지만 이 모습으로는 누를 수가 있다.

이리엘에게 집적거리는 것도 목적이기는 했지만, 이게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어찌 됐든 이제 사렌이 사라지고 다시 길쉬가 돌아온다면 자신은 아주 무척이나 부려, 아니 사랑해 줄 예정이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흑."

그때 사렌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돌렸고 케찹이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는다.

정말 나쁜 놈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다시는, 절대, 네버, 돌아오면 안 됨."

"......."

게다가 아예 2차 충격까지 줘 버리는 것이다.

물론 케찹이 입장에서는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서 예방 차원으로 말한 거지만, 직접 듣는 사렌의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다 못해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자식!!"

"헉!"

"......!"

갑작스럽게 케찹이와 사렌을 동시에 기겁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케찹이는 당연히도 이 몸의 주인이 용케도 나타난 사실에 기겁하는 것이고, 사렌은 갑자기 동생이 한 '이 자식!'이라는 엄청난(?) 발언에 충격 받은 것이다.

사렌은 자신을 위해서 주인에게 '이 자식!'이라는 발언까지 해 준 케찹이가 나름대로 고마웠지만, 자신의 동생이 예의 없는 요정이 되는 게 싫었다.

"괜찮아.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다 내가 잘못한걸."

물론 저번에 케찹이를 봐서는 충분히 나쁜 요정인 걸 알 만하지만 아직도 사렌은 믿고 있었다.

사실은 순수한(?) 요정이라고.

저번에는 잠시 더위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잠시 후 케찹이 모습을 한 프레젠은 억울한 듯 외쳤다.

"지금 내 모습은 이 모습이 아니야!!"

"......?!"

"......?!"

무척이나 충격 발언이다.

케찹이가 자기 모습이 아니라는 거다.

한마디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건...... 아니고 어찌 됐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하지만 잠시 후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증명이 되어 버린다.

"......제길!!"

"......!!"

그대로 케찹이, 아니 프레젠의 모습을 한 케찹이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프레젠에게는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케찹이는 본능적으로 도망가는 걸 선택하고, 그걸 본 사렌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아아아!"

"아아아!"

"......."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프레젠과 케찹이.

체인지 시간이 끝나 버린 것이다.

하필 이때 말이다.

"잠시......."

케찹이는 한마디 하려고 하지만 가차 없다.

그냥 조용히 사렌에게 끌려갈 뿐이다.

그리고 그걸 본 난 진심으로 빌어 주었다.

부디 살아서 보자고.

그나저나 은근히 뭔가 궁금하다.

응? 그게 뭐냐고?

다음에는 케찹이가 어떤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날까 하는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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