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 제1장 신대륙을 향해서 (34/100)

3권

제1장 신대륙을 향해서

내가 선택한 초능력 기술은 바로 '순간 이동'이었다.

간단히 말해, 생각만으로 뿅뿅(?) 움직일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다.

사실 이 기술을 선택하기 전에 '사이코 메트리'라는 기술이라는 것도 고민 선상에 있었다.

사이코 메트리 같은 경우는 상대방 기억의 잔상을 읽거나 혹은 신체를 접촉할 경우 상대방의 생각까지도 읽어 버리는 특수한 능력이다.

한마디로 전투 능력에 있어서는 최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상대방과의 접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좋은 능력이면 뭐 하나? 상대방이 엄청난 스피드의 소유자거나 하면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섣불리 접촉에 신경 쓰다가 오히려 전투에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바로 순간 이동이다.

이것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사이코 메트리라는 기술보다 더욱 실용적인 전투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방면으로도 극대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그러니 내가 이 기술을 선택한 것이다.

결정을 했으니, 다음에 할 일은 어서 신대륙한테 가서 슈퍼 히든 클래스를 찾아내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한 가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왜 바다를 건너야 하는 거지?"

"......."

그렇다.

왜 바다를 건너야 하냐는 것이다.

왜, 왜, 왜!!

신대륙을 가는데 왜 지겹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설정이냐고!!

물론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플라이 마법도 어떤 마나 방해로 인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배 타고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래, 히든 클래스라면 배뿐만 아니라 수영해서라도 바다를 건널 정도로 난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

아니,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 또 침몰했어?!"

"제길! 우리 쪽도!!"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 신대륙 가는 내내 내로라하는 배나 선장들도 계속 실패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통과할 확률이 0.05%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건 저 비싼 배를 살 돈도, 대여할 돈도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저 엄청난 통과 확률에 시도조차도 못한다는 거지.

"에혀디여."

"......."

"이번에도 실패구나, 실패구나, 실패야!"

"......."

"아아, 이리 재수 없는 인간은 처음이구나!"

그때 누군가가 심오한(?) 노래를 한 곡 부른다.

그리고 그 심오한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케찹이다.

난 그런 케찹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움찔!

한편 그런 내 눈빛에 케찹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내가 한 방 갈길까 봐 그러나 보다.

하지만 참고로 난 그런 마음 없다.

그저 갑자기 케찹이를 보니 뭔가가 땡길(?) 뿐이다.

"후르르르."

"뭐, 뭐야?!"

"후르르르."

"지, 지금 그 소리는!!"

그때 난 나도 모르게 케찹이를 보고 입맛을 다셔 버렸다.

아, 난 너무 감추는 게 미숙해서 탈이란 말이야.

"제길!!"

그때 케찹이는 역시나 예리한 감으로 나의 의도를 판단, 도망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내가 더 빨라서 말이다.

휘익!

"아악!!"

케찹이는 이미 도망가기 전 내 손에 포획되어 버렸다.

난 그런 케찹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싱그러운 미소에 케찹이는 덜덜 떨고 있다.

에이, 그러면 꼭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케찹아, 부탁(?)이 있어."

"......."

"네가 배로 변신하는 거야, 어때? 정확히는 엔진?"

"......."

난 엄청난 크기의 뗏목을 만들었다.

우리 일행이 모두 누워서 자도 될 정도로 말이다.

대략 크기만 해도 10평 이상? 아무튼 상당한 크기다.

물론 이런 뗏목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원이 저어야 하거나 엄청난 엔진이라는 것을 달아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고? 그건 바로 살아 움직이는 엔진, 케찹이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나보고 이걸 끌라고?!"

"대놓고 물으면 쑥스럽잖니."

"지, 지금 미친 거야?!"

"......??"

"이렇게 작은 요정보고 이 미친 크기를 끌라니!!"

물론 케찹이가 작긴 작다. 내 손바닥만 하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저기에 있는 뗏목은 정말 더럽게 크다.

크기 비율로 따지면 기본 약 몇 백 배?

그럴 걸 저런 작은 요정한테 끌라니, 상당히 말이 안 되기는 하다.

하지만 저놈은 일반 요정이 아니다. 드래곤도 때려잡는 하이 스페셜 울트라 요정이다.

이 정도야 뭐 껌이지!

"여, 연희 님 저, 저보고 저걸....... 흑흑."

"......."

"......."

그때 케찹이는 살짝 떨어져 있던 연희를 향해 불쌍한 표정을 지은 채 달려갔다.

물론 가식 케찹이로의 변신은 순식간이다.

어찌 됐든 케찹이는 그렇게 연희에게로 향해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난 예전 같았으면 그들의 만남을 저지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그게......."

"......?"

"......."

"연희 님, 왜 그러세요?!"

연희는 가식 케찹이의 정체를 모두 알아 버렸으니까 말이다. 크하하하!!

가식 케찹이 같은 영혼, 네놈이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앙?

한편 케찹이는 연희의 미묘한 반응과 나의 냉소적인 웃음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싶더니 잠시 후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서, 설마?!"

"크크."

"......."

머리가 좋은 만큼 금방 지금의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아마도 내가 연희에게 모두 고자질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한편 케찹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 지금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으세요!!"

"......."

"저 나쁜 주인님이 저를....... 흑흑......."

케찹이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다.

오우, 브라보!

역시 연기력 하나는 좋단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고자질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희가 알아 버렸다고, 물론 진실을 아는 데 살짝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그런 생쇼에 넘어갈.......

움찔.

"......."

그런데 그 순간, 연희는 케찹이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있다.

서, 설마?!

제길! 난 그걸 보고 잊어버렸던 걸 하나 기억해 버렸다.

가식 케찹이의 귀여움을.......

평소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도 살짝 당황스럽게 하는 가식 케찹이의 귀염성, 정말 그 누구라도 가식 케찹이의 모습을 보면 뿅 간다.

특히 여자들 같은 경우는 말이다.

난 그런 사실이 자각되자, 얼른 저 케찹이를 치우려고(?) 당장 순간 이동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웩."

"......?"

"......?"

갑자기 길쉬가 헛구역질을 한다.

뭐냐? 왜 갑자기 잘 있다가 헛구역질을 하는 거지?!

설마 입덧?

내가 말하고도 참으로 미묘하군.

한편 그때 헛구역질을 한 길쉬는 정말 역겹다는 얼굴로 말했다.

"마스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역겨울 수가 있는 거죠?"

이런! 감히 주인인 가식 케찹이에게 말이다.

저 스킬이 발동되면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다 넘어가는데 길쉬가, 길쉬가!!

와! 왠지 길쉬가 멋져 보인다.

그런데.......

퍼억!

"......."

길쉬가 갑자기 땅바닥에 딱 붙으며 실신 되시고, 그렇게 만든 분은 한마디 하신다.

"감히 마스터에게 그딴 소리를 해 대다니!!"

근데 왜 듣는 내가 이렇게 우습지도 않지?

"아악?!"

그때 길쉬에게 강한 질책을 하던 케찹이가 어느새 내 손에 잡혔고, 케찹이는 짧은 비명만을 지르고 있다.

한편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빤히 보더니 말했다.

"너나 잘하시지?"

"......."

"아무리 봐도 네가 나한테 하는 행동에 비해 길쉬가 너한테 하는 행동은 참으로 공손한데 말이다."

"고, 공손하다니! 감히 마스터한테 역겹다고 했다고!!"

내 말에 케찹이는 강하게 반발했다.

난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난 조용히 말했다.

"주인한테 욕하는 너보다는 정말 착한데?"

"......."

"정말로 말이야."

그러자 자신의 행동이 서서히 떠올랐는지 케찹이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난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다.

"길쉬."

"네......에?"

난 힘들게 바닥에서 일어나는 길쉬를 불렀다.

그러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렴."

"......??"

"지금까지 이 미친 요정 밑에서 얼마나 시달렸겠어. 지금이 기회야! 다 말해 버려, 하고 싶었던 말."

"......!!"

나의 제안에 길쉬는 너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케찹이는 발끈해서 말했다.

"이 시밤바 하기만 해 봐, 나중......."

퍼억!

"아아악!"

하지만 대기 중인 내 손에 그대로 넉다운되었다.

난 다시 길쉬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편안하게 말해."

"그, 그래도."

"아니, 괜찮다니까."

"마, 마스터인데."

"괜찮아, 괜찮아."

난 머뭇거리는 길쉬를 다독였다.

원래 저게 정상이다. 자신을 엄청 괴롭히던 마스터를 욕하라고 해도 하지 못하는 저 순수함(?).......

하지만 케찹이는 첫날부터 나 만나고 욕했다. 결론적으로 요정으로서의 순수한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그런 나의 다독거림에 길쉬는 머뭇거리다가 내 손에서 잡혀 있는 케찹이를 보고는 용기를 낸 어조로 외쳤다.

"이 나쁜 요정!!"

그래! 더 하라고!! 이왕이면 케찹이가 나한테 욕하는 씹탱구 이런 거 하는 거야!

나의 기분을 똑같이 느끼게 해 주는 거야! 크하하하!

뭔가 악마 같기는 하지만, 내가 그만큼 당한 고통도 있으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왜 말을 안 함?"

갑자기 길쉬가 말문을 닫았다.

왜 그러는 거냐? 설마 뒷일이 두려워서?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책임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길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말했다.

"끝인데요."

"......."

"이것밖에 할 말이 없어요."

"......."

진짜냐?

아니, 저게 주인을 모시는 정상적인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오랜만입니다, 카오스 엔딘 군."

"......."

검은색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엔딘을 향해 미소가 가득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엔딘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있을 뿐이다.

평소 엔딘의 성격은 정말 좋기로 유명하다. 조율자이지만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과연 엔딘이 조율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편안한 존재였다.

그런 성격 좋은 엔딘이 지금 나타난 이 남자의 앞에서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서 있기만 했다.

아니, 오히려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너무한데요? 오랜만에 조율자끼리 만났는데 이런 푸대접이라니......."

그때 그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의 충격적인 한마디가 들려왔다.

같은 '조율자'라는 말이다.

사실 이 게임에는 조율자라는 존재가 두 명 존재한다.

대부분 유저가 알고 있는 카오스 엔딘과 아는 사람이 극소수로 제한되어 있는 파멸의 데리트.

하지만 데리트 같은 경우는 거의 조율자로서의 활동이 뜸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 드문 게 사실이다.

한편 데리트는 엔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말했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렇지만 데리트는 상관없다는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수긍한 걸로 생각하죠."

"......."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엔딘을 향해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한 데리트는 잠시 후 약간 굳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적으로 엔딘 군과 어느 한 유저가 무척이나 친하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

그의 한마디에 아무런 감정 표현을 보이지 않던 엔딘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걸 본 데리트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 웃었다.

"역시나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묻고 싶군요."

그 순간 처음으로 엔딘의 말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말문이 열리기 무섭게 데리트의 말이 이어진다.

"프레젠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말입니다."

"......."

하지만 그의 발언에 마치 짐작이라도 한 듯 엔딘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역시 당신인 겁니까?"

"......?"

"히든 클래스에 대한 걸 찾으러 다니고 프레젠 님을 따라다니며 그와 친분이 있는 존재들을 죽이는...... 존재가 말입니다."

싱긋.

한편 그 말에 데리트는 웃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잠시 후 엔딘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말했다.

"저는 조율자입니다."

"......."

"일반 유저들을 죽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조.율.자. 이거든요."

"......."

데리트는 조율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카오스 엔딘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조사해 본 결과, 확실히 하르텐과 스케이트를 죽였던 기술은 데리트의 기술이 분명하다.

하지만 증거가 없을 뿐이다.

"그나저나 딱 보니 프레젠이라는 유저에 대해서 말해 주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뭐 그렇다면 돌아가야겠죠."

그 말을 끝으로 데리트는 서서히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엔딘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히든 클래스들을 양성하는지 대략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되지는 않을 겁니다."

"글쎄요? 무슨 말인지......."

데리트는 엔딘의 말에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그의 그런 반응에도 엔딘은 말을 이어 갔다.

"당신이 궁금해 하는 프레젠 님에 대해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

엔딘의 한마디에 데리트의 귀가 솔깃해졌다.

혹시나 해서 왔을 뿐인데, 생각 외로 프레젠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상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분입니다."

"......."

똑같은 말이었다.

하르텐과 스케이트가 그에 대해서 말한 내용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것도 다른 존재가 아닌 조율자 카오스 엔딘이 그런 말을 하다니......!

데리트는 왠지 모르게 프레젠이 제일 자신을 거스르는 존재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헉헉."

"......."

"헉헉, 헉헉."

"거슬려, 인마."

"......."

난 계속해서 배를 끌고 가면서 헉헉거리는 케찹이를 향해 한마디 던졌다.

한편 그런 내 말에 케찹이는 발끈하더니 외쳤다.

"지금 얼마나 힘든데! 에이 씨! 이런 씹탱구 주인 자식이...... 아니라 착한 주인님."

케찹이는 뭔 말을 하려다가 공손해진다.

그리고 그건 내 손에 쥐어진 케찹이 전용 파리채를 보고 나서이다.

내가 특별히 케찹이를 내려찍기 위해서 만든 특수 전용 파리채이다.

손바닥으로 치는 건 품위가 안 나서 말이다.

그나저나 케찹이 말대로 좀 힘들기는 하겠다. 아까부터 열심히 배를 끌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럼 좀 쉬든가."

"쉬고 있어."

"......."

케찹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리 와서 쉬고 있다.

뭐지, 이 기분은?

분명 쉬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을 하기 전에 미리 와 알아서 쉬고 있으니 상당히 기분이 더럽다.

"그나저나 주인 씨, 약속은 지키는 거지?"

"하는 거 봐서."

"아니, 왜 말이 달라지는 건데!!"

내게 약속한 무언가를 재확인하는 케찹이의 물음에 난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약속인 것만큼 지키기는 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 액수가 왜 필요한 건데?"

그렇다. 도대체 뭘 하는데 50골드나 되는 금액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50골드면 현금으로 50만 원, 즉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물론 배 값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거지 생활이 일상인 나로서는 거의 전 재산이다.

그런 금액을 저 자식은 노동력의 대가로 달라고 한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먹어 봤자 1골드도 안 나오는데, 도대체 왜 그런 금액이 필요한 걸까?

한편 그런 내 질문에 케찹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비밀이야."

"......."

"원래 비밀 있는 요정이 멋지거든."

네네, 그래요? 그럼 비밀스럽게 사이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단숨에 관심을 껐다.

"뭐, 뭐야? 주인! 무, 물어봤으면서!!"

"비밀이라면서."

"그, 그래도 계속 물어봐 주는 게 예의잖아."

"글쎄."

"......."

비밀이라는데 굳이 계속 물어봐 주는 게 예의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아니, 사실 말하고 싶었으면서 말이다. 뭐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그래, 케찹 님. 그 돈으로 뭐 하실 건데요?"

내 선심 쓰고 물어봐 준다.

한편 이런 내 물음에 케찹이는 뿌듯한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주인이니까 특별히 알려 주는 거야."

"고맙소."

정말 특별히 알려 줘서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그때 케찹이의 입이 열렸다.

"여자 속옷 살 거야."

"......."

"그것도 화끈한 망사 계열을!! 그래서 이리엘 님과 연희 님에게 선물을......."

"......."

"어때, 엄청나지?!"

흠, 그저 변태 요정으로 찍히지 않기만을 빌어 주마.

그런데 혹시 내 선물은 있을까?

"물론 주인 선물도 있어."

"......!!"

주인 선물도 있다는 말에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케찹이가, 케찹이가 내 선물을?

사실 날 되게 존중했던 게 아닐까?

난 그것도 모르고......! 제길! 케찹아, 미안하다.

쪼르르.

그때 갑자기 케찹이는 병 한 개를 꺼내서 바닷물을 담았다.

그러고는 그 바닷물이 담긴 병을 내게 내밀면서 말했다.

"내가 직접 떠 준 바닷물."

"......."

"정말 영광인 줄 알...... 꺅!!"

처음으로 특수 제작한 파리채를 사용해 보았다.

후기, 감촉이 좋았다.

"저기인가......."

난 저 건너에 몰아치고 있는 토네이도를 보고 중얼거린다.

분명 이곳은 정말 하늘도 쨍쨍하고, 날씨도 정말 좋다.

하지만 약 15미터 정도 앞으로 가면 토네이도가 바다를 장악하고 있고, 날씨는 흐릿흐릿하며 그뿐 아니라 온갖 태풍과 비로 정신이 없다.

"끄아아악!!"

그때 우리는 무리하게 통과하려다가 그대로 가 버리는 배 한 척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걸 보고 난 느꼈다. 장난 아니라고.......

뭐 닿는 순간 그냥 산산조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그냥 가 버리신다.

실제로 보니 왜 통과 확률이 0.05%인지 참으로 알 것 같다.

"선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때 연희가 그 무시무시한 앞 동네(?)를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난 그 질문에 대답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막막하다. 저 튼튼해 보이는 배도 그냥 닿는 순간 죽는데, 이런 뗏목쯤이야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다.

"신대륙아!!"

난 애타게 불렀다.

저 살벌한 동네 건너 나를 부르는 대륙을...... 아니, 정확히는 히든 클래스를 향해.......

지금쯤 미리 도착한 저질(?)적인 인간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막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분명 히든 클래스님은 외치고 있을 것이다.

"저를 어서 도와주세요!"

아니, 그뿐이 아니다.

"저의 주인은 당신밖에 없어요!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서 도와주세요!!"

이러고 있을 테다.

아, 히든 클래스님의 애타는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려 퍼진다.

"미친 거예요."

"......."

"......."

"처음 보시죠, 연희 님과 이리엘 님은요?"

"......."

"......."

"저게 일명 '미친 모드'라고, 전 자주 봤어요."

그때 케찹이가 참으로 친절하게 연희와 이리엘에게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해 주고 있다.

참으로 고맙구나, 이럴 때는 너무나도 재빨리 설명해 줘서 말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내가 생각해도 좀 미쳤다.

워낙 히든 클래스에 미치다 보니, 가끔씩 히든 클래스님과 대화를 하는 약간 안 좋은 질병이 발생하거든.

흑흑. 너무나도 갖고 싶어, 히든 클래스!!

지금 이렇게 절망을 할 때가 아니다. 어서 저 앞 동네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진짜 내가 온 이후 수백 척의 배가 몰살만 당하는 게 보여서 참으로 전진하기가 그렇다.

가려고 하면 다른 배들이 미리 가셔서 먼저 떠나시고 하니, 자꾸 움찔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잘 건너는 거냐?!

"대화를 해 보죠!!"

"......."

"......."

"......."

그때 한 분의 엄청난 한마디에 우리는 그저 하염없이 그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저분이 뭐라고 하신 걸까?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분명 '대화를 해 보죠!!'라고 했다.

그럼 여기서 문제, 누구랑 대화를 하자는 거냐?

설마 저기 앞 동네에 사는 태풍님과 토네이도님, 폭우님과 대화를 해 보자는 미친 소리는 아니겠지?

"대화를 해 보면 지나가게 해 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분은 이런 나의 기대를 철저히 부숴 버렸다.

아무리 봐도 이건 그거다. 지금 저 앞 동네에 사는 분들과 대화를 해 보자는 것.

뭐 세상이 별나기는 하다. 미친 요정에다가 말하는 식물에다가 웃긴 짜파게티(?)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좀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범위라고 할까?

태풍 님, 토네이도 님, 폭우 님과 대화를 하자고 하다니.......

이건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심히 난감하다.

그런데 그런 나를 더 난감하게 만드는 길쉬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저의 능력 중 저분들과 대화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중얼중얼.

"......."

"......."

"......."

우리는 조용히 태풍 님과 토네이도 님, 폭우 님과 대화를 하시는 길쉬를 바라만 보고 있다.

사실 대화를 하는지 혼자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내 귀에는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묻고, 혼자서 대답하는 이상한 길쉬의 목소리만이 들리거든.

절대로 다른 목소리는 안 들린다.

"미친놈."

"......."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케찹이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다소 좀 격한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엄청나게 수긍이 간다.

특히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말이라고나 할까.

"아, 고맙습니다."

"......."

"네, 정말 고맙습니다."

길쉬는 이제 인사까지 꾸벅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모든 존재는 겉으로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안 미쳐 보이던데, 오늘 보니 좀 많이 미쳐 보인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허락해 준 난 뭐니? 같이 미친 거냐!!

"가죠!"

"......."

그때 길쉬가 가자고 말했다.

그래, 저분들과 협상은 잘되었는가?

그럼 이제 저분들은 우리가 지나갈 수 있게 바로 앞에 공간을 만들어 주겠네?

뭔가 내가 말하고도 참으로.......

사아악!!

"헉!!"

그때 갑자기 바로 우리 앞에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길쉬는 웃으며 말했다.

"어서 가죠. 저희만 통과시켜 준대요."

"......."

"저기?"

"아, 아니. 그, 그래. 가자. 케, 케찹이 전진!!"

"......."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더듬거리면서 케찹이에게 말했고, 내 말에 케찹이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재빨리 모터로 변신해서 그 공간을 통과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던졌다.

"참으로 세상이 미쳤군."

저기 케찹아, 욕하는 요정이 나왔을 때부터 이 세상은 미쳤거든?

우리는 어찌 됐든 길쉬의 협상으로 신대륙으로 가는 통로를 너무나도 손쉽게 통과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경험담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믿을까?"

당연하지만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다.

실제로 본 나와 연희, 이리엘도 못 믿는데, 누가 믿겠는가.

아니, 미친놈 취급할 것이다. 태풍과 토네이도, 폭우와 이야기를 나눈 뒤 통과했다고 말하면 말이다.

"다들 왜 그러세요?!"

그때 길쉬가 유일하게 혼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로서는 이상할 테다. 다들 패닉 상태에 빠져 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 난 정상적인 생활 생각을 가졌기에 이번 상황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솔직히 말해, 나같이 비정상적인 생활에 찌들어져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 어떤 존재보다 더욱 자신 있었다. 이런 웃긴 짬뽕 같은 일이 일어나도 흔들림이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니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언제부터 자연재해들이 말을 할 수 있고, 그들과의 대화까지도 가능하단 말인가?

이게 말이 되냐, 말이?!

"저, 저기 선배, 저, 저 꿈이겠죠?"

그때 연희가 당황하면서 내게 꿈이 아닌지 물었다.

그렇지만 꿈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그저 여기서 내가 할 말은.......

"게, 게임이잖아."

"......."

"너, 너무 현실 같지만 일단은 게임이잖아. 이 정도야 애, 애교로 봐주는 게......."

"그, 그렇군요. 게, 게임이네요."

"응, 게임."

"......."

게임이라고 열심히 말해 보지만, 왜 충격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어찌 됐든 우리는 그 자연재해님들과 협상(?)한 후 진짜 무난하게 통과한 뒤 어느 한 섬에 도착했다.

한데 난 도착하자마자 큰 의문점이 생겼다.

"여기 맞나?"

이 섬이 우리가 찾던 그 신대륙인가 하는 것이다.

분명 내가 알기로는 이미 신대륙에 아주 소수의 인원이라도 도착했다. 그렇다면 분명 섬 주변에 배들이 있어야 할 테다.

그런데 배는커녕 배 찌꺼기도 안 보인다.

이건 뭐지?!

분명 여기가 새로운 곳인 건 분명한데 말이다.

"저기, 주인님."

"......?"

그때 갑자기 이리엘이 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참고로 그녀는 나를 부르고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무슨 곤란한 말이라도 있는 건가?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이리엘의 말이 이어졌다.

"저, 저기 이런 말 하기 그런데요......."

"......??"

"여기 이상해요."

"......??"

뭔 말이지? 이상하다니, 뭐가?

난 이리엘의 그 말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밝게 빛나는 태양과 너무나도 맑다 못해 미치게 맑은 바닷물,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아름다운 나무들.......

솔직히 말해 내가 이때까지 본 섬들 중 최고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가 뭐가 이상한 거지?

"저기......."

"......??"

그때 이리엘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참고로 이리엘의 표정은 극도로 당혹해 하고 있다. 근데 왜 그 모습이 이렇게도 귀여운 건지.......

아,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을!

난 얼른 이리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

난 열심히 양쪽의 눈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내 눈이 미쳤나? 왜 갑자기 착시 현상이 보이고 난리냐!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이리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방금 전 내가 본 장면이 말이다.

그리고 난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저건 뭐지?"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케찹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바보 주인, 꽃게잖아!! 꽃게! 그것도 몰라?"

"......."

그래, 케찹이 말대로 꽃게다. 바닷가 주변을 둘러보면 볼 수 있는 그 꽃게 말이다.

하지만 절대 지금 저 자식이 그냥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꽃게는 아니다.

그럼 뭔 꽃게냐고?

"미친 꽃게."

나의 몸 수백 배에 달하는 크기다.

쿵!

"헉?!"

"꺅!"

"주, 주인님!!"

"으아악!"

그때 그 엄청난 크기의 꽃게가 한 발자국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과 동시에 이 섬은 지진이 일어났다.

섬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의 강한 지진이다.

농담 안 하고, 저 꽃게님이 몇 번 움직이면 이 섬 침몰하겠다.

"케찹이 따라와!"

난 지금 당장 저 무지막지한 꽃게를 저지하기 위해 케찹이를 불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냥 따라올 케찹이 아니었으니.......

"싫소."

"......."

"왜 항상 나를 부려 먹는 것이오!"

케찹이는 이상한 말투로 반발하고 있었다.

저 자식, 저 미묘한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건지....... 정말 하루하루가 신기한 요정이다.

뭐 그나저나 저런 케찹이의 반응은 이미 예고된 바, 그리고 그 반응에 적절한 말도 준비한 상태다.

그건 바로.......

"넌 멋지잖아."

"그렇구나."

졸졸졸.

그 말에 케찹이는 얼굴에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날아왔다.

이 모습을 보고 난 정말 저놈이 어떤 놈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정말이지 단순한 놈이라고.

"직접 와서 보니 더 크군."

무슨 집게 하나가 나의 수십 배다.

한마디로 저 집게 한 번 휘두르면, 이 섬에 대재앙이 일어날 것 같은 모션이랄까?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크기다.

"저거 먹을 수 있을까?"

"......."

근데 난 크기에 감탄하지만, 어느 한 요정은 저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그분의 이름은 바로 케찹이.

왜 생각을 해도 그런 생각밖에 못하는 거냐! 좀 유익한(?) 상상을 하라고!

그렇지만 케찹이 말대로 저걸 먹을 수만 있으면 완전 게 잔치를 열 수 있겠다.

물론 중대한 문제는 뭐로 저 게를 삶느냐는 거지만 말이다.

"후라히라라라! 배고파!"

그때 케찹이는 미묘한 입다짐을 했다.

솔직히 말해 나도 좀 배고픈 상태여서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후라히라라라'라는 소리는 좀 그렇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른 내 목적을 생각해 내자.

난 분명 저 거대 꽃게를 처리하러 온 거지, 놀러 온 건 아니다.

지금 저 상황에서 몇 번 더 움직이면 가까이에 있는 나와 케찹이는 거의 매몰된다.

멀리서도 그 정도의 지진이 느껴지니 말이다.

그러니 어서 못 움직이게 집게를 절단하는 작업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 나의 전설의 울트라 하이 스페셜 단검을 집어 들었다.

드워프의 손을 거쳐 무려 내구도가 8이나(?) 상승한 엄청난 단검.......

아, 왠지 모르게 내구도가 8이라고 말하자, 내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절대로 내가 변태여서 그런 건 아니고 진짜 내구도 3에서 8로 오르니 뭐라고 해야 하나, 후끈 달아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건 뭐 겪어 본 자만이 안다는 거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그 커다란 집게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끄아아악!!"

단방에 집게가 그냥 썰려 버렸다.

물론 너무 커서 많이는 자르지 못했지만, 어찌 됐든 그 집게는 잘리자마자 너무나도 큰 비명을 질렀다.

참고로 몸만큼 비명도 더럽게 커서 나와 케찹이의 귀를 날려 버릴 정도다.

뭐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이 거대 미친 꽃게야! 잘 가라고!!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그 커다란 집게를 엄청난 스피드로 잘라 내기 시작했다.

스치는 순간순간 그대로 잘려 나가니, 별로 힘들지는 않다.

단지 너무 커서 자르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게 문제랄까?

"크오오옥!!"

난 참으로 꽃게치고는 미묘한 비명을 지르는 꽃게를 열심히 발라 버렸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기는 참으로 환상적이다.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껍질도 그냥 종이를 자르듯이 자르다니....... 음하하하!

그렇게 난 미친 듯이 꽃게를 잘라 냈다.

어느새 막 요리사의 혼이 불타오른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나?

"저기, 주인 군."

"......?"

"즐기는 건(?) 좋지만, 저걸 보면 어떨까 싶어."

"......??"

난 갑작스러운 케찹이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뭘 보라는 거냐, 뭐 엄청난......!!

"으아아악!!"

"참으로 주인은 반응이 느려."

"자, 잠시! 이런 거 빨리 말하라고, 이 바보 요정아!!"

"바보 요정이라니! 불렀을 때 미친 듯이 꽃게를 쑤시고 다니던 게 누군데!!"

"......."

아, 요리사의 혼(?)이 깃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 이게 아니라 사태가 심각하다.

"튀어!!"

"튈 거야! 바이, 바이."

"자, 잠시!!"

그때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리 날아서 튀는 요정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

하지만 난 뒤에서 엄청나게 밀려오는 무언가를 보고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꽃게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이상한 액체...... 같은 걸 보고 말이다.

"......."

"......."

"......."

섬이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그 섬이 가라앉은 이유는 어이없게도 그 미친 꽃게 안에 있던 이상한 액체 때문이었다. 얼마나 많은 양이 몸에 저장되어 있었는지 계속해서 흘러나오더니 그 섬을 덮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판타스틱......하다고 해야 하나?

"서, 선배. 여기 정말 이상해요."

그때 연희가 자연재해와의 협상에 이어 이상한 꽃게에 의해서 섬이 침몰되자, 무척이나 당황하면서 내게 말했다.

한편 난 그런 연희를 향해 더듬거리며 말했다.

"게, 게임이잖아."

"......."

"게임이니 저런 꽃게 정도는......."

"......."

만들 수 있나? 뭐지?

왠지 바다를 건너오고 나서 신대륙으로 향하는 길이 영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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