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유혹
"50만 원, 오케이."
"성공하겠지?"
"선생님도 참, 저를 뭐로 보고."
"......."
악어 선생은 한 여학생과 타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여학생은 성민이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애다.
사실 이분도 연희만큼이나 유명하다.
연희가 아름답고 착하고 그런 좋은 쪽으로 유명하다면, 정애는 남자에 관해서 유명하다.
일명 남자 킬러 정애는 연희만 없었더라면 정말 그 누구도 학교에서 그녀의 미모를 따라오지 않을 정도로 일단 미모가 출중하다.
그뿐 아니라 애교가 아주 뛰어나다.
그리고 남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도 완전히 파악해 버린, 정말 알고도 유혹에 넘어가는 최고의 남자 킬러였다.
하지만 갑자기 연희라는 이상한 계집애가 들어온 이후 이런 자신의 위상은 심히 꺾였고 심지어는 연희에게 너무 깊게 빠져서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남자까지 다수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연희다.
하지만 선배로서 그녀에게 무엇을 한다거나 그러기에는 그 연희 친위대와 권력, 그리고 보디가드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런 때 그녀에게 들어온 한 가지 의뢰가 있었다.
그건 바로 연희와 제일 친하다고 알려진 성민이라는 남자를 꼬셔 달라는 의뢰였다.
그리고 그 의뢰자는 악어 선생이다.
참고로 악어 선생은 불법 이성 교제의 현장을 사진으로 찍을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됐든 자신은 돈도 벌고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연희에게 복수도 할 수 있고, 일석이조였다.
물론 평범하게 유혹하기는 힘들 것이다. 좀 더 난이도가 있는 유혹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야 할 수 있는 정애였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엥?"
난 갑자기 손님이 왔다는 말에 의아했다.
뜬금없이 손님이라니? 설마 또 내 병문안을 핑계로 그 인간이 습격한 게 아닐까 은근히 걱정된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습격하기에는 아무래도 그럴 테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도대체 누가?
―화면을 비출까요?
"어."
난 화면을 비출 것을 묻는 그 질문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한 교복 차림의 소녀가 비쳤다.
키는 대략 170cm 정도에 끝내 주는 몸매, 그리고 웬만한 여자 연예인들 수준의 미모를 가진 한 여학생이었다.
참고로 한마디 하자면 저분 교복은 우리 학교 교복이고, 난 저분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살짝 아는 정도다.
남자 킬러라고 불리는 선배라는 걸 말이다.
여기서 미리 말해 두는데, 난 저분과 대화조차도 한 번 해 보지 못했다. 절대 저분이 우리 집에 찾아올 이유 따위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근데 왜 저분이 여기에 온 거지?
"어머나, 대담하네."
"......."
그때 은애가 깜짝 놀란 듯 말했다.
그리고 난 느낀다. 그녀의 톤에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그 순간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이렇게 대낮에 여자를 집으로 부르다니."
"......."
역시나 저분 또 이상한 소리 하신다.
내가 그렇게 불건전한 인간으로 보이는 거냐? 집으로 여자를 무턱대고 불러 댈 만큼 말이다.
그런데 약간 이상한 점이 있다.
"은애 씨, 당신은 여자 아닌가요?"
"......."
은애 씨는 여자가 아닌 건가 하는 거다.
아무리 봐도 여자, 저리 봐도 여자, 요리 봐도 여자다. 그것도 모든 남자가 혹할 정도로 궁극의 미모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킨 은애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난 직접 온 거고, 저 여자는 성민 군이 부른 거니 달라."
"......."
그렇군. 거참 뭔 이론인지 이해가 안 되기는 한데, 그렇다고 하니 그런 거다.
아 참,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저분을 부른 적이 없는데?"
"꼭 남자들의 저질 변명이지."
"아니 잠시, 변명이 아니라......."
"저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
"......."
그때 은애가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흠, 어디 가면 그 명확한 증거라는 걸 볼 수 있는 거지? 왜 내 눈에는 안 보이고 은애 눈에만 보여?
"저기......."
"......."
그때 은애는 어느 한 곳을 가리키고, 난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깜짝 놀라 외쳤다.
"뭐, 뭐지?!"
그 정애 선배가 들고 있는 물건 중 충격적인 물건을 봤다.
그건 과일 바구니였는데, 그냥 바구니가 아니었다.
위에 '아이 러브 유 성민'이라는 이상한 글귀가 적힌 신비의(?) 바구니였던 것이다.
"저, 저 선배가 왜, 왜?!"
난 갑작스러운 시추에이션에 심각하게 당황했다.
그런 나를 본 은애는 정말 화가 났을 때만 볼 수 있는 전설의 알록달록한 미소를 내게 보이면서 말했다.
"변태."
"......."
진짜 아닌데! 으악!!
갑자기 저분은 왜 이상한 바구니 들고 나타나서 나를 순식간에 변태로 만들어!!
일단 왔으니 문을 열어 줘야 했다.
정말 영문을 알 수는 없지만, 병문안을 온 건 확실한 것 같으니 말이다.
덜컥.
"안녕하세요."
그때 난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애 선배에게 다소 어색한 어조로 인사를 했다.
솔직하게 말해 안면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병문안이라니, 병문안 받는 입장에서 더 당혹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대체 왜 저분이 나를?
설마 무슨 그 악어 선생이라는 분의 첩자로(정답) 온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거냐!
아무리 그 인간이 나쁜 선생이라지만 일단 선생이다. 첩자로 학생을 보내서 뭐 유혹을(?) 하든가 이런 명령을 내릴 리는 없다.
그것도 예를 들어 돈 같은 것을 주면서?
풋!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 나쁜 인간으로 만들었다.
"괜찮아?!"
"......."
그때 정애 선배가 갑자기 나를 향해 들이대면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심히 괜찮습니다. 너무나도 괜찮아서 문제지.
나의 이 미묘한 회복력, 아마도 전설의 고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저기, 여기는 갑자기......."
정말 묻고 싶다. 갑자기 왜 남들 오해할 만한 이상한 바구니를 들고 와서 나를 이렇게나 당황스럽게 하는지 말이다.
그것도 정확하게 은애가 있는 시간에 말이다.
한편 정애 선배는 아예 은애는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말했다.
"사랑하니까."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
뭘 사랑하는 거지?
지금 저분은 과연 내게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갑자기 오더니 왜 사랑 타령을 하는데?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건가?
"사실 나도 알고 있어."
"......."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우울 모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을 이어 갔다.
"내가 어떤 여자인지. 물론 우리(?) 성민이도 나의 좋지 않은 소문을 들었을 거야."
"......."
많이 들었다.
그것도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예를 들어서 그녀가 물리면 피가 빨리는 드라큘라라든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 남자들의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든가.......
듣는 것만으로 무서워지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입술이 다시 한 번 열렸다.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어. 난 소문대로 남자관계가 복잡한 게 사실이거든."
"......."
그때 그분은 오히려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미리 보고를 하신다.
진짜 저분의 의도를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와서 사랑 찾더니 이제는 혼자서 이상한 단막극 한 편 지으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전에 알던 사이라면 모를까, 저분과는 진짜 오늘 처음 마주친다.
그런 분이 저런 이상 행동을 하니 정말 당황스럽다.
"하지만 믿기 힘들겠지만, 그런 나에게 진정 사랑이라는 이름을 느끼게 한 게 성민이야."
"......."
"물론 단번에 믿어 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그게 얼마나 파렴치한 건지 아니까. 그저 난 성민이에게 나의 이 뜨거운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았어."
"......."
"그리고 내게 기회를 주기를 원해서 이렇게......."
"......."
난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오더니 무슨 진정한 사랑을 찾고 갑자기 기회를 달란다.
진짜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거지?
"확인해 봐도 좋아."
"......!"
그때 정애 선배가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내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그 손을 강제로 자신의 가슴을 향해 끌고 간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갑자기 이런 미묘한 시추에이션은!!
"나의 뜨거운 가슴을 느껴 봐."
꿀꺽.
난 그 한마디에 순식간에 나사가 빠졌다.
뭔가 미묘하고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진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애 선배에게는 뭔가 남자를 끌어들이는 힘 같은 게.......
'흠칫!'
그때 난 갑자기 정신이 뿅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른 손을 회수하고는 말했다.
"느, 느껴지네요."
"......."
"참으로요."
뭘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그냥 느껴진다고 하는 게 장땡이다.
아니, 그것보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나도 모르게 아주 엄청난 일을 저지를 뻔했다.
하지만 역시 지금까지의 내 고난이 헛된 게 아니라는 듯 저런 유혹 기술을 견뎌 냈다.
아마도 그 이리엘 효과 덕택이랄까?
참으로 감사하다.
무엇보다 참으로 감사한 이유는 저기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은애 앞에서 견뎌 낼 수 있게 해 줘서이다.
"......."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유혹을 벗어나다니!!
이건 그녀로선 처음 있는 수치였다.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가 있든 말든 일단 자신의 유혹이 들어가는 순간, 그 상황에는 어떤 남자라도 자신에게 넘어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성민도 처음에는 넘어오는 듯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다급히 한숨을 내쉰다.
한마디로 자신의 유혹을 견뎌 냈다는 거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 중 처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여자는 뭐지?!'
이제야 눈에 들어오지만 연희라는 계집애와 필적한 외모를 가진 한 소녀가 보였다.
자신도 정말 웬만한 연예인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듣지만, 지금 저기에 있는 은애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었다.
당연히 연희에게도 말이다.
'혹시 저 여자 때문에?'
하지만 자신의 유혹 기술이 작렬하는 순간 이미 사고가 정지하기 때문에 주변에 어떤 존재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심지어는 부인이 있어도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그 하이 스페셜 기술을 이겨 낸 거지?
정애로서는 매일매일 원치 않게 나무에 머리를 들이박는 성민의 아픔을 모르기에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
"왜 거기서 멈췄어? 조금만 더 가면 성민 군이 좋아하는 여자 가슴이잖아."
"저, 저기......."
"왜?"
"......."
왜라는 말이 너무 무섭다.
분명 은애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저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걸 난 그 누구보다 알고 있다.
도대체 왜 갑자기 그녀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정애 선배나 자꾸 여자 이야기 관련만 나오면 꼭 저러더라.
"방금 전 심히 이상한 말을......."
"......?"
"성민 군이 좋아하는 여자 가슴이라는......."
그렇다.
정말 은애가 이상한 말을 한 것이다.
진짜 남이 들으면 단숨에 변태가 되고도 넘쳐흐를 정도의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금 전 그 표정은 뭐였을까?"
"......."
"내가 잘못 본 걸까?"
무섭다.
그저 은애의 알 수 없는 포스에 밀려난다.
그래, 이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인지 물어봐도 될까, 성민아?"
"......."
그때 은애를 이제야 발견한 듯 정애 선배가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난 그 물음에 혹시 이상한 오해를 해서 이상한 소문이 퍼질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힘차게 말했다.
"소, 소꿉친구입니다."
"소꿉친구?"
"네! 소꿉친구예요. 절대 다른 사이는 아니고 단지 소꿉친구예요!!"
"응, 그렇구나."
그 말에 정애 선배는 금세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다. 이상한 오해를 하지 않아서 말이다.
하지만 뭔가 뒤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차가우면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말이다.
그리고 은애가 말했다.
"단지 소꿉친구구나."
"......."
"거기서 '단지'라는 말이 참으로 강하게 느껴졌어."
"......."
은애의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포스는? 금세 집이 얼어 갈 것 같아.
혹시 방금 전 내가 실수라도 한 건가?
아니,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자, 그럼 단지 소꿉친구는 물러나 줄게, 단지 소꿉친구는 말이야."
"헉!"
그때 은애가 단지 소꿉친구를 무척이나 강조하면서 그대로 나가 버렸다.
그렇게 되자 당연히 나와 정애 선배 단둘이 되어 버린다.
왠지 고양이 앞의 쥐라는 느낌이 이상하게 든다.
"......."
은애는 무척 화가 났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그렇지, 단지 소꿉친구라니.
그 말은 자신을 소꿉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소꿉친구 이상으로는 말이다.
"바보."
정말 바보 멍텅구리였다. 어떻게 저렇게 눈치도 없는지.......
세상에서 제일 눈치 없는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도전해 볼 만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가만있자, 그 이상한 여자랑 둘이?"
갑자기 생각해 보니 약간 심각해졌다.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나와 버렸지만,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약간 요염해 보이는 그 이상한 여자와 성민이가 같이 있어 버리게 된 것이다.
"아, 안 돼."
갑자기 무언가 야릇한 상상을 한 은애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진짜 안 된다.
물론 성민이가 그렇게 손쉽게.......
"남자라면......."
넘어갈지도 모른다. 여자가 혹이나 막 육탄 공세를 하면 성자라고 하더라도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미녀가.......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또 뭔가 미묘하고 말이다.
한마디로 은애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한 것이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
그때 갑자기 휴대폰 메시지가 도착한 소리가 들려왔고, 은애는 얼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왜냐하면.......
미안해. 살려 줘. 아아악!!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무조건 사과할게, 은애야! 그러니 돌아와!!
성민의 문자가 이런 내용으로 와 있었으니까.
"덥지 않아?"
"추운데요."
"......."
정애 선배는 갑자기 덥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사실 우리 집은 통풍과 난풍(?)이 잘돼서 한여름에도 쌀쌀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오히려 살짝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난 이상하게 덥네."
"......."
"조금만 교복 치마 좀 올릴게."
"......."
그러면서 갑자기 안 그래도 타이트하고 일반적인 교복 치마보다 짧았던 걸 살짝 접는다.
그렇게 되자 갑자기 미니스커트로 변신한다.
교복 미니스커트?
"에, 에어컨 틀, 틀어 드릴게요!!"
난 에어컨을 틀어 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살짝만 더 접으면 될 것 같아."
"......!!"
그때 그녀가 그 짧은 미니스커트 교복을 접는다는 심각한(?) 발언을 했다.
그 말은 나노 미니스커트 교복을 만들겠다는 소리?
"으악!"
그 순간 정애 선배는 갑자기 예고편(?)도 없이 곧바로 치마를 접어 버렸다.
그리고 난 곧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참고로 말하는데, 지금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어서 말 그대로 아슬아슬하게 팬티가 보일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 정도로 치마를 접었으면, 당연하지만 보는 순간 팬티다.
도대체 저 선배 목적이 뭐야!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러시는 거야!! 응?
아니, 그리고 은애는 나의 구원 메시지를 못 받은 건가? 아님 받고도 모른 척?
으악!!
"블라우스도 좀 풀어야겠네."
"......."
스르륵.
그때 이번에는 또 한마디와 함께 갑자기 무언가를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심각하다.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저분이 뭘 하려는지 알 수 있다.
왜 그러세요! 정말 왜 나한테......!!
"우리 남자 친구한테 이상한 유혹은 그만 하셨으면 좋겠네요."
"......!!"
"......."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난 갑자기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 목소리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기분이랄까?
한편 그 목소리를 들은 정애 선배는 나와는 다르게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남자 친구?"
"네, 남자 친구요."
"......."
근데 저기, 갑자기 남자 친구는 뭔가 좀 당황스럽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날 구해 주기 위해서니 뭐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으려나?
"아까 전에 성민 군은 분명 소꿉친구라고 한 것 같은데?"
"그건 농담이었겠죠. 그렇지, 성민아?"
"노, 농담이었어요. 으, 은애는 제 여자 친구예요."
"......."
그때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은애의 말에 난 장단을 맞춰 주었고, 잠시 후 정애 선배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었다.
"지금 내가 그런 이상한 장난에 넘어갈 것 같아?"
"장난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 말에 은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정애 선배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을 건넸다.
"그럼 남자 친구라는 걸 증명해 보시지?"
"......."
"그럼 인정해 줄 테니 말이다."
역시 고단수다.
그냥 이런 어설픈 설정에 넘어갈 정애 선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과연 은애의 결정은?
분명 은애도 예사로운 분이 아니어서 말이다.
"좋아요. 증명할게요."
"......!"
"......!"
그때 갑자기 증명한다는 은애의 말에 나와 정애 선배는 그대로 굳었다.
저기 은애 양, 갑자기 뭘 증명해?
우리가 뭐 커플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커플 티가.......
"......으읍!!"
"......."
그때 무언가가 내 입술에 와 닿았다. 너무나도 달콤하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그리고 난 그냥 머리가 새하얘졌다.
한편 잠시 후 그 기분이 사라지고, 은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됐나요?"
"......."
"저, 저기......."
"......."
"바, 방금 전 그건 뭐였지?"
"바보."
"......."
미안하다. 바보여서.
하지만 방금 전 그게 너무 실감이 안 나서 말이다.
아니, 그뿐 아니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정말 미쳐 버리겠다.
그것도 곱게 안 미치고 이상하게.......
"......."
"......."
어느새 나와 은애의 사이에는 미묘한 침묵만이 흘렀다.
그렇게 잠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은애의 말문이 살며시 열렸다.
"내 첫 키스였어."
"......."
헉, 첫 키스였단다.
나를 구원해 주기 위해서 첫 키스를....... 흑!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고 완전 감격이다.
물론 그 대답에 난 얼떨결에 말해 버렸다.
"나, 나도......."
"......."
"......."
하지만 그 한마디에 그저 침묵만이 우리를 감쌌다.
오늘따라 정말 왜 이리 후끈 달아오르는지 모르겠다.
"끝났어!!"
"......!!"
"......!"
그때 갑자기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난 그 인물들을 보자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그 인물과 같이 있는 분.......
"성민 군, 크크! 불법 이성 교제로 널 체포한다(?)."
"......."
악어 선생이었다.
그리고 그 악어 선생의 바로 뒤에 있는 건 방금 전까지 이상한 행동을 하던 정애 선배였다.
설마! 그럼 지금까지 정애 선배가 나한테 들이댄 건 저 사악하고 나쁜 선생의 사주에 의해서?
하지만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아무리 악덕 선생이라지만 이런 엄청난 저질 범죄를 저지를 줄이야!!
진정 그에게는 선생의 혼 따위는 지푸라기 하나도 없었나?
"자, 잘 보거라. 너와 그 소녀의 불법 이성 교제의 하이라이트 키스 신을 말이야!"
"......!"
"......!"
그때 악어 선생이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더니 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악!! 제길, 이런 악마의 손길이 뻗어 있다는 것도 모르다니!!
요새 너무 안일했다. 바보같이 완전히 당했어!!
"자, 절망해라. 하하하하!!"
그러면서 화면을 내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디지털 카메라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은 화면뿐이다.
"자, 잠시 이게 무슨?!"
그때 그걸 본 악어 선생은 심하게 당황하더니 카메라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메, 메모리가 어디 갔어?!"
"......."
메모리가 없다고 한다.
뭐지, 이 바보는? 그럼 지금까지 당신, 뭐 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