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 화끈한 이리엘
"뭐, 뭐지?!"
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소리쳤다.
그리고 그 이유란 모두 쓰러진 마을 남정네들 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다.
그냥 얼굴이 완전 맛 가서 기절만 했을 뿐이다.
"케찹이랑 길쉬, 그리고 버스턴도?"
그들도 저기 열심히 뻗어 있다. 히죽히죽 웃은 채 말이다.
이건 도대체 뭔 일이 발생해야 다들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거지?!
도대체 뭔 일이야?
"주인님!"
"......."
그 순간이었다.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평소의 이리엘 목소리와는 다르다.
평소 이리엘의 목소리는 뭔가 수줍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 들려온(?) 목소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 온몸이 짜릿해지는 목소리?
아니, 지금 내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어서 지금의 상황을 이리엘에게 물어봐야 하거늘!!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이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내 눈을 의심하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했다.
"주인님, 오셨네요."
"......."
그때 이리엘이 짜릿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난 그 목소리와 지금 이리엘의 복장을 보고 그대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거였다. 전설의(?) 서큐버스의 검은색 자극 복장!
지금까지 꽁꽁 드레스의 혁명을 일으켰던 이리엘이, 이리엘이!
서큐버스의 대표 복장을 하고 있다니!
"이, 이리엘, 도, 도대체!"
난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뜨거워지는 걸 참아 내면서 애써 이리엘에게 말했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그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좋지 않아요?"
꿀꺽.
그때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솔직히 말해 좋기는 좋다.
이리엘 정도 되는 굉장한 미소녀가 저런 복장으로 있는데, 안 좋다는 남자 나와 보라고 그래라. 그리고 사실 나도 남자이다 보니 이리엘의 저런 복장 한 번 꿈꾼 적은 있다.
그게 실제로 구현이 되었으니......!
아 참, 이게 아니지!!
"이, 이리엘, 왜, 왜 그래?"
"주인님, 이런 내 모습은 싫은가요?"
"......."
"주인님!"
헉! 평소에 듣던 주인님과 격이 다르다.
평소에도 '주인님'이라는 단어는 자극적이다. 한데 막 짜릿한 목소리로 말하니 자극적인 정도가 아니라 미쳐 버리겠다.
그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멍해지는.......
털썩!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의식이 사라졌다.
"으음......."
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옴을 느끼면서 깨어났다.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지?
분명 갑자기 이상해진 이리엘을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기절을 한 것 같은데?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그때 이리엘이 짜릿한 목소리로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도, 도대체 이리엘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모습도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 평소의 이리엘이 좋다고.......
그렇게 난 지금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마음이 없었는지 이리엘이 갑자기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침대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자, 잠시 이리엘! 이, 이러지 마!!"
난 너무나도 당황해서 당장 일어서려고 했다.
그렇지만.......
"......!!"
마치 온몸에 결박이라도 당한 듯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다.
이, 이건 또 뭐지?!
왜 갑자기 몸이!!
"이제 여기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요."
"......!!"
"오늘부터 이제 주인님은 제 것이 될 거예요."
"자, 잠시!!"
이, 이리엘! 그런 말을 갑자기 하면!
아니, 그게 아니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리엘!!
평소에도 이리엘이 이랬다면 모를까, 지금의 이리엘은 정말 이상하다.
마치 서큐버스를...... 아! 서큐버스였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리엘 양은 서큐버스였다.
그것도 공주님이다.
한마디로 이런 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의 일부분이 아니라......!
"이, 이리엘!!"
"주인님도 저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
"제가 즐겁게 해 드릴게요."
"으윽!!"
스르륵.
그때 무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난 눈을 감았다.
아악! 이게 뭐야!
무슨 이건 해괴한 상황이냐!
갑자기 이리엘이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는데 순식간에 19금으로 전략하는 이 상황은!
스윽.
움찔.
그때 이리엘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가슴을 지나갔다.
그리고 난 미친 듯이 흥분된 상태가 되었다.
제길, 미치겠다.
잠시의 접촉만으로도 이렇게 미쳐 버리겠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아니, 누가 나를 구해 주길 원하지만, 지금은 그럴 가망성은 0%다.
왜냐하면 아까 미리 이리엘이 무슨 마법 같은 걸로 다들 기절시켜 버렸으니까.
남자라면 절대적인 마법...... 같은 걸.
"야, 이 나쁜 주인 자식아! 너 혼자 그런 짓 하려고 그래!!"
"......."
"......."
"나쁜 주인 같으니! 이리엘, 내가 구해 줄게!!"
"......."
"......."
"아아악!!"
그때 웬 요정 한 마리가 열심히 파닥거리면서 날아왔다.
저기 케찹 군, 지금 이게 제가 덮치는 상황으로 보입니까?
그리고 이리엘을 구해 주는 게 아니라 나를 구해 줘야지! 이 바보야!
스윽.
"......어?"
그때 갑자기 이리엘이 쓰러졌다.
뭐지? 왜 케찹이가 등장하자마자 갑자기 이리엘이 쓰러지는 거야?
"으음."
"......."
그때 어느새 쓰러진 이리엘이 뭔가 깨어나는 듯한 소리를 낸다.
방금 몇 초 전까지 깨어 있던 분이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이리엘은 눈을 뜨고 잠시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살짝 옷이 벗겨진 나와 속옷만 입고 있는 자신을 보더니.......
"꺄아아아아아아아!!"
이리엘 특제 비명이 발동했다.
"주, 주인님, 죄, 죄송해요."
"아, 아니, 죄송까지는......."
"흐흑."
"......."
난 흐느끼는 이리엘을 향해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진짜 죄송할 건 없다.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뭔가 신비의 세계를 봤다고나 할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리엘이 왜 그런 걸까?
"도대체 이리엘, 무슨 일이야?"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는 것이다.
방금 전 이리엘의 모습, 정말 서큐버스의 공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몸 자체가 속박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단지 몇 마디와 접촉만으로도 정신이 나갈 뻔했다.
지금까지 무수히 단련되어 있는 나의 정신력을 부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케찹이가 화끈한 욕설을 안 날려 주었으면 진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이리엘은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모르겠어요."
"......."
"저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서 기절을......."
"혹시 기억은 나, 그 모습?"
"아니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에 그 장면을 모두 기억한다면, 순수한 이리엘이 타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나저나 도대체 그 이리엘의 모습은 뭐였단 말인가?
설마 진짜 서큐버스로서 각성을......?
난 이리엘의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상한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서큐버스라는 분들이 아실 것 같아서 만나야 하지만, 이 서큐버스라는 분들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저번 서큐버스 서식지가 한 번 밝혀진 뒤로는 더욱 꽁꽁 숨어 계셔서, 정말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피엘조차도 감을 못 잡을 정도다.
그럼 어떻게 해야......?
"저기, 이리엘."
"네?"
난 조심스럽게 이리엘을 불렀다.
그러자 그런 내 대답에 이리엘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대답했다.
역시 이리엘은 저런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린다.
"혹시 다른 서큐버스들을 만나는 방법 몰라? 예를 들어 공명 같은 거."
"고, 공명이요?"
"응, 뭐 이상한 소리 내면서......."
"......."
"아, 미안."
"......."
잠시 착각했다.
이리엘은 우주인이 아니었지?
공명은 우주인들이 하는 거고 말이다.
요새 우주, 우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나저나 이리엘에게도 마땅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럼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해결하지?
"그런 걸로 고민하다니, 바보 주인 같으니."
"......."
그때 그런 나에게 케찹 군이 시비성 말을 걸었다.
이 자식, 왜 잠자는 호랑이의 구레나룻을 뽑는 시비냐? 그렇게 나한테 맞고 싶어서 그런 거니?
한편 그 순간 케찹이는 그 특유의 건방진 말투로 내게 말을 이어 갔다.
"난 순식간에 서큐버스를 모을 수 있지."
"......!!"
충격적인 한마디였다.
뭐?! 피엘조차도 찾지 못하는 서큐버스를 순식간에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모을 수도 있단다.
잘하는 건 욕설밖에 없는 요정이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오늘따라 저 케찹이의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포스.
저 자식...... 허풍이 아니라 진짜로?
"......."
"풋."
"......."
"푸풋."
"......."
난 케찹이의 알 수 없는 웃음에 그저 멍 때렸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진짜로 서큐버스들을 대량으로 모으게 한 케찹이의 능력 덕택이다.
사실 한 명의 서큐버스를 찾으라고 해도 거의 불가능했던 미션이었다.
그런데 단 한 시간 만에 이 수십 명에 달하는 서큐버스를 모으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어때, 나의 이 멋진 능력이?"
"......."
"물론 능력 따위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주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감격스럽겠지. 푸헤헤헤."
"......."
"하찮은 주인 같으니."
으윽!!
난 지금 당장이라도 케찹이 파리채로 저 자식을 블로킹하고 싶다.
하지만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지금 저 알 수 없는 케찹이 포스에 밀리고 있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케찹이의 이런 능력,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욕설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그때 난 온갖 개폼 잡고 계신 케찹이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질문에 케찹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알고 싶어?"
"......."
"나의 이런 아름다운 능력을?"
"......."
"그럼 케찹 님의 시다바리가 되겠......!"
퍼억!!
"악!!"
그때 난 가만히 있자 내가 가마니로 보였는지 개소리를 하시는 케찹이를 파리채로 내려쳤다.
그리고 살포시(?) 케찹이를 밟으면서 물었다.
"죽고 말할래, 살아서 말할래?"
"......."
케찹이가 서큐버스를 부른 방법은 정말 기가 막혔다.
아니, 정말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천재적이었다. 범죄 쪽으로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 케찹이는 요정들을 시켜 어떤 괴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괴소문이란 지금 자신의 손 안에 서큐버스의 공주가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이런 소문만으로는 그쪽에서 진실을 알 수 없으니 우리 착한(?) 케찹이는 추가로 이리엘의 특성을 몇 가지 알리면서 그들이 이리엘을 구하러 오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쩐지 저들이 보는 눈빛이 참으로 살벌하고 그러더라.
공주 구출하러 온 서큐버스들인데, 오히려 저러지 않으면 이상할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정말 이놈의 케찹이 자식, 이런 쪽으로는 정말 감탄이 뿅뿅 생성될 정도로 대가리가 좋다.
내 작은 소망은 이런 머리가 다른 일에도 발휘했으면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다른 일에는 이놈의 대가리는 닭대가리도 못하다.
"공주님을 내놓아라!!"
"사악한 인간들! 도대체 얼마나!!"
"......."
왜 나한테 그러세요? 이번 일은 분명 케찹 님이 하신 일인데.......
아무래도 요정이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인간인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걸로 보인다.
"좋아!"
"......."
"......."
"......."
그 순간 갑작스럽게 케찹이가 앞으로 나서더니 좋다고 하신다.
뭐가 좋은데?
뭔 뜻이지 이해라도 가게 말을 해 주면 참 고맙겠다.
난 네놈 말 알아듣는 게 제일 힘들거든.
그때 케찹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수십 명의 서큐버스를 향해 피식 웃더니 말했다.
"모두 나에게 입맞춤을 하면 이리엘을 만날 수 있게......."
퍼억!
"꺅!!"
"......."
"......."
"......."
난 뭔 말을 하나 했다.
하지만 역시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괜스레 지금 한 요정의 발언으로 충격 받은 서큐버스님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해진다.
그래서 난 바닥에 실신되신 케찹 님 대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
"......."
"이 미친 요정의 말은 그냥 껌 씹듯이 씹어 주십시오. 그리고 이 자식이 이상한 소문을 내서 그렇지, 절대 저희는 이리엘 공주님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게 아닙니다."
"......."
"......."
"저는 건전하게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서......."
난 케찹이가 저지른 만행까지 수습을 하면서 그녀들에게 말했지만, 이런 나의 애틋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케찹이의 만행이 너무 깊어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분위기다.
제길!
결국 힘들게 이리엘이 동원되어서 모든 오해는 풀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선이 고와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이제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면 난 지금 생긴 의문점을 물어봐야 한다.
"저기 이리엘, 아니 이리엘 공주님이......."
중얼중얼.
난 서큐버스 중 제일 예쁜 서큐버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삼 말해 두는데 절대 불건전한 의도는 아니고, 그저 저분이 제일 여기서 서열이 높기 때문?
서큐버스들의 서열이 매겨지는 방법을 오늘 알았는데, 상당히 단순했다.
그리고 왜 이리엘이 공주님인지도 참으로 쉽게 알아냈다.
그건 바로 미모순이라는 것이다.
본래 서큐버스들은 다 미녀다.
그뿐 아니라 모두 남자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분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더욱 뛰어난 외모를 가진 서큐버스가 있고, 그들이 서열이 높다.
그러니 당연히 이리엘이 공주일 수밖에 없다는 거지.
한편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은, 자신을 메이라고 소개한 서큐버스는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말했다.
"공주님이 에르타이먼이라는 병에 걸린 듯싶네요."
"......!!"
병? 그, 그럼 이리엘이 아픈 거라고?!
잠깐, 서큐버스도 아플 수도 있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난 이리엘이 아프다는 말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한편 이런 내 모습에 메이는 더욱 굳어진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저희 서큐버스의 능력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용하게 되는 병이에요."
"......!"
"그러다 보니 모든 능력을 소진한 공주님은......."
"공주님은?!"
"목숨이 사라지게 됩니다."
......!!
어, 어떻게!!
이리엘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것도 별 괴상망측한 병에 걸려서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화끈하게 변하기에 그저 서큐버스로서 살짝 각성했나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리엘이 병이 걸렸대!!
그것도 죽을 병! 으악!!
아니, 이렇게 흥분할 게 아니다.
침착해라, 침착해! 여기서 당황하면 안 돼!
난 그렇게 마구 나를 다독이면서 침착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침착해지려고 한다지만, 이리엘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 생각처럼 잘될 리는 없지 않는가?
"방법은 있습니다."
"......!"
그때 마구 당황하는 나를 향해 메이가 한마디 했다.
방법이 있다고?!
난 그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밝아지지만, 그 방법이라는 걸 말한 메이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왜 방법이 생겼는데 그런 얼굴을 하지?
"공주님과 하룻밤을 보내셔야 합니다."
"......!!"
이리엘과 하룻밤이라니, 그 말은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순수 그 자체인 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뭐, 개구라 그만 까라고?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그 의미를 안다.
하지만 그건...... 뭔가 야릇하고 알나리깔나리 하는 그런 것?
성인들의 전유물이라는 바로 그것!
헉! 그럴 수가!!
그렇지만 그걸 하지 않는다면 이리엘이 죽는단다.
제길! 그럼 나에게 무슨 결정권이 남아 있겠는가?
진짜 어쩔 수(?) 없다. 내가 희생(?)하는 수밖에.......
그런데 진짜 이리엘과? 으악!!
막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내 얼굴은 마구 열기가 푹푹 찌고 오르고 정말 미치겠다.
물론 아마도 하룻밤 잔 이후에는 내 목숨이 위험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리엘을 위해서라면!
절대 난 남자로서의 음흉한 마음은 절대로 없다.
그저 이리엘의 목숨을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그래! 난 건전한......!!
"이상한 상상 하지 말아 주십시오."
"......."
그때 메이가 무척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향해 한마디 던졌다.
저기, 이상한 상상 하지 말아 달라니? 그건 뭔 뜻이지?
한편 이런 내 표정에 그녀는 정말 짐승을 보는 눈빛으로 말했다.
"전 공주님과 하룻밤을 지내셔야 한다 했지, 당신의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라고는 안 했습니다."
"......."
난 엄청 무안했다.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심각하게 달랐으니까.
하룻밤을 같이 보내야 한다는 말, 그리고 그 의미는.......
"진짜로 그냥 하룻밤을 보내라는 소리?"
그냥 진짜로 보내라는 소리다.
다른 거 없다. 그냥 한 방에서 같이 있으면 된다는 거다.
절대 뭐 옷을 벗는다거나 침대로 들어간다거나 뭐 이런 건 절대 없고 그저 같은 방에서.......
아니, 이게 아니라 도대체 뭐 하자는 게냐!!
왜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해서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
그리고 날 이상한 놈으로 오해할까 봐 그러는데, 다들 솔직하게 말해 하룻밤 보내야 한다면 나 같은 교육적인(?)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뭐? 그냥 순수하게 같은 방에서 묵을 줄 알았다고?!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선언을!!
어찌 됐든 난 정말 크나크다 못해 저질적인 상상을 하고 만 것이다.
그나저나 참고로 또 하나 말하는데, 그냥 같은 방에서 있는 건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
유혹을 견뎌야 한단다.
으음, 그러니 간단하게 말해서 나와 이리엘은 한 방에 있고, 그때 이리엘이 또 변신(?)하면 난 그걸 견뎌야 한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이리엘이 나를 마구 유혹하더라도 난 참아야 한다.
하지만 그때 이리엘은 감당이 안 될 정도, 감히 내가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그때 또 유혹에 넘어가면 이 작전은 실패?
아악! 이리 괴로운 일이!!
일단 이번 작전의 핵심은 이리엘과 나의 행동 봉쇄다.
흐음, 간단하게 말해 서로 움직일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이리엘도 나도 서로 묶여야 한다.
뭔가 이상하게 오해할까 봐 그러는데, 건전하게(?) 묶이는 거다.
한마디로 둘이 만날 수(?) 없게 말이다(그러면 유혹이 성립이 안 되니까).
이리엘은 침대에 밧줄로 묶이고, 난 근처 아무 데나 손발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묶인다.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이리엘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주인님, 죄송해요."
"걱정 마.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나저나 이리엘은 괜찮아?"
"저는 편해요. 주인님이......."
"아니, 나도 편해."
솔직히 말해 죽겠다.
밧줄을 한 개도 아니고 한 10개로 봉쇄했으니 말이다.
온몸이 팍팍 조이고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막 아프다.
샤아악!
"어?!"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공기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
뭐, 뭐지?
왜 갑자기 이런 알쏭달쏭한 분위기가......?
"주인님...... 저 답답해요."
"......!!"
그때 갑자기 이리엘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냥 이리엘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럼 무슨 이리엘의 목소리냐고? 변신한(?) 이리엘 목소리, 즉 농도가 깊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저 좀 풀어 주세요."
"......."
불끈.
그때 이리엘의 한마디에 내 가슴속이 불끈거렸다.
아악!! 이건 악몽이다!
단지 한마디에 이렇게 불끈거리다니!
"주인니임."
"우우!!"
그때 애교가 가득한 이리엘의 2타 공격(?)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뿌직.
"......!!"
나도 모르게 어느새 첫 번째 밧줄을 끊어 버렸다.
10중으로 중첩이 돼서 인간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는 밧줄을 말이다.
"아, 주인님!"
스르륵.
"헉!!"
그때 난 엄청난 신기술을 보고 만다.
그건 바로 자동으로(?) 옷이 벗겨지는 기술이다.
분명 이리엘은 온몸이 묶여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꽁꽁 드레스가 갑자기 벗겨진다.
뭐 저런 혁명적인(?) 기술이 있는 거냐?!
저 기술은 특허를 내는 아니, 잡소리 할 때가 아니다.
뿌직.
"......!!"
그때 또 내 이성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예 두 줄을 끊어 버렸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진정해, 인마!!
"아하아앙."
"......!!"
그때 이리엘은 어느새 침대에 묶인 채 정말 미치도록 야릿한 신음을 흘렸다.
그뿐 아니라 지금 이리엘의 모습을 보라.
자동으로 옷을 벗는 신기술로 옷은 속옷 차림, 그리고 침대에 묶여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미칠 것 같은 유혹.......
뿌지직!!
"으악!!"
......!
그 순간 어느새 난 나머지 중첩되어 있던 모든 걸 한 번에 뜯어 버렸다.
아니, 이건 헐크님이 울고 가실 괴력이다!
도대체 이리엘 파워가 얼마나 강하면.......
그때 어느새 내 몸이 이리엘을 덮치러 간다.
아아! 이제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사실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렇게 내가 생각을 정리하던 때였다.
콰앙!!
"......."
털썩.
머리 위에서 무언가 엄청난 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무척이나 큰 소리를 내면서 나를 다운시켰고, 난 그분의 도움으로 열심히 기절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파괴력 있는 쟁반님 덕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