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장 타깃 (54/100)

제6장 타깃

"오늘 여기서 놀다 가도 되지?"

"안 될 건 없지만......."

"그럼 실례."

"저, 저기 선배, 실례가......."

"아니, 상관없는데 갑자기 왜?"

"언니가 갑자기 선배 집에서 놀자고."

"......."

난 갑자기 우리 집으로 오신 연희와 은애 때문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난 내일을 대비해서 오늘은 조금 일찍 게임 접속을 끊은 상태다.

왜냐하면 내일 아마도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으니까.

그 괴물들에게 발견된 이상 이곳 마을에서 버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다른 생존자 마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을 합쳐야 하기에 모여 있어야 되기도 하고 말이다.

난 내일을 대비해 오늘은 오후 3시쯤에 접속을 끊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희와 은애가 우리 집에 오신 거다.

물론 기분은 좋다. 갑자기 공기가 상쾌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됐든 저 두 분의 등장으로 우리 집이 반짝거린다.

"참, 오늘 여기서 연희와 잠자고 가도 되지?"

"헉!"

그때 한마디 하는 은애의 말에 나는 너무 놀라서 굳어 버렸다.

자, 자고 가다니! 두 명의 아리따운 처자가 남정네의 집에서?!

한편 그 말에 연희도 순간적으로 당황하면서 물었다.

"저, 저기 갑자기 선배 집에서 묵는 건 시, 실례뿐만 아니라 그, 그러니까 서, 선배도......."

"에, 성민이는 그런 거 안 따지는걸. 언제든지 쳐들어와도 항상 환영해 주는 게 성민인걸. 그렇지?"

"그, 그렇긴 하지만(사람에 따라서)......."

솔직히 말해 엄청 좋다.

저런 아름다운 두 분이 이런 허접한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 준다는 게 너무나도 영광일 정도로.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지?

"오늘 아빠랑 엄마가 특별한 날이어서 집에서 없어져 주려고. 근데 나만 오면 왠지 심심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연희 불렀어."

"어, 언니."

"우아! 살결이 예술이다!!"

"어, 언니! 거기는......."

"헤헤."

"어, 언니!"

난 안 음흉하다. 절대 안 음흉하다.

절대로 두 분이 목욕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니라 오늘따라 웬일인지 귀가 평소보다 10배 정도 확대되어서 들릴 뿐이다.

절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방 안에서 문 닫고 이불 덮고 이어폰 껴도 들리는 걸 어쩌라는 게냐!!

그래, 차라리 나가자! 아예 나가 버리는 거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당장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

욕실 앞에서 철저히 계신 네 명의 여자 보디가드 분들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설마, 저분들 내가 불건전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고 저기에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내가 얼마나 순수해 보이는데!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헉!"

정말 우연치 않게 보아 버렸다.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여자 팬티 두 마리(?)를!

그때 그런 내 시선을 감지했는지 순식간에 그 팬티가 있던 자리로 이동을 하는 보디가드들, 그리고 잠시 후 나를 향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볼일 없으시면 방으로 들어가 주시겠습니까?"

"......."

"볼일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쿵!

난 그 말과 함께 곧바로 내 방으로 퇴각했다.

저기, 여기 우리 집인데, 왜 순식간에 감옥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난 그렇게 연희와 은애가 목욕이 끝날 때까지 방문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물론 그래도 갑자기 기인의 힘을 발휘하는 내 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한 백 년 늙은 것 같다.

똑똑!

"선배, 들어가도 돼요?"

"들어가도 되지?"

"......."

그때 처음 먼저 연희의 노크 소리와 함께 묻는 말이 들려오고, 곧바로 응답하기도 전에 은애의 말이 들려온다.

뭐 당연히 들어와도 상관없다.

"들어와."

그리고 그런 내 허락에 연희와 은애의 모습이 드러났다.

방금 전 목욕을 끝낸 탓인지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들.

그뿐 아니라 왠지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들인데, 그녀들이 입으니 무슨 패션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무슨 향기가 내 코를......!

아, 아니,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 목욕하는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그때 어느새 팍 삭은 얼굴이 되어 버린 나를 향해 은애가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궁금한 듯 물었다.

그리고 난 대답해 주고 싶다. 두 분께서 알 수 없는 대화를 하시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엿들은 게 되어 버리니, 그냥 대충 핑계를 대 버렸다.

"글쎄, 그냥 그래."

"......."

"......."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연희는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선배, 제가 갑자기 와서 피곤하셔서......."

도리도리.

그때 혹시 자신 때문인 줄 알고 연희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난 고개를 강렬하게 저었다.

물론 어떻게 확대 해석해 보면 연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들이 미지의 세계를 보여 주었기에 내가 이렇게 된 거니까.

하지만 절대 연희가 갑자기 와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다.

흠, 행복했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저녁 시간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꿈나라로 갈 시간이다.

그나저나 난 오늘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아 버렸다.

그게 뭐냐고?

연희는 정말 엄청난 존재였다는 거!

오늘 연희가 우리 집에서 묵는다고 집에 전화 한번 때렸더니 순식간에 연희의 안전을 위해 엄청난 인원의 사람들이 급파되었다.

심지어는 다수의 저격병도 있더라.

물론 연희 정도라면 다른 회사에서도 무슨 아주 복잡한 관련 때문에 이런 과도한 보호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본인은 어떤 느낌일까, 이렇게 새장 안의 새처럼 과보호를 받는 연희는 말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게 썩 기분 좋은 건 아닐 테다.

그렇지만 뭐 어찌하겠는가. 이렇게라도 해서 연희의 안전이 지켜진다면!

사악.

턱!

"으응?"

그 순간 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했다.

평소라면 절대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자그마한 소리다.

하지만 오늘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 내 귀가 너무나도 밝아진 덕택에 들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 소리들이 뭔가 수상하다.

"오늘이 기회다."

"네."

"절대 실패 따위는 할 수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당장 연희라는 계집애를 수중에 넣어야 한다. 물론 미모에 홀려서 손대는 놈들이 있으면 내가 직접 죽여 버린다고 전해."

"네."

순식간에 이상한 음성들이 들려온다.

왠지 모르게 악당들 목소리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악당이잖아!!

그럼, 연희를 납치하려는 분들!!

그런데 분명 연희 수호대(?) 분들은 어디 있지?

저격병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많은 숫자였는데, 그분들이 어떻게 되고 저분들이 저런 잡소리를 할 수 있는......!

"설마, 당했나?"

설마가 아니라 그랬을 확률 99.9%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담하게(?) 저런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제길! 이런 영화에서나 튀어나올 상황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다니!

아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연희와 은애를 대피시켜야 한다. 어서!

"읍!"

"읍!"

"......."

내가 은애와 연희가 자고 있는 방에 몰래 침입해 그녀들을 깨우자, 그녀들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방문에 비명을 지르려고 하신다.

그리고 이미 그걸 예상한 난 그녀들의 입을 막았다.

한편 난 이 시간에 방문한 나에 대해서 심각한 오해를 할까 봐 일단 조용히 시켰다.

"쉬잇."

"......."

"......."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침입자야."

"......?!"

"......?!"

물론 이런 내 말에 그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짓지만, 사실이다.

정말 침입자거든.

한편 은애에 비해서 연희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치우더니 말했다.

"저 때문이죠?"

"......."

"......."

"죄송해요, 선배. 그리고 언니도."

연희는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너무나도 미안해 했다.

난 그런 연희를 향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난 이런 화끈한 액션 좋아해."

"선배......."

"그러니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액션을 좋아한다. 단지 목숨이 멀쩡하다는 전제하에.

오늘 우리 집 대피소가 이렇게 혁명적인 기능을 발휘할 줄 몰랐다.

사실 나도 가끔 생각한다. 이걸 왜 만들었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멀쩡한 벽을 뚫고 이걸 만들었는지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 좋게 말하면 약간 미친 거고, 격하게 말하면 완전 미친 거다.

그렇게 가끔씩 왜 만들었는지 심하게 고민스럽게 만드는 나의 대피소.......

하지만 오늘 혁명을 일으켰다.

이 대피소가 엄청난 활약을 해 준 거다!!

아마도 이런 날을 대비한 나의 선견지명이 아니었을까(잘도 갖다 붙여 댐)?

"저기 선배, 여기는?"

그때 이 비밀 기지(?)에 대한 걸 처음 안 연희는 심각하게 당황하면서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런 멋있는(?) 케이스 처음 봤을 것이다.

집에 벽 뚫고 이런 거 만드는 거 나 말고는 없을 것 같거든.

한편 그 질문에 내 대신 은애가 한마디 하신다.

"지은 죄가 많나 봐?"

"......."

난 이때까지 깨끗하게 살아왔다. 절대로 지은 죄는 없어!

"어디 갔어?"

"아, 안 보입니다!!"

"뭐라고? 직접 네놈이 들어오기 전 확인하지 않았느냐?!"

"그, 그게 눈치 채고 도망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계집애가 자신의 호위대조차도 감쪽같이 없애 버린 우리를 눈치 챘다는 거냐?"

"......."

"제길! 도대체 어디로......!"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무척이나 살벌한 상황이었다.

잠시 망각을 해 버렸어.

그나저나 도대체 어디로 갔기는, 비밀 기지에 숨었다 이거다.

절대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이 혁명적인 시스템!

저들이라도 눈치 채지 못할 게 분명하다.

한편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도 긴장해 있는 연희와 은애를 보고 웃어 주었다.

그리고 그 웃음에는 이제 머지않아 포기하고 갈 거라는 생각하에 말이다.

"저기......."

"......?"

"이 집의 주인인 남자 자식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같이 사라졌다고?"

"네."

"같이 사라졌다?"

"......."

헉!

그때 갑자기 말꼬리를 흐리는 그 남자의 말에 난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다.

설마 내가 이곳에 대피시킨 걸 눈치 챈 건 아니겠지?

그, 그래. 솔직히 말해 내가 눈치 챘다 하더라도 곧바로 밖으로 도주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집 안에 이런 걸 만들어서 안에 있을 거라고는.......

"찾아라."

"네?"

"이 집에 있다."

"저기, 보이지 않는데......."

"바보 자식! 지금 보이는 곳을 말하고 있는 것이냐? 비밀 장소를 찾으라고!!"

"그렇지만 여기는 일반인 집인데......."

"지금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절대로 지금 포위한 우리의 눈을 속이고는 나가지 못했단 말이다! 그럼 분명 이 집에 있다는 것. 사실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설마 했지만 집 구조에 누군가가 손댄 흔적이 있다."

"......!!"

"그 말은 즉 이 집 주인 놈이 비밀 장소를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 인간 뭐냐?! 무슨 자기가 슈퍼맨(?)이냐!!

아니, 어떻게 집 구조에 손댄 것까지 보고 파악해?

그뿐 아니다. 진짜 저 인간들은 전문가다.

아니, 어떻게 보면 연희의 엘리트 보디가드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데서 이미 파악했어야 하는데!!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키지 않은 이 비밀 기지에 너무나도 안심하고 말았다.

지금 저들은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닌데.......

"......."

"......."

그나마 다행이라고는 그 대화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속삭이는 대화였기에 연희와 은애가 듣지 못한 거다.

그래도 그녀들은 지금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

진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한테 일어나서 지금 나도 당황스러운데, 그녀들은 진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이대로 가면 이곳이 밝혀질 확률이 크다.

물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연희의 수호대 분들이 증원 올 테다.

분명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연락도 안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 안까지 여기가 들통 나지 않을 수가 있냐는 거다.

그렇게 난 정말 마구 머리를 돌렸고, 잠시 후였다.

"내가 시간 끌고 있을게."

"......!"

"......!"

난 신중하게 한마디 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은애와 연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황급히 말했다.

"지, 지금 저 사람들 얼마나 위험한 사람들인지 모르는 거야?!"

"그, 그래요. 선배, 저 사람들은 사람 목숨도 손쉽게......."

"......."

다들 나를 무척이나 걱정한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개밥에 도토리도 안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어차피 함부로 나를 어쩔 수 없을 거야. 난 이 비밀 장소를 아는 장본인이라고!! 그리고 연희야, 조금 후면 지원군 오지?"

"아, 아마도요."

"그럼 내가 몇 분만 시간 끌 테니까 걱정 마!! 그리고 은애 양, 그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면 시간 끌기도 힘들다고."

"......."

그때 이런 나를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은애한테 난 그렇게 한마디 했고, 잠시 후 은애는 살짝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말했다.

"조심해야 돼."

"물론이라니까."

"다치면 각오해야 할 거야."

절대 다치면 안 되겠다.

다치는 순간 왠지 내 인생 끝나는 느낌이랄까?

그때 연희는 너무나도 미안하고 너무나도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죄송해요. 그리고 너무 고마워요."

"아니, 그런 소리는 안 해도 된다고!"

그렇게 난 그녀들에게 정말 나름대로(?) 안전하다고 열심히 설득시킨 뒤 그들을 만나려고 했다.

저들도 일반인인 이상 나를 함부로 못할 것이다.

그저 난 시간만 벌면 되는 것!

"어떻게 할까요?"

"죽여 버려!!"

"저기, 짭새들이......."

"어차피 실종으로 해 버리면 그만이야!!"

"......."

저기, 전 일반인인데 보통 악당들도 일반인은 안 건들잖아요?

아니, 그뿐 아니라 난 이곳 비밀 장소를 아는 사람인데 나를 보자마자 죽이라는 건 뭔 심보야.

그뿐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놈들이었다.

아니, 영화를 믿은 내가 잘못이야!!

이런 빌어먹을!!

영화에는 이런 경우 일반인들은 건들지 말라는데, 여기는 보이자마자 쳐 죽이라고 하신다.

이쯤 되면 처음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심하게 다르다.

"꼬맹아, 이것도 다 네 운명이다."

"......."

그때 나에게 두 명의 사나이가 붙었다.

그리고 다른 자들은 열심히 비밀 통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뭔가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꼬맹이라니, 참으로 짜증나는 표현이군."

"......!"

"......!"

꼬맹이라니, 내 나이가 얼만데 꼬맹이야!

그뿐 아니라 나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달랑 두 명 붙여 주냐?!

이래 봬도 난 일국의 왕자 호위대를 때려 부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거야(참으로 자랑이다)!

한편 내 반말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는지 남자들의 인상이 마구 구겨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말했다.

"이 자식이 죽으려고?!"

"간덩이가 부어터졌군!!"

이미 죽인다고 해 놓고, 뭐 저런 웃긴 짜파게티 같은 말을 하냐!

그때 이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달려왔다.

절제된 움직임, 딱 봐도 엄청난 실력자라는 게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저 묵직해 보이는 주먹에 급소 맞으면 말 그대로 한 방에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웃긴 게 딱 봐도 급소를 노리기 때문에 상당히 피하기 쉽다는 거지.

휘익.

"......!"

그때 내 명치를 때리려다가 너무나도 쉽게 피하자, 그는 너무나도 놀랐다.

그리고 난 그분을 향해 싱긋 웃으면서 그대로 다리로 얼굴을 가격해 버렸다.

퍼억!!

물론 그는 한 방에 K.O되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본 또 다른 남자는 내 의외의 모습에 너무나도 놀란 듯 굳어 버렸고, 난 그런 그를 향해 뛰어갔다.

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뒤늦게 반응하지만 이미 내가 더 빨랐다.

"아악!"

어느새 내 주먹이 상대방의 복부를 가격했고, 난 그대로 오른발을 들어서 머리를 내려찍어 버렸다.

어차피 저분들도 나를 죽이려고 한 이상 귀엽게(?)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

"......."

"......."

"......."

그때 어느새 모든 시선들이 내게 모였다.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자신들의 동료가 웬 학생 한 놈에게 금방 눕혀지자 일어나는 반응.

뭐 나야 좋다.

이러면 비밀 기지 들킬 확률이 더 줄어드니까.

"제발 좀 빨리 와 주세요."

단지 저 무서운(?) 아저씨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지.......

저들은 전문가다. 그러니 어서 연희 쪽에서 SOS를 와 줘야 하는데.

그게 언제일지는.......

"헉헉."

"......."

"......."

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너무나도 놀라서 말이 없는 그분들.

내가 생각해도 좀 놀랍다.

일반 조폭들도 아니고 저런 슈퍼 울트라 급 전문가들을 상대로 수십 명을 해치우다니!!

왠지 나 멋져!

그저 조금이라도 긴장이라도 풀기 위해 개소리를 하는 거니 그냥 들어 주길 요망함.

그나저나 정말 많다.

어떻게 된 게 한 소녀를 데리러(?) 이런 분들이 이렇게나 많이 오다니, 정말 참.

짝짝짝.

"......."

그때 갑자기 지금 상황과는 심하게 어울리지 않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보스님 등장이신가?"

아마도 이곳 침입자들의 총지휘자 같다.

물론 내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일단 포스부터 예사롭지 않으니까.

한편 그는 지쳐 있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정말 대단해."

"......."

"일반인이 이 정도로 싸울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그것도 우리를 상대로 말이야."

"......."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해. 그리고 난 자네를 가지고 싶네."

"......!"

갑자기 그분이 나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설마, 게이?!

이런 어이없는 게이 같은 영혼이라니!!

난 거듭 말하지만 여자가 좋지, 남자는 절대 싫다.

한마디로 남자는 절대 거부라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도 상당히 여유롭군."

그때 내가 엑스 자로 상체를 가리자, 그분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자네가 우리 쪽에 들어오기만 하면 원하는 걸 다 해 주지."

"원하는 거?"

"그래, 돈이라면 돈, 명예, 여자, 지위 어떤 것도 해 줄 수 있지. 난 자네의 그 엄청난 싸움 실력이 탐나."

"......."

"어때? 물론 이런 파격적인 조건은 나도 처음이라고. 그만큼 난 자네가 참으로 가지고 싶다는 거지."

어머나, 나를 그렇게 가지고 싶다니.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방금 전 저분이 말한 조건에 별로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히든, 히든, 히든뿐!!

그리고 난 대악당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사양하겠어."

"흐음."

"그런 허접한(?) 것보다는 연희의 미소가 더 좋거든."

"......."

사실이다.

저런 악당 짓을 해서 뭔가를 얻는 것보다는 연희의 상큼 발랄한 궁극의 미소를 보는 게 훨씬 기분 좋다.

내 거절에 그 남자는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이런 초특급 인재를 버려야 하는 게 아깝기는 하지만, 우리 편이 되지 않는다면 확실하게 죽여야겠지?"

지금 저분, 나를 상대로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그걸 나한테 묻는 의미가 진짜 궁금하다.

차라리 옆에 있는 우리 집 난초님에게 물어보지?

어?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만났던 말하는 난초 씨도 기억에.......

스윽!

그때 그 남자가 갑자기 한 손을 들더니 그대로 내려 버렸다.

보통 부하들에게 저놈을 없애라는 지시를 할 때 내리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 명령에도 부하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럼 저분들한테 명령을 내린 게 아닌가?

그럼 누구한테 명령......!

"......제길!!"

그때 난 순간적으로 불길한 생각에 그냥 거의 날다시피 해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탕!

탕!

탕!!

"......!!"

우리 집 유리창을 깨고 방금 전 내가 있던 그 자리에 총알님(?)이 계신다.

"스나이퍼!"

진짜 미쳤다. 스나이퍼라니!!

이런 황당을 넘어서 미친!!

"......미치겠군."

그때 갑자기 그분이 나를 보고 미치겠다고 했다.

난 그 말에 당장 한마디 해 주고 싶었다. 어서 미치라고! 그래서 얼른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말이다.

한편 그는 내 이런 마음은 관심이 없는지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이야. 엄청난 싸움 실력에 총까지 피해 내다니 정말 감탄스러워."

"......."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우리에게 와라!"

그때 그분이 또 오라고 한다.

에이, 안 간다니까 그러네.

아니, 그것보다 연희 지원팀은 왜 이리 늦어?!

어서 제발 와 주세요. 저 이러다가 총 맞고 뒤지겠어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장님! 오고 있습니다."

"......."

"지금 철수하지 않으면 전면전이......."

"제길!"

그때 나에게는 천사의 속삭임이, 저쪽에는 악마의 속삭임이 될 만한 정보가 귀에 들어왔다.

물론 자기들 딴에는 작게 말했지만 내가 오늘은 귀가 슈퍼맨 귀여서 말이다.

한편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던 그 대장 분은 슬쩍 나를 보더니 말했다.

"오늘 덕분에 작전에 실패하는군."

"축하, 축하."

"......."

그가 한마디 해서 축하해 줬다.

난 왜 이리도 예의가 바른지, 거참, 내가 생각해도 참 예의 바른 청년일세.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마지막 만남일 것이다."

"......."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분들은 순식간에 철수했다.

방금 그 말은 뭐냐? 또 스나이퍼들이 내 대가리(?)를 노리려는 거야?!

아, 나 왠지 모르게 엄청난 사건에 말려든 것 같아!

"빌레스턴, 실패했습니다."

"자네가 실패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군."

"참으로 재미있는 인간이 나타나서 말입니다."

"재미있는?"

"네, 연희라는 계집애와 상당히 친한 남자 녀석인 것 같은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저희 요원들 수십 명을 혼자서 이기고 그뿐 아니라 스나이퍼들의 총알도 감으로 피해 냈습니다."

"호오!"

"정말 대단하더군요."

혁진의 입에서 칭찬이 흘러나왔다.

그 누구에게도 칭찬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던 그 남자에게서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그는 빌레스턴이라는 남자에게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다음에는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 놓겠습니다."

"쉽지는 않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루트가 막히겠죠."

"흐음."

"그래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놈을 확실하게 제거해야지만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부탁하지. 마스터가 실망하지 않기를."

"기다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그렇게 혁진은 말을 마쳤고, 잠시 후 그는 한 가지 궁금하다는 듯 빌레스턴에게 슬며시 물었다.

"그나저나 마스터는 얼마 정도 진행이 되셨다고 합니까?"

"글쎄, 그분의 말에 의하면 상당히 진척이 되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이상한 놈이 끼어들어서 마스터께서 머리 아파하시는군."

"한 놈이 말입니까?"

"그래. 미친 초보자 프레젠이라고 불리는 놈인데, 그놈 한 놈으로 인해 상당히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고 한다."

"찾아내서 목숨을 끊을까요?"

"안 그래도 너에게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미리 말해 주니 편하구나."

"아닙니다. 그럼 그 프레젠이라는 놈을 실제로 찾아서 죽이면 되는군요."

"그래, 실종으로 처리하고 말이야. 그리고 이건 그놈의 정보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서류 한 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걸 받아 든 혁진은 그 서류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고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한 놈만 죽이면 마스터나 저나 모두 엄청 만족하겠는데요?"

"무슨 말이지?"

"동일 인물입니다."

"......."

"마스터나 저를 귀찮게 하는 날파리(?) 같은 놈 말입니다."

그날 난 연희의 집 근처로 이사했다.

그 이유는 방금 전의 그 이상한 저질 단체에게 당할 수도 있기에 안전을 위해서였다.

물론 나뿐 아니라 은애와 은애 부모님도 이사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데, 나와 은애, 그리고 은애 부모님까지도 상당수의 보디가드들이 몰래 붙기 시작했다.

한편 연희는 원치 않게 휘말려 든 우리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나와 은애는 상관없다.

왠지 모르게 연희와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정도의 철벽 수비라면 안전할 거니까.

그리고 덤으로.......

"공짜."

그래, 공짜다.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 원하는 음식, 원하는 물건 모두 공짜로 즐길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평생 말이다.

은애 부모님도 처음 설명할 당시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무조건 좋아하신다.

확실하게 안전을 지켜 주고, 평생 놀고먹게 해 준다고 하셨으니까 말이다.

물론 언제 약간의 위험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단지 그게 약간 살벌하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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