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초능력
"여기인가?"
케찹이 아버지의 해독에 의하면 이곳 별빛 호수에서 새벽 12시 정각에 문 스라먼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아, 정말 얼마나 힘들고 힘든 히든 클래스 찾기였는지 모르겠다.
눈물 없이는 못 볼 그런 히든 클래스 찾기.
하지만 난 해냈다.
이제 몇 분만 지나면 난 히든 클래스가 된다. 그것도 초능력을 다루는 히든 클래스가.......
그럼 난 이제......!!
"흐흐흐."
슈퍼맨이 되어 버리는 건가?
환상적인 초보자의 능력과 환상적인 능력의 조합, 정말 감동적이다.
물론 내가 초보자를 탈퇴하면...... 케찹이는, 케찹이는?
"후후, 멀쩡하게 있지."
말 그대로 멀쩡하게 있다.
이미 케찹이는 다른 요정과는 격이 다른 요정이다.
케찹이는 내가 전직을 하면 이제는 자유로워질 거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1,000레벨이 넘으면서, 케찹이는 내 소속으로 꽝 도장 찍힌 상태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케찹 군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
그 순간 잠시 시간이 흐른 사이 벌써 12시가 되었는지 문 스라먼에서 강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는 별빛 호수조차도 하얀색의 빛으로 뒤덮이고, 보는 사람을 그냥 버로우 타게 만드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특히 이리엘과 에렐 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바로 그때였다.
파아앗.
그 빛을 통해 누군가 기어...... 아니 튀어나오신다.
"히든 클래스으으으으!!"
난 그분이 전직시켜 줄 분일 거라고 확신했다.
으악!!
10분 후.
"......."
이, 이럴 수가.......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어떻게......!!
"......정보가 틀린 게냐?!"
100% 정보를 보장한다는 정보의 마법사 데피린, 그분의 말을 믿고 왔는데 이건 정보가 완전히 틀렸다.
한마디로 히든 클래스 업계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초능력이 관련된 일은 맞다. 그리고 초능력을 쓸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히든 클래스는 아니다. 아아악!
"주, 주인님, 어, 어떻게 되신 거예요?"
그때 마구 절망하는 나를 향해 이리엘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난 그런 이리엘을 향해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히든 클래스가 아니야."
"네?"
"히든...... 클래스가 아니었어."
"......."
우르르!
막 머리에서 번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진짜.......
"우르르."
"......."
"우르르."
"......."
"크아아......."
흠, 진짜 들려오는군.
아니, 진짜를 가장한 케찹이의 입에서 나오는 번개 소리다.
이 자식이! 지금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분위기 파악 안 되는 거냐?! 지금 누구 뒤로 넘어가는 꼴을 보고 싶어서 번개 소리 내고 있어!!
난 위로는 못해 줄 망정 옆에서 열심히 삽질하는 케찹이에 대한 분노로 얼룩졌다.
한편 그런 내 모습을 본 케찹이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파악했는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주인님, 상심하지 마세요."
"......."
"제가 있잖아요."
개소리를 하신다.
저기, 당신이 계셔서 이런 상황마다 화가 나거든요?
닥쳐 주실래요?
어찌 됐든 완전히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방금 전 언급했던 초능력 기술.......
사실 내가 찾은 건 히든 클래스가 아닌 단지 초능력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선착순 한 명한테 말이다.
어떻게 보면 히든 클래스라는 직업을 굳이 갖지 않아도 초능력 기술을 습득한다는 말에 무지무지 좋아 보인다.
하지만 말이라는 건 끝까지 들어 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추가로 핵심을 말하자면.......
"단 한 가지."
수많은 초능력 기술 중 딱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
탐스러워 보이는 기술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쫀쫀하게 한 개가 뭔지.......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게 있는데, 진짜 한 개는 너무나도 박하다.
하지만 나와 만났던 그 이상한 분은 한 개 이상은 절대 못 준다고, 잘 생각한 뒤 말하란다.
그런데 나 진짜 초능력 중 뭘 한 개 선택해야 하지?
"저기, 저는......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
그때 수많은 초능력 중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 중이던 나에게 어느 한 분이 충격적인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에렐이었다.
그녀는 멍하니 있는 날 향해 고맙다는 어조로 말했다.
"덕분에 이렇게 문 스라먼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일족들의 복수를 할 수 있었어요."
"......."
"아마 프레젠 님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겠죠."
그러면서 에렐은 나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설마 떠나려는...... 모션일까?
한편 이런 내 생각을 마치 알기라도 한 듯 그녀는 말을 이었다.
"좀 더 프레젠 님과 같이 있고 싶지만, 전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그러니...... 나중에 다시 보도록 기약을 해야겠네요."
"......."
난 떠난다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이 엘프, 일명 엘프들 중 정말 리더 역할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한가롭게 있을 수만은 없을 테다. 다시 엘프들을 이끌고 심각한 피해를 복구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 순간 갑자기 내게 다가오는 에렐은 잠시 후.......
"......."
키스......하지는 않더라.
보통 이런 장면에서 '이건 제 마음의 답변이에요' 하고 키스하는 신이 항상 나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녀가 다가오자 이상한 상상을.......
아이고! 나도 참 지금 헤어지는 마당에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 거냐!!
정말 내 자신이지만, 한심 그 자체다.
그때 갑작스럽게 나에게 무언가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건.......
"활?"
은빛의 활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활이다. 에렐이 그 활을 내게 준 것이다.
난 에렐을 보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걸 본 에렐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세요."
"이, 이게 뭔데?"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
"그리고......."
또다시 무언가 하나를 건네주었다.
잠시, 이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 보이는 활도 모자라서 또다시 무얼 주면 나보고 어찌하란 말이오?
나도 염치가 있다. 도무지 받을 수가.......
"다시 한 번 프레젠 님과 만나게 해 줄 수 있을 거예요."
"......."
받을 수 없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에렐의 한마디에 난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다시 만나게 해 줄 수 있다는데, 그걸 거절하면 다시는 만나기 싫다는 거와 일맥상통하니까 말이다.
어찌 됐든 하얀색의 펜던트를 내게 넘긴 에렐은 처음으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프레젠 님과의 시간은 아주 잠시였지만, 그 시간은 제 영혼에 담을게요."
"......."
아, 아니 영혼까지 담으면 부, 부담되는데.......
에렐이 시간을 영혼에 담는다는 말, 그건 무슨 뜻일까?
다른 존재라면 몰라도 하이 엘프가 그런 말을 했다.
그건 엄연히 좋아한다는 표현이다.
물론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말이다.
"......."
그렇게 에렐은 떠났다.
하아, 아직 알지 못한 것도 많고 만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말 아쉽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할 일이 있는데, 가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겠지?
그래도 언젠가는 에렐이 준 이 펜던트가 다시 만남을 이어 주게 한다니 기대해 보겠다.
그나저나.......
"이 활은?"
아까부터 활이 계속해서 내 눈에 확대되어 들어오고 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빛이 날 정도의 활을 나에게 준 에렐에게도 감사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활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인지 말이다.
근데 자세히 보면, 화살도 없다? 화살은 알아서 구해 쓰라는 말인가?
에잇, 뭐 확인해 보면 되겠지.
―이크레이의 활(신급)―
엘프들의 신이라고 불린 메리나가 사용한 활.
이 활은 공격을 위한 활이 아닌 상대방의 치료를 위한 활이다. 시위를 당길 경우 자연스럽게 치유의 화살이 생성된다. 그리고 그 치유의 화살은 자신이 원한 상대를 향해 날아가 치료의 힘을 발휘한다.
공격력 : 0∼0
회복력 : 전체 피의 20∼30%
스킬 파라탄 : 치료의 화살이 대량으로 발사되는 기술.
스킬 베런 : 상대방의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화살을 쏘아 보낸다.
스킬 케민 : 반경 100미터 안에 있는 모든 아군을 치료해 주는 화살을 발사한다.
난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저 활의 옵션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뿐 아니다. 이 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되었을 게 분명한 신급(신급―전설―유니크―레어―매직―노멀) 무기......!
그 누구도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신급 무기, 그것이다!!
"선배?!"
그때 연희가 멍 때리는 날 보고 걱정스러웠는지 말을 건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덥석!
"......!!"
"......."
연희를 안아 버렸다.
한마디로 너무 기뻐서 자동으로?
진짜 자동이다. 수동 아니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아, 아뇨."
난 얼른 상황을 파악하고 연희에게서 떨어진 다음 얼른 사과를 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꽉 안아 버린 것이다.
한편 나와의 격렬(?)한 포옹 이후 연희는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후 연희는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물었다.
"선배,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
그리고 난 그 질문에 눈물을 흘렸다.
물론 히든 클래스는 찾지 못했다. 죽어라 생고생만 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뭔가 하나 터졌다. 아니, 두 개 터졌다.
초능력과 이 신급의 무기!
"서, 선배!"
그때 막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고 연희는 당황하면서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난 그런 연희를 향해 진짜 감동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신급......."
"네?"
"무기......."
"......??"
하지만 내가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이상하게 말하자 못 알아듣는 듯한 모습이다.
난 그래서 확실하게 외쳤다.
"신급 무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