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청혼
이제 이틀 후면 진짜 우주라는 곳으로 출발한다.
진짜 게임에서 우주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계속해서 눈이 감기네. 게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말이다.
"으음......."
난 슬며시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낮잠을 자서인지 꽤나 상쾌......!
"헉!!"
"......."
그때 난 상쾌하다고 하면서 눈을 뜬 뒤 누군가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그대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런 내 비명에 은애 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잘 잤어요?"
"......."
저기, 은애 씨.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깨어나자마자 누군가가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놀란다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존재가 은애라는 거다.
만약에 남자였다면 그대로 먼저 주먹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성민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
그때 갑자기 뜬금없는 은애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니?
그 순간 은애는 살짝 볼을 물들이더니 말했다.
"니가 한 잠꼬대가 기억 안 나는 거야?"
"헉!"
내, 내가 잠꼬대를 했다고?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가 잠꼬대한 내용을 어찌 기억한단 말인가?
아니, 이게 아니라 도대체 내가 무슨 소리를 잠꼬대로 한 거지?
분명 은애의 저 반응을 봐서는 뭔가 심각한 잠꼬대를 한 듯싶은, 도대체 뭐를......?
"하지만 아무리 잠꼬대라지만 너무했어."
"저, 저기......."
"......?"
난 고개를 숙이면서 수줍게 말하는 은애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도대체 무엇을!
"내가 잠꼬대로 뭐라고 했어?"
난 슬며시 물어보았다.
한편 이런 나의 질문에 은애는 갑자기 곤란해 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돼?"
"......."
"그 낯 뜨거운 말을?"
"......."
낯 뜨겁다고?
그 말은 내가 은애에게 엄청난 말을 했다는 건가?!
설마 뭐 너를 덮쳐 버리겠다던가 뭐 이런 소리를 했을 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은애의 저런 반응, 충분히 했을 수도 있다.
아악! 설마 내가 그랬을까? 하지만 만약에 내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난 어떡하지?!
진짜 어떡하지?
"너를 가지겠다고......."
"......!!"
그때 은애의 말문이 열렸다.
덮치겠다든가 그런 말보다는 수위가 낮기야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말도 아니다.
너를 가지겠다니!
그 말을 아주 세세하게 분석 풀이해서 분해하면, 고백이다.
아니, 고백이라고 하기에는 좀 수위가 높다.
너를 가지겠다는 건 또 상세하게 풀이 들어가면 덮치겠다는 거랑 일맥상통?
물론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를 가지겠다는 말이나 덮치겠다는 말이나 그 말이 그 말이다.
헉! 아무리 잠꼬대라고 해도 그렇지, 그런 엄청난 실수를!!
어서 오해라고......!
"헤헤."
"......."
그때 어느새 은애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다.
난 그녀를 보고 느꼈다. 속았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장난?
하지만 이런 내 모습에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야."
"......?"
거짓말은 아니란다.
그럼 가짓말?
뭔가 이 알 수 없는 개그에 마구 감동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흠흠!
한편 은애는 나를 향해 싱긋 웃더니 말했다.
"앞에 히든 클래스라는 단어를 붙인 걸 제외하고는 사실이야."
"......."
"정확하게 '우주 히든 클래스 너를 가져 버리겠어!!'라고 잠꼬대를 했어. 물론 그뿐 아니라 이런 말도 했어. '히든 클래스, 나 잡아 봐라!'라고."
"......."
"너무 웃겨서 내가 특별히 동영상으로 찍어 놓기까지 한걸."
"......."
저기, 그런 건 굳이 남길 필요는 없는데.......
아니 그것보다 내가 진짜 다른 것도 아니고, 잠꼬대로 '히든 클래스, 나 잡아 봐라!'라고 했다고?
그게 사실이면 나 미친 건데.......
콰앙!
"......."
"......."
그때 나와 은애가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서 미리 말하는데, 갑자기 문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은애나 우리 부모님만이 할 수 있다는 거다.
여기서 부모님은 올 일은 없으므로 패스. 그리고 은애는 바로 내 앞에 있기에 패스.
그럼 이렇게 문을 막무가내로 열고 오실 분은 없다.
아니, 한 분 계시기는 한데 정식 방문이 아니라 불법 방문이시다.
"......."
"......."
나와 은애는 어느새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그분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저분은 질리지도 않는 거냐?
이번에도 또 무슨 불법 이성 교제라고 하면서 날 나쁜 놈 만들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어?"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또 다른 한 명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다.
대략 나이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한 꼬맹이였다.
키는 대략 150cm 정도? 그리고 머리카락은 보라색인데 뭔가 되게 압박이 느껴진다.
10살짜리가 보라색 머리라니, 뭔가 보기에도 거참.......
아니, 그것보다 저분은 누구인 걸까?
"공손하게 모셔라!!"
"......??"
그때 갑자기 악 씨(귀찮아서 이제 줄여서 말하겠다)가 내게 소리쳤다.
갑자기 뜬금없는 이 소리는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공손하게 모시라니? 저 꼬맹이를?
그 순간 그런 내 의문을 마치 알아차린 듯 악 씨의 말이 이어졌다.
"이분은 파라마자라자머라푸라베라라......."
하지만 말을 하는 도중 갑자기 곤란해 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 그 모습을 본 그 꼬맹이의 입이 열렸다.
"사타만토고라스테아미체아......."
"그, 그래. 사타만토고라스테아미체아 섬에 계신 왕자님이시다!!"
"......."
그리고 그 꼬맹이의 도움을 받은 악 씨가 마무리를 했다.
저기, 수고하셨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아니, 뭔지 대충 알기는 하겠다.
무슨 나라 이름인 듯싶다.
사실 세상은 넓다. 그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미묘한 이름은 약간 충격적이다.
파라마자라......를 시작으로 해서 뭐로 끝나는지도 잘 모르는 섬나라 이름 말이다.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말하는 겁니까."
난 이게 궁금하다.
설마 나에게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나라의 왕자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오셨을 리는 없을 테고, 갑자기 뜬금없이 들이대더니 알 수 없는 일을 하시니 당황스럽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그 악 씨는 갑자기 한 발자국 물러서고, 방금 전 악 씨가 있던 자리에 그 왕자라는 분이 들이댄다.
그러고는 말했다.
"마음에 든다."
"......??"
"......??"
갑자기 미친 소리를 하신다.
악 씨와 있더니 저분도 미쳐 버린 게냐?
아니면 미리 미쳐 있다든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이해하기도 어려운 소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분은 갑자기 은애를 향해 다가오더니 말했다.
"나랑 결혼해라!"
"......."
"명령이다."
"......."
진짜 미친 소리를 하신다.
야, 이 자식아! 어디서 쪼그만 자식이 누나보고 반말 까고 지랄이야!!
그리고 뭐? 결혼해라? 명령이다!!
이런 미친 꼬맹이 같으니!!
난 그런 미친 꼬맹이의 행동에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발끈해서 곧바로 그 꼬맹이에게 다가가서.......
퍽!
"아악!"
그대로 대가리를 세게 갈겨 주었다.
개념을 진짜 안드로메다에 팔아먹었나, 이 자식이!!
"와, 왕자님!!"
"......."
그때 그 모습을 본 악 씨가 허겁지겁 다가오고, 난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뭐, 뭔 소리냐?!"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거였잖아요. 이딴 꼬맹이가 무슨 왕자입니까."
"......."
"그것도 어디서 싼 티 나는 이름 지어 와서는."
"......."
좀 지어 오려면 제대로 지어 오든가.
이름이 그런 싼 티라면 진짜라고 해도 안 믿겠다.
그뿐 아니라 무슨 외국인이 이렇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정말 설정 자체에서 어설프기 그지없다.
"가, 감히 나, 나를 무시하고 우리나라를!!"
그때 그 꼬맹이는 성질을 내신다.
그리고 나를 손가락질하는데.......
퍽!
"아악!!"
"......."
"......."
난 또다시 그분의 대가리를 강타했다.
이 자식이 지금 누구한테 손가락질이야!!
내가 니 친구냐!
"모르덴!!"
"모르덴!!"
"모르덴!!"
"......."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우리 집을 추가로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들은 딱 봐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게 증명될 정도로 외국 티(?) 나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상한 언어를 쓰면서 그 꼬맹이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난 그제야 느꼈다.
뭔가 미묘한 느낌?
"......."
"......."
나와 은애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절대 뭐 눈 맞아서 그런 건 아니고, 방금 전 그 뜨거웠던 상황이 떠올라서 그렇다고나 할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들, 잠시 후 은애의 말문이 열렸다.
"엄청 일이 커진 것 같아."
"......."
"티브이에도 나오는걸."
"......."
모두 이런 노래를 한 번 불러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를 말이다.
그리고 난 그 노래의 주인공처럼 정말 티브이에 나왔다.
와! 내가 티브이에 나왔어!!
어머니! 아버지! 제가 티브이에 나왔...... 이런 개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
[모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한 섬의 왕자를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
[그뿐 아니라 그의 친위대까지 폭행을 했는데요. 그의 친위대는 꽤나 실력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 친위대를 구타한 뒤 유유자적 사라진 그 학생, 예사로운 학생이 아닌 걸로 보입니다.]
"......."
"......."
나와 은애는 티브이에서 열심히 나에 대해서 방영해 주는 걸 보고 묵묵히 있기만 했다.
이거 너무 감동적이어서 코끝이 찡하다.
[아, 특보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공주의 약혼녀를 데리고 도주했다고 전해집니다!!]
"......."
그때 뜬금없는 개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소리를 듣고 그대로 은애를 보고는 물었다.
"언제 그 꼬맹이 약혼녀가 된 거야?"
"내가 알 리가 없잖아."
"......."
"......."
은애도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나라고 해도 엄청나게 어이가 없을 상황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약혼녀라니!
그 꼬맹이 자식이 아예 이 기회에 은애를 자신의 약혼녀로 만들 계획인가 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재앙이란 말인가!!
학교 컴백하기 하루 전 생긴 왕자 구타 사건.
난 오늘 드디어 지금까지 위장했던 깁스를 푼 뒤 며칠 뒤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꼬맹이가 오더니 개소리를 했고, 난 나도 모르게 욱해서 그대로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그 쓰다듬어 준 상대가 사실은 다른 나라의 왕자였고, 그런 나를 죄인으로 몰면서 달려드는 그 왕자의 친위대를 난 어쩔 수 없이 정당방위로 막아야만 했다.
그런 뒤 당연하게도 잡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그대로 은애와 도주했다.
그리고 어느새 난 뉴스에도 나오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제 우리 어떡해?"
"......."
그때 은애가 물어 왔다.
내가 묻고 싶다.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건지.......
차라리 그 자리에서 잡혔다면 모를까, 왠지 모르게 그냥 도주해 버린 게 큰 영향이다.
그뿐 아니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대갈통을 갈겼다. 그것도 왕자의 대갈통을.......
지금 난 이 어이없는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심히 궁금하다.
[방금 전에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정부에서도 선량한(?) 왕자를 이유 없이 구타한 그 학생을 잡는 것을 협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악?!"
그때 들려오는 특보에 난 절망했다.
뭐, 뭐야? 정부는 갑자기 왜 끼어들고 난리야!!
아니, 그리고 그놈이 어딜 봐서 선량해!!
무엇보다 이유 없이 구타, 아니 쓰다듬지는 않았다.
엄연히 은애에게 개소리를 해서 쓰다듬었을 뿐!!
그나저나 도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이냐?!
이렇게 어이없게 범죄자 취급이 되다니!!
[지금 또다시 당황스러운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폭행당한(?) 왕자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폭행한 학생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겠다고, 어떤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
"......."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소식에 나와 은애는 그냥 할 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이건 뭐냐?!
"됐느냐?"
"감사해요, 아빠."
"허허! 연희가 내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왠지 기분이 좋구나."
"......."
연희는 자신의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괜히 자신의 아버지를 번거롭게 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그 주인공이 우리 연희가 짝사랑하는 남자인 게냐?"
"......."
"맞는가 보구나."
아버지의 한마디에 연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한편 그런 연희를 본 그녀의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우리 미래의 사위를 미리 보여 줘야 한다, 연희야."
"아, 아빠!"
"허허."
"......."
연희는 사위라는 말에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소리쳐 버렸다.
항상 조용함을 유지하던 연희가 얼마나 당황했으면 소리를 쳤는지 대략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는 그만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