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초보자의 단검 부서지다!
질겅질겅.
지금 난 초저기압 상태다.
그리고 그 이유란 나를 납치범으로 만들고 생고생한 나를 젖히고 그냥 훌쩍 마지막에 낚아챈 빌어먹을 그 착하신 분들 때문이다.
한마디로 완전 얌체범들이다.
"제길!!"
생각을 하면 할수록 열 받는다.
그뿐 아니라 당장 그들의 출처만 알면 일단 돌격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정말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아아, 자꾸 천사 같았던(?) 내 마음을 왜 이렇게 나쁘게 만드는 건지.......
그뿐 아니라 지금처럼 이미지 관리하려고, 화나도 이렇게 혼자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부글부글 끓어 대는 것도 힘들다.
"많이 화가 나시나 보군요."
"......."
그때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미소가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네는 한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강하다!
어떤 모습인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난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남자는 강하다고 말이다.
"아, 실례를 해 버렸군요. 제 소개를 먼저 하는 게 예의겠죠? 저는 당신들이 부르는 조율자라는 이름의 또 한 명인 데리트라고 합니다."
"......."
또 다른 조율자.
엔딘 말고도 또 다른 조율자라.......
사실 난 알고 있었다.
저번에 엔딘이 내게 조율자는 이 세상에 두 명이 존재한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저 조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가 굳이 뭐 놀랍지도 않다.
단지.
"당신인가 보군요."
"......?"
"지금까지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 아주 지극한 관심을 보인 그분 말이죠."
"호오, 무슨 말인지?"
난 그때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검은색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 한 명이 있다.
키는 대략 180cm 정도? 그리고 후드에 가려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몸도 좋은 편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 꽤 괜찮은 남자인 것이다.
"하르텐과 스케이트 씨가 목격했던 분이 당신이라는 게 판정이 되어 보입니다만."
싱긋.
내 말에 그분은 후드 사이로 살짝 드러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건 뭐 수긍으로 봐도 상관없을 테다.
그리고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하르텐과 스케이트가 아무런 손도 못 쓰고 죽었다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가고 말이다.
"뭐 잡답은 그만 하죠. 저도 서둘러야 돼서 말이죠."
"......."
잡담 그만 하겠다는 그분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찬성이다.
별로 적과 담화를 나누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다.
그나저나 나를 이렇게 찾아온 건 무슨 이유지?
"이 구슬?"
"호오."
내 손에 쥐어진 구슬, 전설의 히든 클래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그 구슬이다.
뭐 솔직히 나를 만나러 올 이유는 이거밖에 없으니 새삼스럽게 놀랄 필요는 없다.
저 작자가 이걸 이렇게 찾는 걸 봐서는.......
"이번에는 히든 클래스가 확실한가 보군요?"
"글쎄요."
"......."
확실하다.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관련된 게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자 납치 이후 이렇게 구슬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 현자 땜방 님이 한마디 했을 것이다. 이 구슬이 있어야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문이 열린다고.
뭐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추측이지만 왠지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히든 클래스인가?"
그것도 전설의 히든 클래스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혼잣말에 그는 답했다.
"뭐 저를 이길 경우겠죠."
은근슬쩍 인정하신다.
이번은 정말 히든 클래스에 대한 것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나를 지금까지 지켜 준 단검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 함께하고 무적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초보자의 단검을 말이다.
한편 그걸 본 그 후드맨은 나와 같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단지 나랑 다르다면 아주 검은색의 단검이라는 거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같은 단검의 싸움이라면 내가 승리라고!
채앵!!
"......!!"
난 믿을 수가 없었다.
내 검이, 내 검이!!
"확실히 엄청나군요."
"......."
난 내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그 이상한 후드 맨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적 히트 검이라고 불리는 나의 초보자 단검.......
지금까지 수없이 나의 목숨을 지켜 주었고, 같이 있어 준 단검이다.
그런 검이, 그런 검이!!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 검을 부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서 제가 특별히 카루탄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
"이 카루탄이라는 물질이 구하기 참으로 까다롭지만 일단 성능 하나는 확실한 것 같군요. 당신의 검을 이렇게 두 조각을 내 버리다니 말입니다."
할 말이 없었다.
단지 그저 한 번의 부딪침이었다.
그렇지만 그 한 번의 부딪침 이후 검이 산산조각 나 버린 것이다.
금이 간 것도 아니다. 완전히 반 토막으로 부러져 버렸다.
"당신의 주 전투력이 그 단검 하나에 상당히 많이 부여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
"한마디로 그 검이 부서짐으로 인해서 당신의 전투력은 엄청나게 하락되었습니다."
미리 설명 들어가 주니, 이거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사실 하나도 틀린 말 없다.
당연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전투를 하는 입장에서 무기가 깨지면 다 바보 된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무기가 박살나는 순간 전투력은 심히 낮아진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기가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 정말 세심하게 배려하는 편이다.
물론 고수들은 무기도 없이 적들을 해치울 수도 있다. 단지 주먹만으로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격차가 나는 입장에서나 할 말이지, 지금처럼 거의 동등한 실력이라면 당연히 무기가 없다면 그냥 발리는 게 정석이다.
그뿐 아니라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이 무기에 힘을 중첩시킨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나한테는 지금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그렇지만 난 괜스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글쎄, 무기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어차피 여기서 인정해 봤자 저쪽에 자신감만을 심어 줄 뿐이니 굳이 그런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한편 이런 나의 발언에 그 데리트라고 소개한 남자는 다시 한 번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조금 후면 알려지겠군요."
"......."
그러겠지, 조금 후면 알려질 테다.
내가 지금 뽀록이라는 거.......
으악!! 제길, 어떡하지!!
하필 무기가 부서지다니!!
솔직히 말해 초보자의 무기라고 하더라도 신급 무기에 육박하는 단단함을 가진 나의 단검이다.
그런데 이상한 술수에 의해 단번에 깨지다니!!
난 이런 시나리오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짝짝.
"......!!"
그때 데리트는 갑자기 손을 마주쳤고, 그 소리에 반응해 순식간에 내 주변에 10마리의 괴생물체가 모여들었다.
피부는 트롤 같고 팔뚝은 오우거, 그리고 머리는 가고일의 형태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건 바로.......
"......키메라!"
"정답이지만 상품은 없군요."
"......."
웃기지도 않는다.
분명 저 데리트라는 놈은 조율자다.
그런데 그런 조율자가 금지된 생물체 키메라를 사용하다니.......
오히려 저런 키메라라는 종족을 없애서 세상의 균형을 맞춰야 할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미친 조율자군."
나의 한마디에 오히려 그는 미소가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뭐라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기면 그만이거든요."
"......."
참으로 귀여운 모티브군(?).
너무 귀여워서 물어뜯어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전 당신의 무기를 무효화시키기 위해서 카루탄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했더니 심각하게 피곤하군요."
"......."
"전 이만 철수하죠. 나머지는 저분들과 즐겁게 노시길."
"......!"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데리트는 사라졌다.
어쩜 저렇게 친절할 수가! 사라지는 것도 미리 말해 주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지는 이유, 카루탄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피곤하다는 것까지 말해 주고 말이다.
이 정도면 친절한 데리트 씨라고.......
"크아아악!!"
"캬아악!!"
"파아악!!"
그때 내 주변을 둘러싼 10마리의 키메라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그들은 당장 나를 향해 뛰어온다.
뭐 예고편도 없다. 그저 저들은 나를 죽이면 끝이다.
이성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난 정말 난감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