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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술 먹기 대회 (48/100)

외전 술 먹기 대회

"저, 저기......."

"......?"

"에, 그러니까......."

"......."

"그러니까, 하아......."

난 내 앞에서 무슨 일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접수처 여성을 보고 차마 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케찹이가 그토록 부탁했다지만, 정말 이런 걸 내가.......

"왜 그러시죠?"

"에, 그게......."

그때 안내원이 그런 나를 향해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난 그런 그녀를 보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래, 용기를 내자!!

"저, 저기 이번 술 먹기 대회 참가 관련 때문에......."

"......."

난 진짜 용기를 내서 말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접수처 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딱 봐도 아직 미성년자 같으신데......."

"아, 아뇨. 제가 참가하려는 게 아니라......."

"......."

난 극구 부인했다. 내가 참가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난 술 같은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데에 참가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난 단지 누구의 정말 간절한 부탁으로 이랬을 뿐이다.

어찌 됐든 그렇게 오해하시는 그분을 위해 난 긴급히 설명에 들어갔다.

"제가 아니라 이쪽이......."

"......?"

그러면서 한 분을 가리켰는데, 그분을 본 여자는 굳어 버렸다. 그러고는 열심히 두 눈을 떴다 감았다 하고 심지어는 두 눈을 비비기까지 한다.

물론 저런 반응 이해한다. 아니, 오히려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상한 거니까.

한편 그렇게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여자는 처음과는 다르게 다소 기분 나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저랑 장난 하자는 건가요?"

"아, 아뇨."

장난이라니, 난 진심이다.

에이, 역시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어떻게 요정이 술 먹기 대회를.......

"요정이 술 먹기 대회 참가하면 안 된다는 기록 있음?"

"......."

그때 가만히 있던 케찹이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건방짐에 여자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잠시 후 케찹이의 말이 이어졌다.

"없으면 출전시켜 줘. 나 어서 들이대고 싶음."

"......."

정말 대단한 자식이다.

우리는 참가했다.

역사상 단 한 번 있을 법한 기록을 가지고 말이다.

요정이 술 대회에 참가하는 건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을 대히트였다. 그리고 그 덕택에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10배 이상이나 몰렸고 말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저 저 케찹이라는 요정이 이 대회에 출전했다는 정보를 듣고 재미 삼아 온 것이지만, 난 진실을 알고 있다. 저 자식의 무지막지한 주량을.......

"시작합니다!!"

그때 수없이 펼쳐진 맥주들을 놔두고 시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손으로 들고 먹지만, 케찹이는 아예 대야에 퍼 놓고 드신다.

"......."

"......."

"......."

꿀꺽꿀꺽.

모든 사람들은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모두 탈락했다. 오직 지금 남아 있는 건 케찹이 혼자다. 그것도 열심히 대야에 퍼 드시고 계신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침묵만을 지킨다.

이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니, 케찹이는 정말 대단하다.

"리콜!!"

"......!!"

그때 케찹이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대회 관련자가 나타나더니 곤란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이미 술이 모두 바닥이......."

"에잇, 뭐야!! 달랑 이거 준비했어?!"

"......."

"쳇. 너무 적잖아."

저기요, 달랑이라니? 분명 내가 알기로는 맥주잔으로 대략 10,000잔쯤 준비해 왔고, 거기서 케찹이가 처먹은 게 8,000잔 정도인 걸로 아는데....... 지금 장난쳐?

그날 난 뜻하지 않게 큰 돈을 얻게 되었다.

물론 케찹이가 술 열심히 처먹고 얻은 상금이다.

근데 약간 당황스러운 게, 그날 이후 뭔가 새로운 규칙이 하나 생겼다. 나와도 약간 관계가 있는 그런 규칙.......

아니, 정확하게는 케찹이 때문이다.

그건 바로.......

요정은 절대 대회 출입 금지!

<『히든 클래스』 4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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