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하이 엘프
난 다시 집으로 컴백했다.
간단하게 말해, 또다시 학교 안 나가도 되는 정식 땡땡이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학교에서 나 같은 인재는(?) 완벽하게 치유를 해야 한다고 병원 판정에서 받은 한 달에 한 달을 더 줘서 두 달이 되어 버린 거다.
즉, 이 정식 땡땡이가 끝나면 곧바로 방학 시즌이라는 것!!
완전히 파라다이스인 것이다.
그나저나.......
"피엘 씨, 어때?"
난 오늘은 '하악하악 예술'을 표현하고 있는 피엘에게 살며시 물었다.
여기서 잠깐, 하악하악 예술이 뭔지 모르는 분을 위해서 설명 들어가자면 하악하악 예술은 진정한...... 예술이라고 저분이 말하셨다.
그리고 하악하악 예술의 자세는 두 팔을 양손으로 감은 채 입으로 하악하악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악하악."
"......."
"하아악."
도대체 어딜 봐서 예술적인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미친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신기한 건 저렇게 이상한 포즈를 취하면서도 앞에 서류를 갖다 대고 진짜 일하고 있다는 거다.
이건 완전히 기인열전인데?
그렇게 한참을 하악하악 예술에 열중하던 그분은 잠시 후 내게 말했다.
"찾긴 찾았어."
"......?!"
난 그 말에 눈을 번쩍거렸다.
찾았다니? 그러면 당장 말을 해야지, 여기서 이상한 짓이나 하는 이유는 뭐야?
그런데 그 순간 마치 내 생각이라도 알았다는 듯 그가 말했다.
"위치는 알았는데, 네가 그분을 만나서 일어날 일을...... 연구 중이었거든."
"......?"
이건 뭔 소리일까?
난 직접 그분을 만나고 나서야 피엘의 그 깊고 깊은 뜻을 알 수 있었다.
하이 엘프 에렐을 만나서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여인, 대략 나이는 22∼23세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보라색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가 참으로 인상적인 분이시다.
그뿐 아니라 일단 몸매가 예술적으로 표현을 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끝내 주신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소녀, 그것도 궁극의 레벨이다.
간단하게 지금 내 옆에 있는 이리엘이나 연희, 그리고 은애와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외모와는 다르게 참으로 뭔가 다른 게 있기는 한데.......
그건 바로.......
"농염......하시......다."
그녀는 마치 금방이라도 나를 녹여 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이 엘프, 순수하고 성스러운 엘프들 중 왕이라고 불리는 분들.......
한마디로 정말 완전히 순수한 혈통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평범한 엘프보다 더욱 정결한 분이 이분이다.
하지만 지금 이분은 그런 정결함하고는 다르다. 마치 날 잡아먹을 듯 엄청 유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그 하이 엘프님은 터벅터벅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물론 그냥 반가운 것도 아니다.
왜 하필 갑자기 내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반갑다는 게냐?!
뭐 물론 나도 남자이다 보니 싫지는 않다.
그렇지만 보는 시선도 있는데 이건......!
스윽.
움찔!
갑자기 그 하이 엘프님의 손길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내 배를 슬며시 쓰다듬는데.......
"바, 반갑습니다!!"
"......."
난 최대한 큰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
하마터면 갈 뻔했다.
어디로?
흠, 정체불명의 세계로 말이다.
제길, 저 정도의 엄청난 미소녀가 완전 유혹하는데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만약 저번에 이리엘 효과로 단련되지 않았더라면 난 견뎌 내지 못할 정도였을 게 분명했으니까.
"흐음......."
그때 그분은 그런 나를 뭔가 야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둔 사냥꾼 같은 느낌이 마구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이게 아니라, 어서 목적을 말해라! 프레젠!
난 그런 생각이 들자, 꽤나 다급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제가 듣기로는 문 스라먼을 가지고 계시다고......."
한편 이런 내 질문에 그녀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무서워! 아니,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는 거냐? 지금 이 상황을!
그 순간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제가 가지고는 있어요."
"그, 그런가요?"
"네."
"......."
다음 말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연 달라고 하면 줄까? 그 귀하고 귀한 걸?
내 예상인데, 아마도 무리일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그걸 원하시는 건가요?"
"아...... 네."
그때 그걸 내가 원하는 걸 알아차린 듯 그녀가 농염한 미소 한 방과 함께 말하는데, 난 덥석 나도 모르게 수긍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가 말했다.
"드릴 수도 있어요."
"......!!"
줄 수도 있다고 한다.
헉! 그 엄청 귀한 식물을 나에게 준다고?!
진짜? 농담 아니고......?
난 너무나도 손쉽게 준다는 그녀의 말에 약간 충격을 먹은 상태에 돌입하는데, 그녀는 오히려 그런 나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
역시, 왠지 모르게 그냥 준다고 하더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게 참으로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어떤 고난이도의 조건을 내미실지 서서히 걱정이 된다.
제발 평범한 것만 주면 고마워서 눈물이 날 텐데.......
하지만 나의 히든 클래스 찾기 역사상 그런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어서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때 그녀의 입이 서서히 열리는데.......
"저와 단둘의 시간."
"......."
이건 뭔가 심오하다.
"저기......."
난 참으로 심오한 조건을 거신 그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는 열심히 하늘에 날아다니고 계신 모 분을 낚아채고는 얘기했다.
"이분은 어떤가요?"
"나? 완벽하지 뭐."
"......."
평소라면 지랄을 하시고 남을 케찹이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심히 수긍하는 이분, 참으로 이중성 하나는 최고다.
한편 그런 내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저는 당신을 원해요."
"......."
원해요?
뭘 원하지?
헉! 나를 원해?!
여기에는 무슨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는 거지!
아니, 오버하지 마라.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을 수도 있잖아?
괜히 삽질하지 말고!
난 그녀의 알 수 없는 말에 온갖 상상이 드는 걸 최대한 진정시킨다.
아무리 상상은 자유라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상상은 교육적으로 안 좋으니까.
그나저나 저분이 원하는 건 나, 케찹이 따위는(?) 싫단다.
난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고,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단지 그 신비의 꽃 약칭 '미친 꽃'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허락했다.
진짜 어쩔 수 없이.......
"......."
"......."
한편 하이 엘프 에렐을 따라간 프레젠을 본 연희와 이리엘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들이 약간 둔하다고는 하지만, 단둘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아예 모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까부터 저 에렐이라는 여성이 프레젠을 향해 한 이상행동이 겹쳐지자, 더욱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그녀들이 사라지는 프레젠을 말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한 요정은.......
"이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내가 어때서, 내가 어때서?"
열심히 욕하고 있었다.
"......."
깊은 숲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가 아니라, 난 깊은 숲 속으로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그 너무나도 매혹적인 하이 엘프님을 따라서 말이다.
한데 들어오자마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마구 느껴진다.
그건 바로.......
'이 인원들은......?'
전에도 말했지만 초보자 전용 스킬인 울트라 하이 스페셜 탐지기가 나에게는 탑재되어 있다.
한마디로 그 어떤 에너지든 탐지할 수 있는 궁극의 스킬이다.
그리고 그 스킬님에 의하면, 지금 주변에는 상당수의 인원이 나를 둘러싼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특별히 추가하자면 인간들은 아닌, 다른 기운을 가진 분들이다.
"왜...... 그러시죠?"
"아뇨."
그때 날 여기로 데려온 그녀, 즉 에렐은 약간 이상해 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살짝 긴장하면서 묻는다.
왜 저 부분에서 긴장해야 하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지는군.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에렐이라는 하이 엘프의 모습도 변했다.
자기는 최대한 신경 쓰고 있다고 하지만, 방금 전까지 그 농염한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마디로 말해 방금 전까지의 모습은 '연기'였다고 보면 될 정도로 말이다.
이쯤 되면 산전수전 다 겪은 나, 견적 나온다.
아니 견적은 이미 미리 나왔지만, 확정이 안 나왔을 뿐이지.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멈춰 서면서 말했다.
"저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
그런데 나의 이런 물음에 에렐 양은 더욱 표정이 굳어졌다.
얼굴도 너무 예쁘신데, 그런 표정마저도 예쁘시다.
삼천포로 빠지는 건 나중에 하고.......
"저, 진짜 목적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나의 이런 말에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때였다.
스르륵.
스르륵.
순간적으로 수백 명의 엘프들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에렐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더니 놀란 듯 말했다.
"어, 어떻게...... 우리의 기척을 느낄 수가!!"
그거야 뭐 워낙 특수한 스킬인 하이 스페셜 레이더...... 덕택이죠, 뭐.
하지만 말해 봤자 별 신빙성도 없는 말로 들릴 테니 말 안 하는 게 좋겠다.
어찌 됐든 무척이나 놀라서 당황하는 에렐은 잠시 후 최대한 심호흡을 하면서 안정을 취했다.
그러고는 꽤나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만 대답해 주면......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아까 그 미끌미끌(?)한 목소리가 더 좋았는데.
약간 저렇게 딱딱한 이미지는 글쎄, 뭐 그래도 예쁘니까 별 상관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뭔 질문을 하려고 이렇게 삭막하게 하시는 건지.......
질문 두 번만 당했다가는 심장 약한 나, 심장마비로 쓰러지겠다.
"당신, 아니 인간들이...... 왜 문 스라먼......을 노리는 거죠?"
"......."
문 스라먼을...... 노리다니, 그건 무슨 말?
아니, 그것보다 인간들이란 말은 분명 복수 단어이다.
간단하게 말해, 나를 포함한 다른 인간도 포함되는 뜻이다.
그 말은 즉......!
"또?"
"......."
"......."
"......."
내 혼잣말에 엘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난 그런 그들의 반응보다는 또다시 이 씹탱...... 아니, 이분들이 선수 친 게 화가 난다.
저번 서큐버스 사건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선수를 쳤다?
이번에는 또 어떤 귀여우신(?) 분들이냐, 앙?
"그러면 문 스라먼이 히든 클래스라는 직업을 얻기 위한...... 과정에 필요했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럼,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
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나도 인간이었으니까.
사실 에렐이 아까 전 굳이 엄청 힘들게 연극까지 하면서 나를 유혹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마을이 섬멸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였다.
자신들이 다른 엘프들을 만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이 있던 마을이 그대로 전멸된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이유란 문 스라먼 때문이었다.
또 어떤 귀염둥이들이 과격하게도 엘프들을 다 밀어 버리고, 문 스라먼을 강제로 가져간 게 분명하다.
아아, 정말 인간 이미지 팍팍 깎아 먹네!
저번에는 서큐버스고, 이번에는 엘프다.
그저 그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냥 싹 밀어 버린다는 거다.
한편 큰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를 보며 난 어색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왜 인간들이란...... 도대체 왜 인간들이란......."
그녀는 인간들의 욕심에 대해서 중얼거리신다.
하지만 여기서 저분은 진짜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방금 전처럼 악독한 인간들이 있는 반면, 나처럼 깜찍 발랄한 요정(?) 같은 인간이 있다는 걸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추가로 난 미소녀들의 눈물에는 꽤나 약한 편이어서 말이다.
척!
"......!"
"......!"
그때 내가 우는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엘프들은 순식간에 경계 태세로 들어갔다.
하지만 난 두 손을 흔들면서 절대로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킨 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말했다.
"저기요."
"......."
"일단 저도 인간이어서 참으로 할 말이 없는데요."
"......."
"제가 책임지고 그 깜찍 발랄하게 이미지 깎아 먹은 분들을 퇴치해 드려도 될까요? 물론 그 조건으로 문 스라먼 약간만 빌려 주시면...... 너, 너무 뻔뻔한가? 하하."
"......."
"......!!"
"비상입니다."
"제길!!"
모르탄 길드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 이유란 그들에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한 가지 정보 때문이다.
참고로 그 정보란.......
"프레젠이 벌써 냄새를!!"
"이런!!"
"프레젠 자식, 벌써 냄새를 맡은 거냐!"
"그뿐 아니라 남은 엘프들과 접촉도......!"
"......!"
수천 명의 엘프들을 전멸시켜 버린 모르탄 길드는 길드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길드여서 웬만하면 건들지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손쉽게 엘프들을 전멸시키고 문 스라먼을 탈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그들이라지만 프레젠이란 이름이 거론된 이상 이런 난리 법석은 어쩌면 당연했다.
프레젠이 떴다, 미친 초보자 프레젠이.......
카오스 엔딘과 유일하게 동등하게 싸우고, 길드 두 개 말아 드시고, 완전히 뭐 하는 분인지 정체불명의 초보자.......
물론 주 목적은 히든 클래스를 얻는 것이라는 게 너무나도 소문나서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빠르다.
아직 문 스라먼에 대한 암호도 풀지 못했는데......!
벌써 프레젠이 뜨다니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마, 마스터 어떡하죠? 무, 문 스라먼을 넘겨줘야 하는 겁니까?"
"미친 거냐!! 문 스라먼을 넘겨준다는 건 히든 클래스를 포기한다는 소리다."
"하, 하지만 그 인간한테 들키는 순간 저희들은......."
"......."
"그러니 미리......."
"그럴 수는 없어."
"마스터......."
"무슨 일이 있어도 넘길 수는 없다. 그래! 그 미친놈을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이 암호를 해독할 때까지!"
"무, 무리입니다."
솔직히 무력으로 시간 끌기에는 너무나도 미친(?) 상대다.
그렇다고 뾰족하게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르틴 길마는 길드원들에게 외쳤다.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 어떤 방법이라도!!"
그는 히든 클래스를 갖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커서 억지임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에렐은 처음에는 내가 도와준다는 말에 나를 정말 이상하게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나의 순수한 눈동자(부담스러운 눈동자)에 넘어가 나의 호의를 받아 준다고 하신다. 한편 난 연희와 이리엘에게 지금까지의 전후 사정을 말했고, 그 말에 연희와 이리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특히 이리엘이 더욱 안타까워했다.
자신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보니 제일 마음이 안 좋은 사람은 아마도 이리엘이 아닐까?
"속고 있습니다."
"속고 있습니다."
"......?"
"당신은 저 변태 인간에게 속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 변태 인간에게 속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어느새 에렐에게 다가가서 속삭이는 요정 한 마리.
그리고 길쉬는 후렴(?)을 외치고 있다.
뭐 일단 길쉬는 마스터의 명령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아무래도 주 원인은 무조건 케찹이다.
한편 케찹이의 그런 모습에 에렐이 당황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인간......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쁜......."
"나쁜 놈입니다."
"......."
"나쁜 쓰레기입니다. 완전 개새......."
퍽!
웬만해서는 이미지 관리상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개새......까지 나온 이상 넘어가면 안 된다.
분명 그다음에 나올 단위는 상당한 수위가 동반될 게 분명하니까.
한편 케찹이의 색다른 모습에 에렐은 표정이 굳어 버렸다.
충격적일 테다. 아니, 그런 말조차도 무색할 정도다.
어떻게 순수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요정이 개새 삐리리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지금 느끼는 그녀의 당혹함은 정말 최고일 테다.
그렇게 충격으로 한참 동안 말문을 닫았던 에렐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독......특......한...... 요정이네요."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
자주 듣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 듣는다.
케찹이를 본 모든 분들의 공통 의견이니까.
"이 씹탱구 주인 자......."
퍽!
"......."
그때 케찹이가 어느새 부활해서 또 내 욕을 하다가 밟혔다.
정말 불굴의 요정이다.
어찌 됐든 이제 다시는 못 일어나게.......
"아악!!"
"......."
"아아악!!"
자근자근 밟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요정을 밟는 게 잔인해 보일 수도 있다.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저 요정은 그냥 요정이 아니다. 일반 요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진 하이테크 요정이다.
그러니 별 걱정은 없다.
난 다시 에렐에게 시선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살아남은 엘프들의 말에 의하면 검은색의 옷을 착용하고......."
"흐음......."
난 그 말에 난색을 표했다.
검은색의 옷이라.......
사실 검은색 옷을 입는 길드는 많다. 아니, 굳이 입지 않더라도 위장복으로 검은색의 옷을 입으면 끝이다.
그러니 옷 색깔은 단서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상당한 인원이었다고......."
"상당한 인원이라......."
여기서 에렐이 말한 상당한 인원, 당연한 이론일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인원이라면 일단 큰 길드 소속이라는 거다.
원래 큰 길드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물론 용병이라는 걸 고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수천 명이나 고용하기에는 액수가 장난 아니니...... 그건 약간 무리라는 점을 고려해야겠다.
그나저나 이런 힌트만으로는 찾기가 불가능하다.
피엘에게 손을 내밀기도 너무나도 부족한 정보다.
그리고 차라리 이쪽 계열에서는.......
"스케이트 씨가 나을까......."
그는 사신의 스케이트라고 불리는 초 고렙 랭킹 유저이자 현존하는 길드 중 최고라고 불리는 제난 길드의 마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