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장 사랑 (39/100)

제6장 사랑

"미치겠다."

다크 샤도우 버스틴은 정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그 이유로 버스틴은 임무든 뭐든 다 때려치우고 말았다. 한마디로 성민의 암살 계획은 이제 관심조차도 없는 것이다.

그럼 그가 그토록 관심을 갖는 문제는?

"저 꽁꽁 드레스를 입은 여인......."

바로 이리엘이었다.

어쩜 저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패션 감각(?)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저 꽁꽁 드레스, 그 누구도 소화하지 않았던 옷이다.

그런데 저 아름다운 여인은 소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정말 아름답다.

사실 원래 버스틴은 마법 소녀 리에를 보고 성민을 암살하려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눈에 정확하게 보인 한 미소녀,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무나도 패션을(?) 아는 소녀였다.

그뿐 아니라 저 알 수 없는 오로라 같은 게 자신을 막 불끈거리게 만든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이게 그 유명한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그리고 그 덕택에 의뢰자가 뭐라 하든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하고 계속해서 이리엘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버스틴이었다.

"저기, 주인님."

"......??"

"저......."

"왜 그래, 이리엘?"

난 갑자기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건네는 이리엘에게 최대한 편안한 어조로 묻는다.

그리고 그런 내 어조로 조금은 효과가 있었는지 이리엘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자꾸 누군가가 저를......."

"......."

"이상하고 정말 이상한 눈빛으로 저를 보는......."

"케찹이 자식!!"

난 그 말에 당장 벌떡 일어났다.

이 자식! 요새 조용하다 싶더니 또 그새를 못 참고!!

솔직히 말해 이리엘을 향해 그런 변태적인 시선을 보낼 사람, 아니 요정은 이곳에서 케찹이밖에 없다.

정말 웬만한 변태가 아니고서야 저런 시선 자체를 못 쏘아 내거든.

그러니 범인은 케찹이다!!

"불어, 이 자식아!"

"왜, 왜 이래?!"

"다 알아, 인마!! 너 또 이리엘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지?"

"무, 무슨 소리야? 그건!!"

"이 자식이 시치미 떼네!"

분명 네놈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시치미를 떼다니.

설마 연희가 그랬을 리 없고, 그리고 길쉬도 그랬을 리가 없고, 내가 그랬을 리가 없고, 이리엘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그 말은 즉 범인은 아무리 봐도 케찹이뿐이다.

"케찹 군, 우리 솔직히 말하지 않겠니?"

"지 진짜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요새 이리엘을 본 적도 별로 없다고!!"

"허허."

이런 나쁜 요정 대가리가 있나.

끝까지 시치미다.

뭐 손쉽게 불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그래서 이걸 준비해 온 거지만 말이다.

"짠!"

"자, 잠시! 지금 진짜 왜 이래!"

케찹이는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진 케찹이 전용 파리채를 보고 기겁했다.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사실을 불어."

"나, 나 정말 안 했다고!! 그리고 왜 나한테 이래!! 증거 있어?"

"......."

물론 증거는 없다. 하지만 말이다.

"과거에 이런 짓을 한 건 네놈밖에 없거든."

"......."

과거에도 이런 짓을 한 경험이 있는 케찹이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다수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전과범을 범인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의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혹시 케찹이가 개과천선해서 착해져 절대 그런 일을 할 존재가 아니라면 나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착해지기는커녕 더 악마가 되는 요정인데, 이런 내 반응은 당연하다.

"내, 내가 범인을 밝혀낼게!!"

"......?"

그때 갑자기 범인을 밝혀내겠다는 케찹이.

난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범인이 네놈인데 밝혀내기는 뭘 밝혀낸다는 거냐.

아니, 그 시간 동안 도망가려고? 내가 바보니?

"나, 나에게 시간을 줘! 난 정말 아니라고!! 어떤 놈이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금세 찾을 수 있어!!"

"어떻게?"

"난 경험자거든."

"......."

"그러니 신참 엿보기 정도야 금방 파악해 버린다고!!"

그러냐? 그거 참 멋지군.

일단 경험자이다 보니 신참은 금방 잡아낸다는 케찹이의 호언장담.

사실 난 케찹이가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케찹이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듯 내게 말하고, 만약에 진짜로 케찹이가 범인이 아니라면 좀 그렇다.

그래서 일단 기회는 주기로 했다.

물론 그래 봤자 시간 끌기밖에 안 되겠지만 말이다.

"제길! 어떤 씹탱구가!!"

감히 자신의 특허(?)인 연희와 이리엘 훔쳐보기를 한단 말인가!!

이건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서 억울한 것보다 감히 자신의(?) 연희와 이리엘을 몰래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더욱더 화가 났다.

그건 항상 자신만의 전용이다. 그런데 감히!!

"잡히기만 해 봐! 묻어 버리겠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자신의 영역을 더럽히다니(?)!!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때쯤 등장하는 다수의 요정.

어느새 케찹이의 주변에는 엄청난 수의 요정이 몰려 있었고, 케찹이는 그런 그들을 향해 외친다.

"지금 당장 웬 수상한 놈 있나 살펴봐!!"

다시는 자신의 영역을 못 더럽히게 확실하게 손봐 줄 계획이다.

"역시 멋진 패션이야."

한편 버스틴은 감탄 또 감탄 중이다.

그리고 그 감탄의 대상은 꽁꽁 드레스의 혁명을(?) 일으킨 이리엘이다.

이리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버스틴으로서는 그저 감동의 도가니일 뿐이다.

아니, 그뿐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저 옷의 의미는.......

"옷을 찢어 버리는 자가 자신을 가지라는 소리인가?!"

이런 의미로 파악해 버린다.

어떻게 보면 정말 상상력이 풍부한 거고, 어떻게 보면 정말 또라이였다.

물론 여장 남자에서 성냥팔이로 변신하는 과정부터 이상하기는 했지만, 버스틴은 점점 벗기면 벗길수록 상태가 이상한 자였다.

어찌 됐든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 버스틴은 어떻게 해야 저 꽁꽁 드레스를 찢어 버려서 저 여자를 가질까 생각했다.

저 옆에는 사실 자신이 이때까지 유일하게 암살을 실패한 프레젠이라는 존재가 있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놈도 저 꽁꽁 드레스의 의미를 파악한 뒤 자신과 같이 저 옷을 찢어 버려서 이리엘을 가지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

물론 당사자가 알면 기가 막혀서 쓰러질 오해지만 말이다.

하지만 버스틴이 보기에는 프레젠은 그저 자신과 같은 한 마리의 늑대일 뿐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저 엄청난 실력자가 아직까지도 저 옷을 찢지 못한 이유는 저 이리엘이라는 여성이 여린 겉모습과는 다르게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정도 실력자가 아직도 옷을 못 찢어 버리고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저 이리엘이라는 여성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한 아예 승산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리엘이라는 여성의 옆으로 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 해답은 잠시지만 자신의 암살 대상이었던 저 프레젠이라는 남자가 들고 있는 듯싶다.

"너냐, 이 씹탱구."

"......!"

그때 버스틴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거렸다.

아무리 이리엘에게 빠져서 다른 데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기척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다니.

일단 자신은 어찌 됐든 암살자다. 이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기척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아도 거의 최고의 감도인데, 그런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하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더 신기한 사실이 있었다.

"요정?"

그게 요정이라는 종족이었다.

사뭇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혈관 자국을 단 채 인상 마구 구기고 있는 요정 한 마리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분명 요정이었다. 혹시 요정과 비슷한 어떤 짝퉁 생물인가 생각해 보지만, 보면 볼수록 요정이다.

한편 케찹이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감히 나의 리엘이를 훔쳐보는 게 너냐고, 이 개삐리리야!"

"......."

요정이 반말을 한다. 그뿐 아니라 욕도 하고 껌 좀 씹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존재가 이런 상황에 걸리면 일단 기본적으로 당황하고 할 말이 잊어버리는 게 당연지사다.

하지만 버스틴은 그저 신기한 요정이라고 생각했다.

심히 단순 그 자체다.

아니, 그것보다는 버스틴에게 더욱 중요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리엘이라니! 서, 설마 저 꽁꽁 드레스 여인의 이름이 리엘?!"

꽁꽁 드레스의 주인공 이름이다.

한편 이런 버스틴의 질문에 케찹이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확히는 이리엘. 나의 부인 중 하나지."

"......."

보는 눈 없다고 구라를 치는 케찹이.

아니, 차라리 이거 하나만 쳤으면 말도 안 한다.

케찹이의 구라는 더욱 뻥 튀겨져 간다.

"저 이리엘 옆에 있는 또 다른 여자는 연희라고 나의 또 다른 부인이고, 저 성격 더럽게 완전 초보자같이 생긴 건 내 똘마니."

"......."

"이해됐음?"

"......."

케찹이는 프레젠 없다고 아예 똘마니 취급을 했다.

역시 개구라의 전설이라고 프레젠이 암묵적으로 인정할 만큼 정말 구라는 잘 치는 케찹이다.

이렇게 구라를 치는 데 어색함도 없고 더 실제같이 구라를 치다니, 케찹이 아니고는 누구도 이룰 수 없는 단계인 게 분명하다.

한편 케찹이의 그런 개구라에 버스틴은 그냥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보통 남자 같으면 결혼했다면 당장 물러나는 게 정상이지만, 버스틴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케찹이를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그럼 내가 양보해서 두 번째 남편이 되겠다!!"

"염병!"

"......."

이미 이리엘은 순식간에 케찹이의 부인이 되었고, 그뿐 아니라 이제 곧 두 번째 남편을 맞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한마디로 본인들은 전혀 모르는데 둘이서 삽질 중이라는 얘기다.

그때 버스틴은 어쩔 수 없다는 어조로 케찹이를 향해 말했다.

"그럼 수긍하게 만들어 주지."

"어이, 덤비려고? 덤벼, 덤벼!"

파지짓.

파지짓.

그 말과 함께 둘 사이에는 미묘한 자기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

난 어디선가 마구 울려 퍼지는 폭발 소리와 타격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분명 이렇게 난폭하게 놀 분은 단 한 명밖에 없다.

바로 케찹이.

그런데 도대체 누가 케찹 님과 이렇게 열심히 놀아 주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어떤 분이 저 케찹 님과 이렇게 비등하게 싸울 수가 있는 거지? 괜스레 정체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난 궁금하면 못 참는 스타일이므로 당장 요란하게 난리법석인 곳으로 이동을 했다.

"......."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케찹이가, 케찹이가 밀리고 있다!!

드래곤 때려잡는 전설의 요정 케찹이가 밀리고 있다.

어느 한 남자에게 말이다.

대략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

다부진 체격과 강인한 인상은 유난히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것 같은 남자다.

그런데 저 울룩불룩한 체격은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

아 참, 이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케찹이를 열심히 압박하고 있다.

물론 실질적으로 마구 밀리는 게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분명 케찹이의 패배다.

어떻게 저 미친 요정을 상대로!!

도대체 저놈은 뭐 하는 놈이란 말인가!

아니, 그리고 왜 그들은 서로 싸우는 거지?

흠칫!

"......?"

그때 내가 갑자기 나타난 걸 알아챈 그 남자는 관람 중이던 나를 보고 흠칫했다.

그리고 잠시 후 순식간에 케찹이와의 거리를 벌리더니 케찹이를 향해 소리쳤다.

"이 야비한 자식!!"

"......."

응?

뭐가 야비해?

갑자기 이건 또 뭔 소리냐.

영문도 알 수 없는 소리에 케찹이보다 내가 더 황당하다.

방금 전까지 열심히 싸우시던 분이 갑자기 무슨.

"설마!"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그래, 그거다.

여기서 생각해 보자.

아니, 생각이라는 것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갑자기 '야비'라는 단어가 출현한 걸 봐서는 저 문제의 케찹이가 어느새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제 눈에 흙이나 고춧가루 혹은 침을 뱉었든가 한마디로 참으로 저질적인 행동을 했다는 거.

물론 다른 존재라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않겠지만 왠지 케찹이 앞에 야비라는 단어가 붙으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연상이 되어 버린다.

원래 케찹이라는 놈은 막 사는 요정이어서.

하지만 이런 나의 추측과는 다르게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나를 쳐다본 뒤 케찹이를 향해 전혀 예상 밖의 한마디를 던졌다.

"최강의 똘마니를 부르다니!!"

"......."

내 귀가 잘못된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좀 청력과 시력면에서는 절대 헛소리나 환각이 보이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그럼 지금 내가 들은 최강의 똘마니라는 건 저 이상한 남자가 나를 향해 그렇게 부른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저 남자가 누군가에게 들은 듯한 말투였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 존재는 케찹이라는 것이다.

삐리리리뽀뽀뽀(?).

그때 어느새 내 머리는 지가 알아서 정산(?)해 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어야지.

심심하면 밥 먹듯이 일어나는 게 이런 일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오토로 정리가 완료되었고 나의 시선은 케찹이를 향했다.

움찔.

한편 이런 내 시선에 움찔거리는 케찹이.

이쯤 되면 확실하다.

"자, 잠시! 주, 주인, 일단......."

"닥쳐라!!"

"아악!!"

변명을 해 보려고 하지만 내가 들어줄 생각조차 안 하자, 그대로 도주하려는 케찹이.

하지만 이미 내 손에는 케찹이 전용 파리채(?)가 생성되어 있었고, 내 몸은 거의 날다시피 하늘로 붕 뜬 상태다.

그러고는.

"똘마니 피니쉬!!"

뻐엉.

"아아아악!!"

강력히 파리채에 맞은 케찹이는 그대로 하락해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엄청나다.

버스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고생해서 싸우고 있던 이상한 요정을 단 한 방으로 눌러 잡는 광경이 말이다.

그것도 뭔가 파리채 비슷한(실질적으로 파리채) 이상한 무기로 날아서 그대로 한 방에 보내 버리다니!!

솔직히 말해 과거(?)에 저 남자를 암살하려던 시절 예사롭지 않은 남자인 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기술도 피해 내고 무엇보다 자신의 전설급 무기를 금이 가게 만드는 무기를 소지한 이상한 남자.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 이상 요정을 때려잡는 걸 보니 괜스레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까지 생긴다.

암살자로서는 절대 느끼지 말아야 할 두려움이.......

"......."

움찔!

난 케찹이를 보낸 뒤 케찹이와 열심히 놀던(?) 그 이상한 남자를 봤다.

그러자 참으로 이상하게도 움찔거리는 그 남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자주 날 보고 움찔하더라.

내가 좀 순진무구하게 생겨서?

누군가가 외친다. 미친 소리 작작하라고.

아니, 이게 아니라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인 걸까?

왜 케찹이와 한바탕 붙고 있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음성과 몸인데?"

그렇다. 저 남자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얼굴을 처음 보는 남자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어디서 많이 본.......

"앗!! 그 이상한 암살자!!"

......!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모 인물.

그리고 그런 내 외침에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모션으로.

"나, 나의 정체를 파악하다니!!"

"......."

말한다.

저, 그런데 웬만하면 참으로 그 기억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목소리와 그 근육으로 탄탄히 이루어진 몸은 정말 완전한 바보도 외울 것 같습니다만.

"대단하군. 크윽."

"......."

그때 참으로 미묘한 칭찬을 하는 그 암살자.

분명 칭찬이다. 하지만 기분이 왜 이렇게 좋지 않은지.......

이렇게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을 들으니 뭔가 안 듣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나저나 저분이 다시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뭐지?

"나를 암살하려고?"

움찔.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오히려 움찔하는 그분.

어라? 왜 저래.

갑작스러운 저런 반응은 심히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 암살자의 추가적인 말.

"저 이상한 요정을 한 방에 때려잡는 너를 내가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리고 그 계약은 이미 파기했다."

"......."

한마디로 케찹이 때려잡는 모습 보고 조금(?) 기억에 남았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다.

사실 난 좀 케찹이 때려잡을 때는 약간 야수가 되는 경우가 있어서 평소 전투력보다 살짝 증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겁을 먹어서 암살을 포기한다면 나야 뭐.......

"무슨 용건?"

계약도 파기했으면 나에게 볼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왜 갑자기 나타나서 저러는 걸까?

한편 이런 내 말에 그 암살자는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말했다.

"한 여자의 옷을 찢으러 왔다."

"......."

이상한 소리 하신다.

한 여자의 옷을 찢어?

이건 또 무슨 케찹이 어록(각종 욕설들)과 대등하는 잡소리인가?

옷을 찢다니, 그것도 여자 옷을!

내가 순진한 건지 저분이 이상한 건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

"저, 저 자식이야!"

"......?!"

그때 파리채에게 넉다운당한 케찹이가 어느새 부활을 하더니 중얼거린다.

역시 치유력 하나는 정말 최강 요정이다.

"저 자식이라니?"

"이리엘 스토커!!"

"......!!"

"그리고 이리엘의 옷을 찢어 버려서 사랑을 차지하겠다는 이상한 소리 하는 변태야!!"

"......."

그럴 수가!

그, 그런 속셈을!!

아니,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급히 질문할 게 생각났는데.

"옷 찢는 거랑 사랑이랑은 무슨 관계?"

두 분은 뭔 관계냐는 거다.

상상은 자기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웬만하면 어떤 상상이든 그냥 터치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과연 상상이라는 범주인 걸까?

내가 보기에는 왠지 상상이라는 범주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 혼자 그냥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내서 자기 혼자서 즐기니까 말이다.

버스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이상한 암살자.

그는 참으로 위험한 상상을 하고 계신다.

그건 바로.

"이리엘을 사랑한다고?"

"그렇다!!"

이리엘을 사랑한다는 거다.

아니, 뭐 이리엘 정도야 어디 내놓아도 100점 만점에 100점.

어느 남성이나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나도 진짜 이리엘 효과를 제외하고도 너무 귀여우니 할 말 다 했지.

어찌 됐든 이리엘을 사랑하는 건 남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법칙이다.

하지만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건.

"저 옷에 대한 무지막지한 오해......."

그냥 조금 착각하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저 꽁꽁 드레스라는 게 좀 특이, 아니 전 세계 옷 중 하나밖에 없다 보니 그 옷에 대한 특별한 상상을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런 미묘한 상상은 좀.

"분명 저 옷에는 옷을 찢어 버리는 남자가 자신을 가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완전히 삽질을 넘어서서 풀질(?)을 하신다.

이건 뭐 극도로 노출을 싫어해서 저런 옷을 입은 거라는 등의 평범한(?) 상상은 아무래도 무리였나 보다.

"주인님!"

"선배!"

그때 어느새 먼저 온 나의 뒤를 뒤늦게나마 따라온 이리엘과 연희.

내가 좀 성질이 급하다 보니 그녀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쪽으로 먼저 온 상태다.

아 참,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제 당사자도 출현(?)하셨으니 진실을 말해 줘야겠다.

옷 찢으면 자신을 가지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웬 변태 암살자에게 말이다.

"하악!!"

"......."

"......."

"......."

그때 내가 진실을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 그 암살자.

그리고 난 그의 눈동자를 본다.

붉게 물든 눈동자.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뿐 아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덮칠 듯한 모션.

참고로 저건.

"으악!!"

"꺄악!!"

이리엘 효과에 맛 간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런 경우는 자주 있는 경우에 속한다.

이리엘 효과라는 게 워낙 무서워서 자주 있는 일이라 말이다.

그리고 난 그대로 날아서 달려드는 한 짐승을 향해 정의의 킥을 선사해 줬다.

"운명이다!!"

"......."

"......."

운명 소리하고 있네.

난 정신을 차린 뒤 운명 찾는 그분을 보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지나가던 운명님이 어디 도셨냐?

당신같이 이상한 사람하고 이리엘과 운명을 해 주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이렇게 한 여자를 덮치고 싶었던 욕망은 처음이다!!"

"......."

"......."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버린 느낌. 이게 바로 운명인 건가?!"

"......."

도대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덮치고 싶은 욕망이 드는 거랑 운명이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아무리 분석해 봐도 결론이 안 나온다.

"이게 모든 진실이야."

"......."

나의 모든 진실을 들은 버스틴은 멍하니 있었다.

뭐 충분히 충격적이겠지.

보통 서큐버스라면 요염하고 자극적이고 일단 뭔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입는 건 지극히 당연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리엘을 보면 전혀 요염은커녕 자극적이지도 않고 또 옷은 꽁꽁 드레스로 도배로 해 놨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저 순진무구한 행동들.

전혀 서큐버스라는 단어랑은 어울리지 않는 분이다.

그런 분이 사실 서큐버스라니.......

뭐 추가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서큐버스 공주님이라니 서프라이즈 그 자체다.

"자, 그럼 꿈 깨시고 가시죠."

"......."

"이제 저 옷에 대한 의미도 알았지 않습니까?"

옷 찢어서 자기 가지라는 의미 아니라는 거 충분히 각인시켜 주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일단 서큐버스이기 때문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기장(?)이 나오니, 당신이 덮치려고 한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소리임."

난 추가 설명까지 해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것 같다.

"운명이다."

"......."

"......."

하지만 이런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또 운명 타령을 하신다.

아니, 방금 전 내가 말한 건 어디다 갖다 버린 거냐!

분명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당신이 느낀 그 덮치고 싶은 욕망이 왜 나왔는지 내가 다 설명해 줬잖아!!

그러니 당신의 이론.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버린 느낌이 운명이라는 개소리는 말도 안 된다는 게 입증됐는데 저건 또 뭐야!

그 순간 그는 잔뜩 겁먹은 이리엘을 이글이글 노려보더니 말했다.

"내 궁극의 이상형이 서큐버스였다!!"

"......."

서큐버스가 궁극의 이상형이라고 하신다.

저기.

당신 원래 좀 맛 간 건 내 좀 알고 있었소.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소?

아니면 당신 서큐버스라는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건가?

사실 이리엘이 특수한 경우지, 보통 서큐버스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른다.

일단 남자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어 빈사 상태로 만들거나 죽음의 사태로까지 만드는 종족이 서큐버스다.

그런데 그런 종족이 이상형이라고?

간단히 말해 쪽쪽 빨려서 이 세상을 떠나는 게 꿈이라는 거랑 뭐가 다른 건지 난 모르겠다.

"사랑합니다!!"

"오, 오지 마요!!"

"사랑해요!!"

"꺄아악!!"

그때 엄청난 의문으로 생각에 잠긴 틈을 타서 서큐버스 공주님을 향해 열렬히 고백하는 한 남자.

그리고 그걸 본 이리엘은 질색을 했다.

"정의의 킥!!"

그걸 본 난 당연한 거겠지만 하이 킥을 선사해 주는 센스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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