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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단 하나의 히든 클래스 (55/100)

제7장 단 하나의 히든 클래스

왠지 모르게 지금 게임에서 이사 가는 분들이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도 이사했기 때문이랄까?

물론 훨씬 좋은 집에, 모든 걸 할 수 있고, 연희와도 가깝고 은애와도 가깝고, 한마디로 더럽게 좋기는 하지만 말이다.

"선배, 언니, 죄송해요."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연희의 말이 들려왔다.

벌써 저 말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런 연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니까! 모든 게 다 좋아졌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연희에 대해서도 무언가 알게 된 것 같고! 그치, 은애야?!"

"응!!"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연희를 향해 은애가 흔쾌히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고 연희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 예쁜 얼굴에 우는 건 안 어울린다고!"

그 순간 은애는 우는 연희를 살포시 안아 주었다.

저 모습이 부럽...... 아, 아니, 이런 생각할 게 아니라 난 열심히 그녀들을 지켜 줄 테다.

물론 나 말고 전문가들이 지켜 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때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난 서슴없이 그녀들을 지켜 줄 거야!

"엔딘."

"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게 뭘까."

"......."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미친 듯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히든 클래스를 찾으려는 거지? 절대 나처럼 순수한 의도는 아닐 테고."

"......."

솔직히 말해서 난 되게 순수하게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싶은 축에 속한다.

그저 제대로 된 히든 클래스 한번 얻어 보겠다고 이렇게 발작하는 거지. 저쪽은 그저 히든 클래스라면 다 때려 모으려고 한다.

결론은 난 건전, 그쪽은 불건전.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엔딘은 잠시의 생각을 하는 듯싶었고, 잠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글쎄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확실하게 건전한 이유는 아니겠죠."

그건 나도 알고 있다고!!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뭘 원하는 건가 하는 것이다.

그토록 강한 힘을 원하는 걸 보면 무슨 세계 정복 같은 건가?

잠시지만 내가 미쳤군.

아니, 잘 생각해 보니 진짜 그 데리트 님이 세계 정복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 이후는 뭐 하지?

"프레젠 님."

"......?"

그 순간 엔딘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있습니다. 어서 그걸 찾으셔야 합니다."

"나도 찾고 싶다고."

정말 찾고 싶어 미치겠다.

하지만 돌아다닐 수도 없는 입장이고, 정보도 없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우울 그 자체인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100% 그 조율자님이 히든 클래스를 가질 게 분명하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나한테 불리하다는 거다.

그 순간 그렇게 생각에 잠긴 나에게 엔딘의 충격적인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제가 알아본 결과로는 이곳에는 단 하나의 직업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엥? 단 하나의 직업?

정말로? 이 넓은 세상에 딸랑 하나라고?

말도 안 된다!!

난 최소 못해도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포함해서 한 수백 개는 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우리 쪽도 그만큼은 있고 말이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한 가지, 그리고 그 한 가지가 바로 전설의 히든 클래스 클레이제이먼이라는 직업 같습니다."

"......!"

이쪽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히든 클래스.

그 말은 즉 이곳에는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는 엄청난 큰 덩어리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단 하나가 전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정말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건 말할 것도 없다.

제길! 사실 난 전설의 히든 클래스 찾는 과정에서 다른 히든 클래스도 은근슬쩍 기회가 되면 야금야금 찾으려고 했는데, 이 사실을 안 이상 소용없다.

무조건 총력전이다.

단 하나의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엔딘은 그런 나를 향해 약간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이건 알아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물론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모은 정보에 의하면 이곳에 있는 전설의 히든 클래스는 직접 신이 봉인해 버렸다는 소문이 돕니다."

"......!!"

신이 직접 봉인해?

도, 도대체 뭐 하는 직업인데?!

아니, 그것보다 신이 직접 나설 정도면 도대체 그 직업은 얼마나 굉장한 걸까?

"물론 확실한 건 저희가 지금 향하고 있는 베리마아 마을로 가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쪽에서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럼 지금 우리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세히 알 수 있는 거구나.

그런데 신이 직접 봉인하다니, 이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냐?

제8장 길쉬의 반항

"조금 쉬도록 하죠."

대규모 이사를 가는 도중 우리는 엔딘의 말에 의해 휴식을 취했다.

우리 일행은 상관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무척이나 지쳐 하는 듯싶었고 그렇기에 엔딘이 그런 선택을 내린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정말 씁쓸하다.

괴물에 의해서 거의 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걸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뿐 아니라 여기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물이나 며칠에 한 번씩 무슨 허연 죽 같은 걸 먹는데 안타까워서 못 봐 줄 지경이다.

그나마 내가 계속해서 피엘에게 음식을 워프해 달라고 해서 저번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식량이 되기는 무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보다 전달 같은 게 훨씬 느리다.

이런 경우는 저쪽에서 무슨 일이 있다는 건데, 피엘 님은 아무 말도 언급 안 하니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며칠 후면 괜찮다고 하니, 뭐.

그나저나 모두 지친 모습으로 쉬고 있을 때, 한 요정은 한 인간을(?) 부려먹는다.

"길쉬."

"네?"

"물 좀 찾아서 담아 와."

"네."

"아, 그리고 가는 김에......."

솔직하게 말해서 아무리 자기가 마스터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어떻게 저렇게 부려먹을 수 있는지! 길쉬도 쉬게 해 줘야 될 거 아냐?

그뿐만이 아니다.

"정찰 좀 하고 와, 이 자식아!"

"싫은데?"

"......."

절대로 내 명령은 안 듣는다.

자기는 절대적으로 부려먹고 주인 말은 생 까는 요정 케찹이, 정말 나쁜 자식이다.

참, 이게 아니지?

"네놈 좀 작작해라. 길쉬가 무슨 니 전용 심부름꾼이냐?"

"난 마스터잖아."

"......."

"그러니 괜찮아."

자기는 마스터라면서 괜찮다는 케찹이, 정말 얄밉다.

그뿐 아니라 지가 모범을 보이면 몰라, 방금 전에도 봤지만 명령 한번 내리려면 그날 피가(?) 흘러야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저놈은!

그리고 무엇보다 길쉬가 너무 불쌍하다.

애가 너무 착해서 반항이라는 걸 몰라서 말이다.

거의 노예 취급이다.

이걸 보고만 있기에는 왠지 나의 정의가(?) 슬퍼하는 듯한?

"길쉬, 힘들지?"

"아......."

케찹이의 명령을 마친 뒤 지친 역색이 가능한 길쉬에게 난 물었다.

그리고 솔직히 안 물어도 대답 나온다.

힘들다고, 너무 힘들어서 뒤지겠다고 얼굴에 적혀 있다.

솔직히 케찹이 그놈이 얼마나 부려먹는데 그 누구라 하더라도 안 지칠 리 없다.

하지만 길쉬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 정말 착한 존재이네.

어떻게 그렇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저렇다니.......

나 같았으면 그냥 들이대고 보고, 그건 케찹이도 마찬가지일 테다.

그런데 저런 순수한 마음, 정말 왠지 모르게 부럽다.

나도 예전에는 저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참, 이게 목적이 아니지!

난 서서히 길쉬에게 말을 건 이유를 생각해 내면서 그에게 말했다.

"솔직히 일하기 싫지?"

"......."

"괜찮아, 괜찮아. 나한테만 살짝 말해."

"그, 그게......."

"솔직히 힘들잖아."

"힘들기는 해요. 흑."

내 속삭임에 단순한 길쉬는 순식간에 넘어갔다.

어머나, 이렇게 손쉽게 대화가 되다니! 참으로 길쉬의 단순한 머리가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이다.

어찌 됐든 운은 뗐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네?"

"케찹이 자식이 시키면 그냥 반항 때려."

"어, 어떻게 마, 마스터인데."

어떻게는? 주인한테 욕설하는 네 마스터를 본받으면 되지 않겠니?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는 좀 그러니까 돌려 말하자.

"아니, 니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이죠?"

"원래 마스터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고."

"네?!"

나의 엄청난(?) 이론에 길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 그리고 길쉬를 향해 다가가 속삭였다.

"케찹이가 나한테 어떻게 하디?"

"......."

"부담 없이 말해 봐."

"그, 그러니까 욕하고 반항하고 말 안 듣고 사고치고......."

"그래, 잘 아네!!"

"......?"

"원래 그게 바로 마스터를 모시는 본모습이야!!"

"......?!"

내 한마디에 길쉬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 같으면 구라라고 하겠지만, 단순한 길쉬에게는 통한다.

"내가 설명해 주지, 마스터에게는 어떻게 하라고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이거다. 하얀 종이에 검은 마음을 잔뜩 심어 놓는 것.

일단 하얀색이다 보니 너무 순수해서 그냥 검은 마음을 들여다 부어 주면 그대로 다 수용해 버린다.

한마디로 판단력이 없고 너무 잘 믿는다는 거지.

물론 길쉬에게는 솔직하게 미안하다. 저 순수함을 박살 내서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길쉬가 당하는 모습은 내가 마음이 아파서 못 봐 주겠다.

절대 똑같이 당해 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직 길쉬를 위해! 그의 올바른 인권을 위해서!!

"이 씹탱구!!"

"......."

"니가 해, 인마!!"

"......."

"난 안 해! 때려 쳐!!"

"......."

그때 어디선가 참으로 익숙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이 익숙한 말은 케찹이가 하고, 저 할 말이 없어서 점점점인 것은 나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점점점 님은 케찹이, 그리고 구수한(?) 욕설은 길쉬 님.

어머나, 저렇게 되어 버렸다.

"이 자식이 죽으려고!!"

그때 케찹이가 잠시의 패닉에서 벗어나더니 길쉬를 응징하려고 했고, 그 모습을 본 길쉬는 소리쳤다.

"닥쳐!!"

그러고는 울트라 방어막을 친다.

이럴 수가!

그래, 길쉬에게는 저 방어막도 있으니 안전하구나!

힘내라, 길쉬! 열심히 싸워라, 싸워!!

그렇게 난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

갑자기 내 흐뭇한 표정을 보고 은애가 한마디 했다.

난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시치미를 뗐다.

"글쎄, 난 모르겠는데?"

"......."

하지만 은애는 지금 마구 싸우는 길쉬와 케찹이를 보더니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했으면 저렇게 착한 길쉬가 저 모양이 된 거야!!"

"난 모른다니까, 그저 주인 닮은 거겠지."

"거짓말하지 마! 다 봤어, 그 그윽한 미소!"

헉! 들켰나?

나도 모르게 그들을 향해 지은 그윽한 미소를 은애가 봐 버렸단 말인가?!

제길, 완전범죄라고 생각했거늘.......

"어서 원래대로 돌려놓으세요, 성민 님."

싱긋.

그때 은애가 나를 보고 웃었다.

아니 잠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니! 케찹이 저 자식은 당해야 한다고!

"저 불량 요정에게 마음대로 휘둘러지는 길쉬가 불쌍하지도 않아?!"

거듭 말하지만 난 절대 나와 똑같은 심정을 당해 보라는 의도가 아닌, 불쌍한 길쉬를 구제(?)해 주기 위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다니!!

하지만 이런 내 말에 은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건 니가 적절히 통제하면 되잖아. 굳이 저렇게 한 사람의 순수함을 망쳐야 되는 거야?"

"......."

물론 은애 말대로 내가 케찹이를 통제하면 되기는 한다.

일단 케찹이 위는 나니까.

하지만 이런 건 자율성을 위해서.......

"나 사람 타락시키는 성민이에게 실망할 것 같아."

"......다시 돌려놓죠."

은애의 한마디에 난 금방 수긍했다.

제길, 난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저 순수하게 자율성을 길러 주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은 없다.

믿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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