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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명상의 시간 (29/100)

제13장 명상의 시간

우리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원래 다음 내 목적은 분명 드워프를 찾아서 무기 관련 업무(?)를 끝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미룰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건 바로......!

"짐승 본능!!"

아무리 이리엘 효과가 베타 버전에서 정식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지만, 난 견디지 못했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당했다는 거다.

만약 그 상황에서 연희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

엄청난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엄청난 일이.......

근데 도대체 왜 그 상황에서 모든 이성을 잃어버린 걸까?

이리엘 효과에 그나마 제일 적응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내가 말이다.

사실 이런 게 자랑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나마 이리엘 효과에서 잘 살아남는(?) 편이다.

웬만한 이리엘 효과 포스는 훌랑훌랑(뭐 하는 주문?) 주문으로 난관을 뒤집는다. 그리고 좀 더 진화된 이리엘 효과라고 하더라도 잠시 동안 몸의 제어가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마지막으로 최고 난이도가 발동된다 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무언가에 박을 의지력은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무기력했어."

최고 난이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이리엘 효과.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이리엘 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또 그것이 발동되면?!"

난 어찌하란 말인가!!

이번에는 연희 덕택에 그나마 넘어갔다지만, 다음에는 도대체...... 아악!!

한마디로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저지르고 만다.

그럼 방법은?

"나도...... 진보를 할 수밖에!!"

이리엘 효과가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했다면, 나도 업그레이드를 하면 된다.

'궁극 이리엘 효과'에 대항하는 '궁극 순수 효과'라고 말이다.

난 할 수 있어!!

"나 왜 불렀대?"

내 부름에 케찹이는 참으로 묘하게 대답했다.

흠, 왜 부르는지 아직 잘 모른다는 건데.......

"케찹아."

"왓 두 유 두 미?"

"......."

영어는 좀 자제해라.

뭔 말인지 참으로 알아듣기 뭐하다.

근데 왓 두 유 두 미가 무슨 뜻이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영어인 것은 분명하다.

한데 기억에 안 난다.

알다시피 내가 18년간 머리를 봉인한 상태여서.......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어서 케찹이에게도 내 계획을 말해야겠다.

"수련을 하러 간다."

"......?"

나의 '수련'이라는 말에 케찹이는 뭔 개소리냐는 듯 바라보았다.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자신 있게 외쳤다.

"궁극 이리엘 효과에 대항하는 궁극 순수 효과를 수련하러!!"

그래, 이 방법밖에 없다.

물론 혼자 하면 좀 그러니까, 케찹이 한 마리를 옵션으로 넣어 보자.

하지만 그런 내 말에 케찹이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난 싫어."

"......."

"그딴 거 왜 하는데?"

오히려 따진다.

그딴 걸 왜 하다니? 당연히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서지!!

그런 걸 물어보는 의도가 뭐냐!!

한편 케찹이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 물처럼 덮칠래."

케찹이는 그냥 덮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 궁극 이리엘 효과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소리다.

즉 요약하면......!

"이 변태 요정!!"

퍽!

"꺄악!"

무지하게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한편 난 내 파리채 블로킹에 바닥으로 추락한 케찹이를 건진 뒤(?) 끌고 갔다.

자기가 싫다면 안 갈 줄 알았냐?

내가 데려간다, 이 자식아.

"......."

케찹이는 무척 얌전해졌다.

그리고 그 얌전해진 주 이유는 바로 나와 이곳에 단둘이 있으니까.

단둘이 말이다.

그나마 이리엘이나 연희라도 있으면 내 이미지 관리한다고 약간 봐주면서 패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무도 없다.

이 숲 속에는 너와 나, 단둘이라는 거지. 크크!

물론 연희와 이리엘은 길쉬한테 맡겼다.

나름대로 이럴 때는 정말 필요한 분이라는 게 느껴진다.

"케찹아."

"으응?"

"수련할 거지?"

"무, 물론!!"

"흐흐."

"나, 난 영광이야!"

영광이란다.

방금 전까지 물처럼 덮치겠다는 분이 궁극 순수 효과를 배우는데 영광이라니.......

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말보다 법보다 가까운 건 바로 주먹이라고.

어찌 됐든 케찹이의 동의(?)가 있었으니, 이제 수련을 하는 거다.

그런데.......

"뭘 하지?"

갑자기 이게 궁금하다.

뭘 해야 궁극의 이리엘 효과에 대항하는 궁극의 순수 효과를 배울 수 있는 걸까?

어떤 수련을 해야 하나.......

"막막하군."

정말 막막하다.

물론 저번에 은애에게 도움을 받았듯이 여자들 유혹을 견디는 게 아주 약간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이 원해야 하는 거지, 만약에 케찹이라면 그런 유혹을 당당하게 즐길 게 분명하다.

그러니 그 방법 말고 좀 더 순수한 방법을.......

"그래! 명상!!"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리를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명상이다, 명상!!

모든 번뇌를 씻어 줄 명상! 그걸 하는 거다.

물론 효과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결정됐다면 당장 실행하는 게 필수겠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멀뚱멀뚱 옆에 있는 케찹이를 향해 말한다.

"명상 들어가자."

한 남자와 한 요정이 연신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두 시간 전에 명상에 들어가신다는 프레젠과 케찹이.

참고로 여기서 참 신기한 건 둘 다 꾸벅꾸벅하는 타입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근데 왜 명상을 하는데 고개를 꾸벅꾸벅하는 걸까?

3시간 후.

한 남자와 한 요정이 이제는 아예 뻗어 있다.

그것도 숲 속에서.

"음냐, 음냐."

케찹이는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프레젠의 얼굴에는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거리는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 명상은 끝이다."

"응, 우리 정말 명상 열심히 한 것 같아."

우리는 명상(?)의 시간을 끝냈다.

정말이지 힘든 명상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걸로 조금이라도 궁극 순수 효과에 다가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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