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제1장 결심, 우주로!
"푸헤헤헤!"
"......."
"푸헤헤헤!"
"......."
난 신나게 웃어 주었다.
웃긴 게 아니라 그냥 웃어 주는 거다.
그리고 이런 반응에 당황하는 피엘을 향해 잠시 후 말했다.
"됐냐?"
"무, 무슨 소리야? 인마."
"너의 그 알 수 없는 개그에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잖니."
"......."
그렇다. 정말 그 알 수 없는 개그를 받아 주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감격적이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개그, 진짜 나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받아 주지 못했다.
안드로메다라니, 갑자기 게임에서 뭔 안드로메다?
진짜 개그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개그님에게 미안할 정도다.
한편 이런 나의 마음도 모른 채 그런 내 반응에 피엘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따지는 말투로 물었다.
"지금 내 말이 농담처럼 들리는 거야?!"
그럼 지금 넌 네가 말한 내용이 진담으로 들리겠니?
내가 다른 거라면 진짜 좋은 마음, 백구 같은 마음으로 속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속으면 등신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준이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이건 좀 속아 줄 수 없다.
"진짜 나 농담 아니다?!"
"......."
"진짜라니까!! 나 원."
"......."
그때 피엘은 내가 전혀 믿어 주지 않는 분위기이자 미쳐 버리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상한 영혼 같으니!
내가 아무리 친구를 위한 우정의 사나이라고 하지만, 정말 더 이상은 안 된다.
왜냐하면 이건 개그에 대한 모독이기에, 개그님이 슬퍼하신다.
그래서 난 더 이상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알았어! 보여 줄 테니까 나 따라와!!"
그때 피엘은 이제 뭔가를 보여 주겠다고 한다.
도대체 너의 그 끈질긴 우주 개그는 언제 끝나는 거니?
피엘이 나를 비밀 기지(?)라고 데려온 곳에는 그게 있었다.
우주선 말이다.
물론 크기는 실제 우주선보다도 솔직히 말해 심하게 작다.
대략 미니 사이즈로 제작된 우주선이랄까?
한편 그걸 본 난 말했다.
"개그 정신이 대단하군."
"......."
"이렇게까지 하다니......."
"......."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주 개그다.
인정한다, 너의 그 열정 말이다(개그를 위해서 모조 우주선을 만들다니!).
하지만 진짜 안 웃긴 개그다!
개그에 대한 모독이다.
제발 이제 그만 하자.
"이거 진짜야, 인마!!"
피엘은 그 모조 우주선을 보고 진짜라고 우겼다.
아이고, 진짜 이게 우주선이라고?
도대체 너의 그 안드로메다 개그는 언제쯤 끝나는 거냐?
"그래, 직접 들어가 보면 네놈도 부인하지 못하겠지!!"
그때 피엘이 터벅터벅 들어가 그 우주선 안으로 나를 안내하려고 했다.
난 진짜 마지막으로 속아 주는 셈치고 그런 피엘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따라갔다.
"어때?!"
어떻기는?
진짜 감동했다.
이 개그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다니, 진짜 감동적이다.
실제로 안의 모습까지 재현하다니, 정말 너무나도 대단한 놈이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이상한 개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 줄 게 분명하니까.
그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 개그에 너무 놀라(?) 심장 마비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이 개그를 막아야 했다.
아니, 뭐 여기에 있는 버튼 중 아무거나 누르면 그 순간 너의 개그는 끝이 나는 거겠지!
뿌직.
"......!!"
그때 난 나도 모르게(?) 근처에 보이던 빨간색 버튼을 눌렀고, 그걸 본 피엘은 너무나도 놀라서 쇼크 상태로 돌입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개그가 너무나도 허망하게 끝났다는 아픔 때문일까?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파지짓!!
"어?!"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뿐 아니다.
내 주변으로 마구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누군가가 말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서 질문, '어서 오십시오'는 누가 말했을까요?
1번 피엘.
2번 나.
3번 귀신.
4번 우주선.
참으로 난이도 있는 질문일세.
―모든 작동을 시작하겠습니까?
그때 다시 한 번 울려 퍼지는 그 이상한 음성.
그리고 그 음성에 피엘은 당황한 어조로 외쳤다.
"모, 모든 걸 중지!!"
―모든 걸 중지하겠습니까?
"어어! 당장 중지!"
―그럼 기계적인 작동을 모두 정지하겠습니다.
푸시익.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다시 약간 어두웠던 우주선 내부를 밝히던 빛들과 뭔가 번쩍번쩍하던 게 사라졌다.
간단하게 말해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상태라는 거다.
물론 난 한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개그 정신이 정말 엄청 대단하군."
얼마나 이 개그가 하고 싶었으면, 말까지 하는 우주선 제작을 했을까?
"야! 이 정도면 믿어 줘야지!! 개그를 하려고 이런 미친 짓 하는 놈이 어디 있다고!!"
"너라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
"그 알 수 없는 예술을 즐기는 너라면 말이야."
매달려서 업무 보는 분이 저분이시다.
충분히 못할 건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피엘은 진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이건 진짜 우주선이라고!! 진짜 우주에 갈 수 있는, 한마디로 안드로메다로 갈 수 있는 우주선!"
"......."
게임에 우주선이라니, 너무 스케일이 크지 않니?
물론 이 게임은 정말 게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걸 모두 구현할 수는 있다.
이론상으로는 진짜로 저런 우주선이라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문제는 기계적인 요소에는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그 부품을 생산할 공장들이나 이런 게 많지 않다.
누가 할 짓 없이 게임에 와서 공장 차리고 기계 돌리려 하고 있겠는가? 그저 게임을 즐기려고 오는 거지.
그런 이유로 오는 사람들 중에 기계적인 요소를 다루는 사람이 드물어서, 과학적인 진보는 거의 허접 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까닭에 저건 만들 수는 있다 하더라도 상상의 물건(?)일 뿐이다.
그런데 저 자식은 아직도 우기고 있었다.
"좋아! 이 진실에 나의 예술인의 혼을 걸겠어!!"
"헉!!"
그때 피엘은 자신의 그 알 수 없는 예술의 혼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는 그 예술인의 혼을 받아 줄 분들이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가 걸어 봤자 받아 줄 사람 없다는 거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지.
뭐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피엘의 저 알 수 없는 예술의 혼을 받아 줄 존재는 없겠지만, 일단 피엘의 입에서 저 말이 나왔다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 알 수 없는 예술에 목숨 건 피엘이기 때문이다.
지렁이의 꿈틀거림, 매미의 고충, 번데기의 고뇌, 기타 등등 자신이 사랑하는(?) 그 예술들을 걸었다.
그렇기에 그걸 건다는 건......!
"진......짜?"
진짜 이게 우주선이라고?
그것도 안드로메다인가 하는 별로 보내 주는 우주선?!
거짓말! 거짓말!!
"재미있는 소식이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정말 재미있군요."
조율자 데리트는 자신에게 핵심적인 정보를 건네주는 '그'에게 답변을 해 주었다.
우주라, 정말 흥미로운 소식이다.
자신도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동네다.
만약에 이자가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이 정보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한편 데리트는 자신에게 그 중요한 정보를 준 그 남자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참으로 인간처럼 이중성을 가진 존재도 없을 것 같군요."
"칭찬으로 듣죠."
"어떻게 보면 칭찬입니다. 저는 당신의 연기력에 놀랐으니까요."
"......."
"평소에는 그저 길드를 위해서 헌신하는 한 인물 베스틴 정보 부길마일 뿐이지만, 뒤에서는 이렇게 저랑 동업자이니 말이죠."
"당신과는 상관없을 텐데요."
"뭐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연기력에 진정 감동해서 그런 겁니다. 저도 알고 있는 피엘이라는 인간을 그토록 완벽하게 속이다니......."
"어차피 그 또라이는 제 밑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후훗."
헤이런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데리트는 웃기만 했다.
확실히 저자의 능력은 뛰어나다. 솔직히 지금까지 자신이 얻은 히든 클래스 대다수가 저자 덕분에 얻은 거니까.
사실 프레젠이 진짜 아무리 재수가 없다 하더라도 이렇게나 히든 클래스를 못 얻을 수는 없다.
그것도 피엘이라는 최고 정보 길마와 죽마고우 사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얻은 건 베스틴 정보 길드의 부길마인 헤이런이 들어오는 정보를 데리트에게 먼저 넘기고 피엘에게 정리해서 주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거의 대부분의 히든 클래스를 데리트가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저나 단 한 가지, 전설의 히든 클래스 플레이지 나이트는...... 놓쳐 버렸다.
지금까지의 히든 클래스 전체를 합쳐 놓아도 대등할 정도의 힘을 가진 전설의 히든 클래스.
그걸 놓친 게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괜스레 그것에 연연하다가는 다른 것을 잃게 된다.
차라리 그걸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 히든 클래스와 필적하는 무언가를 얻으면 된다. 이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말이다.
물론 제일 걸리는 프레젠이라는 놈이 순순히 우주에 오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개그라고 하기에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 스케일이 커졌다고나 할까?
진짜 게임에서 우주선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저 우주선, 작동은 잘 되냐?"
"......."
갑자기 그게 궁금하다. 저게 작동은 되는지 말이다.
한편 이런 내 말에 피엘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급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잘 될 거야!"
"......."
"아니, 잘 돼!!"
"......."
아직 작동 실험을 해 보지 않았나 보군.
이런 어이없는 영혼 같으니, 우주선을 만들고 그게 잘 되는지도 확인이 불가한 상태라니!
어? 그러고 보니 잠시!
뭔가 상당히 미묘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예를 들어 제대로 작동하는 지도 모르는 우주선에 나를 태워 보내려 한 것 같은 것 말이다.
피엘은 분명 안드로메다에 가기만 하면 100% 히든 클래스가 있다면서 나에게 우주선을 타고 가라는 형식으로 말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저 우주선은 실험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위험천만한 우주선이다.
그걸 나보고 타고 가라고?
빤히.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피엘은 뜨겁게 바라보았다.
온몸이 불타오르도록 말이다.
한편 이런 내 시선에 피엘은 나의 이런 그윽한 눈빛에 뜻을 알아차렸는지 당황한 말투로 소리쳤다.
"걱정 마! 실험했어!!"
"......."
"내가 설마 그것도 안 했겠어?"
안 한 것 같은데?
분명 방금 전 내 뇌를 살펴보면 너의 그 불확실한 말투, 확실하게 안 했다.
그래, 뭐 이거까지는 그렇다 쳐라. 마음이 넓은 난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이라이트인 건 바로.......
"그 안드로메다인가 뭔가 하는 행성이 도대체 뭐냐?"
도대체 그 안드로메다에 대한 게 뭔지 궁금하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피엘은 갑자기 뿌듯한 얼굴을 하더니 말했다.
"그거 내가 발견한 행성이야."
"......?!"
"원래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짓잖아. 그래서 내가 안드로메다별이라고 지었지."
"......."
한마디로 네가 발견하고 네가 그 이름을 지은 거군.
참으로 뻔뻔한 자식일세.
그런데 그 무엇보다 되게 중요한 사실이 있다.
"거기 가 보기는 한 게냐?"
"......?"
"니가 100% 안드로메다에 히든 클래스가 있다며."
"......."
분명 자기 입으로 100% 히든 클래스가 있다고 실토했다. 그 안드로메다라는 행성에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은근히 궁금한데 우주선도 작동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 별에는 갔다 올 것 같나?
한편 이런 내 반응에 피엘은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잠시,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가, 가 보지는 않았지만 있을 거야!!"
"......."
"확실히!!"
"......."
난 모든 걸 깨달았다.
피엘의 간악한 속셈을 말이다.
피엘은 히든 클래스라는 직업에 순수하게 빠져 있는 나를 이용해 우주선 태워서 안드로메다 관광시켜 주려고 한 것이다.
일명 탐사라는 거.
하지만 정식적인 탐사가 아닌 히든 클래스라는 거대한 미끼를 던진 사기다.
이 자식! 우주에 가고 싶으면 자기가 가면 될 것을, 나에게 이런 구라를 쳐서 보내려 하다니!!
"진짜 히든 클래스 있을 거라니까!"
"즐."
"정말!!"
"안 믿어."
"......."
지금 장난 치냐?
유치원생도 이런 구라는 안 믿는다.
알지도 못하는 안드로메다 행성에 히든 클래스가 있다?
물론 피엘의 말대로 정말 있을 수도 있다.
일단은 다른 행성이라고 하면 뭔가 새로운 게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면?
난 쓸데없는 안드로메다 관광만 하다 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확실한 정보 아니면 안 움직인다.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움직였다가 퇴짜 맞은 경험이 100번이 넘으니까.
"진짜 내 말 믿어 달라니까! 그 안드로메다에 알 수 없는 생체 에너지와 뭔가 미묘한 에너지들이 넘쳐흐르는 걸로 파악됐어!!"
"......."
"한마디로 거기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산다는 소리야. 그뿐 아니라 또 다른 에너지인 걸 봐서 지금 이쪽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히든 클래스라는 개념을 가진 직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
"만약에 그렇다면 니가 최초! 그것도 최초의 우주 히든 클래스라고!!"
"......."
"어때?"
"......."
피엘은 계속해서 유혹했다.
솔직히 말해 살짝 구미가 당긴다.
우주에서 발견한 히든 클래스라, 뭔가 포스가(?) 난다.
일명 광이 난다고 할까?
어찌 됐든 이 세계에서 찾은 히든 클래스가 아닌 우주에서 찾는 히든 클래스.
멋지긴 엄청 멋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도 히든 클래스를 얻지 못한 실정."
"......."
여기에서 아직 전직 못하고 초보자로 놀고 있는 나다.
그런 내가 잘도 우주에 가서 우주 최초 히든 클래스를 얻겠다.
아니, 솔직히 말해 웃기지도 않는 수준이다.
"딱 보면 모르겠냐?!"
"......?"
그때 갑자기 피엘이 크게 흥분하며 말했다.
딱 보면 모르겠냐고? 뭔 소리로 순진한(?) 나를 꼬드기려고 하는 거냐.
그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 피엘의 말문이 열렸다.
"이건 네가 이 대륙에서 허접한(?) 히든 클래스 얻기를 하늘에서 반대한 거야!!"
"......."
"한마디로 너는 우주에서 놀 인물이라는 걸 깨닫고 우주 최초 히든 클래스를 주려고 지금까지 전직 안 시켜 준 거야!!"
"......."
"팍팍 필이 안 오냐?"
피엘은 나에게 열렬하게 말했다.
그리고 난 그런 피엘에게 말했다.
"그, 그런가?"
"물론이지!"
"......."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그, 그렇구나."
"그렇다니까."
"......라고 할 줄 알았냐?"
"......."
그때 호응을 해 주다가 내가 순식간에 돌변하자, 피엘은 당황했다.
그리고 난 그런 피엘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
"내가 등신도 아니고 그런 잡소리를 믿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슬프군."
"......."
"하늘 따위는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 내가 찾을 뿐."
"......."
난 심히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그나마 하늘이 나에게 좋은 히든 클래스를 주기 위해서 엿 먹이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닌 거 확실하게 알았다.
이건 엿 먹이는 수준이 아니라 물 먹이는 수준이니까.
어찌 됐든 이제 하늘하고는 인연 끊었다.
"그럼 좋은 분들 설득해서 안드로메다에 가도록."
"......."
난 피엘에게 한마디의 인사를 건넨 뒤 뒤를 돌아섰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피엘이 나에게 해 준 일들을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핵폭탄 급이다.
하지만 이건 뭐 웬만한 부탁이어야지.
제대로 아무것도 공개되어 있지 않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탐사, 일명 안드로메다 탐사라고!
그런 곳에 시간을 마구 퍼부어 줄 정도로 난 한가롭지 않다.
이제는 반쪽짜리 히든 클래스가 아닌 완성된 히든 클래스를 찾아야 하니까.
"조, 좋아. 동행만 해 준다면 그걸 주겠어!!"
"......?"
그때 떠나려는 날 붙잡는 피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걸 주다니? 뭘 준다는 거냐?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피엘을 한번 바라봐 주었고, 잠시 후 내 머릿속에 지나가는 그 무언가를 기억해 내고는 놀라 외쳤다.
"서, 설마?!"
"그래......! 그거!!"
"......."
한편 끝내 프레젠을 설득한 피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자신의 꿈인 우주 탐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최초로 정보를 모으는 길드는 아마도 자기들일 테고 말이다.
"마스터! 서류 정리 끝났어요!!"
"아, 수고했어. 헤이런."
그때 푼수기를 가득 몰고 온 부길마 헤이런이 피엘의 책상에 정리한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우주라니, 정말 이건 모든 존재가 놀랄 거예요!!"
"그렇겠지."
"참, 마스터! 이건 극비이니 말조심해야 하죠! 아, 그리고 저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
"어, 그래!!"
그 순간 헤이런은 여전히 순진무구한 얼굴로 자신의 집무실에서 빠져나갔다.
확실히 극비다. 정말 소수만 알고 있는 내용.
자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항상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서 프레젠에게 전달되기 전에 누가 선수를 치거나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
아니,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히든 클래스는 뭔가 최악의 등급인 히든 클래스였다.
그쯤 되면 자신도 알고 있다. 이게 무얼 뜻하는지.......
물론 자신답지 않게 너무나도 늦게 알아차려 버렸다.
너무나도 그를 믿어서 그런 걸지도.......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믿음'이라는 두 글자가 제일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마스터."
"왔느냐?"
"네."
엄청난 일이었다.
이 세계의 조율자라고 불리는 데리트에게 마스터라고 불리는 존재라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대목이다.
한편 그 마스터라 불린 남자는 못마땅한 어조로 말했다.
"엔딘은 아직도 정의라는 어설픈 놀이를 하는 것이냐."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아니. 네 탓이 아니지. 그 바보의 쓸데없는 정의심에 의한 것이니까."
"......."
"그나저나 모든 일을 진행하는 데 문제는 없는가?"
"네,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우주라는 새로운 지역에 대한 정보도 들어온 상태입니다."
"우주라, 벌써 그쪽으로 진행하다니!"
"......!"
그 순간 데리트는 살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단 말인가.
자신조차도 우주라는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저분은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저분이라면 이런 사실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대략 앞으로 5년 동안은 발견되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너에게 이제 서서히 가르쳐 주려고 했거늘."
"......."
"역시 인간들의 힘이란 날 정말 놀라게 하는군."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아직 많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저희가 먼저 가서 모든 히든 클래스를 차지할 테니까요."
"후훗."
데리트의 자신만만한 말에 그 남자는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어 갔다.
"그나저나 너의 일을 방해하는 자가 엔딘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냐?"
"......."
"침묵인 걸 봐서는 있다는 거군."
"송구스럽습니다. 엔딘과 연관 있는 한 인간이......."
"호오?"
그 순간 인간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마스터라고 불린 남자는 흥미진진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이유란 지상 최고의 힘을 가진 조율자라는 존재를 귀찮게 하는 존재가 단지 '인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데리트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저번에 전설의 히든 클래스도 그자에게 뺏기는(?) 바람에......."
"전설의 히든 클래스."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가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 혹시 플레이지 나이트였나?"
"......!"
마스터의 한마디에 데리트는 너무나도 놀랐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마스터는 그 인간이 얻은 히든 클래스의 이름을 맞혔다.
그뿐이 아니었다.
"흠, 그 힘을 사용했느냐?"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단숨에 저의 키메라들이 없어져서......."
"상당한 힘을 가진 초보자인가 보군."
"......!!"
데리트를 더욱 놀라게 만드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 인간의 직업을 알 뿐 아니라 상당한 힘을 가진 초보자라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다.
설마 마스터가 자신 말고 다른 곳에서 정보라도 들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리트는 너무나도 놀랐다.
한편 이런 데리트를 본 그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뭐 전설이라는 이름을 가진 히든 클래스는 아주 소수지. 그리고 이곳 세상에서 존재할 만한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는 플레이지 나이트밖에 떠오르지 않는군."
"그, 그럼 초보자인 건 어떻게!"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히든 클래스를 가지는 조건이 무엇인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간략하게 말해 주지. 초보자다."
"......!"
"하지만 그냥 초보자는 아니지. 어떤 특수한 힘이 부여되는 수준의 초보자여야지만 가능하다."
"......."
"그리고 초보자의 혜택 중 최고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무한 직업이지."
"무한 직업?"
"그래, 어떤 직업이든 마음대로 얻을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이게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찾더라도 얻을 수 없는 크나큰 함정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데리트는 자신의 마스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초보자라는 게 일정 레벨을 넘기면 특수한 힘이 부여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 중 제일 좋은 혜택이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스터는 그 좋은 혜택이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크나큰 함정이라고 하신다.
"간단하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인 플레이지 나이트는 최초의 직업을 찾는 자에게만 소유된다."
"......!!"
"한마디로 그 전에 그 어떤 직업을 한 개라도 얻으면 플레이지 나이트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거지."
"그 말은?!"
"그래, 그 인간이 처음 접했던 직업이 플레이지 나이트였던 거지."
"......."
이럴 수가!!
자신이 그토록 히든 클래스를 찾지 못하게 방해를 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와준 꼴이 되어 버렸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켜 줘 버린 거니까.
이런, 빌어먹을!
하지만.......
"그렇지만 그 직업 이후로 다른 직업은?"
"가능하다."
"......!!"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만큼 엄청난 직업을 얻은 만큼 당연히 다른 직업도 불가능해야 세상이 공평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단다.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안 되지만, 그 이후로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건 상관없지."
"......."
"한마디로 그자가 또 다른 히든 클래스를 찾는다는 건 가능하게 되어 버린 거지."
"......!!"
"그리고 전설 급의 히든 클래스는 참고로 우주라고 불리는 세계에 있다. 네가 먼저 얻어야만 할 것이다. 한 존재에게 두 개의 전설 급 히든 클래스는 말 그대로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힘을 가지게 해 주는 요소니까. 그뿐 아니라 다른 히든 클래스로 힘이 커지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에게는 최악의 적이 되어 버린다."
그 말에 데리트는 느꼈다.
어떻게 해서든 그가 히든 클래스를 더 이상 얻게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자신의 마스터조차도 곤란할 정도라면 그 힘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소리니까.
"우리는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안드로메다로 가기로 결정했어."
"......."
"......."
"......."
"......."
나의 통보에 모두 기가 막혀 하신다.
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갑자기 안드로메다라니, 다른 데도 아니고 그 전설의 안드로메다 관광이다.
당연히 그들의 반응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처음에 저런 반응이었으니까.
어찌 됐든 나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나를 무척이나 도와준 피엘의 부탁이어서 난 거절할 수 없었어."
일단은 갑자기 정해진 목적지였기에 그 이유가 필요했고, 난 거기서 피엘이라는 분을 동원했다.
그리고 물론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도 만들어 주었다.
"갑작스러운 일인 만큼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가도 돼."
솔직히 말해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안드로메다다.
그런 곳을 무작정 데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내 반응에 다들 반대하는 입장은......?
"난 안 가."
"......."
"......."
"난 열심히 주인이 다녀올 때까지 이곳의 평화를 지킬게."
"......."
그때 케찹이가 유일무이하게 안드로메다에 안 가겠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이곳의 평화를 지키겠단다.
내가 다른 말에는 이렇게 태클 걸지도 않는데, 평화 파괴범이 평화를 지킨다는 잡소리는 정말 듣기 무안하다.
아니, 그것보다.......
"너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는 걸 알 텐데?"
"뭐, 뭔 소리야!!"
"넌 요정이라고! 주인을 따라와야 하는 건 의무란다."
"......."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케찹이는 무조건 나를 따라와야 한다.
그게 바로 요정의 의무이다.
한편 이런 내 발언에 케찹이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찹이는 뭔가 의미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알고 있어!!"
"......?"
그때 케찹이가 갑자기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한마디 했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불어 버릴 듯한 모습이다.
뭐 예를 들어 나의 이 무한한 순수함 같은 것?
갑자기 이 한마디를 기점으로 뭔가 이상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하하.
"피엘한테 무언가를 건네받았어!!"
"헉!"
그때 갑작스럽게 케찹이의 충격 폭로에 난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자식이 어떻게 나와 피엘과의 거래 장면을 봤지?
그 순간 어느새 그 한마디에 시선은 내게 집중이 됐다.
이건 그 말로만 듣던 뇌물(?) 받은 사실이 들켰을 때 나타난다는 그 반응?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케찹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잘 생각해 봐!! 주인같이 사악하고 더럽고 못됐고 나쁘고 인간 말종에다가 대악당인 사람이, 이렇게 착한 일을 그냥 해 줄 리가 없잖아?!"
"......."
"......."
"......."
지금 저분의 말은 나를 완전 나쁜 놈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나를 저딴 식으로 비교하는 케찹이에게 사랑스러운 발차기를 선사해 주고 싶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입을 봉쇄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만 더 억울해질 뿐이다.
그러니 일단은 참아야 한다.
아니, 그런데 언제부터 친구 부탁 들어주는 일이 착한 일로 돌변한 거지?
방금 케찹이의 말을 조회해 보면 내가 피엘을 도와준다는 게 이렇게 착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은 즉 친구 도와주면 되게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다.
그건 아마도 너의 기준이겠지.
그나저나 제길,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피엘에게 무언가를 건네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받았다고 실토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니! 생각할 것도 없다.
왜냐고?
그건 이 비밀을 말한 존재가 다른 존재도 아닌 케찹이라는 거.
그러니 저 자식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케찹=정말 나쁜 요정.
즉 내가 여기서 잡아떼면 그냥 구라로 판정된다는 거다.
솔직히 나도 그리 착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곧 죽어도 저놈보다는 착한 이미지다.
그러니 결국 사람들은 나를 믿겠지. 크크!
난 그런 생각이 들자 금세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고, 잠시 후 열심히 고자질을 하는 케찹이를 한 번 보고 피식 웃어 주고는 말했다.
"무슨 말인지?"
"......!!"
"내가 피엘에게 뭘 받았다니, 뭔 소리인 거냐."
"지, 지금 시치미를 뗄 생각이야?!"
"어머나, 시치미라니. 난 그런 거 받은 적도 없는데."
"내, 내가 목격했다고!! 그런데 그렇게 뻔뻔하게......!"
"케찹 군."
"......?"
그때 케찹은 자기가 목격했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런 케찹 님을 향해 한 번 더 미소를 지어 주면서 말했다.
"니가 목격한 거잖니."
"......."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케찹이 너라면 이런 구라 정도는 그냥 만들어 낼 수 있잖아."
"지, 지금 그 말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잘 아는군."
"난 거짓말 아니야!! 그리고 그런 나의 결백함은 모든 사람들이......."
"풋."
알아준다고 말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케찹이를 믿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워낙 케찹이라는 분의 명성은 위대하다.
이런 구라는 애교라는 걸 여기에 있는 사람 모두 다 안다.
그러니 그 말은 즉 케찹이의 말을 아무도 안 믿는다는 거지.
"이, 이럴 수가!!"
한편 자신의 말을 아무도 안 믿어 주는 것 같은 분위기에 케찹이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니 평소에 나처럼(?) 착하게 좀 살지 그랬어?
항상 그렇게 개판으로 사니 이러잖니.
후후후! 하하하하!
"뭐 받은 거야?"
"......!"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한마디, 참고로 여자 목소리였다.
그 말은 케찹이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이 미묘한 톤. 이건 그분밖에 낼 수 없는......?
"무, 무슨 소리야. 으, 은애야."
"흐음......."
거기에는 어느새 내게 다가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은애 양이 있었던 거다.
서, 설마 지금 저분은 케찹이의 말을 믿는 건가?
그, 그럼 안 되는데.......
아니, 지금 저분은 케찹이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럴 수도.......
"저, 저기 은애야. 저 불량 요정의 말은 99.9%가 거짓이야!!"
"......."
"즉 믿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거짓말이라면 너도 잘하잖아."
"......."
그때 은애의 한마디는 100톤짜리 망치가 나를 강타한 느낌이다.
날 너무나도 잘 아는 은애 양.
실질적으로 말해 케찹이의 악행에 묻혀서(?) 그렇지, 나도 좀 많이 그런 놈이다.
그리고 은애는 그런 나의 진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소녀다.
제길!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이.......
"그래! 주인도 잘 생각해 보니 되게 나쁜 놈이잖아!!"
"......."
"그리고 내 말은 완전 자연산 진실이라고!!"
삐질.
그때 순식간에 은애의 개입으로 인해 케찹이의 말이 구라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판명되어 버렸다.
흑! 은애 양, 너무해! 그렇게까지 내가 싫은 거야?!
한편 거의 순식간에 내가 불리해진 그 순간이었다.
"에, 뭐 진실인 것 같네."
"......!"
"......!"
갑자기 은애가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솔직히 말해 은애라면 내가 지금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피엘에게 뭔가 받았다는 걸 잡아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죄를(?) 덮어 주려고 했다.
흑흑! 으, 은애 양! 고마워!!
한편 그런 은애의 반응에 케찹이는 멍해졌고,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저기."
"......!"
은애가 갑자기 내게 슬며시 다가오더니 살짝 내 귀에 대고는 물었다.
"뭐 받았어?"
"......."
내가 받은 물건을 묻는다.
물론 못 말해 줄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말해 주기도 참 애매한 물건인데.......
그렇게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은애는 다시 한 번 웃으면서 말했다.
"성인 잡지?"
"자, 잠시 그런 말도 안 되는!!"
"에, 성인 잡지라면 거기에 나오는 모습 실제로 구현해 주려고 했지."
"......!!"
난 그때 은애의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실제? 시, 실제?!
성인 잡지에 나오는 모습을 실제로 구현해 준다고?
그 말은......?
"변태."
"......."
"왕변태."
"......."
하지만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 그 말을 끝으로 가 버리는 은애.
저, 저기 잠시! 왕변태라니!!
지금 누가 먼저 나를 자극했는데!!
그리고 너 같은 미소녀가 그런 소리 해 봐! 그 어느 남자가 이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지 않는지!!
근데 뭔가 되게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