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하르텐 콜!
"허?"
난 엄청난 걸 보고 말았다.
며칠째인지 이제 기억도 잘 안 나는 이사하는 도중에 말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거대한 식물이다!"
그래, 거대한 식물!
항상 이곳에 와서는 메마른 땅 혹은 다 부서진 건물들과 폐허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 동네에서 식물이라니! 그것도 엄청난 사이즈의 거대한 식물이다.
너무나도 놀랍다.
그뿐 아니라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도 아니고 수천 마리, 수천 송이다!
"근데 왜 이렇게 많지?"
그 순간 처음과는 달리 약간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건 엄청난 양의 식물들 때문이다.
분명 여기는 광합성이 잘 되는 지역도 아니다(하늘 보면 우중충하다 못해 슬프다).
그뿐 아니라 근처에는 물도 없는데, 어떻게 저 식물들이 자라났을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무심코 그 식물 밭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위험합니다! 식인 식물입니다!!"
"엥?!"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나에게 소리쳤고, 난 깜짝 놀랐다.
식인 식물이라니!! 그 모 분이 더럽게 사랑하는 그분들?!
이쪽 세계에도 식인 식물이라니, 놀랍......!
츠르륵!
"헉!!"
그 순간 난 봐서는 안 되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장면은 갑자기 식인 식물들이 스탭바이스탭을 밟더니 나에게 순식간에 다가오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뭐야! 이 자식들, 왜 움직이고 난리야!
난 식인 식물들이 움직인 사실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이런 일에는 적응 속도가 정말 빠른 나다.
파앗!!
난 어느새 전설의 창을 소환해 버리고, 순식간에 나에게 달려드는 식인 식물들에게 한 번 그어 주었다.
그러자.......
쿠어억!!
쿠어억!!
참으로 깜찍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일순간에 잘려져 나간다.
그뿐 아니었다.
"감각이 없어!"
수십 마리의 괴물을 베어 내는 데도 손에 감각이 없다.
그 말은 내가 들어간 힘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거다.
역시 반쪽이라도 엄청......!
"......."
엄청 강하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자면 그런 말이 막상 나오기 힘들다.
왜냐하면 분명 수천 송이로 보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갑자기 땅속에서 이리저리 마구 튀어나오는 식물들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문용어로 낚였다.
"......."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참 좋아하시겠군."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저 많은 식물들, 그분이 보면 미쳐 할 것 같네.
"......."
우리는 순식간에 후퇴를 해 버렸다.
솔직히 말해 식인 식물로 뒤덮인 그곳을 뭔 깡으로 건너가겠는가?
아무리 한 번 휘두르면 쓸린다고 하더라도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식인 식물들. 아마도 먼저 우리들이 지칠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어떡하나.......
"저쪽 길 말고는 없습니까?"
저 식인 식물님들이 계신 곳을 제외한 다른 곳의 루트를 찾아야 된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한 마을 사람이 곤란한 어조로 말했다.
"있기야 하지만 지금보다 약 몇 달이......."
"......."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소리군.
그럼 지금 우리가 가려는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 이미 모든 건 상황 종료되겠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데리트도 그 마을에 행방을 찾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도착하는 순간 일단 다 죽음이다.
물론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것을 아는 그분만 살아남겠지만 말이다.
"제길."
그나저나 무슨 방법을 써야 저 천상의(?) 화원을 넘어가지?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리에서 번쩍 누군가가 지나갔다.
그래! 고명하신(?) 그분이라면 이 난관을 타계할지도 모른다.
아니, 할 거야! 그분이라면!!
"피엘 군, 하르 씨 좀 보내 주셈."
"하르텐?"
"어."
"갑자기 무슨?"
"식인 식물 만났거든."
"......!"
"한마디로 전문가이신 하르텐 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거지."
식인 식물과 유일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그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이런 나의 말에 피엘은 알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하르텐에게는 말해 두지. 그런데 야."
"......?"
"좀 더 기다려야겠다."
"뭘?"
"지원군들 말이야. 지금 이쪽도 나름대로 일이 있고, 스케이트 씨도 지금 단숨에 인원을 끌어 모으는 건 불가능하니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구라쟁이!!
분명 최대한 빨리 사람들 보내 준다더니 어떻게 된 게 계속 늦춰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저 떼거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힘을 끌어와야 한다. 특히 마법사들이 중요하다. 그들은 순식간에 재생이 불가능하게 없애 버리게 해 주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들만 이곳에 정착한다면 충분히 저 괴물들과 할 만하다.
하지만 피엘의 말로는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
"그럼 최대한 빨리 지원군 보내 줘. 그뿐 아니라 어서 하르텐 님도."
"알았어. 아 참! 그러고 보니 당장 지원군을 보내 줄 수 있는데!"
"정말이냐?!"
그때 뜻하지 않게 피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다음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반가움에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말이었다.
"무슨 연희 친위대랑 은애 친위대라는 분들이 무조건 날아간다고......."
"......."
"왜 말이 없냐?"
"피엘."
"......?"
"너 그놈들 보내면 나중에 죽여 버릴 거야."
"......."
그 미친놈들이 지원군이라니, 진짜 상상도 하기 싫다.
"오우!"
"......."
"......."
"......."
하르텐이 처음 수많은 식인 식물들을 보고 한마디 한 말이 저 말이다.
우주에 식인 식물이 있다고 하자 번개처럼 날아온 하르텐, 정말 그의 열정은 무서울 지경이다.
한편 하르텐은 그 많은 식물을 보고는 눈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이런 귀염둥이들이 이런 곳에 있었다니!"
그는 감동하고 또 감동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 말했다.
"이, 이상해."
"뭐, 뭐지?"
"저, 저 사람도 우리를 구해 줄 사람인 거야?"
"그, 그럴 리가......."
이런 소리들을 하고 있다.
인마! 왜 우리의 정의의 용사 이미지를 이런 개판으로 만들어 놓는 거냐!!
네놈 때문에 다들 도매금으로 넘어가잖아.
하지만 하르텐은 전혀 상관치 않고는 뚜벅뚜벅 그 우주 식인 식물들에게 다가간다.
그러고는 두 팔을 쫙 벌리면서 말했다.
"자! 나를 삼켜!"
"......."
"......."
"......."
또 또라이 짓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두려워한다.
한편 그런 마을 사람과는 다르게 식인 식물들은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왔다.
그러고는 하르텐을 꿀꺽 삼켰다.
물론 하르텐은 감동하며 말했다.
"어머! 이분들은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하르텐이 식인 식물들에게 삼켜져 버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순간 사실 당황이라는 단어와는 동떨어진 것 같은 엔딘 님이 당황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은 건가요?"
저 하르텐의 엽기 행각은 엔딘조차도 놀라게 한 것이다.
나름대로 정말 대단한 놈이야.
한편 난 그런 엔딘의 질문에 나름대로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마도?"
식인 식물과의 교류(?)라면 우리 차원에서 최고다.
고작 우주의 식인 식물 따위에게......?
"살려!!"
"......."
"......."
"아악! 나 살려!!"
그 순간 한 식인 식물에게서 하르텐의 상큼 발랄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 저번에는 식인 식물 안에서도 잘 놀았잖아?
"헉!"
한편 내 엄청난 기대를 받고 투입된 하르텐은 완전 또라이 짓만 하다가 다시 내 옆으로 왔다.
내가 미쳤지, 저딴 놈을 믿다니.
그 순간이었다.
"저 자식들 저질이야!!"
"......."
갑자기 하르텐이 식인 식물을 상대로 저질이라고 말했다.
저기, 뭐가 저질인 겁니까?
"대화가 안 돼!!"
"......."
대화가 안 된단다.
그럼 우리 쪽 식인 식물과는 대화가 된다는 소리니?
"우리 귀염둥이들하고는 너무나도 달라!!"
"......."
"저런 대화도 안 되는 저질 식물들은 사양이야!!"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같이 특이한 인간은 사양하는 것 같아 보이던데 말이야.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저것들 좀 어떻게 해 보라는 건데......."
오히려 더 당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른 내가 민망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하르텐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마. 저런 저질 식물들은 우리 애들이 처리해 줄 테니까."
"......?"
"가만히만 있으라고!"
크어억!!
쿠어억!!
난 지금 이 광경을 보고 한마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로 놀랍고 환상적인 장면이라고.
식인 식물과 식인 식물이 싸우는 장면, 그것도 우주의 식인 생물과 우리 쪽 세계 식인 식물의 맞대결이다.
한마디로 식인 식물들끼리의 숙명적인 싸움이랄까?
하아아아우욱!!
그때 우리 쪽 식인 식물, 일명 간땡이라고 하는 무척이나 큰 식인 식물들이 우주의 식인 식물들을 잡아먹는 장면이 보인다.
간단하게 말해 서로 잡아먹는 엄청나게 어이없는 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이 일을 주도한 하르텐은 큰소리로 외쳤다.
"나의 귀염둥이들! 저것들을 상대해라!!"
덥석!
그는 한마디 하다가 옆에 있던 자신의 식인 식물에게 한 번 반쯤 먹혔다.
그러고는 어느새 얼굴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역시 우리 애들이 귀여워."
내가 보기에는 저놈이나 이놈이나 똑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하르텐 무슨 방법으로 저렇게 많은 식인 식물들을 씨앗으로 만들어서 들고 다니는 거지?
점점 이 싸움 지켜보는 내가 괴로워진다.
결국 우리 팀이 승리했다.
하르텐의 말을 빌리자면 엄청 귀여운 우리 쪽 식인 식물이 승리를 했어.
하지만 승리를 했는데도 이 찜찜한 기분은 뭘까?
어찌 됐든 승리 이후 하르텐은 우주의 식인 식물 연구에 들어간다고 원래 차원으로 돌아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잘된 걸지도 모른다.
식인 식물하고 담소를(?) 나누는 이상한 인간이랑 대면하기에는 마을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워했으니까 말이다.
제10장 클레이제이먼
"이, 이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이건 꿈이라고!!"
"이럴 수는 없어!!"
"안 돼!!"
모든 마을 사람들은 이곳 베리마아 마을에 도착한 이후 모두 저런 반응이다.
사실 나도 지금의 저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는데, 저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최후의 방어 요새라고 불리는 베리마아.
그 우주 괴물들을 상대로 굳건히 지켜 오던, 한마디로 마지막 희망의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풍비박산이 나다니!
한마디로 마지막 희망까지도 부서진 거지. 제길!
그나저나 데리트 자식, 정말 지독하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하다니.......
물론 히든 클래스를 찾기 위해서라면 별 짓을 다할 놈이라는 건 다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총력전을 펼칠 줄은 몰랐다.
그뿐 아니라 마을이 이 모양이 된 걸 봐서는 이미 히든 클래스에 대한 단서도 그놈에게 넘어간 상태다.
정말 최악이다.
"리턴!!"
"리, 리턴이다!!"
"사, 살아 있어!!"
"리턴이 살아 있다고!"
그때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절망에서 희망이라는 목소리를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리턴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난 한 남자를 발견했다.
20대 중반의 한 남자였다.
그나저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이기에 모두 저렇게 열광하는 걸까?
피식.
"......!"
그때 다른 사람들은 못 봤겠지만 나는 확실하게 봤다.
지금 웃고 있는 걸. 그뿐 아니라.......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위압감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마치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파직.
"꺅!!"
"으악!!"
"아악!!"
"......!!"
그때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 남자를 보고 달려간 마을 사람들의 몸이 두 동강이 나 버렸다.
그 모습에 다른 마을 사람들은 경악에 휩싸였고, 그놈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난 리턴이 아니다. 클레이제이먼이다."
"......!"
그때 그 남자의 입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하나가 나왔다.
아니, 명칭인가? 직업인가?
사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클레이제이먼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군요."
그때 엔딘이 나에게 슬며시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난 그런 엔딘에게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존재에게 히든 클래스가 흘러 들어가다니!"
정말 예상치도 못했다.
나 아니면 데리트라는 분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이 가져 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나나 데리트나 둘 다 히든 클래스를 못 얻은 건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저 미친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막아야 한다.
"엔딘, 모두 대피시켜."
"상대가 가능하겠습니까?"
"솔직히 모르겠어."
너무나도 강하다.
진정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나와 같은 냄새가 나는군."
그때 클레이제이먼이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냄새가 나기는 하겠지. 나도 이래 봬도 전설의 히든 클래스니까.
물론 반쪽짜리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거슬려."
그때 그 말을 끝으로 클레이제이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난 그 모습에 그대로 전설의 창을 소환했다.
저쪽은 완전체, 나는 반쪽. 과연 상대가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싸워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말이다.
콰앙!
콰앙!
난 느끼고 말았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말이다.
그리고 완전체와 반만 된 불완전체와의 차이점도 느낀다.
이건 뭐 격차가 너무 심하다.
진짜 말로 형언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저 지금 이렇게 견디는 것만 해도 지금까지 초보자로서 버텨 온 노하우와 힘 덕분이다.
"일방적이군."
"......."
그때 어느새 맹렬하게 공격을 하던 클레이제이먼이 자신의 검을 회수하더니 내게 한마디 건넸고, 난 당연한 소리를 하시는 저분이 얄미워 죽을 뻔했다.
솔직히 말해서 반쪽만 얻은 나랑 완전히 얻은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같을 리가 없잖아!!
물론 저번처럼 화끈한 기술을 사용하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또 그 기술이 실패할 경우 그대로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사용도 못하는 것이다.
콰앙!!
"우욱?!"
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내 복부를 강타하는 느낌이 들었다.
뭐, 뭐지? 이건!!
아니, 그것보다 더럽게 아프다.
"어때, 나의 선물은?"
"......."
그때 클레이제이먼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선물이라니? 방금 전 갑작스럽게 내 복부를 강타한 게 네놈이 한 짓이냐?!
아니, 그런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네놈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잖아!
퍽!
"크악!!"
어느새 순식간에 내 몸에 또 무언가가 강타하고, 그대로 난 종이처럼 훌렁훌렁(?) 날아가서 땅바닥과 사랑을 나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어떻게 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설마, 히든 클래스의 기술?"
이게 바로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고 불리던 클레이제이먼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아니,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흔적도 소리도 아무것도 없는 말도 안 되는 공격이 가능한 기술이 선보여질 리가 없으니까.
역시 사기 기술 퍼레이드인 전설의 히든 클래스인가 보다. 제길!
콰앙!!
"......!!"
그 순간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폭발음은 내게서 들려온 게 아니다.
그럼 어디지?
"거참 거슬리게 하는군."
"엔딘?!"
갑자기 나타난 엔딘에게서 들려온 소리였다.
어느새 엔딘이 피를 잔뜩 흘린 채 나타났다.
도대체 이 자식, 얼마나 강한 거야!!
방금 전 공격 한 번으로 엔딘을 저 모양으로?!
진짜 전설의 히든 클래스, 말도 안 되잖아.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군요."
"괜찮아?"
그때 어느새 다가와서 한마디 하는 엔딘을 향해 난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엔딘은 나름대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참으로 정직하게 말한다.
이런 예의 바른 청년 같으니!
"방금 전 공격 파악했어?"
"전혀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요."
"그렇군."
나와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그저 아무런 느낌도 없이 갑자기 맞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실 공기를 이용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미세하게나마 그 공기의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진짜 아무런 힘도 안 느껴진다.
"엔딘, 넌 어서 사람들을 최대한 대피시켜. 도와주러 온 건 고맙지만, 일반적인(?)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역시 상상조차도 불가능한 힘을 가진 존재군요.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는 이름은......."
"그렇지."
그 힘을 직접 사용해 본 내가 제일 잘 안다.
정말 상상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엔딘은 정중히 인사를 한 뒤 퇴각했고, 그런 우리의 대화를 말없이 지켜본 클레이제이먼은 입을 열었다.
"모든 대화는 끝났나?"
따분하다는 표정이다.
"이거 참 기다려 줘서 고맙네."
그나저나 어떡하지!
저 기술을 방어할 능력 따위는 나에게 애초에 없다.
특히 반쪽짜리 변신이 공격에 치중한 변신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보면 된다.
아니, 이런 말이 있었지!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그럼......!!
콰앙!
"으악!"
콰앙!
"빌어먹을!!"
쿵!!
"우욱!!"
누가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헛소리를 했는지 지금 면담하고 싶다.
전혀 최고의 방어랑 공격과는 상관없다.
아니, 저분 케이스가 특이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공격을 하려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강타하고, 또 일어서서 돌격해도 또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공격하고.......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여기저기 마구 날아다닌다.
그리고 그 때문에 온몸이 다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더럽게 아파."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아니, 살려 주고 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려나?
"재미없군. 끝을 내지."
"......!"
그때 그 말과 함께 나를 가지고 놀던 그분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보이지도 않는다. 느껴지지도 않는다.
형체도, 소리도, 냄새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힘.......
단지 그저 감으로 이것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제길! 역시 반쪽짜리로는 무리였단 말인가!
콰앙!!
그 순간 갑자기 내 앞에 하얀색의 원이 쳐지고, 클레이제이먼의 특수 기술을 강력한 폭발 소리와 함께 막아 버렸다.
물론 난 그 기술에 황급하게 놀라면서 외쳤다.
"누, 누구?!"
그런데 그런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난 갑작스럽게 나타나 그놈의 일격을 막아 버린 어느 한 여신(?)을 보고 너무나도 당황해서 한마디 했다.
진짜 여신이었다.
저 포스, 저 미모, 저 인자한 미소까지 완전히 여신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여자였다.
물론 참고로 연희와 은애, 이리엘도 미모로 따지면 저 정도 포스는 한다.
한편 너무 놀라 말문을 열지 못하는 나를 본 그 여자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프레젠 님, 너무 인사를 늦게 드렸네요."
"......!"
내 이름을 부른다.
아니,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야?!
난 저분 생전 처음 보는데!!
혹시 내가 저분을 언젠가는 봤는데 기억 못하는......?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딱 봐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저분을 내가 잊어버렸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 제 소개도 안 하다니 정말 실례만 거듭하네요. 전 당신과 운명의 끈으로 앞으로 평생 같이할 존재예요."
저, 저기, 그런 소개는 진짜 헷갈린다.
갑자기 운명의 끈이라니? 그리고 평생 같이한다니 이건 무슨 말이냐!!
하나도 이해 안 되잖아!
한편 당황하는 나를 본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전 플레이지 나이트를 모시는 서펀트 메라라고 합니다."
"......!!"
프, 플레이지 나이트라면...... 히든 클래스?
그녀가 내게 들려준 내용은 완전 놀라움 그 자체였다.
플레이지 나이트란 지금 내가 반쪽짜리라면서 울고 있는 히든 클래스다.
그리고 그 히든 클래스의 보조를 맡은 게 저 메라라는 여성이었다.
그뿐 아니라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조율자였다니!"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고 불리던 분들이 원래는 조율자였다는 것이다.
그 말은 엔딘과 데리트 전에 조율을 담당하시던 분들이 전설의 히든 클래스였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설의 히든 클래스는 총 5개.
한마디로 말해 조율자들도 다섯 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조율자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자세히는 모른단다.
평생 죽지 않는다던 조율자들이지만,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소멸은 당한다.
그저 추측으로는 누군가가 조율자들을 없애 버렸다는 거다.
그 강력한 조율자들을 없애 버리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그런 조율자 중 제일 강력했다고 불린 조율자 플레이지 나이트만이 생존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메라가 잠이 든 순간, 자신의 주인조차도 영원히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럼 지금 저분도 조율자인 건가?"
내 앞에서 비웃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분을 향해 난 살며시 말했고, 그 말에 메라는 약간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클레이제이몬 님은 원래부터 난폭하셨어요. 그래서 신에 의해......."
난 그 말에 모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신에 의해서 봉인을 당했는지 말이다.
한마디로 조율자이면서 데리트같이 나쁜 조율자였다는 거군.
그나저나.......
"지금 반쪽 변신으로도 가능할까?"
난 이게 절박하다.
이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완전체가 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메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봉인이 풀린 후에 모든 힘이 회복되었어요. 이제는 원하시는 때에 마음대로 변신이 가능하세요."
"......!!"
그, 그 말은 지금이야말로 완전한 히든 클래스를 얻은 거라는 소리야?!
으악! 막 흥분된다.
아, 아니, 일단은 저놈부터 제대로 놀아 줘야겠다(물론 무슨 기술을 사용하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할 듯싶지만).
확실하게 모든 변신이 끝난 상태에서 말이다.
그리고 난 메라에게 말했다.
"메라, 부탁해!"
"네, 주인님."
메라는 내 부탁이라는 말에 갑자기 살짝 얼굴이 붉어졌고, 그 순간 메라가 갑자기 내게 날아오더니 그대로 입맞춤을 해 버렸다.
저, 저기 전 변신을 해 달라고 했지, 입맞춤을!!
물론 싫지는 않지만, 이 장면을 목격당하면 난......!!
파지지짓!
파지지짓!!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내 주변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처음 이 직업으로 변신했을 때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어느새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금빛의 머리카락도 다 염색(?)됐고, 그뿐 아니라 전보다 더욱 강력해 보이는 갑옷과 창도 소환되었다.
아! 이게 진짜 히든 클래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당신은 조율자가 되셨습니다.
순식간에 이상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조, 조율자?!
내가 조율자라고?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물론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원래부터 조율자라지만, 그 직업을 가지면 조율자가 되어 버린다고는?
하지만 이런 나의 당황스러움도 그다음에 이어지는 한마디에 사라졌다.
―플레이지 나이트로서 전직을 완료하셨습니다.
"어머, 새로운 조율자님이시네?"
"허접한(?) 엔딘과 데리트라는 놈과는 완전히 달라."
"그러게."
누군가가 속삭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도 생긴 듯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가 새로운 조율자님에게 먼저 인사드려야 하겠지?"
"알잖아? 무.서.우.신 조율자님이라고."
"그렇지, 그렇지. 너무나도 무서워서 말이야."
"날파리들이 꼬이겠군."
한 남자가 눈을 살며시 뜨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어느 한쪽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새로운 조율자님들에게 그놈들의 목을 갖다 바치면 좋아하실지 모르겠군."
나름대로 정말 살벌한 소리다.
그리고 어느새 그는 등 뒤에 검 두 자루를 메면서 그대로 터벅터벅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