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안드로메다
"......."
오늘이었다.
안드로메다로 떠날 일정이 말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다 못해 폭삭 망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피엘, 헤이런."
"......."
"......."
완전히 풍비박산 난 우주선 기지.
한마디로 우주선을 포함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게 박살난 상태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피엘은 말이 없다.
아마도 여기서 제일 충격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피엘일 테니까(근데 그 충격에 미묘한 다른 것이 포함된 느낌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절대 이건 사고로 인해서 부서진 건 아니다.
외부에서 가해진 '힘'이라는 것에 부서진 형태가 확실하게 나타나니까.
그 말은 간단하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파괴했다고 보면 된다.
"검은색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와 다수의 키메라라는 정보가 들어왔어."
"......!!"
난 갑자기 한마디 하는 피엘의 말에 그대로 너무나도 놀라서 굳어 버렸다.
검은색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 그리고 다수의 키메라.
"조율자!"
카오스 엔딘을 제외한 또 다른 조율자.
도대체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처럼 히든 클래스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상당히 많은 히든 클래스를 찾았을 거고 말이다.
난 지금까지 성과라고는 초능력 하나, 반쪽짜리 변신 히든 클래스 달랑 한 개인데 말이다.
흑!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는 건 구라였어.
어찌 됐든 그놈이 움직였다는 건......!
"확실히 안드로메다에 히든 클래스가 있다는 소리인가."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이렇게 우주선 기지를 파괴해서 못 가게 하려는 거겠지.
우주용 히든 클래스......?
"으악!!"
"......?!"
난 그때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나 할까, 히든 클래스님이 우주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엄청나게 의욕이 창출했다.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다.
고맙소, 데리트 님. 나에게 이런 정열적인 의지를 주셔서!
그런 생각이 들자, 난 당장 피엘에게 말했다.
"피엘!"
"어?"
"지금 당장 다시 만들어 줘.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 일단 선발대로 우리 쪽만 출발할 테니까!"
"......?!"
내 갑작스러운 말에 피엘은 당황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갑자기 팔팔해진 내 모습 때문이겠지.
참고로 알 분 다 알겠지만, 난 히든 클래스 관련 검색어(?)만 뜨면 이 모양 된다.
"워프할 거야."
"......."
난 피엘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깜짝 놀랐다.
워, 워프라니? 지금 이건 뭔 괴상망측한 소리냐!!
원래는 우주선 타고 안전하게(?) 가기로 된 거잖아!
아니, 그것보다 뭐 이리 빨라!!
다음 가는 과정이 무슨 미리 설정해 놓은 것 같잖아!!
"어차피 소수의 인원이라면 워프를 해도 상관없을 거야. 일단 좌표나 착륙 지점 등은 미리 지정한 상태니까."
"......."
"물론 다수의 마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마나석을 이용하면 되거든."
"저, 저기 피엘 군."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워프에 대한 신빙성은?"
"......."
빨리 가는 건 중요하다.
분명 그 조율자님보다 빨리 가서 선수 쳐야 한다.
하지만 이 워프의 신빙성은?
"어제 한 번 실험했는데, 잘 가더라."
"한 번?"
"시간이 없잖아."
지금 네 말은 단 한 번 실험하고 나를 곧바로 밀어 버리겠다는 거냐!!
아니, 뭐 이런!
"가기 싫으면 좀 더 기다리든가. 어이구, 히든 클래스가 날아가 버릴......."
"간다!!"
"......."
"난 널 믿어!! 지금 당장 출발하마."
"......."
난 이런 내 자신이 정말 싫다. 히든 클래스라고 하면 미쳐지는 내 자신이.......
우리는 곧바로 워프 타서 우주에 나갈 장대한 계획을 실행했다.
그런데.......
"너는 왜 오니?"
"복수할 거니까!!"
마요네즈도 찰싹 붙었다.
일명 케찹이에 의해서 후천성 불량 요정이 된 마요네즈.
물론 그의 복수심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자기 딴에는 너무나도 분하고 어이가 없을 터. 사랑하던 요정과 케찹이의 방해로 틀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 상황에 대해서 별로 미안해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성을 낸다.
"어허! 왜 자꾸 나를 나쁜 놈 만드는 건지? 증거 있으면 증거를 대든가."
"......."
"증거를 대! 증거를 대라고!"
오히려 더 당당하다.
정말 어떻게 저렇게 못될 수가 있는 거지?
원래 나쁜 요정이었지만, 정말 더 나쁜 요정이라는 걸 오늘 새삼 더 깨달았다.
"어때?"
난 워프를 끝내자마자 기대에 찬 피엘의 음성에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성공하기는 했나 보다.
저 앞에 새로운 분들이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진짜 피엘이 정한 안드로메다라는 별에 워프 성공했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냐."
"......??"
"어떤 보고를 해 줄까? 워프하자마자 내 앞에서 우리를 반기는 애들 보고?"
"무, 무슨 말이야, 프레젠?!"
"일단 후발대 분들이 오시면 알겠지만, 꽤나 귀여운 것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어."
"......??"
"우주 괴물이라고 해야 하나, 오크의 대가리에 트롤의 피부에 이상한 촉수들이 마구 달려 있다네."
"......!!"
"그리고 그런 이상한 괴물 앞에 우리는 포위되어 있다네."
"......."
"어쩐지 워프를 할 때 찜찜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솔직히 그렇게 행복한 워프 지역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괴상망측한 애들이 모여 있는 곳에 뚝 떨어지다니!
역시 한 번 실험을 해서 그런지 정확도가 개판이다.
"뭐, 뭐 그래서 너에게 굳이 부탁한 거잖아. 하하하."
"......."
"어서 거기에 터를 잡아 줘. 이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려면 자리가 있어야 할 듯싶으니까. 그리고 일단 거기에 대해서 최소한의 정보만 들어오면 우주용(?)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화끈하게 도와줄게!!"
그때 피엘의 반가운 한마디가 들려왔다.
내가 그 한마디 안 했으면 의욕적이었을 것 같지 않지만, 저 자식은 날 너무나도 잘 안다.
멋진 자식 같으니!
그러면 우주에서 처음으로 벌어지는 쇼 타임...... 시작해 볼까?
"......."
"......."
"......."
전혀 재미있지 않다. 우주여행 말이다.
이딴 우주여행 당장 접고 싶다.
그리고 그 이유란.......
"무한 재생이야."
"......."
"......."
외계 괴물들이 베는 대로 곧바로 붙는다는 거다.
마치 무슨 접착 본드로 붙이는 것 같다(그나마 다행이라면 나의 특수 스킬로 인해 즉사나 완전히 파괴가 되어 버리면 그때는 죽는다는 거. 하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케찹이나 버스틴도 단 한 존재도 죽이지 못한 상황이다).
"설마!"
"......?"
그때 당황해 하는 피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목소리를 듣고 느꼈다, 뭔가 알고 있다고.
"피엘 씨, 어서 말해 달라고!"
"......."
하지만 내 이런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는 피엘 군.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나노테크."
"저기...... 잠시 스톱!"
"......?"
난 그때 나노테크 어쩌고에서 말을 중단했다.
그리고 그 이유란 바로!
"왠지 알 수 없는 용어는 자제해 주길 바라."
"......."
"그냥 간단히 말해 달라고!"
"그럼 한마디로 말해서 저들은 특수한 것을 몸 안에 저장한 상태이기에 무한 반복이 된다는 거야."
하아, 간단하게 말해 불사신이라는 건가.
불사신 우주 괴물이라니, 이거 처음부터 만난 존재들이 참 귀엽기 그지없다.
"대응 방법은?"
"분자로 만든 특수 재질로 된 검으로만 가능......할 것 같다. 나노 자체를 파괴해 버리는!"
"......."
뭔 말인지 모르겠다.
어디 무식한 사람 못 알아들어서 서러워 죽겠다.
그나저나 느낌상 그 검이라는 걸 못 구할 것 같은 느낌?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가르쳐 주면 안 될까?"
"없는데."
"......."
"열심히 잘 도망가는 게 유일한 방법일 것 같아."
"......!"
이런 무책임한 영혼 같으니!! 진짜 대책이 없어?!
그냥 우주로만 날리면 된다고 생각한 거냐!!
이런 삐리리 같은 영......!
파지직!!
"......!"
"......!!"
"......!"
그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그 외계 생물체의 몸통을 갈랐다.
그뿐 아니라 그 갈라진 생물체의 몸이 완전히 소멸되어 가고 있다.
마치 혼돈으로 돌아가는......?
"오랜만입니다."
"......!!"
그때 방금 전 그 이상 우주 괴물을 단숨에 소멸시킨 그 존재가 나에게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훤칠한 키에 완벽한 얼굴, 그리고 몸매까지......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멋진 존재.
그리고 특히 그의 특허인 살인(?) 미소.
그런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엔딘?"
라이벌이자 친구인 조율자라고 불리는 존재 카오스 엔딘이었다.
"저 괴물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간단하게 말씀드리죠. 방금 전같이 완전히 전체를 소멸시키는 방법과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순식간에 몸을 수십 등분해야 하는 거죠."
"......."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법은 권유해 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소멸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시 상당한 힘이 소모됩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엔딘이 추천해 준 두 가지 방법 중 두 번째 방법은 사양하고 싶다.
하지만 첫 번째 방법으로 해치울 시 힘이 금방 바닥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뿐이다.
"이리엘, 연희, 그리고 은애까지 눈 감아 줄래?"
"......?"
"......?"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그녀들은 무슨 뜻인가 하고 갸우뚱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사정이 있다.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수십 등분하는 잔혹한 모습은 보여 주고 싶지 않거든.
어찌 됐든 그녀들은 내 부탁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바로 눈을 감아 준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난 개량된 초보자의 단검을 뽑아 들고는 외쳤다.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쇼 타임이다!!"
10분 후.
그 우주 괴물들의 퇴치법을 안 우리 일행은 금세 그 괴물들을 조각내어 버렸다.
특히 버스틴 같은 경우는 정말 일렬로 몸뚱이를 분해하는데, 그제야 저분이 곧 죽어도 암살자라는 걸 깨달은 나다.
그리고 특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던 건 엔딘 덕택이다.
엔딘의 카오스 소드에 닿는 순간, 그 이상한 괴물은 그냥 소멸되어 버린다.
초보자의 단검으로 엄청 분해(?)하는 나와는 다르게 정말 다르다.
그뿐 아니라 싸움이 끝나고 나서 보면 내가 제일 잔인한 놈 같다.
엔딘은 말 그대로 소멸, 버스틴은 예술학으로(?) 분해, 난 엄청난 살인자처럼 마구 난도질.......
뭔가 이게 여자들 눈에 보이면 왠지 나 되게 나쁜 놈으로 오해 받을까 봐 전투 종료 후 곧바로 다른 데로 이동했다고.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다.
"엔딘, 이런 곳에 어쩐 일이야?"
지구 평화, 아니 게임 평화를 지켜야 할 엔딘이 이곳 우주라는 곳에 나타난 이유가 뭘까.
한편 내 질문에 엔딘은 여전히 그 대량(?) 살인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분이 이곳에 오셨거든요."
"그분?"
"또 다른 조율자 데리트 님 말입니다."
"......."
난 그의 말에 확실해졌다.
피엘의 우주 기지 파괴하신 분들이 누구인지.......
물론 지금 엔딘이 말하기 전에 짐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굳히기 모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의 우주 계획을 방해하고 자기가 와서 히든 클래스를 찾으려는 저질 조율자 자식이라는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피엘은 그런 조율자님의 방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2차 작전으로 우리를 이렇게 우주로 뿅 워프 시켜 버렸다.
참으로 그 조율자님에게는 미안한 사실이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빨리 2차 작전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한가?"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피엘이 재빠르다지만 우주선 부서진 지 하루 만에 워프 계획까지 다 준비해 놓다니. 이건 우주선으로 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고서야?
머리 아프다.
그냥 이상하게 머리 아프다.
안 돌리던 대가리님 돌리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다.
평소에 머리 좀 돌릴 걸 약간 후회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난 금세 잊어버렸다.
왜냐고?
안 돌아가는 머리 억지로 돌려 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난 잘 알기에.
그리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욱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그분이 원하는 게 뭐야?"
"흐음......."
"도대체 그분은 무슨 의도로 그런 괴상망측한 괴물들과 히든 클래스를 모으는 거야, 엔딘?"
"......."
이게 제일 궁금하다. 데리트 씨의 목적!
그분은 분명 조율자다.
조율자란 일명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세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자.
그런데 그분은 밸런스는커녕 일방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키우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저도 개인적이나마 그분의 생각이 알고 싶습니다."
"......."
"그렇지만 저도 확실하게는 모르겠군요. 단지......."
"......?"
"좋은 의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고!
난 좀 더 세밀한 정보를 원한 건데. 쳇!
그나저나 엔딘조차도 모르고 있다면 그분은 정말 완전 비밀리에 이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아, 그리고......."
"......?"
그때 엔딘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방긋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데리트 님 뒤에 어떤 분이 계신 듯싶습니다."
"......!!"
난 그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엔딘을 바라보았다.
그 저질 조율자님 뒤에 누군가가 있다고?
내가 알기로는 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자들은 조율자다.
한마디로 엔딘과 그 저질 데리트가 최고라는 것.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인 데리트의 뒤에 누군가가?!
그럴 존재는......?
"설마?!"
난 갑자기 지나가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엔딘에게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
"......글쎄요."
"......."
"저도 명확하게는 모릅니다. 방금 전 프레젠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정 신이라는 분에 제일 근접한 존재일지도."
"아악!!"
"......."
난 엔딘의 알쏭달쏭한 말에 머리를 붙잡았다.
머,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자꾸 지금 한 번에 몰아서 머리를 써서(쓴 것도 없다) 막 뇌 용량이 파괴되는 듯한 느낌?
"아 참, 제 목적을 잊어버렸네요."
"......?"
그때 뭔가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 머리 아파지는 나를 구원해 주는 엔딘의 목소리, 참으로 고맙다.
더 이상 갔다면 정말 뇌가 어찌 됐을지.......
진짜 너무 아껴 써서(?) 한 번 엔진 걸리기가 이토록 힘들다니 좀 슬프다.
그나저나 목적이라니 뭘까?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네."
엔딘이 나한테 부탁이라니, 정말 의외다.
엔딘 정도라면 부탁이라는 단어랑은 세이 굿바이 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완벽남이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너무 완벽해서 나도 인정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그런 엔딘이 부탁이라니, 뭐지?
"어서 히든 클래스를 모두 얻어 주십시오."
"으응?"
난 그때 내 귀가 잘못됐나 싶었다.
방금 뭐라고? 히든 클래스를 모두 얻어 달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제가 도울 수 있는 범위까지 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프레젠 님은 모든 히든 클래스를 가져서 최대한 힘을 키워 나가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때 엔딘의 도장 찍기(?)에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진짜로 엔딘이 나에게 부탁한 건 히든 클래스를 다 가지는 걸 도와주겠다는 엄청난 사실인 것이다.
이건 오히려 그쪽이 부탁하는 게 아니라 내가 부탁해야 하는걸!!
어찌 됐든 난 엔딘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런 부탁은 매번 부탁하게나."
"......."
"내 이 온몸이 불타 사라진다 해도 들어줄 테니."
"......."
사실이다.
그런 부탁이라면 진짜 이 몸이 불타 사라진다 하더라도 들어줄 용의가 있다.
결론적으로는 나에게 좋은 거니까.
일단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가 궁금하다.
우리가 있던 세상과 별 차이가 없는 세상이다.
나무도 있고, 숲도 있고, 공기도 있고, 한마디로 전혀 다른 점이 없다.
이게 과연 다른 동네가 맞는지 할 정도로 말이다.
그저 저 우주 괴물들 아니었더라면, 그냥 같은 동네로 워프된 것으로 착각될 정도이다.
그때 그런 내 궁금증을 풀어 주려는지 엔딘의 말문이 열렸다.
"저희 쪽 차원과 이곳은 상당히 흡사, 아니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흐음......."
"단지 마법이 없고 아까 보신 그 우주 괴물들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다고 있다는 걸 제외하고는요."
"지배?!"
"네, 제가 먼저 와서 살펴본 결과 이쪽 사람들은 검술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
"거의 모든 기술이 일격필살을 위한 검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허얼."
모든 검술이 일격필살이라고?
그럼 서로 싸우면 몇 초 안에 끝나는?
"네, 프레젠 님 생각대로 서로 싸우면 정말 몇 초 만에 싸움이 갈리는 사태가 발생하죠."
"......."
진짜 그......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바, 방금 내 생각을?!"
지금 저분, 남의 생각을 읽은 거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엔딘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아무리 조율자라고 해도 어떻게 남의 생각까지 읽겠습니까. 그저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았거든요."
"......."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기, 생각을 읽는 것보다 왠지 그게 더 무서운 것 같은데요.
일격필살의 검술, 그 말은 즉 무한의 재생력을 가진 저 우주 괴물에게는 완전히 상극 중의 상극이다. 완전히 다 소멸시켜 버리거나 수십 개로 몸을 등분하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 괴물이니까 말이다.
"그렇습니다. 프레젠 님의 생각처럼 완전히 상극 중의 상극이죠."
"......."
"왜 그러시죠?"
"......."
이번에도 또 내가 그런 생각할 줄 알았다......고 말하려는...... 거냐?! 엔딘!
"그렇죠."
"......."
나 저분 무섭다. 진짜 뭔가 막 읽히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나의 불건전한 생각 같은 게 읽히면!!
헉!! 아, 안 되는데!!
그 순간 엔딘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순식간에 저 우주 괴물들에게 지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부 인간 분들은 열심히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죠."
"......."
한마디로 여기에서 히든 클래스 찾기가 힘들다는 걸 돌돌 말아서 이야기하는 듯싶다.
원래 정보라는 게 있어야지 뭘 찾든가 말든가 하는데 이건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 괴물들밖에 없으니 힘들다는 거지(히든 클래스 관련해서는 초천재임).
하아, 그럼 도대체 어떻게?
그때 엔딘의 말문이 다시 열렸다.
"전 일단 이곳 사람들을 도와줄 예정입니다."
"......."
"어차피 지금으로써는 막상 히든 클래스에 대한 단서도 없으니 고통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인간 분들을 만나다 보면 프레젠 님이 원하는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지도 모르고요."
그것도 그렇다. 일단 괴물들과는 소통이 안 되지만 인간들하고는 소통이 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여전하군. 저 너무나도 바른 청년 같으니!
"그런데 프레젠 님도 당연히 인간들을 도와주실 거죠?"
"나, 나?"
"네."
그때 갑자기 타깃이 나한테 돌아온다.
나까지 싸우라고? 연약한(?) 나보고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물론 그런 사람들을 보고 지나가는 건 그렇지만.......
"당연히요! 성민이는 정의를 사랑해요!"
"선배는 그런 분이에요."
"으, 은애 양. 연희야!"
그 순간 은애와 연희가 오히려 엔딘에게 그렇게 말한다.
으윽! 뭔가 순식간에 진행되는 이 기분.
그리고 난 정의를 사랑하지는 않는데, 사랑할 존재가 그렇게 없지는 않아서 말이다.
뭐 그래도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나 혼자는 그러니까.......
"엔딘!!"
"네?"
"우리 착한 케찹이도 싸운대!!"
"뭐? 이 씹탱, 내가......."
그때 나의 한마디에 당장 욕설이 흘러나올 뻔한 요정 한 마리.
하지만 방긋 웃는 나를 보고는 입이 닫혀졌다.
그 순간이었다.
"아 참, 케찹 님도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를 싫어하죠."
"......."
질서를 어지럽히는 놈인데? 그것도 심히 말이다.
어찌 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케찹이도 끌어들였다.
그때였다.
"길쉬도 싸운대!!"
"버, 버스틴 님도 싸우신대요!!"
"마, 마요네즈도 싸운다고......."
어찌 된 게 혼자 그냥 가려는 분은 한 분도 없다.
서로 끌어당기는...... 정말 우리 파티는 멋진 파티다.
"꺄악!!"
"도, 돌아오셨다!!"
"엔딘 님!!"
"역시 돌아오셨어!!"
"......."
"......."
나와 일행들은 엔딘이 미리 알아 둔 비밀 마을이 있다기에 그곳에 도착했다.
한데 이건 뭔 일인 걸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엔딘에게 달라붙는다. 나이에 관련 없이 말이다.
아마도 내가 볼 때는 그 우주 괴물을 상대로 이 마을을 구해 줘서 그런 듯싶은데, 저런 열렬한 반응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대부분이 여자들이지?"
"......."
"......."
"......."
엔딘에게 달라붙은 사람들이 다 여자라는 거다.
그것도 다양한 연세(?)로.
부럽...... 아니!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냐!!
나에게는 저분들 모두 합쳐 놓아도 대적이 안 될 궁극의 미소녀가 세 분이나 있지 않은가?!
연희와 은애, 이리엘까지!
한 명 한 명이 내 옆에 있는데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이거다!
근데 진짜 엔딘 인기 많기는 많구나. 우린 이렇게 개밥에 간장 취급 받는 걸 보니 말이다.
"으드득!"
"......."
그때 누군가가 마구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케찹 군."
케찹이가 열심히 질투에 찬 눈빛으로 엔딘을 바라보고 있는 거다.
아마 지금 저 엔딘에게 엄청난 질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엔딘의 지금 모습이 케찹이의 궁극적인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미안하게도 너는 절대 불가능하다. 네놈같이 저질 요정이 저 남자가 봐도 멋들어진 엔딘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는 절대 없을 테니까.
"주인!"
"......?"
그때 갑작스럽게 케찹이가 나를 불렀다.
뭔 일이기에 소리치고 난리야?
한편 케찹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말했다.
"주인도 가입해!!"
"뭘?"
"엔타모."
"......."
엔타모? 그건 또 뭐 하는 모임이냐.
아니, 그리고 뭐 이렇게 급조한 냄새가 가득한 단체가 다 있어?
아마도 진짜 급조했을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분명 케찹이가 연관된 단체라면 절대 좋은 단체는 아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진리라는 거.
케찹이가 연관돼서 좋은 단체라고 하면 그건 엄연히 좋은 단체를 위장한 나쁜 단체다.
결론적으로 일단 케찹이가 가입되어 있나 아닌가로 그 단체의 성향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거지.
"도대체 그건 뭐 하는 단체냐."
"엔딘을 타도하는 모임."
"......."
"저 봐! 완전 생 바람둥이잖아!! 저 간악한 미소! 저 재수 없는 손짓!! 완전 악당이야!!"
"......."
그때 케찹이는 여자들에게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엔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성질냈다.
아무래도 심각하게 질투하고 있다는 거지.
하지만 난 별로다. 나에게는 아리따운 미소녀 세 분이 곁에 있으니. 저거 하나도 안 부럽.......
"풋."
"......."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나를 보고 피식 웃는 케찹이.
왠지 모르게 기분 엄청 더럽다.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그 미소의 의미는 무엇인 게냐!!
한편 케찹이는 내가 물어보기도 전 나를 보고 비웃듯이 말했다.
"지금 당장은 주인이 전혀 부러울 게 없겠지."
"......."
"그래, 저 엄청난 여자들은 지금 주인 옆에 있는 여자 세 명만으로도 이길 수 있으니 말이야."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게냐."
난 이 자식이 지금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살짝 감이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그만큼 알쏭달쏭하다는 뜻이다.
그때 케찹이의 말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연희와 은애, 그리고 이리엘까지 언제 뺏길지 모른다는 거지."
"......!!"
케찹이의 그 말에 난 너무 충격 받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네놈의 말은 연희와 은애, 그리고 이리엘이 나를 버리고(?) 엔딘에게 이사 간다는 소리냐!!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어."
"......."
"주인이 멋지다는 거."
"엥?!"
그때 갑자기 세상이 망할 징조인지 케찹이가 내 칭찬을 한다.
이건 정말 있어서도 안 되고 있으면 호러물인데(뭔 소리인지).
"말하고 싶은 게 뭐냐!!"
"뭐 간략하게 말해 주지. 주인도 저 엔딘만큼이나 잘생겼어. 하지만 말이야. 엔딘과는 다른 게 있지."
자, 잘생겼어?
왠지 엄청 기분 좋은 칭찬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케찹이의 입을 거치니 싸늘한 느낌이 정말 든다. 정말 겪지 않으면 모를 기분이랄까?
아니, 그것보다 나와 엔딘이 다른 점은 뭘까?
"엔딘은 더럽게 착한 놈이지. 인정하지?"
"그, 그건......."
정의의 사도니까.
너무나도 착한 거 인정한다.
케찹이의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주인은 더럽게 나쁜 놈이야. 인정하지?"
"......."
"인정해!!"
"뭐, 뭔 소리야!!"
"지금 그럼 주인이 착하다고 생각해?!"
"......."
난 그 말에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과연 내가 착할까? 잘 생각해 보자. 객관적으로 말이지.
그렇게 약 수십 초의 시간이 지나고, 난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착한 것 같은......."
"구라 까지 마!!"
뜨끔!
케찹이의 포스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구, 구라라니!! 난 착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나쁜 놈 같지는 않단 말이다!!
그런데 왜 이리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거지?
한편 순식간에 좌절 모드로 들어가는 나를 본 케찹이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객관적으로 주인이 여자라면 멋지고 자상하고 성격 좋은 남자를 선택하겠어, 아니면 얼굴만 잘생겼고 성격 개판이고 미친놈을 선택하겠어?"
"......."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당연히 내가 여자라면 첫 번째......?
"......."
"그래! 지금 그게 현실이야!!"
"......."
"그러니 자각하고 어서 가입해! 주인이 가입하면 우리는 이길 수 있어!!"
갑자기 그 말에 저 급조된 단체에 끌리기 시작한다.
확실히 나와 엔딘은 급이 다른...... 아니, 이게 아니라!!
퍼억!
"아악!! 왜, 왜 때려!"
그때 갑자기 내가 파리채를 내려치자 케찹이는 바닥에 키스를 하면서 소리치고,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이 자식,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줬단 말이냐."
"뭐, 뭐?"
"니 입으로 말했잖니. 성격 개판이고 미친놈이라고."
"......."
"이제야 완전한 본성이 드러났군."
"자, 잠시! 그, 그건 예를 들어서......."
장난치냐, 그게 예를 들어서 한 거라는 허접한 변명을 내가 믿게?!
그건 분명히 나를 그딴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엔딘과 비교해서 말이지.
난 잠시 케찹이를 손본 뒤 슬쩍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절대 케찹이의 말이 신경 쓰여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저 혹시나 연희와 은애, 그리고 이리엘이 멍하니 엔딘을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신경 쓰인다는 말) 말이다.
일단 난 연희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
"......."
눈이 마주쳤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연희를 바라보자마자 연희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서로 뜨거운 눈빛이,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나와 눈빛이 마주친 연희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어쩔 줄 몰라 한다.
다행히 엔딘을 안 보고 있었다.
그럼 이제는 이리엘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난 다시 이리엘로 고개를 돌리자.......
"이, 이러지 마세요!"
"기회입니다!!"
"꺅!!"
버스틴이 이리엘의 꽁꽁 드레스를 찢으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난 당장 순간 이동으로 몸을 옮긴 뒤 가볍게 버스틴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마지막 은애는.......
"......헤헤."
"......."
나와 케찹이를 귀여운 웃음과 함께 보고 있었다.
저기, 그 미묘한 웃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 성민이와 케찹이 개그 코너 나가면 대박 날 것 같지 않아?"
"......."
"......."
지금 나와 케찹이를 개그 콤비로 보고 있었다는 거다.
어찌 됐든 다행이다.
아직 엔딘에게 이사(?) 안 갔다.
그러니 나에게도 기회가 있어!! 그녀들에게 더욱더 잘해야지!!
"저기, 이분들은?"
"......."
"......."
"......."
그때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새롭게 나타난 우리 일행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는 여기 온 지 몇 십 분은 훌쩍 지나고 발견되었다.
아무리 엔딘이 생명의 은인이지만, 지금에서야 발견하다니. 약간은 섭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우릴 그나마 먼저 발견해 준 거다.
그것도 아마도 내 뒤에 있는 아름다운 소녀들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랬으면 지금 엔딘이 일일이 인사 다 나눌 동안 발견 안 됐을지도 몰랐다.
한편 그 남자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엔딘도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지상 최강의 정의의 용사들이십니다."
"......!!"
"지, 진짜 말입니까?"
"그, 그럼 그 괴물들과?!"
"엔딘 님처럼 강하신 분?!"
"그럼 그 괴물들과 문제없다는 거죠?!"
엔딘의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마을 사람들이 무척 흥분하신다.
그런 질문에 엔딘은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이분이 이 파티의 리더이십니다. 그리고 저보다도 훨씬 강하신 분이죠."
"에, 엔딘 님보다요?!"
"그, 그럴 수가!"
"되, 되게 허름해 보이는데?"
"뭔가 극도로......."
저기 엔딘, 너무 띄어 주는 거 아닌감?
물론 저번에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로 변신할 수 있다면 엔딘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기는 하다.
그런데 변신이 불가능하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왜 저분들은 나의 이 허름한 장비들을 보고 판단하는 거야!
나름대로 이 장비들이 얼마나 좋은데 말이다.
"와!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고맙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드디어 해방을 할 수도 있어!!"
"무조건 도와드리겠습니다!!"
"......."
마을 사람들의 기쁨에 넘치는 소리에 난 괜히 머쓱해졌다.
그나저나 원래 이런 상황이라면 마을 사람들의 의지라든가 이런 게 다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을은 그렇지 않나 보군.
이렇게 열악한 환경(다 부서진 집들과 제대로 된 옷을 입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빈민촌보다 더 우울하다)에서 희망을 잃지 않다니, 왠지 멋져 보인다.
"까르르!!"
"케찹아!!"
"마요네즈!!"
"아아아!!"
"허허허! 기다려요!!"
"......."
"......."
밖에서 어린아이들, 아니 정확하게는 여자 아이들에게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는 케찹이와 마요네즈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치 진짜 요정처럼 성격 좋은 척하는데, 보는 내가 역겹다.
그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시선이 떠난 시간에는 당장 서로를 쫓아내려고 순식간에 치고받고.......
정말 멋진 분들이다.
그리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저놈의 케찹이 자식!"
"......."
실수를 가장해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여성들의 가슴에 흘러들어 가는 거다.
그녀들은 요정이 불건전한 생각 따위를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별 신경 안 쓰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케찹이의 만행은 더욱 깊어만 갔다.
어휴, 우리를 정의의 용사로 아는데 정의의 용사 중 한 명이 저런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으니, 이거야 원!
그나저나.......
"그 괴물......."
확실하게 강하다.
그뿐 아니라 강함에 비해서 생명력이 미쳤다.
수십 등분으로 난도질을 하지 않는 이상 죽지 않으니까.
그 말은 즉 한 마리 한 마리 죽이는 데 사용되는 힘이 수십 배 이상이라는 소리다.
여기에 처음 대면식을 한 분들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었고 엔딘의 도움이 있었기야 그나마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수가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 되면 어찌 될까 생각하니 좀 심각해진다.
하아, 정말 최고급 단검으로 개조해 왔는데 이곳에서는 별로 효율을 발휘 못하다니 정말 슬프다.
아니, 정확하게는 어떤 무기도 효율을 못 발휘한다는 게 정확하겠지만.
물론 그 무기는 빼고 말이다.
저번에 소환되었던 창, 단지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모든 공간과 키메라들을 단숨에 소멸시켜 버리는 힘.
그 정도의 힘이라면 충분히 이 우주 괴물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변신할 줄 모른다.
솔직하게 말해서 새로운 엄청난 히든 클래스도 탐이 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제대로 쓸 수 있는 그 상황이 더 애틋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까?
혹시 주문이라도?
"나와라, 뿅!"
내가 하고도 엄청 무안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럼 막춤으로 해 볼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히든 클래스 변신용 구슬을 앞에 놔두고 마구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변신은 안 된다.
도대체 뭘 해야.......
"......."
"......."
그때 난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흠칫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누가 온 줄도 몰랐다.
난 그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참으로도 행복하게(?) 어느 한 분이 너무나도 놀라서 경직된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평소라면 절대적으로 반기다 못해 울고 싶을 정도의 환영인,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왜냐하면 방금 전 그 충격적인 영상물을(?) 관람했을지도 모르니까.
아, 아니 안 봤을 수도 있지 않은가?
괜히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여기서 그냥 당황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보일 게 분명하다.
그러니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연, 연희야, 와, 왔어?"
"......."
인사했다.
그런데 그 예의 바른 소녀가 말이 없다.
분명 지금쯤 '아, 네. 선배'라고 나의 인사를 받아 줘야 할 연희다.
한데 그냥 말이 없고 약간 충격 먹은 모습으로 있다.
이걸 뭐로 설명해야 하나?
아니,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방금 그 장면을 목격한 게 분명하다.
아, 방금 전 구슬에게 주문을 외우고 이상한 댄스를 추던 장면을 연희가 다 보았단 말인가.
"저, 저기 저, 저는 괘, 괜찮아요."
"......."
그 순간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연희가 몸을 떨면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 사람의 취미는 다양하니 구슬하고 노시는 것도......."
"저기, 그런 거 정말 아닌데......."
저분, 심각하게 오해하신다.
나를 구슬하고 노는 미친놈으로 보신 거다. 흑!
"그럼 그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으로......."
"절대로 오해야. 난 그저 혹시나 어떻게 하면 다시 히든 클래스로 변신이 가능한가 싶어서......."
"아!"
"하지만 완전히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히든 클래스의 변신 조건이 뭐란 말이냐!!
조금의 힌트라도 누가 줬으면 하지만, 이 히든 클래스는 말 그대로 베일에 싸여서 100중 금고에 놓은 것처럼 알려진 게 없는 히든 클래스다.
그러다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선배, 분명 그래도 방법은 있을 거예요."
"나도 그렇게는 생각해."
확실히 방법은 있다.
일단 히든 클래스는 내 소유다. 사용을 못할 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만약에 사용만 가능하게 된다면 난 진짜 눈물 나서 울어 버릴 게다.
그뿐 아니라 또 다른 히든 클래스 찾으면...... 너무 행복해 버려서 기절할지도!
"아, 저기 선배."
"응?"
그때 갑자기 연희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한 모션을 취하면서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물음에 아주 친절하게(자기도 모르게 엔딘 경계 모드) 대답해 주었다.
한편 그런 내 말에 연희는 말했다.
"저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연희라면 얼마든지."
"......."
그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연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헉! 너무 느끼했나?
확실히 느끼하기는 한 것 같았지만, 아! 자꾸 나 왜 이러는 거냐!!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 연희는 마구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보고는 말했다.
"저기, 이쪽 사람들이 그 이상한 괴물들을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
아주 고급 질문을 때린다.
이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그 울트라 우주 괴물들을 이길 확률이라.......
솔직히 말해 0%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여기에 지원군으로 온 우리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살짝 들어 본 결과로는 이곳 우주 괴물들은 농담 안 하고 수십만이란다.
아무리 우리 일행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쪽수를 이길 수는 없는 법.
물론 게릴라로 치고 빠지고 하면 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서는 이 세계 사람들의 힘이 절대적인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 괴물들을 상대할 힘이 없다.
정확하게는 상성이 완전 최악이라는 거지.
"연희야."
"네?"
"흐음, 뭐라고 해야 하나? 대충 감을 잡았겠지만 이 우주 괴물들을 해치우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
"두 가지요?"
"응, 첫 번째로 완전히 그 괴물 자체를 소멸시켜 버릴 것. 두 번째로 회복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분리(?)해야 할 것."
"......."
"사실 첫 번째 방법은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야. 엔딘은 혼돈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름대로 손쉽게 다른 존재들보다 상대방을 소멸시킬 수는 있어. 하지만 엔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상대방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이 소모되지."
"그 말은?"
"그래, 첫 번째 방법은 사실상 완전 불가능해. 그렇다면 남는 건 두 번째 방법이야. 하지만 이 방법도 이쪽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아. 스피드가 최적화되어야만 가능한 방법인데, 이쪽은 일격필살이라는 묵직하고 파워 넘치는 검술을 사용하지. 그러다 보니 괴물을 상대할 수가 없어."
"......."
"헌데 또 이게 스피드 검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한 괴물당 들어가는 힘이 수십 배여서 또 장시간 전투는 불가능하고 한마디로 정말 골치 아픈 상태인 거지."
"그런 건가요."
"응."
"그럼 이 사람들은 이대로......."
내 설명에 연희는 이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게 가슴이 아팠는지 시무룩해졌고, 난 그런 연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걱정 말라고. 방법은 만들고 있으니까."
"......?!"
"지금도 파워 검술에서 스피드 검술로 체인지 중이야. 스피드라면 우리 쪽에서 버스틴이 최강 아니야? 그분이 훈련시키면 머지않아 그래도 지금보다는 상태가 좋아질 테지."
"아!"
"그리고 무엇보다......."
"......?"
"피엘이 우리 차원 쪽에서 지원군만 데려온다면 정말 할 만해. 한마디로 시간 싸움이지."
"......!"
물론 연희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전설의 창을 소환해 낼 수만 있다면 지금 상태에서도 정말 할 만할 텐데 말이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왠지 이분, 열심히 잘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한데?"
"......."
난 원래 사람을 좀 잘 믿는 편이다.
하지만 절대 믿어서는 안 될 분들이 우리 일행이다.
물론 여자들은 제외하고 남정네들이지만, 한마디로 그들은 절대 믿으면 피 보는 존재여서 말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번 가 볼까?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버스틴이 제대로 뭘 할 거라는 생각은 말이다.
하지만 이건.......
"자, 모두 신나게 변장술!!"
"......."
"......."
어이 상실한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일명 게이 변신술이라고, 상대방에게 크나큰 충격을 줘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드는 버스틴의 특별 스킬이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엄청난 미인계에 넋이 빠져 전투 불능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투 불능이 될 뿐이지.
"분명 스피드 관련 검술을 가르치라고 말했건만!"
스피드 관련 검술은커녕 이상한 변장술이나 가르치고 있다.
물론 저 변장술의 효과는 인정한다.
내가 직접 당해 본 입장으로서 정말 온몸에 공포심이 심어질 정도로 상대방의 정신을 파괴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필요 없다.
그 우주 괴물들이 고작 저런 이상한 방법으로 쓰러질 거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하니까.
아, 정말 바보 같았다. 내가 믿을 인간이 없어서 저 인간을 믿다니!
그나마 케찹이나 길가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하에 믿었건만 저분도 똑같은 부류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
"큰일 났습니다!!"
"......."
"......."
"......?"
그때 갑자기 임시 훈련소로 들이닥친 한 마을 주민이 아주 긴박한 어조로 말했다.
"괴물들이 습격을!!"
"이런, 빌어먹을!"
분명 이 마을은 비밀리에 감춰져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은 이 마을의 위치가 파악되었다는 거다.
지금까지 거의 1년간을 들키지 않았다는데!
왜 하필 지금!
"꽤나 머리 아플 숫자입니다."
"그러게......."
난 엔딘의 한마디에 금세 수긍했다.
진짜 머리 아플 숫자다.
내가 처음에 왔을 때는 수십 마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수백 마리, 한마디로 10배 이상의 전력이 보강된 상태다.
그런데.......
"저기, 어디서 많이 보던 분들도......."
내 눈에 띄는 한 가지, 저 우주 괴물들 사이로 어디선가 누구에게 본 느낌이 가득한 분들이 계신다.
사실 여기서 본 괴물들은 저 우주 괴물이 다다.
그렇다면 간단히 저기 섞여 있는 분들은 그 전에 봤던 분들이다.
그리고 그리 오래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저분들 덕택에 히든 클래스 간이라도 봤기에 더욱 잊을 수가 없다.
"데리트 친구 분들이시군."
정확하게는 졸병이다.
저번에 히든 클래스로 변신하지 않았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강력함을 보이던 그분들이 저기 우주 괴물들과 섞여 있다는 것이다.
"둘이 사귀나 보군요."
"참으로 미묘한 비유야."
난 엔딘의 미묘한 비유에 수긍했다.
그래, 두 분이 저렇게 지내는 걸 보니 확실히 데리트 님과 저 우주 괴물들은 사귀시나 보다.
콰앙!!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폭발은 오히려 지금 상태에서 해가 된다.
왜냐하면.......
"행동만 커지잖아!"
어차피 저 자식들에게 강력한 공격이라고 하면 정말 소멸까지 줄 정도의 힘이 아닌 이상 괜스레 행동만 커지고 빈틈만이 커진다.
그리고 지금 이 강력한 폭발은 엄연히 초보자의 단검 스킬에 의해서 일어난 거고.
아, 항상 사랑과 정의를 주던 나의 초보자 단검이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좋지 않다니!
괴물들에게 정말 최강의 힘을 쏟아 버리는 스킬들이 정말 슬프다.
이건 발동하지 말라고 해도 발동하는 거다 보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뵤오!!"
"......."
"아뵤뵤뵤! 아웅!!"
"......."
저기서 열심히 주둥아리를 놀리면서 온갖 곡예를 선보이는 케찹이.
저기, 이런 말하기는 좀 그런데 걔네들은 샌드백이 아니거든요?
왜 이 기회를 틈타서 은근슬쩍 자기의 멋진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아직 순수한 어린아이들에게는 저런 모습이 되게 멋져 보일 테고 말이다.
차라리 마요네즈가 더 낫다.
케찹이처럼 온갖 개폼은 안 잡고 약간(?)만 잡으면서 그런 대로 한 마리씩 처치하고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케찹이는 한 명 데리고 지금까지 서로 속삭이는.......
퍽!
"뭐, 뭐야?!"
그때 갑자기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케찹이가 갑자기 마요네즈가 상대하던 우주 괴물에게 킥 한 방을 선사한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그 우주 괴물의 사망.
참고로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갑자기 무슨 짓이야!!"
"도와준 거지!"
"......."
"감사의 인사는 사절하겠어."
케찹이가 도와준 거라고?
물론 정확하게는 다 죽어 가는 놈 마지막으로 보낸 역할이다.
음, 그러니 케찹이 본인도 알고 있었나 보다.
하도 생 쇼를 벌이느라 자기가 한 일이 없다는 걸.
그래서 케찹이는 생각했을 것이다. 다 죽어 가는 놈 골라서 자기가 죽인 걸로 하자고.
그리고 그 결과 마요네즈가 상대하던 괴물이 비실한 걸로 추정, 곧바로 이렇게 킥 한 방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정말 대단히 영악한 놈이다.
"이 자식!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냐!!"
"이런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는 못할망정!"
"생명의 은인?!"
"도와줬잖아!"
"이런 개거지 같은 자식이! 오늘이야말로 죽여 주마!!"
"덤벼! 덤벼!!"
콰앙!
콰앙!!
그때 이미 그 우주 괴물들에게 시선이 떠난 요정 두 마리.
그리고 그들은 서로 열심히 싸운다.
아, 정말 머리 아픈 놈들이다.
추르륵.
추르륵.
"어?!"
그때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갑자기 내 두 발을 무언가가 묶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새 우주 괴물 두 마리가 자기 몸에 달린 촉수로 내 다리를 봉쇄한 것이다.
이런 저질 같은 영혼들!!
고작 이딴 촉수로 나를!!
추르륵.
추르륵.
"......."
하지만 이딴 촉수로 하면서 단검으로 잘라 버리려는 그 순간, 어느새 내 두 손도 또 등장한 괴물의 촉수에 의해 손도 묶여 버렸다.
으악! 도대체 이것들 촉수가 몇 개야!!
아니, 그것보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이 상태에서 순간 이동이라도?
파짓!!
"엔딘!"
그때 갑자기 등장한 엔딘이 그 우주 괴물을 단숨에 소멸시키면서 나를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가 새로운 전투 방법을 주입시켰나 봅니다."
"......."
"분명 저렇게 촉수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갑자기 돌변했군요."
"그 누군가가 그분이겠지?"
"아마도요."
"......."
더욱 머리가 아파진다.
안 그래도 귀찮은 놈들이 자신들의 몸에 달린 촉수들까지 이용하면, 제길!
정말 이 순간에 저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릴 스킬 하나라도 있었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왠지 모르게 정말 이 순간에는 아무 스킬도 없는 초보자라는 타이틀이 이렇게 서럽기는 처음이다.
저번처럼 다시 한 번!
파지짓!!
"......!!"
"......!!"
"......!!"
그때 갑자기 내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아니, 이건 저번과 같은 형상!!
그거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
파앗!!
그 순간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 갑자기 내 손에 하나의 창이 소환되었다.
확실하다.
변신할 때 생성되는 창이 말이다.
하지만.......
"갑옷은?"
없다.
이상하게 창만 소환되었다.
이건 또 뭐냐!!
아니, 반쪽짜리 히든 클래스도 모자라서 이제는 변신도 반쪽짜리야?!
변신이라도 똑바로 시켜 주든가, 왜 무기만 소환을!
아니, 이렇게 불평만 할 때가 아니다.
어찌 됐든 그때 그 무기가 소환되었다. 단숨에 적들을 쓸어버렸던 그 무기가!
그렇다면!
난 곧바로 나에게 갑자기 폭주되다시피 몰려드는 엄청난 힘에 시선이 집중된 그 우주 괴물들을 보고 싱긋 웃었다.
변신도 반이지만 이 무기만 있어도 녀석들 전체를 소멸시키는 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기술이 문제이긴......!
번쩍!
그때 기술 타령을 하기 무섭게 순식간에 또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기술이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 괴물들을 단숨에 섬멸시킬 기술!
그건 바로.......
"크라이크 메이직!!"
콰아앙!!
콰아앙!!
나의 창이 허공을 찌른다.
하지만 잠시 후 일어나는 현상으로 우주 괴물들 전체의 몸에서 터지는 폭발 소리.
한마디로 공간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몸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가 사용하고도 이런 개사기 같은 기술이!!
"크아악!!"
"크아악!!"
"크아악!!"
그때 온몸에서 폭발이 일어난 그 괴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뿐 아니라 너무나도 강력한 폭발에 의해서 몸 전체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진짜 이게 전설의 히든 클래스......?
어질.
"어?"
난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어? 왜 이러지? 갑자기 왜 이렇게......!
"분명 저번에는 기술을 사용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왜......?"
털썩.
"선배!!"
"성민아!!"
"주인님!!"
그때 갑자기 쓰러지는 나를 향해 여자들이 달려오는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들이 도착하기 전에 내 몸은 바닥으로 다이빙(?)했다.
"믿을 수가 없군요."
데리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봤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저런 힘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것도 인간이!!
분명 모든 공간을 무시하고 다수의 상대에게 한 번의 공격으로 다 몰살시켜 버리는 저 힘.
정말 너무나도 감당이 안 된다.
저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전설의 히든 클래스......!
물론 아예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그 엄청난 힘을 사용한 후 기절하는 프레젠을 봐서는 아직 그 힘을 다루는 데에는 능숙하지 못하다는 걸 봤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또 다른 전설의 히든 클래스, 너무나도 기대가 되는군요. 너무나도......."
자신도 저 정도의 힘만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
난 얻었다, 히든 클래스를.
그것도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말이다.
내 생각에 의해 금세 소환되는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창, 단숨에 적들을 몰살시켜 버리는 힘을 가진 그 창이다.
한마디로 원하는 때, 원하는 시간에 소환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러니 나의 꿈이었던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얻은 거 맞겠지?
비록 반쪽으로만 변신을 하더라도(웃긴 게 머리 색깔도 반만 변했다).
정말 당혹스럽다.
이번에는 반쪽만 변신이 되는 거냐!!
갑옷들은 어디다 팔아먹고 왜 창만 소환되는 거지?!
물론 창만 소환해도 그 압도적인 파괴력.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하지만 한 번 사용한 이후 이렇게 쓰러지면 되게 난감하지 않은가?
그리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갑옷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저번에 완전체(?)로 변신했을 당시에는 기술 한 번 이후에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완전 멀쩡했다.
하지만 갑옷 없이 무기만 소환되어서 사용하니 단 한 번에 뻗어 버리는.......
아무리 봐도 그 갑옷이 방어적인 역할도 할 뿐 아니라 이 창에 힘을 사용하는 데 큰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아!!
제길! 왜 항상 이 모양이야!!
히든 클래스를 주려면 좀 온전한 거 하나 주든지!!
물론 쪼개서 줘도 너무 좋은 히든 클래스여서 힘은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괜찮습니까?"
"엔딘."
그 순간 어느새 뿅 하고 나에게 나타난 엔딘.
처음이었다.
남자의 병문안(?)은 처음이다.
본래 남자의 병문안은 별로 안 좋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엔딘이 와 준 게 은근히 기쁘다.
그래도 여자들 병문안이 더 좋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편 난 그런 엔딘의 질문에 난감한 듯 말했다.
"괜찮기는 한데 이렇게 기술 한 번을 사용하고 뻗으면 참 곤란하기는 할 것 같아."
"아마도 처음 사용한 기술이다 보니 힘 조절에 실패한 듯싶습니다."
그것도 그렇다.
확실히 처음 사용하는 기술이다 보니 그냥 다 때려 놓으니 무척이나 큰 한 방이 나오기는 했지만 힘이 고갈되어 버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갑옷까지 소환되어서 완성품(?)이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창으로만 힘 조절을 해야지 한 번 기술 사용하고 뻗는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
그나저나.......
"엔딘, 할 말 있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느낌."
"......."
정말 느낌이었다.
그저 엔딘이 나에게 뭔가 말할 게 있다는 게 감으로 때려잡았다는 거다.
물론 아니라면 아닌 거고, 맞는 거면 맞는 거니까.
한편 이런 내 말에 엔딘은 다소 표정을 굳히더니 말했다.
"데리트 님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았습니다."
"온 이유?"
"네, 이곳에 히든 클래스가 있습니다."
"......."
저기, 그건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닌 듯싶은데?
나도 어렴풋이 100% 이곳에 히든 클래스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거 때문에 피엘의 부탁도 부탁이지만 이 여행에 몸을 실은 것인데 말이야.
하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하는 것인지 이어지는 엔딘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 프레젠 님이 얻은 히든 클래스(반쪽짜리)와 대등할 정도의 힘을 가진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이곳에 있어서 그걸 찾으려는 듯싶습니다. 그리고 그 히든 클래스를 자신 본인이 가질 생각인 듯싶습니다."
"......!!"
"한마디로 데리트 님에게 그 힘이 들어가는 순간 최악의 재앙이 발생됩니다."
이제 아예 본격적으로 자기가 노리겠다는 게냐?!
감히 나의 귀염둥이(?)를!
물론 지금 하나, 아니 정확히는 반쪽을 얻기는 했지만 이왕이면 그래도 정말 완성품 히든 클래스를 얻고 싶다.
그리고 그게 이 힘과 비슷할 정도의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 말은 즉......!
"또 나를 불타오르게 하는군."
"......."
날 심각하게 불타오르게 한다.
막 온몸이 뜨거울 정도이다.
"앗! 뜨거!!"
"......."
그때 난 다급히 비명을 지르고, 순식간에 불붙은 내 옷을 보고 심각하게 당황했다.
뭐, 뭐냐! 왜 갑자기 불타고 난리야!!
한편 이런 내 모습에 엔딘은 감탄한 듯 말했다.
"역시 전설의 히든 클래스여서 그런지 생각만으로도 간단한 이런 기술은 자동으로 발동되나 봅니다."
"......."
그거 참 좋군......이 아니라!!
이런 어이없는!!
그럼 막 의욕이 넘쳐흘러서 불타오르면 진짜 내 몸이 불타오르는 거야?!
확실히 효과는 좋은 히든 클래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