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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마요네즈 (52/100)

제4장 마요네즈

"정말 보기 안 좋을 정도군요."

카오스 엔딘은 다소 심각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이유란 또 다른 조율자 데리트의 움직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흔적도 잡지 못해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움직이신다.

자신들과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그걸 증명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보다는 데리트의 힘이 더욱 강하다.

그의 밑으로는 수많은 히든 클래스와 키메라들이 포진되어 있을 테고, 자신 혼자만으로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상당한 정보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만나서 귀찮은 부탁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프레젠 님."

수많은 히든 클래스와 키메라, 그리고 데리트를 상대할 최강의 초보자의 힘이 필요하다.

"야, 인마!!"

"왜, 왜?!"

"이 자식이!!"

"또 왜 이래!!"

"허어!"

난 기가 막혔다.

자신이 할 일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잡아떼는 케찹 군이 기특해서(?) 말이다.

아니, 어떻게 자기가 그런 만행을 저질러서 소문이 쫙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이라니!

진정 내가 말을 해 줘야지만 이실직고하려나.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다.

"어제 대낮에 욕하는 요정이 등장했다."

"......."

"그뿐 아니라 그 요정은 욕과 남자 폭행, 그리고 여자 성추행까지 했지."

"......."

"이러면 뭔가 느껴지지 않냐?"

"서, 설마 나라고 생각하는 거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박하는 케찹이.

그럼 너라고 생각하지, 누구라고 생각하냐?

이 세상에 요정이 욕하고, 폭행하고, 그리고 여자들 성추행하는 경우는 너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네놈이지.

"저, 저기 잠시 뭔가 엄청난 오해가......."

"오해는 개뿔."

"......."

"요새 좀 얌전히 산다고 생각했더니 이제는 아예 국제적으로(?) 노는군."

이 자식, 잠시 동안 얌전해진 건 이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사실 케찹이는 가식적인 모습이 가득해서 웬만하면 남자들을 제외하고는 여자 앞에서는 신사처럼 행동한다.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여자 성추행을 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하지만 이제 막 살기로 했는지 아예 성추행까지 대놓고 한다. 그뿐 아니라 폭행까지도.

나름대로 착한(?) 요정이라고 생각했거늘 폭행에다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욕설을 하다니!!

으윽! 내가 너무나도 오냐오냐(?) 봐줬더니 이제는!

그 순간 케찹이는 당황하는 어조로 말했다.

"저기! 잠시 일단 내 말부터 들어 봐!!"

"뭘 들어, 이 자식아! 네놈밖에 없는데."

"......."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케찹이는 대중적으로 놀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내 정보에 의하면 요정이었다고 한다.

그럼 요정 중 케찹이를 제외하고는 욕하는 요정 따위는 있을 리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고, 폭행을 하려면 또 요정 중에서도 한 포스를 뿜는 요정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것도 케찹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여자한테 집적거리는 요정은 케찹이밖에 없다.

요리조리 유턴해서 봐도 범인은 케찹이라는 거다.

그런데 그 순간 케찹이가 말했다.

"주, 주인! 어제 나 주인하고 같이 있었잖아!!"

"......."

"기억 안 나?!"

"......어?"

그러고 보니 어제 케찹이는 나랑 하루 종일 있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설마 분신술?!"

"......."

이 자식, 이제는 분신술까지 익혀서 나를 눈속임하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인정하라고! 난 아니야!!"

"......."

"그런 예의 없는 요정은 내가 아니라고!!"

"......."

"알잖아?! 나는 곧 죽어도 대놓고 여자한테 안 집적거리는 거. 난 우아하게 집적거린다고."

그렇다. 그러고 보니 케찹이는 대놓고는 절대 집적 안 거리는......!

헉! 그럼 뭐야?!

케, 케찹이가 아니면 도대체 어떤 막 나가는 요정이?!

설마 헛소문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다수의 목격자가 있는데?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지?

"컥!!"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에 난 믿을 수 없었다.

안 돼! 그,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 돼!!

"선배?"

"......."

그 순간 갑자기 엄청난 충격으로 얼굴이 시퍼레지자, 연희가 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너무 큰 충격 탓인지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한편 이런 나의 모습에 연희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건......."

"......."

"선배!"

그렇지만 진짜 무슨 본드로 입을 틀어막았는지 연희의 부름에 대답이 안 된다.

진정해라!

진정하자, 진정하라고!

이건 나 혼자만 알아서는 안 될 일이다.

어서 이 재앙 급 사실을 모두에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최대한 진정을 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고, 잠시 후 조금이나마 말문이 열리자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연희를 향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여, 연희야!!"

"네?"

"이 게임에서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 일어날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희는 깜짝 놀랐다.

물론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까지 잘 하던 게임에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 일어난다니까.

어찌 됐든 난 추가 설명에 들어갔다.

"내가 상상에서만 생각하던 존재가 탄생된 것 같아."

"선배, 잘 이해가......."

"후우, 놀라지 마!"

끄덕.

내 말에 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런 연희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요네즈(가명)가 탄생된 것 같아."

"......."

마요네즈.

일명 케찹이와 용호상박을 이룰 존재가 혹시나 생길 것에 대비해 내가 붙여 놓은 이름이다.

케찹과 마요네즈, 참으로 잘 어울린다.

아 참,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마요네즈는 가상 속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가상 속의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

한마디로 케찹이와 똑같이 미친 요정 한 마리가 더 있었다는 거다.

하아, 이건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섭다.

다른 것도 아니라 케찹이가 두 마리라니!!

이대로 인류 평화는 끝이란 말인가?!

물론 다른 사람 보기에는 개 오버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진짜 이건 오버가 아니다.

케찹이가 두 마리 있다고 생각해 봐라.

온몸에 소름이 끼치다 못해 미칠 것 같다.

'씹탱구!!'

'씹탱구!!'

양쪽 사운드에서 이렇게 들려오면?!

정말 이건 뭐 대책 안 선다.

"어? 인간이네?"

"......."

그 순간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나를 보고 한마디 하는 듯싶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뭔가 알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 나를 감싸고 오싹오싹했다.

뭐지, 이 기분은?

도대체 왜 이런!!

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면서 방금 전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냥 굳어 버렸다.

내 눈이 잘못된 거라고 믿고 싶다.

내 귀가 잘못된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인간, 하나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나에게 말을 건 건 확실하게 요정이었다.

요정이 반말을 깐다?

이건 아무래도 그 존재밖에 없다.

절대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 마요네즈가......!

"인간? 말 좀 해 봐. 이 자식 병신인가?"

"......."

빠직.

그때 너무 충격 받아서 말 안 하고 있는 나를 자극하는 음성.

병신이란다. 나보고 병신이래.

하하하하.

거참, 케찹이보다 입이 험한 요정.......

퍼억.

"아악!!"

"......."

그때 어느새 소환된(?) 케찹이 전용 파리채가 그 마요네즈를 블로킹해 버리고, 그 마요네즈는 터무니없이 추락했다.

어머나,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이래서 습관은 무섭다니까.

한편 바닥에 꽂힌 채 파닥거리던 그 마요네즈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 빌어먹을 씹새......."

퍽! 퍽! 퍽!

"아악!!"

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히 열심히 밟아 주었다.

난 알고 있다.

이런 요정에게 대화의 길은 없다고. 아니, 그나마 유일한 대화는 이렇게 뜨겁게(?) 펼쳐지는 육탄전?

"훌쩍."

"......."

"훌쩍."

난 애써 불쌍한 표정을 짓는 그 마요네즈를 시큰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 페이스는 완전 케찹이다.

항상 귀여운 외모를 이용해서 불리할 때는 저렇게 변신하는 저 모습.

카! 케찹이로 인해 미리 적응이 되지 않았더라면 마음 약해질 뻔했다.

그나저나 이 녀석, 도대체 어떤 놈이지?

"넌 뭐냐?"

"네?"

"이 세상에 또 다른 이런 막장 요정이라니......."

"......."

진짜 세상이 어찌 될라고 이런!

정말 케찹이 한 마리로도 난 너무 버겁다.

이런 이상한 요정까지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냐?

"헤이, 주인! 뭐 하셈?!"

"......."

그때 저 멀리서 케찹이가 팔락팔락 날아왔다.

지금 네 눈에는 내가 뭐 하는 것같이 보이는 거냐?!

재앙을 막기 위해서 노력 중이잖아.

"너, 넌!!"

그 순간이었다.

나한테 순수 교육을 받던 마요네즈(가명)가 갑자기 케찹이를 발견하더니 벌떡 일어선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말이다.

이 자식, 아직 교육이 덜 되었나?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파리채를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 마요네즈의 한마디에 금세 흥미로운 얼굴로 변했다.

"케찹이! 오늘은 널 이기겠어! 이 미친 개요정아!!"

"......."

"......."

케찹이를 향해 욕설을 한 것이다.

감히 케찹이에게 욕을!!

그것도 어둠의 요정도 쪼는 케찹이에게 요정이 욕했다!!

이건 막 보는 사람으로서 엄청 재미있는 풍경이다.

한편 생각지도 못한 욕설에 케찹이는 멍 때렸고, 잠시 후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씹탱구가 지금 실성했나?!"

"흥! 이 욕조차도 아까운 미친 개요정 같으니!!"

"뭐라고? 이 씹탱이가!!"

"덤벼라!"

"......어?"

그때 갑자기 둘은 순식간에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이 상황에 맞는 것 같다.

둘은 그 누구도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서로를 대적하고 있다.

갑자기 만나자마자 저렇게 말이다.

그런데 케찹이랑 저렇게 싸울 요정이 존재했다니, 정말 새삼스럽게 세상이 넓다고 느껴진다.

저기 근데 하나만 말하고 싶은데, 좀 평범하게 싸우면 안 되겠냐?

모래 던지고 침 뱉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별별 짓을 다 하는 두 요정, 정말 더러운 놈들이다.

"이 자식, 오늘이야말로 결판을 내겠다! 드랑콩콩고!!"

"......!"

그때 갑자기 그 마요네즈가 이상한 주문을 외웠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마요네즈 주변으로 하얀색의 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서, 설마! 필살기?!

케찹이 말고도 필살기를 쓰는 요정이라니!!

이건 뭐야!!

한편 그 순간 그 모습을 본 케찹이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덤벼!! 이롱대롱메롱!!"

"헉!!"

똑같이 필살기를 시전한다.

이 자식들아! 지금 미친 거냐!!

여기서 그 필살기들을 사용하면 주변이 어떻게 되는데!!

"멈춰! 이것들아!!"

난 소리쳤다.

하지만 둘 다 생 깐다.

참으로 비극적이다 못해 눈물까지 나오는군.

아 참, 이게 아니라 난 어떻게 해서든 그 두 필살기를 막기 위해서 파리채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콰앙!

콰앙!!

"......!!"

둘의 필사기가 부딪쳤다.

"......."

"저기 주인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난 내게 당황해 하면서 묻는 이리엘에게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순식간에 저 커다란 숲이 통째로 날아갔으니 말이다.

"이 개자식!!"

"이 미친놈이!!"

"죽을래, 둘 다?"

"......."

"......."

그때 내 손에 잡힌 채 아등바등하는 요정 두 마리를 난 한마디로 묵살시켰다.

"도대체 넌 뭐 하러 나타나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거냐."

"......."

솔직히 말해 케찹이도 잘한 건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주범은 아무래도 저놈 마요네즈 탓이 크다.

갑자기 와서 케찹이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말이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마요네즈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잠시 후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복수다!"

"......."

"지난 세월의 복수!!"

"......."

뭔가 알 수 없지만 이 대목에서 왠지 케찹이 자식이 과거에 어떤 만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구나.

한편 이런 마요네즈의 대답에 케찹이는 멀뚱멀뚱 물었다.

"넌 누구냐?"

"......!!"

"알지도 못하는 요정한테 복수 왜 하는데? 난 너 누군지 몰라."

"어, 어떻게 나, 나를!!"

"뭔 소리래."

"하, 한 남자의 순정을 그렇게 박살 내고는 어떻게 나를 잊어버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난 느꼈다. 아주 그윽한 사연이 있을 거라고.

마요네즈는 케찹이처럼 선천성 불량 요정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후천성 불량 요정이랄까?

그러니까 처음에는 다른 요정처럼 착했지만, 어느 한 계기로 지금 이 꼴이 된 비극의 요정이었다.

그리고 그 계기는 바로 케찹이.......

역시 나쁜 요정이다 못해 진짜 엄청 나쁜 요정이다.

어찌 됐든 마요네즈의 설명을 들어 보자면, 마요네즈는 한 여자 요정을 짝사랑했단다.

그런데 그 여자 요정도 은근히 마요네즈를 좋아했고, 둘은 미묘한 감정이 오고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바로 케찹이의 음모 때문이었다.

케찹이는 도움을 주는 척 마요네즈에게 다가가 확실한 고백 방법이라면서 꼬임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마요네즈는 언젠가는 정식으로 고백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케찹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제안은.......

"덮치라니, 이런 미친!"

덮치라고 한 것이었다.

덮치면서 고백하면 여자가 미치도록 좋아한다고 케찹이가 말한 것이다.

그래서 그때 당시 순수했던 마요네즈는 케찹이가 시킨 대로 하다가 완전 변태로 찍혀서 그대로 끝나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다.

한마디로 결론은......!

"네놈 때문이잖아."

"......."

케찹이가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때 그런 만행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 마요네즈도 순수한 요정 중 한 마리였을 것이다.

케찹이는 잠시 당황하더니 말했다.

"그, 글쎄, 난 모르겠는걸."

"......."

"......."

"기억이 나지 않아."

"나쁜 놈!!"

"난 몰라! 알 수가 없어!!"

"으윽!!"

"증거를 대든가!"

"......!!"

"난 모르는 일이야."

"절대 놔두지 않을 거야!! 으아악!!"

"덤비려면 덤벼!!"

난 둘의 끈적끈적한 사이를 알고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건 내가 말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으니까.

그저 여기서 내가 느낀 건 케찹이는 정말 악마의 요정이라는 것?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정말 나쁜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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