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암호 해독
"......."
스케이트 씨가 죽었다.
그것도 저번에 하르텐을 죽인 놈으로 추정되는 놈에게 말이다.
그 자식, 도대체 목적이 뭐야?!
왜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면서 나랑 접촉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냐!!
그리고 무엇보다 스케이트를 죽여?
그렇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자라는 것이다.
뭐 하는 놈이고 도대체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직접 공격을 안 하고 자꾸 유턴하는지도!!
난 뭔가 치사한 느낌이 가득한 그 정체불명의 남자에 대해 생각하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서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스케이트를 죽였을 정도면 무척이나 강한 상대다. 과연 나같이 연약한(?) 초보자가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히든 클래스 없이 말이다.
아악! 그래서 어서 히든 클래스를 찾아야만 하거늘!
이놈의 히든 클래스는 맹맹 돌고 있다.
특히 맹맹 도는 이유는 암호 부분 때문이다.
사실 스케이트가 가져다준 문 스라먼이 내 손에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다.
특히 어떤 특수 장치에 의해 문 스라먼이 강한 달빛의 힘이 아니어도 아침에도 항상 모습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참고로 문 스라먼이 전설의 식물이어서 아름답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암호, 암호가, 암호가......."
바로 암호를 푸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세상의 달이 표면적으로 두 개가 움직이는 날.
영원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영원의 문이 열리는 날, 광채의 빛이 그대를 밝힌다.
광채의 빛은 세상을 밝게 할 것이고, 은빛의 호수에서 문이 열릴 것이다.
제일 최강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암호.......
왜, 왜, 왜! 히든 클래스랑 암호랑 뭔 상관이지?!
꼭 히든 클래스는 머리 좋은 놈들만 하라는 법도 있는 게 아닌데 왜!!
진정해라, 프레젠. 흥분해 봤자 좋을 거 없다.
그래, 지금까지 18년간 살아오면서 아껴 두었던(?) 뇌를 드디어 사용할 때가 된 것이다.
원래 오래 모을수록 한 번 발휘될 때 큰 힘을 발휘하거든(반대).
그러니 어서.......
휴우, 그렇게 난 내 자신을 다독이면서 암호 해석에 들어갔다.
일단 세상의 달 두 개, 그것은 지금 에렐에게 있는 저 문 스라먼을 가리키는 것이다.
잡초와 난초를 플러스시킨 기묘한 모양, 그뿐 아니라 딱 두 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마치 거울에 비친 듯 똑같이 복사된 모양이라는 거다.
저게 일명 두 개의 달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달이 움직이는 날...... 언제 움직이지?!
기한도 없고 힌트도 없고 그냥 움직인다 하고, 그러면 차원의 문이 열리는데.......
혹시 문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막 주문 같은 거 외우면 두 개의 달이 움직이는......?
아아악! 머리가 부서지는 것 같아!!
18년간 충전(?)해 온 상태임에도 무척이나 힘들다.
번쩍!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누구한테?
저 문 스라먼한테 말이다.
두 개의 달이 움직이는 게 언제냐고 직접 물어보는 거야!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실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난 에렐의 손에 들려 있는 문 스라먼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 혹시 두 개의 달이 움직이는 날, 즉 스라먼 씨가(?) 움직이는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난 굉장히 솔직하게 질문했다.
그런데.......
샤아아악.
샤아아악.
"......."
뭔가 이상한 소리(에렐이 굳어 있는 모습)가 들려온다.
으응? 지금 설마 크나큰 착각을 하신 거야?
아마도 그런 듯싶다.
내가 식물에게 말 거는 모습을 보면 나라도 그럴 테니까.
그러니 미리 오해를 푸는 게 좋겠지?
"저기, 미리 말하는데요. 저 안 미쳤어요."
"......."
"물론 제 지금 모습이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절대 이상한 게 아니거든요. 이제 머지않아 저 식물님이 말씀을 하실 거거든요."
"......."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
난 그렇게 미리 에렐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식물님이 말하기를 기다리는데.......
"......."
"......."
"......."
말을 안 하신다.
어라? 왜 말을 안 하지? 설마 내 말이 안 들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난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문 스라먼 님."
"......."
"......."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1분이 초과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말은 개뿔도 없다.
그렇게 되자 당연히 난 무척이나 무안해졌다.
이게 뭐야? 왜 말을 안 해!
인마! 말을 하라고!
난초(?)와 잡초(?)도 말하는 시대인데, 어떻게 전설의 식물이 말을 못해? 말을 하라고!!
하지만 이런 나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 마디도 안 한다.
이렇게 무안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에렐 님 앞에서 완전 새된 느낌이랄까?
물론 최대한 핑계를 대 보지만 그래도.......
"저, 저기 전에 난초와 잡초가 말을 해서 이것도 말하는 줄 알았거든요?"
"......."
"정말 저 이상한 놈 절대 아니고요, 진짜 말을......."
"......."
"......그런 거예요."
뭔가 미묘한 기운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아아악! 왜 저 자식은 전설의 식물이 말을 안 하냐고!!
아니 저 자식, 혹시 가짜 아니냐?! 일명 '짝퉁'이라고.......
하지만 그건 좀 억지다.
왜냐하면 에렐 님이 이미 진품 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 맞다!"
"......?"
내가 급하락한 내 이미지에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 주범은 바로 케찹 군이다.
그는 무언가 굉장한 것을 떠올린 모습이다.
한편 난 그 모습에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기억났어!"
"......?"
"암호 더럽게 좋아하고 잘 풀어내는 영감탱이가."
"......!!"
난 그 말에 너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암호를 잘 풀어낸다고? 그 말은 지금 최대의 난관인 암호를 그냥 싹 풀어 준다는 게냐?!
오오!! 난 그런 생각이 들자, 흥분 지수 100%가 된다.
그런 존재가 있었다니! 아니, 그런 존재를 케찹이가 알고 있었다니!
뭔가 무한하게 감동이 밀려온다.......
그렇게 한참 동안 케찹이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감동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무언가 엄청난 비밀이 스윽 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건.......
"처음부터 알았다는 거잖아? 암호 잘 푸는 사람을......?"
굳이 처음부터 삽질 안 했어도 될 요소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내 중얼거림에 케찹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야 기억났거든."
"......."
"내가 좀 바쁘게 살다 보니."
"......."
이 돌탱구리 자식아! 왜 그런 중대 정보를 지금 생각하는 거냐!
아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기는 개뿔......!!
만날 욕이나 해 대고 알 수 없는 짓 전공이 너인데 뭐가 바쁘냐?
남는 게 시간이면서! 아악!!
난 당장이라도 분노의 하이 킥을 선사해 주고 싶었지만, 일단 지금이라도 기억해 낸 걸 참작해서 참는다, 참아!
그나저나.......
"그 암호 더럽게 잘 푸는 분은...... 누구지?"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케찹이는 참으로 태평한 어조로 대답했다.
"우리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