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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버스틴의 욕망 (50/100)

제2장 버스틴의 욕망

진짜 좀 기가 막히긴 한다.

현실 세계에서도 가지 못한 우주를 게임 안에서 갈 줄이야.......

그것도 파격적인 이름 안드로메다로 말이다.

그뿐 아니라 사실적으로 피엘의 말대로 그곳에 생체 에너지와 미묘한 에너지들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100% 히든 클래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히든 클래스를 어떻게 찾느냐는 거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지인들의 도움으로도 삽질하는 나다. 그런데 잘도 그런 데 가서 아무것도 없이 히든 클래스 얻겠다.

아니, 뭐 정말 기적이 일어나면 모르지만.

"사흘 뒤라......."

그리고 추가적으로 일정도 잡혔다.

우주로 가는 날짜 말이다.

참고로 이때 가는 인원은 거의 수백 명에 육박한다.

일단 기술자들과 피엘 일행, 그리고 피엘에게 캐스팅된 유저들까지 말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행성이다 보니 일단 무력적으로 힘을 갖춘 뒤 가려는 게 피엘의 생각이다.

그리고 난 거기서 총사령관......을 맡을 뻔했으나 사절했다.

내가 그딴 걸 했다가는 머리 복잡해지므로 그런 건 머리 좋은 피엘이나 하라고 했다.

난 그저 앞에 가로막는 놈들 있으면 때려 부수는 역할이 제일 잘 어울리거든.

그나저나 정말 그 우주에서 나를 반길 히든 클래스......!

"자, 잠시! 새, 생각하면 안 돼!!"

난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에 빠지는 나를 다독였다.

그래, 괜히 또 상상하고 실망만 할 바에는 아예 상상조차 하지 말자.

"......."

하지만 그런 나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떠도는 한 가지 생각, 그건 우주용(?) 히든 클래스라는 문구다.

예를 들어 진짜 거기에 히든 클래스가 있다면 얼마나 파격적인 히든 클래스일까 하는 그런 생각?

"하악, 하악."

버스틴은 정말 찢고 싶었다.

무엇을?

당연히 이리엘의 드레스를 말이다.

물론 저번에 프레젠이 말한 내용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

한마디로 절대적인 개구라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자신이 기회를 틈타 옷을 찢으려고 경쟁자를 그런 식으로 탈락시키는 간악한 방법!!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제길,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지?"

무슨 방법을 써야 한단 말인가.

그녀 옆에는 항상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프레젠과 케찹이라는 요정이 대기 중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실력이 엄청난 존재들이다.

특히 프레젠이라는 놈은 지상 최강의 난공불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존재를 넘어서고 이리엘의 드레스를 찢어 버리고 이리엘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그녀를 차지하는 스토리.......

지금까지 살면서 최고의 스토리일 테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렵다.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지? 어떻게?!"

협조자가 필요하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프레젠을 속이고 이리엘의 옷을 찢을 수 없다.

그렇지만 막상 누가 협조자를 해 줄 것이고, 그런 존재가......!

"있다!"

있었다.

잘 생각해 보니 그분이라면 하고도 넘쳐흐를 터.

특히 길쉬라는 그의 부하 말에 의하면.......

'술만 주면 주인이든 뭐든 배신 아주 잘 때리는 게 저희 마스터예요!!'

그 말은 그 요정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술도 허접한 술에는 넘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문제없다.

어차피 자신에게 남는 건 돈뿐이다. 그리고 한 여자의 옷을 찢어 버리기 위해서 그 정도의 돈은 상관없다.

"무슨 일이야?"

케찹이는 귀찮다는 듯 자신을 불러낸 버스틴을 향해 말했다.

사실 케찹이는 버스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부름에도 정말 마지못해서 나와 준 거다.

사실 자신의(?) 영역에 무단 침입한 그가 마음에 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의 영역이란 연희와 은애, 이리엘의 스토커 행위.

물론 본인은 절대로 그런 건 아니라고 우기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행위일 뿐이다.

어찌 됐든 케찹이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버스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순간 버스틴이 술 한 병을 내놓았다.

한편 그걸 본 케찹이는 깜짝 놀랐다.

"헉!!"

케찹이는 너무 놀라서 비틀거렸다.

케찹이가 비틀거리다니!!

이건 엄청난 혁명이었다.

항상 어떤 일에도 평상심(?)을 잊지 않던 무적의 요정 케찹이.

그런 그가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버스틴이 내민 술을 보고 아찔해 하던 케찹이는 잠시 후 버스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과 말투로 물었다.

"원하는 게 뭐지?"

"확실히 말이 잘 통하는군."

"......."

그의 의중을 파악했다.

거듭 말하지만, 원래 케찹이는 이런 불건전한 상황에서는 머리가 대폭 좋아진다.

한마디로 거의 천재라는 거다.

그때 케찹이는 버스틴이 들고 있는 술병을 주시하더니 말했다.

"라카네이먼 242년도산."

"호오! 어떻게 연도까지 알 수 있는 거지?"

"그 깊숙한 곳에서 깊은 향이 내 코를 자극했지."

"역시 대단하군."

"......."

현금으로 약 2억에 달하는 술.

도수는 대략 80도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술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액수가 되어 버린 이유는 긴 세월이 흘러 미묘하게 그 강력한 도수가 술맛을 더해 줄 뿐만 아니라 옛날에만 존재했다는 열매, 일명 정력 열매(?)라고 불리는 그라모아가 대용량으로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거 먹으면 비아그라는 짝퉁 소리 듣는 수준이다.

딱 한 잔이면 100일을 노가다 뛰어도 멀쩡하다는 그 술이다.

"목적을 말해!"

그걸 보고 잔뜩 흥분한 케찹이, 그는 지금 어떤 것이라도 해서 저걸 차지하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 전문가끼리 말을 돌리는 건 서로 귀찮기만 하지. 요약해서 말하겠다. 내가 이리엘의 옷을 찢을 수 있게 도와 달라."

흠칫!

"......."

한편 그런 그의 부탁에 케찹이는 움찔했다.

솔직히 그 어떤 부탁이라도 당장 들어줄 마음이 있었던 케찹이였지만, 지금 버스틴의 요청은...... 그렇게 손쉽게 들어줄 수는 없는 부분이다.

일단 이리엘의 드레스는 자신도 찢어 버리고 싶어 하던 그것.

케찹이가 누군가에게 양보를 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요정이니까.

아니, 물론 그건 저 정도의 술이라면 그냥 옷 찢는 것까지만(?) 양보도 해 줄 수 있다. 그만큼 저건 케찹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악마 주인."

이리엘 옆에 있는 악마 주인이 문제다.

만약에 이번 작전에 성공을 하든가 실패를 하든 간에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아는 순간 자신은 죽는다.

한마디로 술 먹고 그대로 영원히 인생 하직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만큼 두려운 존재다.

"비밀을 지켜 주지."

"......."

"두 병."

"조, 좋아! 오, 옷 찢는 것까지만!!"

그때 순식간에 밀어붙이는 버스틴에게 케찹이는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일단 비밀을 지켜 준다는 말과 더불어 두 병을 준다는 말에 그냥 가 버린 것이다.

한편 케찹이는 약간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절대 비밀이야."

"물론이지. 암살자의 꿈(?)은 비밀이다."

"난 이번 일에 아무 연관도 없는 거야. 너만 입을 다문다면."

"믿어라."

사실 좀 믿기 힘든 암살자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건 다 갖춘 버스틴이다.

일명 절대 비밀은 지켜 준다는 것.

그래서 케찹이가 본인 잘못으로 들키지 않는 이상, 작전은 순조롭게 흘러갈 뻔했다.

그런데.......

덜덜덜.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들은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케찹이를 마스터로 모시고 있는 길쉬였다.

길쉬는 저들의 엄청난 범죄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자신이 이걸 모른 척한다면 이리엘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마스터가 하는 일을 자신이 고발하기도.......

아악!! 길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길쉬, 왜 그러냐?"

"아, 아뇨!!"

"......."

"절대 모릅니다.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

"몰라요, 몰라요!!"

난 이상하게 아까부터 입술을 파르르 떨고 눈을 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길쉬가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저런 이상한 대답을 하신다.

내가 뭐라 했니? 남들이 보면 오해하겠다.

움찔.

"......?"

그때 어느새 길쉬는 이리엘을 보고 무언가 고민에 잠기는 모습을 보인다.

보고 움찔하고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붙잡고...... 얘가 미쳤나.

아님 설마?

"너도 이리엘 노리냐?"

"헉!!"

"......."

엥?

그때 거의 난 반 농담 삼아 좋아하느냐는 말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에 길쉬는 너무나도 기겁했다.

"전 몰라요!!"

그러고는 이 한마디를 하고는 도망가신다.

진짜 뭐야? 저 자식, 정말 이리엘 좋아하는 거야?

아니, 물론 사람이(?) 사람, 아니 서큐버스를 좋아할 수 있다.

그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뿐 아니라 케찹이와 버스틴에 비해서 순수한 길쉬라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까 걱정은 없다.

예를 들어 이리엘의 옷을 찢어 버린다거나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목적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여기서 의문점이 든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말이다.

자꾸 모른다는 소리를 남발하고, 아무것도 못 봤다 하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과연 저게 사랑에 빠진 모습일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길쉬가 자꾸 아무것도 못 봤다는 말을 하는 걸 봐서는, 무언가 엄청난 걸 자신도 모르게 보고 그 사실을 알아 버렸다는?

그리고 그건 바로 이리엘에 대한 거다.

이렇게 설정한다면 지금 저 길쉬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중요한 문제점은.......

"도대체 이리엘에 대한 무엇을 알아 버렸다는 거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봐서는 평범한 게 아니다.

도대체 이리엘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이런......!

"케찹이!!"

그때 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래! 케찹이!!

내가 보기에는 이건 케찹이가 관련되어 있다.

일단 그냥 이런 범죄 냄새가 나는 건 무조건 1순위가 케찹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이리엘 관련한 범죄도 제일 많이 발생시킬 인간, 아니 요정도 케찹이다. 한마디로 결론은 이 일에 케찹이가 관련되어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간략하게 요약하면 길쉬가 케찹이가 꾸미는 일을 봐 버렸고, 마스터와 이리엘 사이에서 고민해서 지금 저 모양이라는 결론?

오오!! 내가 생각해도 방금 전 나 너무 멋졌다.

이토록 아껴 쓰던(?) 내 머리가 드디어 빛을 발했어!!

"도대체 무슨 범죄를 저지르려는 거지?!"

워낙 케찹이라는 놈은 방대하게 논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범죄라면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착한(?) 요정이다.

그래서 이런 미미한 사실만으로는 그가 어떤 범죄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

물론 가서 두들겨 패서 무슨 계획을 꾸미냐고 물어보면(?) 제일 빠르겠지만, 이게 지금 그저 추측일 뿐 확실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역시 길쉬가 입을 열어야지만?"

그래야만 케찹이의 범죄 사실이 모두 드러날 것 같다.

"길쉬."

"저, 전 몰라요!!"

"......."

내가 말을 걸자마자 길쉬는 크게 소리쳤다.

뭐 이 정도야 예상은 했었다. 그래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아니, 그냥 너와 순수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

난 은근슬쩍 이야기만 나누고 싶다고 미끼를 던졌다.

한편 길쉬는 그제야 자신의 반응이 약간 이상한 걸 알았는지 애써 침착한 척해 보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다 눈치 챈 이후다.

어찌 됐든 시간을 끄는 건 내 취미가 아니므로 난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길쉬, 과연 진정한 마스터를 위한 길은 무엇일까?"

"네?"

"진정으로 마스터를 위한 길 말이야."

"......??"

길쉬는 나의 약간 철학적인 말에 물음표를 동동 띄운다.

난 그런 길쉬를 향해 다시 한 번 물었다.

"흐음, 그러니까 만약에 자신의 마스터가 불건전한 일을 하려고 한다면 길쉬 넌 어떻게 할 것 같아?"

"마스터가요?"

"그래."

"그, 그게......."

내 질문에 길쉬는 꽤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난 그런 길쉬를 향해 꽤나 폼을 잡으면서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

"마스터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그걸 막아야 되는 것이라고."

"......."

"한마디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그걸 말려야지. 아니, 그런 힘이 없다면 예를 들어 주변 사람한테 말해서라도!!"

"자, 잘못된 길을 가면...... 마, 말려야 된다고요?"

"그래! 바로 그게 진정한 마스터를 위한 길이지!!"

"......."

그런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길쉬는 잠시 후 말했다.

"그, 그런 게 진정 마스터를 위한 일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지?"

"네."

넘어왔다.

아싸!! 역시 오늘따라 나의 뇌가 미쳤는지는 몰라도 정말 감격적일 정도로 팽팽 돌아가신다.

자! 그럼 이제 부담 없이 모든 진실을 밝혀라!!

그런데.......

"......할 말 없어?"

"......?"

"......."

길쉬는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방금 우리 대화를 요약하면 간단하게 말해 지금 케찹이가 하려는 걸 말하라는 소리잖니? 근데 왜 이리 묵묵부답이지?

헉! 서, 설마?!

난 그때 무언가가 내 머리를 지나가자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말을 이해 못한 거라고.

간단하게 나는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돌려서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100% 이해할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분은 이해 못한 것 같다. 아니, 이해 못했어!!

이런 제길! 상당히 머리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케찹이를 마스터로 모신 이후 더 돌대가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어찌 됐든 이렇게 된 이상 다시 한 번 말을 해 봐야겠다.

"으음, 예를 들어 볼까?"

"......?"

아예 직설적으로 넣어 주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아직 내 말을 이해 못한 길쉬를 향해 속삭였다.

"네 마스터는 누구지?"

"케찹 님요."

"그렇지. 케찹이지!!"

난 일단 간단하게 케찹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만약에 그 케찹이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면, 방금 전 그 마스터를 위한 마음가짐으로서는 뭘 해야 할까?"

"......."

"그러니까 케찹이가 나쁜 짓을 한다. 그럼 너는 그런 케찹이를 위해서 어떻게?"

"......."

나 참!

이런 내 질문에도 길쉬는 대답 못한다.

지금 표정으로 봐서는 아직 이해 못했다.

이런!!

야, 인마! 이 정도로 말했으면 이해해야 할 거 아냐!!

아니, 흥분하면 안 된다.

그래, 충분히 기다려 주자.

그렇게 난 내 자신을 다독이면서 생각에 잠긴 듯한 길쉬를 말없이 지켜봐 주었고, 잠시 후 길쉬는 소리쳤다.

"그, 그럼 마스터를 위해서 저는 다른 사람한테 말하겠어요!!"

"그래, 그거야!"

"......."

그래, 그거다!! 이제야 이해했구나.

너무 기특해서 눈물이 나온다.

자, 그럼 어서 말하렴.

하지만.......

"......."

"......."

또 말이 없다.

설마 아직도 이해 못했어?!

아직도 자기와 케찹이를 빗대어 말한 이야기라고 이해 못한 거야?!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분명 완전 직격으로 안타 넣었는데 그걸 이해 못하면 그건 닭대가리보다 수준이 더 낮은 건데?!

하지만 그게 사실인 것 같다.

저 표정, 이해 못했다.

지금 내가 한 말, 자기와 케찹이의 이야기라는 걸 이해 못했다.

이, 이럴 수가!! 길쉬! 너 왜 이렇게 된 거니?!

어느새 그렇게 닭대가리보다 머리 수준이 떨어진 거냐?!

그래, 차라리 그냥 말하자.

"그러니까 인마, 지금 케찹이가 하려는 만행을 불라고! 이 자식아!!"

"헉!!"

"......."

그때서야 길쉬는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이제 내가 말한 내용이 이해가 되는지 소리쳤다.

"그, 그렇구나! 마스터를 위해서라면 난 말해야 돼!!"

"......."

"저기 프레젠 님! 할 말이 있습니다!!"

이제야 나에게 말하려고 한다.

정말 힘들다. 무슨 이런 닭대가리보다 못한 놈이 있단 말인가!!

원래 안 이랬잖니?!

얼마나 케찹이가 너를 괴롭혔으면 이 모양이 됐니?

정말 내가 괜스레 미안해진다. 한 존재를 이따위로 망친 내 자신이.......

그날 저녁이었다.

"어서 해!!"

"기다려, 후후."

"......."

"어차피 프레젠도 지금은 자고 있을 거 아냐?"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천천히 하자고. 음미하면서 말이야."

"......."

케찹이는 버스틴의 그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역시 자신보다 더 변태였다.

음미하면서 옷을 찢다니, 웬만한 변태들도 소화해 내기 힘든 영역이다.

어찌 됐든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지금 이리엘이 자고 있다는 방 앞에 있는 이유는 교묘하게 프레젠이 접속을 끊고 자러 간 시간을 노리는 것이다.

어차피 프레젠도 게임에서 떠난 이상,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물론 그 시간대가 참으로 엉망진창이어서 알기가 힘들지만, 케찹이는 아니다.

일단 그는 프레젠의 초보자 요정이다.

다른 존재는 몰라도 케찹이만은 언제 프레젠이 이 게임 접속을 끊는지 훤히 알고 있다.

한마디로 그걸 이용해 지금 이 '이리엘 옷 찢어 버리기' 대작전을 사용한 것이다.

한편 이렇게 음미하는 버스틴과 달리 케찹이는 초조 그 자체다.

왜냐하면 이번 작전에 자신이 연루되는 것을 아는 이상 어찌 될지 이야기가 다 그려지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 이 시간대에 그 악마 주인이 갑자기 접속할 확률은 제로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너무나도 불안하다.

그저 말이다.

"룰루랄라라랄라라!"

"......."

그때 버스틴은 흥얼거리면서 이리엘의 방문을 순식간에 따 버렸다.

그러고는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입으로 물어서 뜯을까, 단검으로 뜯을까? 어떻게 찢어 버리지?"

한편 그걸 본 케찹이는 초조한 듯 말했다.

"대략 해!!"

"거참 성질 급한 요정이군."

진짜 느낌이 안 좋다.

정말 걸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버스틴은 지금 프레젠의 진면모를 모른다.

그 인간이 얼마나 악독하고 악마 중의 악마, 대악마인지.......

그렇기에 지금 저렇게 느긋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딸깍.

그때 드디어 이리엘의 방문이 열리고, 버스틴은 침까지 줄줄 흘렸다.

드디어 해냈다!!

자신의 꿈, 희망, 영혼을 담은 이리엘 옷 찢기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리엘의 침대로 돌진했다.

"내가 당신의 옷을 찢어 주겠소!!"

그러고는 미친 소리 하고는 이리엘의 침대에 다이빙했는데.......

"어?"

이상했다. 원래 인간(서큐버스)이 이렇게 푹신푹신했나?

물론 어느 한 부위는 푹신푹신하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뭐 전체적으로 푹신푹신하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좋아? 베개 말이야."

"......!"

그때 갑자기 이리엘의 방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버스틴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느새 자신의 협조자인 케찹이가 어느 남자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 남자의 뒤에 무서워하고 있는 자신의 그녀가 숨어 있었고 말이다.

"버스틴 씨, 케찹 씨. 이렇게 깜찍한 계획을 하려고 하다니, 심하게 죽고 싶었나 보군."

"자, 잠시!!"

그 순간 프레젠에게 잠시라고 외친 케찹이, 자신의 입장으로서는 어떻게든 핑계를 대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소리쳤다.

"난 하기 싫었는데 버스틴 저 개새이가 나보고 안 하면 죽인다고 했어!!"

"......."

"......."

"그래서 연약해서 난......."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간단하게 말해, 케찹이는 자신이 버스틴의 협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이 작전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협박 받는 사람이 그 사람에게 개새이라는 착한(?) 말을 하다니,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증거가 있다.

"네놈이 술을 받아 처먹은 걸 난 알고 있다."

"헉!!"

이미 프레젠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이쯤 되자 이제 케찹이는 깨달았다. 빠져나갈 수 없다고!!

그렇다면......!

"버스틴 공격이다! 협동 공격!!"

"어? 어, 알았어!!"

케찹이의 외침과 함께 버스틴은 순식간에 프레젠을 공격하지만, 이미 전설의 초보자 단검을 가진 프레젠은 옛날에 프레젠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은 더 많이 맞으려고 발악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땅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와 한 요정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기이한 소문이 들려왔다.

"진짜 묻어 버렸어!!"

"악마!!"

우주로 떠나기 이틀 전에 일어난 그들의 순수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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