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프레젠은 여자 킬러?
"어라?!"
난 내 앞에 보이는 무언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랑 똑같은 갑옷과 무기?"
나와 비슷한 남자 한 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설마 내가 내 얼굴도 구분 못하겠는가?
그러니 난 아니다.
어찌 됐든 그 정체불명의 남자(이 직업의 전 주인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엥? 케찹이?"
아니, 케찹이가 아닌가?
아, 자세히 보니 아니네.
하지만 무척이나 비슷했다.
한마디로 요정이라는 거.
그리고 그 요정은 이 직업의 전 주인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 마디로 썩소.
어머나.
케찹이 말고 저런 재수 없는 미소를 짓는 요정이 있었다니.
세상은 참으로 넓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한편 그렇게 그 요정의 썩소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그 썩소 요정이 그 자그마한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순간.
"......!!"
엄청난 기운이 플레이지 나이트의 전 직업의 주인에게 몰아친다.
"허억!!"
난 식은땀을 흘렸다.
자다가 일어나서 이렇게 식은땀 흘리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방금 전 꿈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못해 무섭다.
뭐 이런 엿 같은 꿈이 있지?
전 플레이지 나이트의 전 주인과 웬 요정 한 마리의 싸움.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요정의 그 엄청난 힘.
사실적으로 말해 케찹이와는 잽도 안 된다.
그 힘에 비해서 케찹이의 필살기는 그저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그만큼 그 힘이란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그 힘이 플레이지 나이트를 향해 덮치는 과정에서 꿈이 끝나 버렸다.
그리고 만약에 그 힘을 맞는다면?
"소멸될 거야."
이건 확실하다.
그 힘은 말 그대로 소멸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게 할 정도의 힘이었으니까.
근데 분명 메라가 말하기에는 플레이지 나이트가 누군가에게 소멸을 당했다고 하는데 방금 전 그 꿈은 그의...... 생각 잔해?
그럼 간단히 말해 그 요정에게 최강의 조율자가 당했다?
"푸헤헤."
난 잠시 후 마구 웃었다.
말도 안 된다.
최강의 조율자가 요정에게 당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나저나 이런 심오한 개꿈이라니, 미쳐 버리겠다.
너무 심오해서.
클레이제이먼과 싸운 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참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이미 이곳 안드로메다에는 엄청난 인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우리 쪽 차원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속속 나타나다 보니 마구 사람들이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그 이상한 우주 괴물들은 그저 쓸리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 외로 마법이라는 신비의 힘에는 정말 약한 모습을 보여 주는 그 우주 괴물들.
그리고 그 덕택에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우리 쪽에서 사람들이 오는 걸 무척 환호한다.
뭐 우리 쪽은 새로운 광산이라든가 알 수 없는 힘을 연구하기 위해서 오고, 서로서로 좋다는 거다.
그나저나.......
"클레이제이먼!"
그를 놓친 지도 한 달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여기서 머리 아픈 건 클레이제이먼과 데리트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둘이 연합을 해서 공격하면 진짜 꽤나 머리 아플 것이니까.
그리고 추가적으로 나머지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도 그들은 찾고 있고, 만약에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데리트에게 들어갈 경우 답이 안 나온다.
사실 지금도 불리한데 여기서 저쪽 팀에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하나 더 나온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어찌 됐든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내가 차지해야 한다.
절대 욕심 부리는 건 아니고 그냥 세계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내 직책이 조율자다.
한마디로 풀이해서 정의의 용사.
그래서 절대적인 힘으로 조율을 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전설의 히든 클래스도 내가 냠냠해서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메라 양은?"
어디로 가셨냐는 거다.
저번 이후 단 한 번도 뵙지(?) 못했다.
물론 히든 클래스로서의 변신은 자유자재.
하지만 그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일까?
똑똑.
"저기......."
"......?"
난 문 건너에서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난 그 목소리에 반응해 말했다.
"에란 오셨어요?"
한편, 이런 내 말에 그녀는 감격에 흠뻑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는 거예요?"
"아니, 뭐......."
참으로 무안한 질문을 하신다.
내가 등신 쪼다도 아니고 거의 매일 찾아오는 분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렇게 이름을 불러 준 지 꽤 됐는지도 불구하고, 저분 참으로 계속해서 감동한다.
"드, 들어가도 돼요?"
"네."
그때 다시 한 번 그녀의 말이 들리고 난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나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면서 등장하는 한 소녀.
나이 17살, 이름 에란. 에메랄드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한 소녀였다.
특히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아름답다는 거다.
그녀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단정한 그녀의 모습은 항상 미녀 밭(?)에서 사는 나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한편 그렇게 내 방에 들어온 그녀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렸고, 난 나름대로 편안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무슨 할 말 있으세요?"
"저, 저기......."
"......?"
"저, 정말 개인적인 부탁인데......."
"......?"
"저기 그러니까......."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나와 만난 지 꽤 되었지만 저런 말은 처음이다.
그리고 나에게 신경 써 준 것만으로도 항상 뭐라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회에 원하는 걸 들어주면 나야 좋다.
그렇게 내가 흔쾌히 허락해도 에란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잠시 후 에란의 입이 열렸다.
"사, 사인 좀 해 주세요!!"
"......."
좀 당황스럽다.
사인이 그토록 말하기 어려운 부탁이었을까?
아니, 그런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데 부탁을 받아도 받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난 흔쾌히 사인해 준 뒤 다른 걸 요구하라고 그랬고, 사인 한 장만으로도 되게 감격하던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내 설득에 또 다른 부탁을 하셨다.
그리고 그건 바로 자신의 집으로의 초대였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다.
과연 이게 부탁이라는 요소에 들어갈 만한지 난 참으로 궁금하지만, 그녀의 입장으로서는 그렇다니 어떻겠는가?
그러고 보니 난 그녀가 어느 집에 사는지, 가족이 얼마인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떠나간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헉!!"
그때 갑자기 은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여기에 오신 겁니까.
아니, 그것보다 떠나간 그녀라니?
"그, 그건 무슨 말이야!"
떠나간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니,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지?
한편 이런 내 말에 은애는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고는 잠시 후 말했다.
"에란."
"......?"
"거의 둘이 결혼한 수준인 거 몰라?"
"이, 이건 또 뭔 일이야?"
난 갑작스러운 은애의 말에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은애는 왠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아침, 점심, 저녁 매일 음식 차려다 주지, 그리고 거의 몇 시간마다 불편한 건 없냐고 집에 들락거리니, 그뿐 아니라 아예 마누라보다 더 신경을 쓰는 거 몰라서 그래?"
"......."
그, 그랬던가?
에란의 얼굴을 자주 본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차라리 결혼을 하지 그래?"
"......!"
그때 은애가 한마디 하고, 난 너무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혼이라니? 그, 그건 무슨......!
쨍그랑.
"......!"
"......!"
그때 문 밖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난 그 소리에 반응해 당장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느새 에란이 나한테 갖다 주려고 한 그릇을 정리하면서 마구 당황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얼굴까지 빨개졌다.
들었을 게 분명하다.
은애 목소리가 좀 커야지.
들었어! 으악!!
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당황했고, 하지만 잠시 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변명을 했다.
"시, 신경 쓰지 마. 으, 은애가 조금 농담(?)으로......."
아니, 사실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한편 이런 내 말에 에란은 여전히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못 들고 있었고, 난 그저 초조한 시간만을 보냈다.
잠시 후 에란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
"요, 용사님과 결혼이라면 괘, 괜찮아요."
"자, 잠시! 그게 무슨......?"
"저 용사님을 처음부터 좋아했어요."
"은애 씨!!"
"......."
"은애 양!!"
난 이유 없이(?) 마구 화를 내 버리면서 가는 은애를 따라갔다.
왜 갑자기 화가 났단 말인가!!
그것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 전설의 공포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한편 이렇게 내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은애는 멈추지 않았고, 그저 한마디 하실 뿐이다.
"어서 여자 분들에게 작업 들어가셔야죠? 이럴 시간이 없잖아요."
작업이라니!!
난 그런 거 한 적도 없다고!
그리고 에란의 한마디는 나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한 변칙 발언이다.
절대로 지금 은애가 생각하는 것처럼 작업이라든가 그런 걸 한 적이 없단 말이다.
"난 절대 작업이라는 건 모른다니까!! 나 잘 알잖아!!"
나는 마구 걸어가는 은애를 향해 한마디 하고, 그런 내 참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은애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지만 잠시 후 나를 보더니 말했다.
"거짓말쟁이!"
헉! 거짓말쟁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나도 믿기 싫었어. 너한테 그런 저질적인 면이 있다고."
"자, 잠시 무슨 말을......."
"그런 소문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믿으려고 했어. 하지만...... 이제 다 알아 버렸어."
"지금 하나도 이해가......."
"여자 킬러 프레젠!!"
"......."
이건 개뼈다귀가 브루스 추는 상황보다 더 당황스럽다.
여, 여자 킬러 프레젠?
한 마디로 카사노바라는 거야?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문이냐!!
물론 상당히 알려지지는 않고 비밀리에(?) 퍼진 소문이기는 하다.
프레젠이라는 분이 은근슬쩍 여자한테 집적거리면서 여자를 공략한다는 것.
은애도 진짜 우연치 않게 그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뭐야? 그 소문은!!"
난 정말 억울했다.
여자 킬러라니! 내가 아는 여자라고는 이 행성에는 에란 한 명이다.
다른 여자 분들은 아예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내가 도대체 왜 그런 소문이 퍼진 거냔 말이다!
왜, 왜, 왜!
이건 아무리 봐도 누군가가 나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밖에 안 보였다.
그 누군가가......!
"......케찹케찹케케찹."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노래의 주인공이 그런 이상한 소문을 냈을 거라고 100% 장담한다.
"후우, 피곤하군."
난 귀환하면서 한마디 하는 케찹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 피곤하기도 하겠지.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니니 말이야.
많이 피곤할 거야.
"어? 주인이 무슨 일이야?"
그때 개 팔자가 상팔자, 아니, 요정 팔자가 상팔자라고, 이곳에 개인적인 집까지 마련돼서 자기 집으로 돌아온 케찹이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물어봤고, 난 그런 질문에 그저 미소만을 지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보고 뭐 느끼는 거 없냐?"
양심의 가책이 있으면 느낄 거라는 생각 하에 물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질문에 케찹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뭘 느끼는데?"
그래, 내가 저놈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백할 거라는 생각은 죽어도 안 했다.
하지만 기회를 주려는 마음에 그랬건만 역시 넌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이곳에 소문이 돌고 있다."
"뭔 소문? 나 잘난 거?"
"......."
한마디 하는데 무슨 개소리를 하신다.
그딴 소문이 왜 돌겠냐!!
그뿐 아니라 니가 어디가 잘났는데!!
아니, 욕하는 부분에서는 대상을 줘도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난 다시 애써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내가 여자 킬러라는 소문."
"......."
한편 이런 내 말에 케찹이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고 난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저 자식이라고!
하지만.......
"푸헤헤헤헤!!"
"......?!"
갑자기 미친 듯이 웃는 케찹이.
"아, 웃겨 뒤지겠네!!"
그뿐 아니라 배까지 붙잡고 웃으신다.
지금 그 웃음은 뭐냐?!
도대체 무슨!
"주인이 여자 킬러래! 푸풋. 지나가던 개똥도 무시할 만한 소문이네."
"......."
"와, 주인같이 작업 못하는 사람이 여자 킬러면, 난 슈퍼맨인가?"
"......."
한마디로 나의 순수함(?)을 잘 안다는 케찹이.
그럼 케찹이가 아닌가?
그럴 리가! 이런 저질 같은 행동은 케찹이밖에 안 하는데.
하지만 지금 저 반응을 봐서는 아니다.
나의 순수함을(?) 너무 잘 아는 케찹이가 그런 소문으로 나를 매장할 수 없을 거라는 건 잘 아는데 그런.......
케찹이는 아니다.
물론 자기가 해 놓고 저렇게 시치미를 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고난이도의(?) 머리를 쓸 정도로 케찹이는 똑똑하지 않다.
그뿐 아니라 요새 케찹이는 나름대로 무지 바쁜 편이다.
아침에는 여자들에게 희망의 요정이 되어 주고 저녁에는 전설의 술꾼이 되어야 하는 바쁘고 바쁜 일정을 살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이상한 소문을 낼 시간도 없다는 거.
그럼 도대체 누가 나에 대해 그런 헛된 소문을 냈단 말인가?
누가?!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내가 조금 성품이 고와서(?) 남들과 원만한 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자, 잠시. 그 시선들은!!
성품이 곱다는 말과 함께 들이대는 무언의 기운들.
지금 내가 성품이 곱다는 걸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소리?
난 조율자다.
조율자=착한 사람.
그래서 난 착하다.
물론 데리트나 클레이제이먼처럼 나쁜 놈들도 있지만 그건 아주 드문 일이고, 절대 나와는 관련이 없다.
난 그저 평범한 조율자답게 평범하게 착하다.
어찌 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도대체 누가!!"
이런 괴소문을 내서 나에게 이런 이미지 타격을 주었단 말인가?
나름대로 여기서는 정말 깨끗한 이미지였는데!!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가 원래 있던 곳에서 별명은 약간 그렇다.
소문이 잘못 나서 그런지 몰라도 일명 미친 초보자 프레젠.
정말 부담스러운 별명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는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얼마나 멋진 이미지였는데!!
제길, 누가 이런 저질 소문을!!
"은애 양!"
"......."
난 아직까지도 날 못 믿고 있는 은애를 친근하게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
난 그런 은애에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알면서!"
"뭘."
"......."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나 순수한 거(?)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 쪽으로 소질 없는 것도 제일 잘 알잖아요, 흑.
난 왠지 은애가 이런 나의 순수함을(?) 몰라준다고 생각하자, 왠지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은애만은.......
"아, 알고 있어."
"......!"
그때 살짝 떨리는 어조로 말하는 은애.
그러더니 잠시 후.
"얼마나 연애 쪽에 바보 멍텅구리인지."
"......."
"그런데 그런 이상한 소문하고 결혼 이야기를 듣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살짝 흥분했어."
"......."
"미안해."
저기 나의 억울함을 이해해 준 것까지는 좋은데, 연애 쪽에 바보 멍텅구리라는 말은 칭찬?
그, 그래. 순진하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거야!!
참으로 은애 양도 돌려서 말하기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나 궁금한데.
"내 결혼 이야기에 왜 흥분해?"
"바보!!"
"......."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더니, 정말 알 수가 없구나.
난 그저 질문했을 뿐인데 은애는 나보고 바보란다.
내가 뭘 했지?
뭘 했다고 그런 비극적인 말을.
아니, 사실 바보는 이런 뜻이 아닐까?
순진하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말!!
그래, 방금 전에도 연애 감각이 바보 수준이라고 했으니 그게 순진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바보도 순진해서?
"생각은 자유라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
그때 갑자기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하는 은애.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답변해 주는 모습이다.
아니, 읽지 않고서야!!
"시무룩해져 있다가 갑자기 생각에 잠기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거리고 금세 수긍하고 뻔하잖아."
"......."
"내가 바보라고 한 말에 충격받아 있다가 혼자서 해석 마음대로 하고 금세 수긍하고, 틀려?"
"......."
어떻게 이렇게 나를!!
"내가 너랑 있은 지 얼마인데 그것도 파악 못할 것 같아?"
"......."
그것도 그렇다.
은애와 있던 시간이 꽤 되다 보니 이런 사소한(?) 것쯤은 은애라면 금방 파악이 가능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애의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참고로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어."
"헉!!"
뭐? 은애 말고 다른 사람도 이런 재주가(?) 있다고?!
아니! 근데 왜 나는 그런 재주가 없지?!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던데.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은애는 한숨을 푸욱 쉬더니 중얼거렸다.
"저런 단순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다시 말하지만 이런 건 그냥 넘어가 줘도 된다.
전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자자, 그럼 화제를 원래대로 돌려 보자.
"저기 은애 양, 그 괴소문의 출처가 어디야?"
난 이게 제일 궁금하다.
내가 도대체 여자 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괴소문이 난 지점이 어딘지 말이다.
참고로 그 지점 따라가다 보면 괴소문의 진원지도 밝혀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한편 그런 내 질문에 은애는 아주 가볍게 한마디 하지만, 듣는 난 아니었다.
"길쉬 님이 그랬는데."
"기, 길쉬가?!"
"응."
"......!!"
기, 길쉬가 이런 미친 소문을 냈다는 거냐!
아니, 물론 길쉬가 그런 헛소문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 다른 사람한테 그 소문을 듣고 은애한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케, 케케케케케찹!!"
길쉬와 끈적함으로 이어지는 케찹이 덕택에.
일단 케찹이는 길쉬 마스터다.
그러다 보니 길쉬에게 명령만 내리면, 길쉬는 어쩔 수 없이 그걸 실행해야 한다.
나름대로 길쉬는 정상적이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난 길쉬가 다른 존재에게 그런 소문을 들었다는 말보다는 케찹이가 명령을 내려서 그 소문을 길쉬가 만들어서 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추측만으로 케찹이를 때려잡을 수는 없다.
증거가 있어야 된다, 증거가!
그리고 그 증거는.......
"길쉬!"
길쉬가 산 증거가 되어 줘야만 한다.
"길쉬."
"네?"
나와 은애를 보자마자 길쉬는 흠칫했다.
이쯤 되자 확실하다. 무언가 있다고!
난 그런 길쉬를 향해 진짜 나름대로 다정한(?) 어조로 물었다.
"누. 구. 니."
"......."
"그. 런. 소. 문. 을 낸 착한 사람, 아니, 요정 말이여."
"......."
나의 너무나도 사근사근한 한마디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길쉬.
역시 사랑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나의 이런 사랑스러운 대화법이 효과가 있나 보다.
잔뜩 움츠러든 걸 보니 말이다.
한편 난 계속해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말문을 열지 않은 길쉬를 향해 다가가 그의 뺨을 쓰다듬으면서(절대 변태 행각은 아니다. 오해 금지!) 물었다.
"어떤 인간, 아니, 어떤 요정이 시켰음?"
"......."
"어서 말하는 게 건강에 좋을 건데."
"......."
하지만 내가 이렇게 좋은 말로 하는데도 말문을 열지 않는 길쉬.
와, 케찹이 자식. 이번엔 단단히 입막음을 시켰구나.
이렇게 된 이상 좀 더 다정한(?) 어조로 말을 해야 하나?
"길쉬 님, 개인적으로 성민이가 많이 곤란해 하고 있으니 말해 주면 안 될까요?"
그때 나 대신 길쉬에게 다시 한 번 묻는 은애.
미안하지만 나의 이런 다정한 대화에도 말문을 열지 않는 길쉬다.
은애의 한마디에 길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르코라는 사람이 가르쳐 줬어요!"
"......."
말하는군.
고민도 안 하고 말하는군.
하하하! 이 개자식,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야!
내가 그토록 다정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생 까더니 은애의 한마디에 곧바로 불어 버리다니!!
"......마, 마르코?!"
그때 내가 길쉬에게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낸 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는 은애.
마치 아는 사람 이름을 들은 모션이다.
한편 난 그런 은애를 향해 물었다.
"아는 사람?"
"......."
물었다.
하지만 은애는 나를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보더니 잠시 후.
"기, 기억 안 나?!"
"......?"
"마르코라는 사람!!"
"그게 누군데?"
"......."
난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다.
마르코라니, 뭐 하는 분인데?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은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그 이상한 남자!!"
"......??"
"충격이 커서 뇌에서 삭제된 거야?!"
"뭔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간다.
난 은애 말이 뭔 말인지 정말 모르겠다.
"게이!"
"......!!"
그때 은애의 입에서 충격적인 한 마디가 나왔다.
게, 게이라니!
어여쁜 입에서 그, 그런 저질 같은 단어를 내뱉는 건 옳지 않다고! 그래, 옳지 않아!
"성민 군. 그만 모르는 척하는 게 어때?"
"뭔 소리일까."
"그때 그 사람이 한 이야기를 다시 내 입으로 말해야 돼?"
"......."
"알지?"
난 모른다!!
모른단 말이다!
그딴 이름은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서도 안 된다!
절대 난 모른다고, 마르코가 누군지 모른다고!!
으아악!!
마르코, 내가 여기서 에란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아는 한 소년이었다.
참고로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었다.
개인적으로 난 소년과의 친분은 별로였지만 워낙 나를 너무 쫓아다녀서 그런지 어느새 그녀를 제외하고 이곳에서 유일하게 아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 소년이 미쳤다.
흐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간단하게 말해서 갑작스럽게 나에게 개소리를 한 것이다.
'형, 사랑해요!!'
'.......'
'죽을 만큼 사랑해요!!'
'.......'
'저랑 결혼해 주세요!!'
'.......'
이런 개소리?
한마디로 듣는 것만으로도 막 미쳐 버릴 것 같은 개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난 처음에는 좀 저질 개그인 줄 알았다.
절대로 진심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난 깨달았다.
저질 개그가 아니라고, 진심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그분만 나타나면 무서워서 도망간다.
그만큼 다시는 뇌리에서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름이 길쉬의 입에서 나오고 만 것이다.
"......."
"저, 정신 차려! 서, 성민아!"
"......."
"성민아!!"
그때 정신적 패닉으로 거의 쓰러져 가는 나를 은애가 부축해 주면서 말하지만 왠지 정신이 멍하다.
그뿐 아니라 헛소리도 나온다.
"오늘따라 은애 너의 향기가 좋아."
"가, 갑자기 그, 그런......."
"너무나도."
"......."
물론 실질적으로 진짜 은애의 향기가 좋기도 하지만, 이런 소리를 낯 뜨겁게 할 정도로 난 용감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나의 모든 기분을 표현하고 싶다.
모든 표현을.......
"아아아."
"......!!"
은애가 부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완전히 힘이 쭉 빠져 버리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난 말했다.
"은애야, 안아 줘."
"......!!"
이상한 소리를 한다.
한편 그런 내 말에 은애는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어 버렸고, 잠시 후 마구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쓰러진 나를 살짝 안아 준다.
아, 너무나도 푸근하고 향기롭고 행복한 세계가......!
"미, 미안!!"
"......."
그때 난 갑자기 그런 기분과 함께 정신이 뿅 하고 돌아왔고, 난 다급히 은애의 품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사과했다.
나, 나도 모르게 무슨 소리를 한 거냐!!
"괜찮아."
"그, 그러니까......."
"......."
으악! 잘 생각해 보니 내가 뭔 짓을 한 거냐!
아무리 그 인간 때문에 정화(?)시킬 힘이 필요했다지만, 은애에게 내 본심을 모두 말해 버리다니!!
으, 은애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특히 마지막에 안아 달라는 말은.......
으악!!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서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려서.......
"저기,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을......."
"......."
말해 보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이상야릇하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
진짜 그분은 무슨 의도로!!
"그건 제가 알 것 같은데요."
"......!"
"......."
그때 갑자기 엔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와 은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저분 어느새!
"봐, 봤어?!"
"뭘요."
"......."
"아, 안 봤다고 하겠습니다."
"......."
다 봤다. 나의 그 몹쓸 행태를.......
그나마 다행이라면 본 사람이 엔딘이라는 거다.
케찹이나 마요네즈, 길쉬, 버스틴 같은 이상한 애들의 눈에 들어가는 이상 단 1분 만에 모든 소문이 퍼질 게 분명하다.
그에 비해 엔딘은 가만히 있을 테니, 이 낯 뜨거운 사실을 어서 알려야겠다.
아니, 그것보다 엔딘이 한 말은?
"알겠다고?"
"네."
"이유가 뭔데?"
난 궁금했다.
도대체 그분은 뭔 생각으로 그런 개소리를 만들어 낸 건지 말이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엔딘은 당연하다는 듯.
"프레젠 님을 너무 사랑하니, 일단 그런 소문으로 라이벌들을 차차 줄여 나가려는 생각일 듯싶은데요."
"......."
"부르셨습니까?"
데리트는 자신을 갑작스럽게 부른 마스터를 향해 공손한 자세를 취한 채 물었다.
한편 그런 데리트의 질문에 마스터라고 불리는 남자는.
"케찹이라는 요정을 아느냐?"
"......?!"
갑자기 약간 난해한 질문을 했다.
케찹이라는 요정이라니, 이건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란 말인가?
그것도 갑자기 요정을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자신은 요정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런 자신에게 이런 질문은 말 그대로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데리트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한 게 사실이었다.
번쩍!
그때 갑자기 요정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하고 있던 데리트에게서 갑자기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곤 그는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프레젠 옆에 있는 요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피식.
"......."
한편 그런 데리트의 질문에 살며시 웃음으로 대답하는 그.
그러고는 데리트를 향해 말했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
또다시 약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던졌다.
그 프레젠이라는 인간을 따라다니는 존재라는 요정이라는 걸 안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왜 하필 갑작스럽게 그런 허접한(?) 요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최고로 거슬리는 존재는 그 프레젠.
그렇지만 자신의 마스터는 그저 그 옆에 있는 요정이라는 떨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의 힘이 이어졌을지 모른다."
"......?!"
그 순간 한마디 하는 그의 말에 데리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마스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분이시라면, 마스터가 항상 이야기하시던......!"
"그래, 그분이시다. 혼자서 플레이지 나이트를 제외한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몰살시켜 버린 그분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