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각성! 이리엘 효과 스페셜 버전
난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과연 어떤 초능력을 골라야 다들 으앙 하고 눈물을 흘릴지 말이다.
하지만 진짜 다들 너무 멋져 버려서 고르는 게 쉽지가 않다.
물론 아직 시간이 더 있기야 하지만, 이왕이면 얼른 가지고 싶기도 해서 말이다.
"아 참!"
그때 어느 초능력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에 잠겨 있던 내게 갑자기 어떤 생각이 휙 지나간다.
그리고 그건.......
"무기 수리......."
서서히 무기 수리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울트라 하이 스페셜 초보자의 단검을 말이다.
정말 예술적인 포스를 보여 주는 단검이지만 심각한 내구도의 결함으로 이렇게 수리하는 것은 필수다.
그나저나 대략 얼마 정도 내구도가 깎여 있을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초보자의 단검―
총 426번 담금질
공격력 : 38,920
방어력 : 4,000
내구도 : 1/3
모든 스텟 500 상승
모든 속성 몹에게 데미지 30% 증가
일정 확률로 상대에게 상태 이상
수면 30%
마비 50%
중독 20%
특수 스킬 즉사(패시브)
일정 확률로 상대방을 즉사시킨다.
특수 스킬 쉐도우(패시브)
일정 확률로 자신의 그림자가 상대방의 그림자를 공격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들어가는 데미지는 2배. 단, 그림자가 있어야 함.
특수 스킬 포르텐(패시브)
일정 확률로 상대방의 방어력을 완전 무시한다.
특수 스킬 탄(패시브)
공격 성공시 상대방의 내부에 치명적인 공격을 한다.
특수 스킬 강화
순간적으로 약 1분간 데미지를 5배로 늘린다(쿨타임 10시간).
특수 스킬 케이젼
순간적으로 약 1분간 스피드를 30배 상승(쿨타임 20시간).
특수 스킬 메테오
살아 있는 생물을 공격시 일정 확률로 메테오 소환
확인해 보니, 참으로 미래가 안 보인다.
저 내구도 봐라, 무려 1이다.
3에서 1로 푹 줄었다.
별로 사용한 것 같지도 않건만 이리 되다니.......
너무나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검의 성능에 비해서 내구도는 정말 눈물 나오게 하신다.
쩝, 그래도 무기가 좋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그럼 또다시 수리를 받으러 갈까?
"아 참!!"
수리를 받으러 가려는 참에 난 갑자기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드워프!!"
드워프라면 내 단검의 내구도를 상승시켜 주거나 무한 내구도라는 걸 가능하게 해 줄지 모른다.
만날 히든 클래스만 찾아다니느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어서 그저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지금이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 하는 거, 완벽히 특수 개조 때려?"
내구도의 슬픔에서 벗어날 경우, 난 과연 어떻게 될까?
내 자신조차도 무서워질 게 분명하다.
후후후!
난 계획 하나는 정말 착실하다.
내가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계획성 하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계획이 생각대로 안 이루어진다는 거다.
예를 들어 방금 전에도 드워프를 만나 무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핵심은 드워프를 어떻게 만나야 하냐는 거다.
계획 하나는 착실하지만, 그 뒤에 일어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내 지금 상황이다.
휴.......
"하아......."
"......?!"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여자 목소리다.
참고로 지금 연희는 로그아웃 상태이니 없고, 에렐은 내 곁을 떠났으니 없고 남은 여자라고는 이리엘밖에 없다.
그런데 이리엘이?
난 당장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이리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이리엘이 얼굴이 심하게 붉어진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난 당장 이리엘을 향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왜 그래?"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이리엘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가 아니라 진짜 뭔가 힘들어 보여."
"......."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냥...... 몸에서 자꾸 열이 나서 더워......서요."
"......!"
난 그 말에 당장 이리엘의 이마를 짚었다.
이리엘의 이마에서 약간 오버해서 찜질방(?) 수준의 열이 발생되고 있다.
"이건 괜찮은 게 아니잖아!!"
난 엄청난 열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뭐지? 이 어마어마한 열은? 인간이, 아니 서큐버스라고 하더라도 이 미친 듯한 열은 뭐냐고?!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힐러에게 가서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된다.
이리엘은 서큐버스니까 말이다.
물론 저번에 에렐이 준 신급 무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상처를 치유하는 거지 이런 질병을 치유하는 역할이 아니다.
아악! 어떡하지, 어떡하지?!
"괘, 괜찮아질 거예요."
"......."
그때 이리엘이 애써 괜찮다고 하지만, 진짜 안 괜찮아 보인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이리엘의 꽁꽁 드레스가 다 젖어 버릴 정도다.
진짜 왜 이러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냐!!
우선 일단 시원하게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러기 위해서는 저 꽁꽁 드레스가 문제다. 하지만 이리엘은 절대 남 앞에서 저 꽁꽁 드레스를 벗지 않는다.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털썩!
"이리엘!!"
그때 갑자기 이리엘이 쓰러졌다.
난 그런 그녀를 다급하게 부축해서 맨바닥에 구르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가 쓰러졌어!!
"......."
"......."
나와 케찹이는 쓰러져 있는 이리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사실 이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시간도 없다. 어서 내가 생각했던 그걸.......
하지만 나중에 이리엘이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 그냥 있을 수도 없는 법이다.
이리엘, 미안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케찹이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난 준비 완료야."
"......."
참 좋아하신다.
아니, 지금 상황이 좋아할 상황이냐? 이 변태 요정아!!
이 위급한 상황에서 이리엘의 저 두꺼운 꽁꽁 드레스를 어쩔 수 없이 풀어야 하는 과정이 넌 즐거운 거냐? 앙?
한편 이런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케찹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난 엄연히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거거든."
'생명을 살리는 것? 웃기고 자빠지셨네.'
왠지 케찹이의 말이 영 우습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맴돈다.
물론 케찹이는 자기 말대로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동은커녕 거의 반쯤은 옷 찢는 걸(?) 즐기는 게 분명하다.
아 참,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시작하자."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어서 저 엄청난 열을 어디론가 날려 버려야 한다.
"......."
난 마구 찢어진 이리엘의 드레스를 보고 크게 충격을 먹었다.
아무리 다급했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개판으로 찢어 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일단 드레스가 무릎까지 오게 만들고 목은 개방(?), 그리고 소매도 최대한 공기가 통하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약간(?) 거칠었는지 옷이 개판 오 분 전으로 찢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상당히 내가 변태가 된 기분이......."
그런 기분이 들어 버렸다는 거다.
나는 완벽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이리엘의 옷을 찢어 응급 처치를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왠지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알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참고로 위급한 상황이다.
이제 1차적으로 응급 처치,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일단 차가운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로 열을.......
"야, 케찹아, 어서 도......."
도우라고 난 재빨리 말했다.
그렇지만 왠지 케찹이는 도울 상황이 아닌 듯한?
그 이유라 한다면, 케찹이는 지금 열심히 이리엘의 옷을 물어뜯고 있었다.
마치 '이리엘 효과'가 적용됐을 때랑 완전 흡사하다. 그리고 저 붉게 물든 눈빛이 아마도 그걸 증명하고 있다.
한데 솔직히 난 저 모습을 보고 할 말이 없다. 나도 그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이성은 날아가고 완전 자기 멋대로 야수가 되어 버리는 그 아픔.......
그래서 저런 케찹이의 짐승 형태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옷 찢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난 편안히 기절을 시켜 주기 위해 준비를 취했다.
그런데.......
두근두근.
"아악?!"
갑자기 내 심장이 세차게 울리기 시작했다.
서, 설마? 안 돼! 요새 잘 견뎠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두근두근.
두근두근.
"으악!!"
하지만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심장의 박동 소리는 급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이성이 사라진다.
안 돼! 정신 차리라고!!
제발 정신 차려!!
난 그렇게 외치면서 최고의 효과를 자랑하는 나무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 하늘의 도움이라도 있었냐는 듯 진짜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래! 저 나무야말로 날 구원해 줄 최고의 나무야!
어서 한 방.......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으악!!"
하지만 나무에 한 방 박으려는 나의 순수한(?) 의도는 완전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아예 제어하려는 마음 자체를 뺏겨 버렸다는 거다.
정확하게 저번 '이리엘 효과'보다 더욱 심한 업그레이드 판인 게 분명하다.
"하아, 하아......."
진짜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난 이상한 신음을 흘린 뒤 어기적어기적 이리엘에게 다가갔다.
제발 조금만, 조금만...... 통제되라고!!
그렇지만 이런 내 바람과는 다르게 진짜 통제가 완전히 불가능했다.
그뿐 아니라.......
지지직.
지지직.
"......."
난 케찹이와 마찬가지로 입으로 이리엘의 드레스를 마구 찢었다.
아니, 좀 찢으려면 품위 있게 찢든가 왜 입으로 찢고 난리야!
물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완전 지금 난 미친놈이다.
전문 용어로 '똘갱이'.
지지직.
지지직.
그때 어느새 케찹이는 정말 같이 다니면서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찰떡 호흡을 맞췄다.
그건 바로 '열심히 이리엘 옷 물어뜯기'라는 미묘한 행동.......
그렇게 한참 동안 우리 둘은 이리엘의 드레스를 물어뜯었고, 잠시 후 이리엘의 몸엔 속옷만이 남아 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이제는.......
나와 케찹이는 이리엘의 속옷까지 노리고 있었다.
아아악! 프레젠! 이건 아니야!!
제발! 이건 있어서도 안 될 일이야!
그때 케찹이는 브래지어 쪽으로 이동하고, 난 이리엘의 팬티 쪽으로 이동했다.
이건 정말 19금 삐리리 사건이다.
으악! 이대로 가다가는 이제 뭔 저질적인 장면이 나오는 게냐!!
제발 누가 구원을......!!
"선배....... 케......찹 님?"
"......."
"......."
그때 누군가가 구원을 해 주셨다.
하지만 구원......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묘하다.
뭐지? 내가 뭔 말을 하는 거냐!
그리고 추가로 일단 나와 케찹이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난 이리엘의 팬티를 물려고 하는 중이고, 케찹이는 이미 브래지어를 물었다.
과연 이 광경을 보면 연희는 어떻게 생각할까?
"......."
"......."
나와 케찹이는 엄청 무안했다.
나 사실 케찹이와 이렇게 동지애를 느낄 줄은 몰랐지만, 진짜 동지애가 느껴진다.
물론 이리엘이 깨어나고, 나와 케찹이의 억울함 어린 목소리가 뭉쳐서 연희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 주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서큐버스 빔(?)이 작용해서 이성이 나갔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이리엘은 오히려 죄송하다고 하지만, 죄송한 건 우리들이다.
아무리 이성이 나갔어도 그런 행동은.......
"......."
"......."
"선배, 케찹 님......."
한편 연희는 웅크려져 있는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
"......."
"이리엘 님도 이해해 주시고...... 그러니 괜찮아요."
연희의 격려를 들으니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이 충격적인 행동이 용서가 될까?
"아, 그렇구나. 그럼!"
"......."
그때 연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케찹이는 순식간에 복귀 선상을 탔다.
흠, 회복력이 빠른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별 죄책감 따위는 없이 생 쇼를 하신 걸까?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
한편 순식간에 복귀한 케찹이를 본 연희도 약간 당황하는 듯하지만,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려 고개를 푹 숙인 나를 위로해 주었다.
"선배, 힘내요."
"......."
"선배, 저번에 나무에 머리를 박아서 피를 줄줄 흘릴 정도로 착한(?) 선배가 그 정도였으면 얼마만큼인지 저 충분히 이해 가요."
"......."
"그리고 저도 이리엘 언니도 정말 선배가 얼마나 좋은 분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요."
"......."
흑흑!
난 연희의 위로에 막 감동의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왔다.
내가 얼마나 착한지(?) 잘 알고 계신다.
한마디로 내 순수함을 알아준다는 거다.
그래, 연희 말대로 난 순수한 남자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방지를 하는 것이다.
일명 수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