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사렌과 길쉬
약간의(?) 사소한 일이 있은 후 난 얌전히 집에서 잠수 탔다.
그리고 며칠 후 마나 게이트가 원상 작동한다는 소리를 듣고 당장 마르코 게이 씨를 피해서 얼른 다시 원래 차원으로 도착했다.
한데 우리가 원래 차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한 인물, 아니, 한 요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갑작스럽게 나를 향해 웃으면서 한마디 하신다.
"축하드려요."
"......?!"
난 사렌을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축하한다니, 뭘 축하한다는 거지?
한편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사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로 전직하신 거요."
"허!"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지?
지금 이 사실을 아는 건 정말 소수인데.
난 어떻게 사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갑작스럽게 궁금증이 밀려왔고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서 공포에 떨면서 억지 미소를 짓는 케찹이를 향해.
"니가 말했음?"
"내가 미쳤어? 저런 마녀 할망구에게 그딴 소리 하게!!"
"......."
물었지만 케찹이는 이런 반응이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케찹이가 잘도 자기 누나에게 그런 소리 하겠다.
그럼 도대체 사렌은 어떻게 이 사실을 안 거지?
"길쉬 님이 말해 주셨어요."
"......."
"......."
그 순간 사렌이 나의 궁금증을 알았다는 듯 한마디 해 주신다.
그래, 길쉬가 가르쳐 주었구나(근데 언제 둘이 이야기를 했지?).
흐음, 금세 수긍이 간다.
저기 그런데 개인적으로 하나 궁금한데.......
"왜 얼굴이......?"
"......."
빨개지시는 겁니까?
분명 나의 눈이 정확하다면 길쉬 님이라는 대목에서 사렌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아니, 그뿐 아니라 고개까지 푹 숙여 버린다.
뭐지, 뭐지, 뭐지?!
이 미묘한 반응은?!
난 사렌의 정말 특이한(?) 반응에 혼란스러워졌고, 그때 마침 길쉬가 사렌을 보자 사렌은 정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길쉬까지!!
이건, 이건!
아니야! 그, 그럴 리가 없어!!
사, 사렌이 설마, 설마!
그래, 아니다!
이건 있어서도 안 돼!!
사렌이 길쉬를 좋아한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생각(?).
절대 있으면 안 되고 있으면 없애야(?) 하는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무리 봐도 한 남자를 좋아하는 그 모습이잖아?
그럼 진짜로 사렌이 길쉬를 좋아한다고?!
사렌.
남성 취미가 정말 독특하구나.
누가 케찹이 누나 아니랄까 봐 길쉬같이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남자를 좋아하다니. 아니, 그뿐 아니라 나보다 길쉬 자식이 한 단계 빠르다니!!
누구는 연애편지 한 장도 못 받아 보았거늘!
분하다. 분해!!
지금 당장이라도 사렌이 정신 차리기를(?) 기도한다.
사렌,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라!!
난 사랑을 받는 길쉬를 향해 나도 모르게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잠시 후였다.
'무, 무슨 생각을! 내가 이렇게 추잡스럽게!!'
난 깨달았다.
지금 나의 모습이 얼마나 추잡스러운지 말이다.
케찹이나 할 생각을 지금 나도 모르게 해 버리고 말았다.
사랑을 축복해 주지 못할망정 나도 모르게 그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렌의 사랑을 존중.......
"쿠쿠쿠."
"......."
"크크크크크."
"......."
"키키키키키."
그때 갑자기 온몸에 소름을 끼치게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농담 안 하고 뭐라고 해야 하나,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끔찍한 기분이어서 설명조차도 불가능했다.
그만큼 방금 그 소리는 설명 불가 판정을 받은 웃음소리다.
어찌 됐든 그 웃음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케찹이!"
케찹이는 자신의 누나인 사렌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냥 바라볼 리는 없다.
마치 엄청난 찬스를 잡았다는 눈빛이었다.
이런 방향에는 정말 천재라는 말도 부족했다. 말 그대로 초천재 수준?
이미 저 대가리(?)에는 모든 작전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보장하는 이유는 정말 지금의 케찹이는 진짜 상상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나쁜 대가리이기 때문이다.
난 케찹이를 주시했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에 그 상황을 주시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케찹이는 길쉬에게 자유의(?) 시간을 마구 준다. 한마디로 사렌과의 시간을 준다는 말.
이거 누가 보면 당연하게도 동생이 누나 생각해서 배려하는 모습이라고 하겠지만, 난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저 케찹이의 이상행동(?)에는 분명 원인이 있다.
근데 짐작이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작전인 거지?
왜 이렇게 사렌과 길쉬와의 시간을 오히려 더 주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이 나쁜 요정 자식!!
난 지금 당장이라도 케찹이에게 정중하게(?) 파리채로 물어보고 싶었으나 증거가 없다.
한마디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다는 거.
분명 무슨 일을 벌이기는 할 것 같은데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악행을 하려고 도대체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할까?
사흘이 지났다.
케찹이는 아예 길쉬와 자기의 누나 사렌을 밀어주는 형태까지 보였다.
한마디로 아무리 봐도 그저 누나를 도와주려는 착한 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덕택에 사렌과 길쉬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지만, 나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분명해!!
지금 당장이라도 사렌에게 케찹이의 나쁜 본성을 말해서 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사렌의 앞에서는 그저 얌전한 요정 한 마리에 불과한 케찹이.
사렌이 이 말을 믿기에는 증거 불충분이다.
아악!
도대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저 알 수 없는 케찹이의 잔혹한 작전을 알 수 있지?
일주일이 지났다.
케찹이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사렌과 길쉬의 관계를 더욱더 좋게 만들어 주려고 열심히 움직였다.
설마 케찹이 자식, 이제부터 착해지기로 한 건가?
그래서 자신의 누나와 길쉬의 사랑을 앞에 나서서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일주일 동안이나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그럴 리는 없어!!"
그때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케찹이가 갱생하다니, 차라리 마왕이 갱생하는 게 더 확률적으로 높을 것이다.
다시 착해지려는 것도 일말의 가슴에 '양심'이라는 두 글자가 있어야지만 가능한데, 케찹이는 없다.
완전 어둠, 그 자체다.
절대 깨끗해질 수 없는 마음을 가진 구조다.
그런 케찹이가 개과천선이라는 건 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케찹 님이 되게 착해지신 것 같아요."
"......."
그때 케찹이의 일주일 동안의 모습을 보고 연희가 내게 살며시 속삭였고 난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저건 그저 눈속임일 뿐이다.
저 모습은 가식일 뿐이야!!
하지만 왜 저 자식, 정말 저런 해맑은 미소로 둘의 모습을!!
아아악!!
나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거야?!
케찹이의 개과천선?!
"고마워."
사렌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케찹이에게 말이다.
어느새 옛날의 그 철없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자신을 위해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있다.
사렌의 입장에서는 정말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한편 그런 사렌의 말에 케찹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동생으로 당연한걸."
분명 프레젠이 있었으면 절대로 의심해야 한다고 소리칠 만한 미소를 말이다.
그렇지만 케찹이의 위장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사렌으로서는 그저 그런 동생의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했다.
그렇게 사렌은 케찹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그 자리를 떠났고, 케찹이는 혼자가 되자 방금 전 그 아름다웠던(?) 미소는 당장 버리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 즐기라고. 즐겨, 더욱 즐겨!"
본색이 나온다.
"연희 님, 은애 님!"
"......."
"......."
연희와 은애는 굳어 버렸다.
저기에서 너무나도 밝고 깨끗한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말을 거는 케찹이를 보고 말이다.
물론 평소에도 연희와 은애, 이리엘에게는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착한 이미지를 고수하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더욱 그랬다.
그뿐 아니라 상냥하게 웃으며 물었다.
"주인은 언제 오나요?!"
"에?!"
"선배요?!"
프레젠을 찾는 것이다.
케찹이가 프레젠을 찾는다!!
이건 말 그대로 있어서도 안 될 일!
왜냐고?
절대적으로 프레젠이 없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케찹이였으니까.
프레젠만 없으면 자신은 자유인, 아니, 자유 요정이다.
술도 마음대로 먹어도 되고 여자한테 마음대로 집적거려도 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
그렇기에 프레젠이 없는 게 케찹이로서는 할렐루야다.
"주인이 보고 싶어서요."
"......!!"
"......!!"
연희와 은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차 쇼크를 주는 케찹이.
지금 이런 케찹이의 모습은 정말 케찹이를 아는 그 누가 보더라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저 미쳤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릴 정도로.
어찌 됐든 케찹이가 프레젠의 행방을 궁금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았기에 연희가 대표로.
"선배는 오늘 좀 늦는다고......."
"그렇습니까?"
"네."
"그렇군요. 크크크크."
"......."
말했는데 프레젠이 늦게 온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케찹이가 무서워졌다.
온몸에 공포가 밀려올 정도로 말이다.
"그럼 실례하죠. 쿠쿠쿠."
"......."
"......."
그 말을 끝으로 너무 공포스러워서 그대로 굳어 버린 연희와 은애에게 한마디 하고 사라지는 케찹이였다.
"......??"
사렌은 의아했다.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케찹이가 말이다.
분명 만난 지도 별로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케찹이가 자신을 부르는 경우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렌으로서는 의아하기 그지없었다.
어찌 됐든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자신의 동생이기에 사렌은 별 의심 없이 케찹이가 부른 곳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는 케찹이가 있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예를 들어 엄청 건방진 자세).
평소 자신을 볼 때 그 예의바른(?) 케찹이가 아니었기에.
무슨 대악당 포스가 케찹이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거.
한편 그 모습을 본 사렌은 아무리 자신을 도와주는 착한(?) 동생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화난 어조로 말했다.
"케찹이 너, 지금 그건 무슨 이상한 자세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렌의 한마디에 케찹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누나,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
빠직.
케찹이의 도발에 사렌이 빠직한다.
케찹이가 갑자기 뭐를 잘못 먹었는지 지금 상태가 이상하다.
감히 자신을 이렇게 도발하다니, 이건 말 그대로 죽여 달라는 소리다.
그런 생각과 함께 사렌은 케찹이에게 오늘 다시 한 번 누나로서 사랑을 나눠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스톱. 누나, 저기를 봐."
"......?"
갑자기 스톱을 외치면서 어느 한 군데를 향해 말하는 케찹이. 그리고 케찹이가 가리킨 방향을 무심코 사렌을 바라본다.
잠시 후.
"길쉬 님!!"
"우우웁!!"
사렌은 너무나도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말투로 외친다.
길쉬가 나무에 쇠사슬로 묶여 있고 입은 천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으니까.
"이제 알겠어? 누나의 지금 상황을 말이야."
"케, 케찹이 너!!"
"크크크. 크크크."
"......."
사렌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저런 대악당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모습의 케찹이가 진정 자신의 동생이란 말인가?!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케찹이를 위장한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 보지만 자신이 자신의 동생과 다른 존재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확실하게 케찹이였다.
그런데 지금 저 모습은(원래 그랬으나 사렌이 몰랐을 뿐)!!
"자, 누나. 길쉬가 무사히 풀려나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
"......."
"보기 싫은 건가?"
퍼억!
"우욱!"
"케, 케찹이 너!!"
그때 사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언제 왔는지 곧바로 길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요정 한 마리.
그리고 길쉬의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흘렀다.
"자, 난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
"싫은 거야, 누나?"
"아, 알았어!! 워, 원하는 게 뭐야!!"
사렌은 소리쳤다.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케찹이라면 충분히 길쉬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상태.
그렇기에 그녀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특히 일주일간의 길쉬와의 행복했던 시간이 무척이나 떠올랐다.
사실 전에 케찹이가 길쉬와 사렌을 밀어주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일주일 전에 분명 사렌과 길쉬의 미묘한 사이를 감지한 케찹이.
하지만 그때 그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무엇을? 인질로서의 가치가 말이다.
원래 소중한 사람일수록 인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그때 수준은 거의 초기 단계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케찹이는 솔선수범해서 그 둘의 진행을 열심히 밀어주었고, 지금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 인질로서의 가치가 최고라고 평가될 때 이렇게 나서는 거다.
정말 천재다.
아, 정말 나쁜 쪽으로는 대단한 천재다.
"그럼 각서를 써 줘야겠어."
"......?!"
"나에게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
"그뿐 아니라 동생이 하는 일은 어떤 일이라도 밀어주겠다고 말이야!!"
"......."
이거였다, 케찹이가 원했던 것은.
사렌의 무력 봉쇄.
자신이 유일하게 프레젠을 제외하고 무서워하는 사렌의 힘을 봉쇄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좀 더 자유로워진다.
좀 더 말이다.
그뿐 아니라 든든한 지원군까지!
"싫은 거야, 누나?"
"......."
"싫은가 보군."
"아, 아니야. 쓰, 쓸게!!"
"크크크."
사렌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공포에 질려 있는 길쉬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케찹이를 보고 소리친다.
자신의 동생이 이렇게 나쁜 요정이었다니!
사렌은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길쉬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
길쉬를 위해서.
"이 자식!!"
"......!!"
"......!!"
"......!!"
그 순간 사렌이 각서를 쓰기 바로 전 갑자기 등장한 한 인물.
그리고 그 등장에 너 나 할 것 없이 놀란다.
특히 케찹이는 말이다.
"......주, 주인, 어떻게 지금!!"
"그딴 건 알 필요 없고, 이게 목적이었군."
"......."
프레젠은 알았다는 듯 말했다.
저 케찹이의 잔인한 작전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한편 최대의 적이 나타나자 케찹이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잠시 후 다급히 사렌에게 했던 것처럼.
"오, 오기만 해 봐! 기, 길......!"
"플라잉 파리채!!"
"으악!!"
협박하려고 했지만 협박 대상이 잘못됐다.
차라리 여자였다면 몰라, 남자의 협박은 아예 안 들어오는 프레젠인데 길쉬로 협박을 하다니.
그리고 참고로 그날 새로운 기술, 플라잉 파리채(날아서 파리채 찍기)라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
케찹이는 장난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래서 사렌에게 질질 끌려간다.
물론 나에게 구해 달라고 하지만 그의 악행이 너무나도 심했기에 난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내가 어떻게 딱 타이밍을 맞춰 나타났는지 여기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들어간다.
일주일 동안 케찹이의 이상 현상.
전에 케찹이의 본모습을 알던 사람은 모두 착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난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케찹이가 착해진다는 건 전에도 언급했지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분명 잔인한 작전이 그 뒤에 숨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난 케찹이가 작전을 손쉽게 펼칠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주기로 했다.
물론 나에 대한 질문은 연희나 은애에게 물어볼 것이고 그리고 그 질문을 하자마자 당장 연락을 달라는 말은 잊지 않았고.
그리고 케찹이는 오늘 걸려들었다.
케찹이는 연희와 은애에게 내가 접속을 하지 않자 언제 들어오는지 물었고, 그걸 난 연희와 은애에게 들었다.
그렇기에 케찹이가 드디어 무엇을 한다는 걸 깨닫고 부랴부랴 나타난 것이고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의 미끼를 물어 버렸다는 거다.
잔머리 하나만은 인정하지만, 나도 케찹이에 관련해서는 빠삭했다.
그놈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