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전설 속의 요정?
우리는 잠시 그렇게 휴식을 취한 뒤 계속해서 돌아다닌다.
그리고 정체도 모르는 이상한 곳을 마구 돌아다닌 지 10시간이 넘었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아마도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저기?"
"네."
내 앞에 거대한 유적 하나가 보였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한 지 꽤 되어 보이는 장소다.
이곳이 사렌과 케찹이의 비밀 장소(케찹이 구타 장소가 정확한 표현!)이자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종이 한 장이 발견된 장소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역시 예사롭지 않군.
뭔가 상당히 복잡하고 미묘한 기운이 나를 반기고 있었으니까.
신성력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마나 같기도 하고 마나 같지 않기도 한 뭔가 진짜 혼합된 기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비빔밥!
원래 내가 표현이 직설적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찌 됐든 이곳에 히든 클래스에 대한 단서가?
펄럭펄럭.
펄럭펄럭.
......?!
그때 내 생각이 끝나기 전에 무슨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대량 물품(?)이라는 소리다.
설마, 상대하기 제일 까다롭다는 날개 달린 애들?
제길! 하늘을 나는 몬스터들은 이번이 처음인데, 은근히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으로 난 당장 전투 자세를 취하면서 그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그런데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아니, 몬스터라고 착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그분들은 엄청난 분들!!
그 이름 하여 천사들이었다.
물론 남자 천사들만 보여서 별로이기는 했지만 일단 천사라는 점이 나를 기쁘게 만든다.
왜냐고?
천사=착하다.
이 공식이기에.
분명 내가 조율자라는 걸 밝히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찾는다고 말하면 협조해 줄 게 분명했다.
그런데.......
"공격해라!"
"......?!"
아니, 아예 뭐 이야기도 할 것 없이 공격하라고 한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이야?!
"악의 근원인 저 인간과 요정을 없애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질로 잡힌 다른 존재들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도록!!"
"네!!"
저, 저기 잠시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인질이라니요?!
설마 지금 저분들을 인질로 보는 어이없는 사태?
허!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왜 일행들이 인질인 건데!
아니, 그것보다 악의 근원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왜 나와 케찹이를 가리키냐고!
케찹이는 뭐 악의 근원이라고 쳐도 손색이 없지만, 나는?!
오히려 난 인질로 취급되어야 할 만큼 깨끗한 존재인데?!
이건 심각한 오해다.
"저렇게 강한 악의 기운을 가진 인간과 요정은 처음 본다. 지금 처리하지 못한다면 큰 재앙이!!"
그때 아예 나와 케찹이에게 추가타를 날리는 천사 한 마리(?).
아니, 천사 한 분인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내가 자꾸 악의 근원 패밀리에 들어가냐고!!
그것도 케찹이와 덤으로(나와 케찹이만이다. 다른 일행들은 다 제외).
한편 심각하게 어이없어 하는 나와는 다르게 케찹이는 상황 파악 못하고 들이대려고 했다.
"덤벼!!"
"......."
이 자식아! 지금 니가 그러면 완전히 우리가 나쁜 놈이라고 생긴 오해(?)가 진실이 되어 버리잖아!!
무조건 저 자식은 들이대고 보니 문제다. 오해를(?) 풀 생각은 안 하고 말이다.
파앗!
"......?!"
어느새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날개를 이용해 순식간에 다가오는 천족들.
잠시, 나의 억울함이라도 말해야 할 거 아냐!!
이렇게 무작정 공격해 오면!!
난 아예 작정하고 공격을 해 오는 천사들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여기서 만약에 반격을 하게 되면 난 악당이 되는 거고 반격을 안 하면 뒤지게 되는 거다.
나보고 어쩌라고!!
콰앙!!
"......?!"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 앞에 어둠의 기운이 몰아치더니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마족?!"
마족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다수 뿅 하고 나타난 것이다.
스톱! 스톱!!
이건 도대체 뭐 하자는 거임?!
"지켜라! 전설의 그분들이시다!!"
"지켜야 한다! 저 간악한 천족들에게서!!"
"으아!!"
"싸워라!!"
"......."
저기요! 지키라니요?!
누굴 지키라는 거지? 서, 설마?
"나와 케찹이?"
아니, 설마가 아니라 확실하다.
여기서 저 천족 분들에게서 지킬 사람과 요정은 나와 케찹이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요약하면 천족들은 인질(?) 구출과 덤으로 나와 케찹이를 죽이려고 하고 마족들로 보이는 분들은 천족들에게서 우리를 지키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우린 나쁜 쪽?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아, 네."
난 마족들의 리더로 보이는 한 남자의 말에 더듬더듬 말을 했다.
솔직하게 말해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천족들은 나를 공격하고 마족들은 나를 보호했다.
그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케찹이와 나는 마족들 품에(?), 나머지 일행들은 천족들 품에 가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되었다.
으악!! 뭔 일인 거냐, 이건?
"정말 간악한 천족들에게 당하지 않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
그때 그 마족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어 갔다.
그나저나 난 여기서 생각한다. 도대체 뭔 말을 해야 할지 말이다.
참고로 한 가지가 되게 궁금한데, 내가 왜 악의 근원인지 궁금하다.
아니, 그거 물어보면 심각하게 뭔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나보고 어쩌라고?
"저희 마족들에게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
그때 그분이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전설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요, 갑자기 왜 전설을?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모른 채 그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간다.
"어느 순간 악의 기운이 몰아치는 대악마 요정으로 보이는 요정이 나타난다고요. 그리고 그는 저희를 이끌어서 천족들에게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고요!"
"......!"
헉! 전설에서 등장하는 대악마 요정?
확실하다. 케찹이다!!
앞으로 있어서도 안 되지만 있지도 않을 대악마 요정.
그 이름에 걸맞는 존재는 케찹이뿐이 없다.
그럼 저 전설에 등장하는 악의 기운이 몰아치는 대악마 요정은 케찹이고 그가 천족들에게서 전투를 이끌어 준다는 전설?
아니, 그런데 난?
아무 관련이 없잖아!!
오직 전설에는 케찹이 이야기만 나오는데 왜 나도 순간적으로 악의 기운이 몰아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게냐?!
한편 이런 나의 궁금증을 알았다는 듯 그분은 추가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어지는 전설에 의하면 그 대악마 요정님을 제어 가능한 존재가 바로 유일하게 그 대악마 요정의 옆에 있는 한 남자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이건 오해다.
정말 지긋한 오해!
난 케찹이 덕택에 그냥 덤핑(?)됐을 뿐. 정말 억울했다.
나같이 맑은 기운의(?) 소유자가 케찹이 때문에 순식간에 마족 팀이 되어 버렸다.
아, 물론 마족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도 사실 전에는 마족이라고 하면 되게 나쁜 분들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되게 호탕하신 분들이다.
아니, 오히려 가식적인 모습이 없어서 더 마음에 든다고 해야 하나?
단지 호전적인 마족들 성격 탓인지 뭔 일만 생기면 힘으로 해결하려는 방식 때문에 소문이 그렇게 난 듯싶다(뭐 잔인하거나 이런 면은 확실하게 있기는 하다. 보는 입장에 따라 사악하게 보이는 그런 면모 말이다).
그래도 오히려 케찹이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분들이시다.
아니, 그러고 보니 잠시!
마족과 천족?
어둠과 빛?!
그때 난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무언가 스쳐 가는 연상 단어에 흠칫했다.
분명 어둠과 빛이라는 건 그곳에서.......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사렌이 준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의 단서가 적힌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재차 확인하지만 확실했다.
어둠과 빛이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 그곳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
한마디로 간략하게 설명하면 마족과 천족이 서로 사랑(?)까지는 아니고 그저 사이좋게만 된다면!!
이건 완전 대박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둘의 관계가 미묘했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난 이런 질문을 했다.
'천족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답변하는 말들은.......
'당장 찢어서 죽여야 하는 버러지들보다 못한 것들!'
매우 흥분하면서 이렇게 대답하신다.
한마디로 차라리 케찹이와 마요네즈의 우정의 모습을 보는 게 더 높은 확률이라는 거다.
그리고 덤으로 천족들도 지금 마족들이 생각하는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그건 어떻게 아냐고?
본의 아니게 저쪽으로 가신 분들이 정보를 주셨다(참고로 일행이라고 해 봤지만 세뇌가 되었다면서 지금 방 안에 갇혀 있단다).
어찌 됐든 둘 사이는 헬 파이어와 기름 수준, 융합 불가다.
그런데 무슨 수로 둘을 그런 미묘한 사이로.......
아니, 뭐 대화를 해야 무슨 방안을 찾든가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대화 따위는 없다.
오직 서로 보면 '공격! 돌격! 앞으로!'라는 3박자만 있을 뿐이지.
하아.......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지."
"......?!"
그때 내가 한숨을 쉬는 걸 보고는 케찹이가 와서 한마디 했다.
좋은 방법이라고?!
케찹이 네놈의 머리에서 그딴 게 나오는 거냐?!
정말 신기하다.
어디, 무슨 방법인지 들어 볼까?
"좋은 방법이라니?!"
"아주 좋은 방법이야. 이 방법이면 서로 사이가 좋게(?) 될 수도 있지. 한 마디로 휴전?"
"......!!"
내가 경솔했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엄청난 죄(?)를 저질렀다.
그 죄가 뭐냐고?
케찹이 말에 귀를 기울인 거.
정말 최악의 죄다.
"어때, 어때?!"
"......."
그때 멍하니 있는 나를 향해 기대에 찬 어조로 묻는 케찹이.
그리고 난 그런 케찹이에게.
"니 말을 빌리자면 씹탱구 같은 소리."
"뭐, 뭐라고?! 그게 왜 씹탱구 같은 소리인데?!"
"그걸 물어봐야 하냐?"
"완벽하잖아!!"
완벽은 개뿔!
아니, 어떻게 보면 진짜 완벽하다.
케찹이 작전대로라면 확실하게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만나자마자 공격당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천족을 납치해서 인질로 삼고 이야기를 나누자니."
"......."
저런 기막힌 생각을 할 수 있는 케찹이가 경악적이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하자면 케찹이가 말한 내용은 이렇다.
1단계, 천사를 한 마리(?) 잡는다.
2단계, 그 천사를 인질로 삼는다.
3단계, 그 천사를 이용해서 다른 천사들과 대화에 들어간다.
이거다.
아, 추가로 저분이 말한 것에 의하면 인질은 인질로서의 가치가 높은 천사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고 한다.
'인질은 가치가 생명'이라는 게 자기 이론이라나 뭐라나.
정말 대단한 악마 요정이다.
"그럼 주인은 그 방법 말고 천족들과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
그때 내게 따지듯이 묻는 케찹이.
당연한 말이지만 없다.
공격부터 들어오니 대화는커녕 인명 피해 안 나면 다행이지.
"내 작전은 완벽하다니까."
"......."
그 순간 또다시 내게 와서 속삭이는 악마 요정.
그래, 인정한다. 너의 작전 완벽한 것!
너의 그 나쁜 대가리 인정한다.
하지만 완벽하더라도 실행하고 난 후의 후유증은?
"......."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건 아냐!!
난 나도 모르게 어느새 천족들의 집(?)에 침범한 나를 되돌아보고 소리친다.
내가 어느새 여기에 있게 된 거지?
언제 말이다!!
"이왕 시작한 거 질 높은(?) 인질을 잡자고! 크크크."
"......."
그때 절망하는 나와는 다르게 마치 즐기는 말투로 얘기하는 케찹이.
아니, 즐기는 게 분명하다.
지금 저 자식은 이 범죄를 즐기고 있어!!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원래 나쁜 놈이었지만 더 나쁜 놈 됐다.
"아, 참고로 여자. 그것도 초미녀 천사로."
"......."
왠지 저 한마디에 케찹이의 의도가 다 파악된 이유는 뭘까나?
난 진짜 케찹이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뻔하다.
여자를 인질로 잡아야 한다는 말, 이건 케찹이의 나쁜 욕망이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케찹이는 내 생각을 예상한 듯 말했다.
"미리 조사도 다 해 놓았다고! 천족들 중에서 공주라는 직책을 가진 분의 출처를 말이야."
조사까지 다 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진짜 케찹이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여자를 인질로 잡는 최악의 범죄인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그래도 참고로 절대 난 나쁜(?) 의도는 아니고 그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거라고 모두 알아줄 거라고 믿는다(그렇기에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오직 대화만을 위해 케찹이의 나쁜 작전에 동조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사실 알려지면 나 조율자 잘리는 거 아냐?
조율을 해야 할 분이 천족들 공주 납치해서 공갈 협박이나 하다니.......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그렇게 난 무척이나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도착했어."
"......."
그 순간 어느새 도착했다는 케찹이.
난 그저 케찹이만 졸졸 따라왔을 뿐이다.
그런데 다른 분 한 분도 못 만나고 완벽한 잠입에 성공했다.
이건 진짜 마치 미리 해 본 듯한 느낌이랄까?
"설마 너 케찹이 이 자식! 이거 완전히 계획된 계획?!"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가 있나!
덜컥.
하지만 내 말을 생 까시고 곧바로 공주의 방으로 돌격하는 케찹이.
참고로 말하는데 이렇게 열정적이다 못해 불타는 케찹이는 처음 본다.
도대체 저 자식 평소에 이런 모습 보여 주면 내가 이렇게 황당하지도 않을 거다.
한데 오늘이 처음이다. 케찹이의 저런 열정적인 모습은.......
아니, 가끔씩 보기는 한다. 나쁜 짓 할 때 말이다.
그럼 케찹이가 성실해지는 순간은 나쁜 짓을 저지를 때뿐이라는 공식이 자연히 성립되는구나.
"......!"
그때 방문이 열리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한 소녀, 대략 나이는 15살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천사인 만큼 미모가 상당했다.
물론 그녀들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갑작스러운 우리의 방문에 너무 놀라서 굳어 버린 그녀.
난 일단은 심각한 오해를 하기 전에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미킹이 당신을 찾습니다!"
"미킹이요?!"
"네, 저는 사랑을 전달하러 온 전달사이고요."
"......!!"
갑자기 이상한 말 하는 케찹이.
미킹은 뭐 하는 자식이냐?!
그리고 니가 언제부터 사랑을 전달하러 온 전달사냐?
납치하는 입장에서 말이다.
그렇게 난 갑작스러운 케찹이의 개소리에 심하게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저 갈게요!!"
"좋은 선택입니다!"
"......!"
알아서 가시겠다고 한다.
지금 그건 뭔 소리인지 알고 있는 거요?!
알아서 납치된다는 소리이신데요.
"......."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케찹이가 착한 일(?)을 했다.
그 착한 일이 뭐냐고?
서로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천족의 공주와 마족의 왕자를 만나게 해 주는 그런 착한 일?
아니,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처음에는 분명 납치라고 들었는데, 이건 뭐지?
"약속한 것입니다."
"케케케."
그 순간 절묘하게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단 한 방에 정리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게 뭐냐고?
케찹이에게 무언가 넘어가는 것이다.
네모난 상자로 되어 있어서 안에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온다.
"이 자식!!"
"왜, 왜 그래?!"
난 순간적으로 케찹이를 낚아채면서 한마디 했고, 잠시 후 분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나를 이용한 거냐?!"
"무슨 소리?!"
"내가 처음부터 니가 이런 엄청난(?) 착한 일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였어. 네놈은 저 왕자에게 이 술을 대가로 받고 공주를 만나게 해 준다는 조건을 걸었겠지."
"헉! 그, 그걸 어떻게?!"
"내가 등신이냐?"
"......."
아니, 등신이라도 알 수 있다.
케찹이가 착한 일을 할 확률은 제로.
하지만 착한 일을 했다.
그 말은 착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받아 드셨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건 술이다(술만 주면 지옥이라도 찾아가실 분이 저분이다).
그것도 예를 들어 마계에서만 나는 엄청난 하이 스페셜급 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고민에 잠겼다.
자신 혼자서 저 험악한 천족들 사이에 간다는 게 영 그랬을 것이다.
물론 잠입 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서 날 달콤하게 유혹해서 데려갔던 거지!
"자, 잠시! 주인, 오해야!"
"오해는 개뿔!"
그때 케찹이가 오해라고 하면서 내게 말했지만, 이미 모든 진실을 안 내가 수긍할 리가 없다.
하지만 케찹이는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속삭이는 말투로 말했다.
"일명 꿩 먹고 알 먹고, 1타 2피 쌍피 코피(?) 몰라?"
"......."
심각한 개소리를 하신다.
일명 꿩 먹고 알 먹고 1타 2피 쌍피 코피?
이건 도대체 뭐 하자는 말이냐.
분명 꿩 먹고 알 먹고와 1타 2피 합성어인 것 같은데, 뒤의 코피(?)는 뭐 하는 애지?
참으로 이상하게 노신다.
"솔직하게 말해서 술 때문에 일단 저 공주를 구해 준 건 맞아. 인정해!"
"......?!"
그때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케찹이.
아니, 내일 세상이 멸망하려는 시즌인가.
케찹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이것도 작전이야. 방금 말했지? 일명 꿩 먹고 알 먹고 1타 2피 쌍피 코피(?) 작전!!"
"......?"
"간단하게 말해서 저들이 만난 조건으로 난 술을 받았어! 하지만 여기서 끝내려고 내가 저들을 만나게 해 준 건 아니지."
"요점을 말해, 이 자식아."
"저 둘을 인질로 잡자는 거지!!"
"......?!"
"주인, 잘 생각해 봐. 인질 한 명이 낫겠어, 두 명이 낫겠어?"
"그, 그거야......."
당연하게도 물어보나 마나다.
두 명이 낫다.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너 설마?!
"그래, 지금 저들이 누구의 손에 있지?"
"......."
"바로 우리 손이야. 곧바로 여기서 인질로 체인지하면 그만이지."
"......."
"이제 나의 순수한(?) 마음을 알았지? 나는 술을 얻어서 좋고, 주인은 인질을 두 명 확보해서 협상할 확률이 훨씬 높아서 좋고 말이야. 크크크."
무섭다.
무서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케찹이 자식, 이렇게 깊은 의미를 가진 작전을!
아니, 감탄할 때가 아니지!!
도대체 저 자식 정체가 뭐야?!
평소에는 띨띨한 자식이 지금은 거의 천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하나 질문하고 싶다.
작전 짠 놈이 나쁜 걸까? 그걸 실행하는 놈이 나쁜 걸까 하는 심오한(?) 질문.
일단 이 작전을 짠 건 케찹이고, 실행하는 놈은 나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케찹이를 시키고 싶었지만, 요정이 인질극하는 건 지나가던 바퀴벌레도 웃을 만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와 케찹이의 거룩한(?) 작전을 왕자와 공주님이 이해해 주신 것이다.
내가 두 종족의 화합을 위해서 인질로 잡겠다고 정중하게(?) 요청하자, 오히려 그 말에 더욱 열을 내시는 건 두 분이었다.
아마도 천족과 마족이 사이가 좋아지면 자기들도 정정당당하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그건 무리다.
아무리 금세 지금의 전투가 휴전에 들어가더라도 친해지는 덴 시간이 걸리는 법.
그러니 두 종족의 관계는 금세 회복되기 힘들다는 소리다.
뭐 이런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근본적으로 보면 케찹이와 동일 인물)!
"무, 무슨 짓을?"
"와, 왕자님!!"
"네 이놈!!"
"......공주님!!"
"이 자식!!"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나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들.
분명 예상은 했다.
하지만 직접 들으니 참으로 뜨끈뜨끈하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사이 안 좋던 분들인데, 왠지 나에 대한 분노의 한마디는 통일된 마음으로 말했다.
왠지 감동적인데?
"얘들은 우리 똥개파가 접수했다."
난 최대한 불량하게 납치범처럼 이야기했다.
일단 이 작전의 핵심은 진짜 더럽게 나쁜 놈처럼 보여야 되는 거니까.
저기,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케찹아."
"......?"
"우리 왜 똥개파냐?"
"멋지잖아?"
"......."
멋지기는 개뿔, 추잡스러워 보인다.
일단 무언가 이름은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일단 급조된 이름 똥개파.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아무리 엿 같은 네이밍 센스를 가졌지만 저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솔직하게 말해 내가 네이밍 센스가 좀 그래서 케찹이에게 패스를 했는데 얘는 더 심하더라.
차라리 저딴 이름으로 지을 거면 내가 짓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전설의 당신들이!!"
그때 천족들보다 더욱 당황하는 분들이 있었으니 우리를 전설처럼 따르던 마족들.
특히 그들은 엄청난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 할 테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인질은 한 명보다 두 명이 가치가 높다는 케찹 님의 명언(?)이니까.
어찌 됐든 대답은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말했다.
"그건 니들이 멋대로 생각한 거잖아? 앙?!"
"......!!"
"......!!"
"......!!"
"우리가 언제 그런 적 있어?!"
"......!!"
"......!"
완전 불량하게 대답한다.
물론 그런 내 말에 모두 경악에 휩싸여서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그나저나 나 나름대로 연기력(?)은 좀 되나 보다.
이렇게 불량한 납치범도 훌륭하게 소화해 내니.......
"역시 본성은 못 속이는 건가?"
"뭔 개소리야!!"
"완전 악인의 본성인데?"
"......."
그때 이런 내 연기력이 탐났는지 날 아예 악인으로 몰고 가는 케찹이.
하지만 괜찮다.
내 연기력이 부러워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다.
"......조건을 말해라."
"조건을......."
그때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말하는 천족과 마족들.
역시나 작전이 약간 그렇긴 하지만, 효과는 괜찮다.
그런데 지금 같이 말했다고 서로 싸우려는 분위기가 날 것 같은데?
아니,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이르다.
나에게는 핵심 인질 두 명이 있다.
이 둘의 울트라(?) 파워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난 분명히 이번 작전을 성공할 것이라고 믿은 채 그들에게 요구 조건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친하게 지내."
"......."
"......."
"......."
"......."
"......."
......어?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침묵에 들어가는 천족들과 마족들.
너무 갑작스런 침묵이어서 말한 내가 무안할 정도?
내가 한 말이 아무도 말문을 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조건?
"차라리 죽겠다!!"
"그건 내가 할 말!!"
"그래, 죽고 만다!!"
"우리야말로!!"
으르렁!!
"......."
그 순간 갑자기 침묵을 깨더니 으르렁거리는 두 분들.
그리고 덤으로 친하게 지낼 바에는 죽겠단다.
이거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둘 사이는 미묘 복잡하다.
그뿐 아니라 순수한 이미지 벗어던지고 인질범이 된 내 입장은?
"그만들 하시죠."
"넌 뭐야!!"
"너는 누구냐!!"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천족들과 마족들.
왠지 이럴 때는 완전 타이밍 죽인다.
어떻게 조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는지.......
아니, 그것보다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 본 느낌인데?
"엔딘?"
어느새 나타난 정의의 용사 엔딘 사마였던 거.
한편 엔딘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앞에 있는 그들을 향해.
"엔딘이라고 합니다."
한마디 하신다.
그리고 덤으로 갑자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분위기가 달콤미묘하다.
이건 또 무슨.
털썩.
털썩.
"......!"
그 순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그 장면이란 엔딘을 향해 모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조율자 엔딘 님을 뵙습니다."
"조율자 엔딘 님을 뵙습니다."
그뿐 아니라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 공손하게 엔딘에게 인사를 했다.
이건 뭐지?
조율자가 이리 대단한 거였나?
엔딘의 한마디에 친하게 지낼 바에는 서로 죽겠다는 그분들이 친하게 지낸다고 하신다.
물론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왕자와 공주라는 인질의 값어치보다 엔딘, 즉 조율자라는 이름이 더 엄청나다는 걸 난 오늘 깨달았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은 뭐였을까?
전문용어로 삽질한 것이다.
아아, 이미지만 개판이 되고 얻은 수확은......!
아니, 뭐 결론적으로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잘됐으니 그냥 넘어가자.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빛 아저씨는?"
이분을 찾는 게 더 급하다.
분명 어둠과 빛이 어쩌고저쩌고 하면 빛 아저씨가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내 눈으로 둘의 휴정 협정을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빛은 안 내린다.
설마 이 빛 아저씨는 순수하게 나오는 게 쑥스럽다는?
"되게 많이 쑥스러운가 보군."
난 계속해서 응답이(?) 없는 빛 아저씨를 기다려 주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렇게 나타나기가 힘든 거야, 빛 아저씨?
아니면 내가 주문이라도 외워 주기를 기다리는 걸까?
"그럼 그렇지."
"......."
그때 갑자기 빛 아저씨가 나오지 않으셔서 난감해 하고 있는 나에게 들리는 시비성 발언.
그리고 그 시비성 발언을 한 이는 역시나.......
"케찹이."
한편 케찹이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더니 말했다.
"난 주인의 추리가 틀릴 거라고 확정했지."
"......."
"그 개거지 같은 추리로 암호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
"설마 완벽한 추리라고 생각한 거야?!"
케찹이의 말이 이어질수록 극도로 당황하는 나를 향해 치명타를 날리는 케찹이.
그,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완벽한(?) 추리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이 자식이 가만히 있으니까!!
"지금 나를 때리면 주인은 패배자야!"
"......!!"
"자신의 개거지 같은 추리에 실망해서 화풀이하는 패. 배. 자!!"
"......."
어느새 케찹이 파리채를 집어 든 나에게 케찹이는 냉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내가 케찹이를 때리면 패배자?
퍼억!
"아악!!"
그 순간 어느새 내 손이 순식간에 움직이더니 케찹이를 때려잡았다.
그러자 내 이런 모습에 케찹이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무척이나 당황하더니 말했다.
"주, 주인, 자, 잠시 지금 나를 때리면 주인은 패배자......!"
하지만 난 그저 파리채를 풀 스윙으로 휙휙 휘저으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패배자 하고 네놈 패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
그렇다.
패배자 하고 나에게 염장을 한 케찹이에게 사랑을(?) 안겨 주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이니까.
아, 뒤의 모습은 자체 모자이크.
"확실해?"
"확실해."
"이런, 이런."
저번에 성민이 전설의 히든 클래스로 전직하자, 무서운 조율자님이 탄생되었다고 장난 비슷하게 말한 네얀과 페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과는 달리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아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찹이라는 요정이 그분의 힘을 유지하고 있을 줄이야....... 이거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
"아니, 그건 오히려 별거 아니야.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조율자가 얻은 직업이야."
"무슨 말이야?"
그리고 그 질문에 페얀이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플레이지 나이트야."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얀이 굳어 버린다.
하필 다섯 개의 직업 중 그 직업이라니, 정말 최악이다.
그뿐 아니라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럼 플레이지 나이트의 전승자와 그분의 힘을 이어받은 케찹 님(?)과 같이 있다는 거지?"
"그래."
"이건 정말 재미있네."
"글쎄."
"난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은데. 플레이지 나이트의 전승자와 그분의 힘을 가진 두 존재가 같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 힘을 이어받은 이상, 이성보다는 본성이 먼저니까 말이야."
그렇게 그들은 속삭였다.
둘이 아무리 친하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는 둘은 친해질 수가 없다.
아니, 친해질지는 몰라도 케찹이가 그분의 힘을 얻은 이상 언젠가는 이성을 잃어버릴 테다. 그렇다면 제일 가까이에 있는 프레젠을 공격할 것이 진리.
케찹이에게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