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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대륙 어둠의 섬 (35/100)

제2장 신대륙 어둠의 섬

우리가 신대륙을 찾기 위해 여행한 지 약 사흘 후, 케찹 엔진도 서서히 효과가 미미하다.

"헉, 헉, 헉."

케찹이가 넉다운이 되어 버린 거다.

기계와는 다르게 케찹이는 수동이다 보니 장기간 사용은 불가능한가 보다.

아니, 그것보다 정말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이놈의 신대륙은!!"

나의(?) 히든 클래스를 간직하고 있는 신대륙 말이다!!

제길! 저번 거대 꽃게 섬(그냥 이렇게 부른다) 이후 어떤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미묘한 바다만 열심히 다니고 있을 뿐이다.

다른 애들은 그냥 저 자연재해가 모여 있는 곳만 넘어가면 잘도 신대륙에 도착한다는데, 난 왜 이러는 거지?

너무 편안하게 와서 그런 건가?! 그분들과 협상해서?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케찹이 때문일 거야."

분명하다. 엔진이자 선장이자 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케찹이.......

길도 케찹이가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배를 이끌다 보니 그런 것이다.

참고로 원래 케찹이는 가라는 데로는 안 가고 이상한 데로는 정말 잘 가는 착한 요정이거든.

분명 의도하지 않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워낙 이상한 놈이어서 말이다.

"저기, 주인님!!"

"......?"

내가 역시 싼 티가 나는 케찹이 엔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이리엘이 나를 불렀다.

그녀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만난 듯 반가운 목소리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저기인 것 같아요!!"

"......!"

난 그 말에 당장 그곳을 바라보고, 잠시 후 이리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 이유는 어느 한 섬에 배가 여러 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들은 분명 미리 여기에 도착한 사람들일 게 분명하다.

아자! 드디어 찾았어! 드디어 찾았다고!!

난 너무나도 기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저기 섬에만 도착하면 히든 클래스님이 나를 마중(?) 나오려나? 호호호.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외쳤다.

"케찹아! 저기다!!"

하지만.......

"......."

케찹이는 반응이 없었다.

난 다급히 다운이 되어 있는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런 케찹이를 마구 흔들었다.

"음냐......."

이 자식, 잠들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잠이나 처자다니! 어서 배를 끌라고!!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케찹이를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어어어어??"

갑자기 뗏목이 후진하고 있다.

뭐냐?! 왜 갑자기 후진을 하고 난리야!!

바다는 이렇게 조용하고 뗏목을 이끄는 케찹이는 잠들어 있는데, 왜 후진을?!

"어서 일어나, 인마! 배가 이상해!! 어서 앞으로!!"

난 다시 구리지만 아쉬운 대로 케찹이 엔진을 부활시키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급속도로 후진하는 뗏목.......

그리고 잠시 후였다.

"꺄아악!!"

"꺄아악!!"

"으악!!"

"......."

뗏목이 미친 듯 빠른 속도로 후진하고 있다.

뗏목의 버팀목을 잡지 않으면 그대로 튕겨져 나갈 정도로 말이다.

한마디로 후속 100킬로?

우리는 다시 몇 십 분을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그걸 한 건 케찹이였고 말이다.

그나저나.......

"제길, 그건 뭐였지?"

순식간에 우리를 튕겨 낸 무언가가 궁금하다.

거기까지 가는 데는 무척이나 오래 걸렸지만, 튕겨 나온 건 정말 금방이다.

그냥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나니 그대로 그 섬이 안 보이는 지역까지 날아와(?) 있었다.

분명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히든 양(?)을 품고 있는 저 이상한 섬에 연관되어 있는 게 분명한데 말이다.

"다 왔다!"

그때 어느새 구형 엔진(?) 케찹이가 외쳤다.

그리고 케찹이 말대로 아까 우리가 밀려났던 지역에 도착했다.

물론 난 심각하게 긴장 상태다. 또 아까 전과 같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해서 말이다.

차라리 몬스터였더라면 칼질을 하면 되는데, 이런 이상한 현상에는 칼질을 할 수도 없으니 이거야 원.

"도착, 도착, 도착."

그때 케찹이가 신나게 도착을 외치면서 그 신대륙의 섬을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아까와는 다르게 물살이 조용하다.

아니, 오히려 우리를 밀어 주고 있다.

뭐지?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한편 밖으로 밀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섬으로 밀어 주는 그 물길에 다른 일행도 당황하고 있다.

왜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인 거지?

왜? 아까와 다른 게 뭐가 있다고.

덜덜덜.

물의 요정들은 무서웠다.

알 수가 없었다. 저 이상한 요정을 보는 순간, 온몸을 잠식하는 공포의 이유를 말이다.

분명 자신들은 저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게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저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기에,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알기에 최대한 자신들의 힘이 가능하면 배를 밀어내고는 한다.

물론 미리 도착한 너무나도 큰 배는 자신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프레젠이 타고 온 뗏목은 충분히 물의 요정의 힘으로도 가능했기에 그들을 저 위험한 섬에 보내지 않기 위해 밀어 보냈다.

하지만 다시 그들은 도착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저 뗏목을 몰고 있는 한 요정 때문이었다.

그 요정은 감히 뭔가 방해(?)했다가는 당장 초상날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다.

여기서 자신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해 봤자 왠지 진짜 이해 안 해 줄 것 같은 요정 때문에 그들은 차라리 밀어 주기로 했다.

그 이상한 포스를 풍기는 요정이 어서 이 바다를 떠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실례합니다!!"

난 그 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큰 소리로 외쳐 보았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분명 이곳에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라도 대답을 하기를 원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다 어디 갔지?"

난 분명 배 근처에 가면 당연히 사람을 만날 줄 알았다. 일단 탐험 조가 있고 배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배에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난 혹시나 해서 살짝 배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배 한 척뿐만 아니라 이 대륙에 도착해 있는 약 열 척이 넘는 배 전부 말이다.

"정말 이상하네."

최소 한 명이라도 배를 지키거나 식사 준비를 한다거나 해야 하는데, 왜 배에는 아무도 없단 말인가?

아예 그냥 이 섬을 뒤지려고 모두 총동원됐나?

하지만 배 곳곳에 남아 있는 짐들로 봐서는 아니다.

일단 저 짐들이 빠지면 장시간의 탐사는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단체로 파티를 하나 보지 뭐."

"......."

그때 케찹이가 참으로 단순한 결론을 내놓았다.

난 네놈의 그 단순한 머리가 참으로 어떤 때는 부럽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다들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다니 그건 심히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쟤는 잔머리는 좋은데, 기본적인 머리는 무슨 새대가리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이곳을 둘러봐야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것 같다.

"저기요!"

"......."

"누구 없나요?"

"......."

"아무도?!"

난 정말 온 힘을 다해 외쳤다.

하지만 이런 나의 외침에 반응하는 목소리는 아예 없다.

진짜 말 그대로 케찹이 말에 따라 그들이 단체 파티 중이라도 분명 들릴 정도의 음성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말이다.

"진짜 이상하네."

어떻게 이렇게 이상한 동네가 있을 수가 있지?

분명 주변은 그 어떤 존재에게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 있다.

한마디로 '이게 진정한 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섬에 동물이나 곤충이 하나도 안 보인다.

그저 나무를 포함한 식물들이 있다는 게 위안인가?

우걱우걱.

"뭐지?!"

그때 갑자기 무언가 씹어 먹는 소리에 난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엄청난 장면을 목격하는데.......

"......."

이상한 생물체들이 한 인간을 파먹고 있었다.

너무나도 잔인해서 나같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들에게 다소 엄청난 충격이 일어날 정도로 말이다.

그들은 인간의 머리부터 시작해서 장기들을, 심지어는.......

"제길!"

비위가 그 누구보다 강하다는 나도 보기가 힘들 정도다.

만약에 이걸 다른 존재들이 본다면?

물론 기본적으로 이런 건 필터링 처리해서 나온다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연희와 이리엘에게 말해 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

없었다.

그녀들이 없었다. 정확히는 길쉬도 사라졌다.

한순간 나와 케찹이만 남아 버린 거다.

뭐지? 이건 도대체?!

"크아악!!"

그때 그 인간을 파헤쳐 먹던 괴물들이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나를 공격했다.

난 갑자기 사라진 일행들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거의 자동으로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퍼억!!

그대로 그 괴물들을 단숨에 한 방씩 날려 버렸다.

제길, 갑자기 뭔 일이냐? 왜 그녀들이 사라진 거고! 도대체 이 이상한 괴물들은......!

그리고 차라리 케찹이가 그녀들 옆에 있으면 안전하겠지만, 길쉬만으로 이 알 수 없는 동네에서 안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한마디로 전투 요원 두 명이 한 곳에 몰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앗?!"

"뭔 소리야?!"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케찹이를 보고 내가 묻자, 케찹이는 방금 전 내가 죽인 그 괴물을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인간으로 변신해!!"

"......?!"

"저기 봐!!"

난 그 말에 케찹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방금 전 인간을 먹던 그 괴물들이 다시 인간이 되고 있었다.

도대체 이 동네 뭐 하는 동네라는 거냐?!

"일단 나머지 일행들을 찾아야 해!!"

어서 갑자기 사라진 일행들을 찾아야 한다.

이런 된장찌개(?) 같은 상황 같으니!!

한편 프레젠, 케찹과 떨어진 길쉬와 연희, 이리엘은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아까 그 시체를 파먹던 이상한 괴물들이 전부 이쪽으로 몰린 것이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프레젠과 케찹 쪽으로 갔다가는 지들 목숨이 어찌 될 거라는 걸.......

그래서 본능에 이끌려 이곳으로 집합한 것이다.

어찌 됐든 그 괴물들의 맹습에 연희와 이리엘은 그대로 굳어 버리고, 그나마 길쉬가 저번에 사용한 그 엄청난 방어막을 사용했다.

공격을 당하면 당할수록 강해지는 이상한 방어막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공격을 당했다가는 오래가지는 못할 게 분명한 상황이다.

"꺄악!!"

"언니! 지, 진정해요!"

그때 이리엘이 자신의 바로 앞에서 보호막을 긁어 대는 그 이상한 괴물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우글우글.

이리엘의 비명 한마디에 갑자기 엄청난 괴물들이 모여든 것이다.

참고로 단 한 번의 비명에 수천 마리의 괴물이 뻥튀기처럼 늘어난 효과랄까?

물론 참고로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의 눈빛은 잡아먹을 듯하다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눈빛이라는 것, 그리고 무조건 이리엘을 향해 달려든다는 거다.

한마디로 전설의(?) 이리엘 효과가 발동되어 버린 것이다.

한편 그런 괴물과 다르게 또 한 모 인물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바로 길쉬였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 같아서는 이 배리어를 없애 버리고 이리엘을 덮쳐 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 배리어는 한 번 시전한 후에는 자기가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 배리어가 아니기에 그런 최악의 사태는 면하고 있다.

그렇지만 길쉬의 눈동자는 이미 배리어를 친 채 이리엘을 미묘한 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꺄악!!"

"......!!"

"......!"

난 갑자기 퍼지는 음성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케찹이도 마찬가지였다.

잠시지만 저 비명을 따라 덮치고 싶은 알 수 없는 미묘한 욕망이 나를 짓눌렀다.

아니, 그렇다면!

"이 비명은?!"

이리엘이다. 분명 이리엘의 비명이다.

그뿐 아니라 그 비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유혹의 욕망!

이건 전설의(?) 이리엘 효과가 발동되었다는 건가?!

빌어먹을! 이리엘 효과가 발동되었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이리엘에게 몰려갈 게 분명하다. 이건 확실하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다. 하필 이때 이리엘 효과가!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조차도 아깝다.

어떻게 해서든 어서 그 비명 소리를 향해.......

콰앙!!

"......!!"

그때 난 갑작스럽게 뒹굴었다.

거의 나도 모르게 일어난 행동이다.

그리고 어느새 방금 전 내가 있던 자리에는 이상한 나무들이 솟아 있는 상태였다.

그럼 방금 전 그 엄청난 소리의 주인공은 저 나무?

"오! 이곳에 온 인간들 중 내 공격을 이렇게 수월하게 피해 낸 존재는 처음인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음성과 함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과 흡사하지만 아까 본 인간을 먹어 대던 그 괴물들과도 흡사한 존재였다.

한마디로 인간과 아까 그 괴물을 반씩 짬뽕한 모습?

흠, 미묘하군.

"이번 인간은 얼마나 내게 재미를 줄지 모르겠군."

"......."

난 대충 그 말에 모든 게 파악됐다.

이번 인간이라, 그 말은 즉 여기에 도착해 있던 사람들을 해치운 존재가 저 짬뽕(?)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왜 아무도 볼 수 없었는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꽤나 강할 것 같네?"

방금 전 공격이나 이 신대륙에 도착한 사람들을 몰살시켜 버린 힘을 봐서는 꽤나 강할 것 같다.

사실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 중 약한 유저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신대륙이다 보니 뭐가 있을지 모르는 과정이기에 충분한 전투력을 챙기고 왔을 확률이 100%다.

그런 그들이 다 몰살당했다는 건 저놈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케찹이에게 말했다.

"케찹아."

"왜?"

"너 먼저 이리엘의 비명이 들려온 대로 가 보렴."

"알았어."

휘익!

"......."

그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케찹이는 그냥 가 버렸다.

저기, 보통 이럴 때는 힘내라든가 나 혼자 갈 수 없다든가 뭔가 한마디 던지고 가는 게 정상 아니니?

그냥 가라고 한다고 쌩 가 버리면, 말한 내가 심하게 무안하다.

아니, 그뿐 아니라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저 괴물들과 합세하는 건 아니겠지?"

콰앙!

"케, 케찹 님!"

"마, 마스터."

"후어어어!!"

프레젠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케찹이는 어느새 그 괴물들과 어울려서 열심히 길쉬의 방어막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히는 이리엘 효과에 넘어가서 이미 저들과 똑같은 상황이 된 거랄까?

"......."

아무래도 불길하다.

진짜 케찹이 자식을 믿을 바에는 지나가던 지렁이님에게 정중하게 물어보겠다.

스윽.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어서 내 앞에 있는 저 이상한 괴물을 해치우고 그들에게 가기 위해서 그것을 꺼냈다.

전설의 그것을!!

내구도 8이라는 웅장하고 빛을 발하는 그 검, 말로 표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서프라이즈 울트라 한 그거!!

예전 같았으면 쓰는 데 심히 망설여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구도가 8이나(?) 되니까 말이다.

아니, 이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얼른 저놈을 해치워야 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앞으로 돌격했다.

솔직하게 말해, 이번 1타에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 정도도 못 피하면 등신이니까.

그저 이건 강하게 앞으로 찌른 뒤 옆으로 회피하게 만들려는 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푸욱!

"......."

"......."

어느새 나의 단검은 그 이상한 괴물의 배에 정확하게 꽂혔다.

참고로 그 괴물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손을 벌린 채 나의 공격을 받아 준 거다.

이건 뭐냐?

"가소롭군. 감히 그런 조잡스러운 단검으로 나를 어찌해 보려고 한 건가?"

"......."

난 그 말에 그 조잡스러운 단검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겉으로 보니 심하게 조잡스러워 보인다.

일단 실질적으로 좋아도 겉모습은 처음 지급되는 초보자의 단검이다 보니, 조잡의 절정을 달린다.

다른 멋진 단검처럼 손잡이에 무슨 모양이 새겨지거나 그런 건 꿈도 못 꾸는 조잡한 단검이기는 하다.

"그딴 단검으로 날 공격해 봤자 난 지금...... 컥!!"

"......."

"뭐, 뭐......지?!"

갑자기 괴물이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다.

뭐기는, 아픈 거겠지.

설마 저분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 조잡스러워 보이는 이 단검을 무시한 건가?

그리고 어차피 이 정도야 맞아 봤자 충격도 안 올 테니, 미리 기를 확 꺾어 버릴 셈으로 그냥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알지만, 이 검에는 화려한 옵션들이 달라붙어 있다.

공격력도 엄청나지만 부분적으로 붙어 있는 옵션은 그런 공격력을 몇 배로 뻥튀기해 주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 이상하다. 왜 갑자기 모, 몸이. 우욱!!"

그때 어느새 독에 감염이 되었는지 괴물의 얼굴이 파래졌다.

그뿐 아니라 마비 증세까지 오고 있었다.

난 가까이 있으면 괜히 피 튀길까 봐 순식간에 단검을 회수한 뒤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괴물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그는 나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

"어떻게 이런......?"

난 아무 짓도 안 했다.

그저 단검 한 번 찔렀을 뿐이고, 자기가 그냥 맞아 준 거지.

툭!

그 괴물은 곧바로 죽어 버렸다.

뭔가 되게 허무하다. 진짜 정식으로 붙었으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상대였는데, 개폼 잡는다고 단검에 한 번 찔리고 죽어 버리니 정말 허무하다.

아니, 잘된 건가?

어찌 됐든 정말 이 초보자 단검은 어느 면으로 봐도 좋은 단검 같다.

"어라?"

그때 갑자기 그 이상한 괴물이 죽은 뒤 그놈은 마치 연기가 되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단 한 개의 구슬만이 남았다.

이건 뭐지? 웬 구슬일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구슬을 집어 들었고 당장 확인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템 확인이 안 된다?"

그 구슬의 아이템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도대체 뭔 일이란 말인가? 아이템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니.......

아 참,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었지. 어서 다른 일행들에게 가 봐야 한다!

"으아악!!"

"그, 그만 하세요!"

"케, 케찹 님."

"꺄악!!"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자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말이다.

웬 미친 요정 한 마리가 정말 미친 듯이 길쉬의 배리어를 때려대고 있다.

참고로 혼자서 말이다.

아마도 내 추측에 의하면 아까 개폼 잡다가 나한테 한 방에 죽은 그 괴물이 죽는 순간, 아무래도 다른 괴물들도 다 사라졌나 보다.

케찹이만 보이는 것 같으니 말이다.

"흐아아앙!!"

그때 케찹이는 완전 눈이 뒤집혀서 열심히 이리엘 쪽을 향했다.

아무리 길쉬의 방어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오래 못 간다.

내가 본 길쉬의 방어막은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지는 특수 방어막이지만, 어느 일정 힘을 벗어나면 부서지기는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저 케찹이도 가능할 테고 말이다.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열심히 지랄 발작을 하는 케찹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내가 왔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미친 짓을 하고 있다.

그런 케찹이를 본 난 조용히 말했다.

"그만 편안하게 해 줄게."

그 말과 함께 저번에 효과가 증명된 케찹이용 파리채를 꺼냈다.

저번 성능 실험에서 참으로 좋은 효과를 보여 주었던 케찹이용 파리채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내 기대에 보답해 줄 거라고 믿는다.

아 참, 참고로 좀 많이 미쳤으니 강으로 해 볼까?

퍼억!!

"꾸어억!!"

난 그대로 뛰어올라서 그대로 파리채를 땅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그 파리채에 맞은 케찹이는 그대로 바닥으로 급 추락했다.

이렇게 케찹이는 착해졌다(?).

"뭐야!!"

"......."

"이런 이상한 정보 주고 말이야!!"

"......."

난 피엘을 향해 막 쏟아 부었다.

도대체 내가 뭐 땜에 그런 이상한 동네에까지 건너갔는데, 히든 클래스의 '히' 자도 안 보인다.

분명 히든 클래스가 확실히 있다는 정보랑은 완전히 다르다.

"저, 정보가 잘못됐나? 하하하."

"지금 태풍과 이야기를 하고, 거대 꽃게와 이상한 괴물과 놀다가 온 나를 보고 단지 그 어색한 웃음으로 때우려는 거냐?"

"......."

"앙?"

"근데, 진짜 아무것도 없었냐?"

"그럼 있었는데 없다고 할까?"

"......."

"정확히 4박 5일 체류하면서 전 섬을 다 뒤졌다네. 샅샅이 말이야. 근데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말이지."

"......."

나의 말에 피엘은 꽤 당황하는 눈치다.

하지만 피엘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으니, 그냥 이쯤에서 넘어가련다.

하아, 하지만 정말 완전 생고생만 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이거 하나는 주웠다."

"......?"

난 그 이상한 괴물 보스를 죽인 뒤 얻은 구슬 하나를 꺼내서 던졌다.

난 그걸 받아 드는 피엘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 줬다.

"보스 몬스터 잡으니 그거 나오더라. 확인은 안 되고 그거 대충 뭔지 알겠음?"

아무래도 나보다는 피엘이 훨씬 나을 것 같아 질문을 했다.

하지만 이런 내 질문에 피엘은 그저 멍 때리고 있다.

도대체 저 자식, 뭐 하는 거냐?

그 순간 갑자기 피엘은 수많은 책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아해 하는 나를 놔두고 약 몇 십 분을 찾더니 내가 준 구슬과 어느 한 책을 보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말도 안 돼!!"

"......??"

뭐가 말이 안 되는데? 설마 그 구슬이 무슨 엄청난 게냐?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전설의 히든 클래스 레크리 엔디마가 사용했다는 구슬이다, 이건!!"

"......."

전설?

전설의 히든 클래스?!

전설, 듣는 것만으로는 뭔가 황홀한 이름이다.

그런데 그 이름의 뒤에 히든 클래스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흠, 거의 미친 거다.

전설과 히든 클래스라는 단어가 따로 놀아도 미쳤는데, 같이 합쳐지면 이건 말로 표현 불가능할 정도로 미친 거다.

물론 내가 꽤나 앞서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가 어떤 직업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크리 엔디마가 만들어 낸 이야기는 정말 유명하다. 지나가던 똥개도 알 정도로 말이지.

물론 저번의 고스트 헌터 클란처럼 완전 반대일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가 쌓아 놓은 전설은 진짜라고 전 세계가 다 알고 있으니까.

한마디로 약간은 오버되었을망정 레크리 엔디마가 지닌 이름은 진짜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사용한 물건이라니!!

아직 정체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체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한들 별게 아닐 리가 없다.

어쩌면 레크리 엔디마의 알려지지 않은 전설의 히든 클래스를 얻는 단서일지도?

"흐흐흐."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입가가 쭉 찢어졌다.

거지 같은 동네 갔다 와서 얼마나 슬퍼했는데, 이렇게 큰 걸 얻다니....... 으하하하!!

"전설의 히든 클래스라, 후후......."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웃고 있었다.

역시 어김없이 저 프레젠이라는 남자와 히든 클래스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저 구슬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저 피엘이라는 남자가 정보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훨씬 자신에게는 이익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저 프레젠이라는 존재......."

왜 모두들 그를 그토록 믿는 것일까? 왜?

강한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카오스 엔딘과 동등하게 싸웠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꿀리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이나 카오스 엔딘이나 힘으로서는 비슷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지금까지 키워 놓은 다수의 히든 클래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존재들이 그를 너무나 믿고 있으니 심히 거슬렸다.

"차라리 지금 제거하는 게 나을지도......."

지금 굳이 무리해서 그를 잡지 않는 이유는 그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히든 클래스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그에 관련해서는 정말 박사 학위를 줘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존재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를 최대한 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려 주고(?) 있다는 뜻이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지.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는 저놈이 최고인 듯싶으니 말이야."

상당히 꺼림칙했지만 역시 히든 클래스에 대한 집착은 저 남자를 따라올 존재가 없었다.

그러니 그냥 두고 보기로 결정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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