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5장 등교 (21/100)

제5장 등교

하르텐 씨가 갑자기 죽으셨단다.

어느 괴한의 습격을 받아서 말이다.

참고로 그 괴한은 나와의 대화 내용을 물어봤고, 하르텐 씨는 대답을 안 하다 죽었단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하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원 킬......이냐?"

―하하. 그러게 말이야.

"......."

―뭔가 푸슝(?) 하더니 심장이 뚫려 있더라.

"......."

―어찌 됐든 장난 아니었어.

그건 바로 원 킬이었다는 거다.

하르텐 정도의 실력자가 보지도 못하고 그저 푸슝(?) 하고 나니 죽어 있었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직접 죽으신 분이 그렇게 증언하는데, 부인할 수도 없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검은 후드를 입은 남자라......."

하르텐을 원 킬로 끝내고, 죽었던 식물을 완전히 부활시킨 존재는 도대체 뭐 하는 분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강하다는 걸까?

한편 저쪽 너머 전화기에서는 하르텐이 궁금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나저나 찾았냐?

"피엘 군이 시간 좀 걸릴 것 같대."

―오! 피엘이 시간이 걸릴 정도면, 이거 장난 아닌 수준의 난이도인데?

"그러게."

전에도 말했지만 피엘 사마는 진짜 이상한 취미를 제외하고는 정말 정보에 관련해서는 완전히 뛰어난 존재다.

그런 존재가 오래 걸린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 정보는 레어 급 정보라는 것이다.

그분을 찾는 게 그렇게 힘든 난이도였다니.......

흐음, 생각외다.

그때 그 잡초(?) 씨가 말한 내용은 참으로 간단했다.

'하이 엘프 에렐을 찾아라.'

그분이 문 스라먼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하이 엘프라는 분을 찾는 게 최고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식간에 대기 모드로 전환했다.

그나저나 지금 여기서 나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정식 땡땡이가 이제 마감인가?"

나에게 주어진 기간은 한 달이다.

한 달 후면 일단 학교에 등교해야 한다. 목발을 짚든 휠체어를 타든 말이다.

그리고 일단 병원에서도 한 달 정도면 괜찮아질 거라는 언급이 있었기에 피하는 건 무리다.

제길, 그렇다면 또다시 그분을 만나야 하는 건가?

생각만으로도 오싹오싹해진다.

그분은 지금쯤 분명 칼 갈고 계실 텐데.......

―아 참, 축하한다. 너 오늘부터 학교 가지?

"......."

그때 하르텐이 화상 전화로 참으로 고마운 축하를 해 주었다.

난 그의 축하 인사에 왠지 모르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게 얼마나 고마웠냐 하면, 지금 눈앞에 있으면 밟아 버리고 싶을 정도?

"선배!"

"......!!"

아직 깁스를 풀지 않은 채 어기적어기적 환상적인 연극을 하면서 집에서 나온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무척이나 익숙하고, 무척이나 듣고 싶은 목소리라고 할까?

참고로 이분 목소리를 아침에 들으면 하루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 연희야?!"

연희 님이 지금 우리 집 앞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대기시킨 채 말이다.

한편 그런 내 부름에 연희는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오늘 선배 학교 가시는 날이니 같이 가려고요."

"오!!"

이런 감격스러운 일이!

지금 나랑 같이 가려고 기다려 준 거야? 그것도 우리 집 앞에서?!

아니, 그것보다 나도 잘 몰랐던(관심이 없는 거겠지) 내가 학교 가는 날까지 알다니, 너무 감격적이다.

한마디로 날 얼마나 신경 써 주면!!

진짜 감동이다.

오늘은 연희와 같이 등교하는 날이다.

물론 그 부가적인 후유증으로 웬 개떼들이 모여들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큼, 연희와 단둘의 등교는 대단히 값진 사건인 거지. 후후후!

그렇게 난 연희와 동시 등교를 하면서 왠지 뿌듯함을 느꼈다.

한데 이상하다. 분명 이때쯤 되면 연희 팬클럽을 가장한 개떼들이 모여들 시기인데, 너무 조용하다.

마치 버로우를 탄 듯...... 한 명도 없다.

아니, 학교 교문에서는 누군가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휴일에 학교 온 느낌이랄까?

"어, 어떻게?"

한편 연희도 이때쯤 북적거려야 할 학생이 한 명도 안 보이자,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진짜 이상하다. 분명 오늘 평일 맞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심지어는 휴일에도 연희만 나타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날 그분들도?!

난 이런 알 수 없는 희귀한 현상에 순식간에 긴장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짝짝짝.

짝짝짝.

갑자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도 다수의 박수 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교문 입구에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한목소리로 외쳤다.

"입성을 축하합니다!"

"다시 학교 온 걸 축하드립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지금 당신들......! 내가 모를 줄 알아?!

분명 연희 팬클럽 중 한 명인 걸 알고 있다고!

그런데 눈엣가시 같은 내가 오는데, 반갑다고? 축하한다고?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아니, 누가 시키지 않고서야 저분들이 저런 소리를 할 리가.......

"브라보!"

"......."

"브라보, 브라보!"

"......."

그 순간, 내 생각이 끝나기 전 마침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게, 성민 군. 눈물 나게 기다렸다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악어 선생이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지금 연희 팬클럽들이 나를 환영하는 건 바로 저 악어 선생이 지시한 일이라는 것을.......

그뿐 아니라 그들은 동의했을 것이다. 나를 삶아 먹을(?) 악어 선생의 작전에.......

"와, 선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시다니!"

연희는 많은 분들의 환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이건 엄연히 환영을 위장한 전쟁인데 말이다.

하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듯싶으니 말이다.

터벅터벅.

그 순간 악어 선생이 갑자기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말했다.

"한번 읽어 보게, 성민 군. 우리의 마음이네."

"......."

절대로 읽고 싶지 않은 욕망이 가득한 종이 한 장이다.

그렇지만 이거 안 보면 또 이걸로 꼬투리 잡고 늘어질 수 있으니, 진짜 울며 겨자 먹기로 읽는 수밖에.......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종이를 열었다.

그런데.......

"......."

그 안의 내용을 보고 굳어 버린다.

사실 내용이 하나 있는데, 그건 정말 평범한 거다.

웰컴

일명 환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러 조건에 따라 그 웰컴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피로 적은 웰컴...... 같은 것?

"하아, 하아......."

"하악, 하악......."

"허억, 허억......."

다양한 거친 숨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거친 숨소리들의 주인공들은 죄다 남자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까 악어 선생과 함께 있던 연희 팬클럽 분들이다.

제길, 도대체 저들이 노리는 게 뭐란 말인가?!

분명 지금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이다.

하지만 무엇을 노리는 거지? 그거라도 알면 방어 체제로 들어가는데!!

그들이 무얼 내게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으악!!

그렇게 그들과 미묘한 대치 상황이 오래가고 있다.

일단 난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들이 원하는 걸 내주기 않기로 애를 썼다.

참고로 그 때문에 항상 학교에서 하는 연일 행사(?), 잠자는 것도 못하고 있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아차, 이게 아니지!

'도대체 저놈들, 뭘 원하는 거지?!'

저들의 이유가 진짜 궁금하다.

분명 그냥 아무 이유 없지는 않다. 나에게 어떤 엄청난(?) 목적이 있는 건데, 쉽사리 그 정체를 밝히지는 않는다.

제길, 이렇게 장기간의 시간 동안 저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불리해지는 사람은 나인데 어떡하지?

파앗!

파앗!

"......!!"

그 순간 약간 생각에 잠긴 그 찰나에 무언가 엄청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느새 다섯 개의 발들이 어느 한곳을 집중 공격했다.

참고로 그 공격 대상이 된 건 내가 깁스를 한 두 다리였다.

그와 함께 난 깨달았다.

이거였나? 저것들이 노린 게!!

저들은 잔인하게도 깁스를 하고 있는 나의 다리를 목표로 잡은 것이다.

정말로 어떻게 저런 악독한 행동을!!

난 분노했다.

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 이렇게 잔인하게 나를......!!

어찌 됐든 저들의 공격을 맞아 줄 생각 따위는 없다.

피해야 한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난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콰앙!

"아아악!!"

"으아악!!"

"억!"

깁스로 내려찍으면서 가볍게 밟아 주는(?) 센스도 발휘해 주었다.

그 순간 내 깁스에 밟힌 그들은 마구 비명을 지르면서 눈물을 찔끔거렸고, 난 그들을 보고 참으로 태평하게 말했다.

"어라? 미안! 갑자기 너희들 다리가 거기 있는 줄 몰랐네?"

"으윽!"

"으악!"

"아아악!"

하지만 나의 이런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은 있다.

열심히 비명 지르는 것!

"휴우......."

방금 전 일로 나를 노리던 연희 팬클럽 분들은 금세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잘못하다가는 방금 전 깁스에 밟혀서 조퇴하신 그분들 상태가 될까 봐 걱정스러워서 다들 조용해진 거겠지.

그나저나 이제는 다시 평화가(?) 찾아온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꽤나 멀쩡한 것 같군."

흠칫!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한마디 던지는데, 난 그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니, 왜 저분이 하필 이곳에.......

난 혹시나 착각의 소리라고 말하고 싶어서 부정해 보지만, 확실하다.

이렇게 아리따운(?) 음성의 소유자는 단 한 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성민 군."

"......."

그때 악어 선생이 나를 향해 미묘한 웃음과 함께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섬뜩한 손놀림으로 나의 깁스를 쓰다듬었다.

피하고 싶다. 당장 피하고 싶다!

아니, 그뿐 아니라 그대로 깁스 킥(?)을 선사해 주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저분이 가진 직책과 지금의 행동(걱정해서 다리 깁스 봐 주는 행동)을 봐서는 절대 그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한편 계속해서 나의 깁스를 쓰다듬던 그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방금 전 이야기를 들었네."

"......."

"갑자기 다리를 쑥 올렸다고 하더군."

"......."

"깁스를 한 성민 군이 말이야."

제길.......

난 그제야 깨달았다. 이분이 원한 게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 연희 팬클럽 분들은 이 잔혹한 분에게 이용만 당했을 뿐인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악어 선생은 나의 다리가 다 나은 걸 미리 파악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할 길이 없었다.

사실 다리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면 저 악어 선생이 날 물어뜯기에는 상당히 큰 제약이 붙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분은 내 다리가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용한 게 순진한(?) 연희 팬클럽 분들이다.

그들은 악어 선생의 꼬임에 넘어가 그대로 나의 다리를 공격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대로 당할 내가 아니기에 난 슈욱 피했다.

하지만 저분은 바로 그걸 노린 것이다. 내가 피하기를 말이다.

어느새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독하다. 진짜 독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고 독할 수가!!

학생들을 이용할 정도의 교사라니, 집의 문을 몰래 따는 것도 모자라 그 어떤 것도 감수한다는 건가?

나를 잡아먹기 위해서는?

빌어먹을!

한편 악어 선생은 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데, 성민 군."

"......."

"어떻게 깁스를 한 분이 두 다리를 번쩍 올렸지?"

"......."

"도저히 이론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

"그렇게 생각 안 하나? 성. 민. 군?"

난 그의 질문에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증거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증인.......

다수의 사람들이 내가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을 본 것이다.

아악! 이런 잔인한 인간, 냉혹한 인간, 변태 인간!!

그 순간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혹시 다 나은 게 아닐까?"

"......."

"한 번 확인해도 될까?"

"......."

이제는 아예 내 깁스를 풀어 버리겠다고 두 손을 뻗었다.

안 돼! 풀리는 순간 끝이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게 들통 나면 저 악어 선생은 분명히 날 물어뜯을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 위기의 방법을......!!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다.

난 다급히 말했다.

"워, 원래 깁스 같은 건 의사 선생님이 직접......."

"이거면 되나?"

"......."

의사 선생님이 풀어야 된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진 외과 의사 면허증에 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외계인이야?!

왜 교사가 이번에는 의사 면허증을!!

아니, 어떻게 이렇게 나의 탈출구를 꽁꽁 막을 수가 있는지....... 제길!!

그때 어느새 자칭 외과 의사 면허증을 가진 그분이 서서히 탐스럽게 나의 깁스를 바라보면서 다가왔다.

정말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섭고 섬뜩한지 보는 내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대로...... 이대로 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난 말 그대로 위급 상황이다.

도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제가 왔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학교 창문을 통해 복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참고로 여기 4층인데, 어떻게 갑자기 창문으로 오는 거니?

아니, 그것보다도.......

"당신...... 누구?"

난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4층 창문으로 침투한 능력도 어이가 없지만, 난 당신이 누군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상한 남자는 이런 내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악어 선생을 향해 말했다.

"제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호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악어 선생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저분 누구야?

어떻게 다른 존재도 아니고, 저 괴수를 상대하려고!!

그 순간 악어 선생은 갑자기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걸 본 그 복면 맨은 갑자기 달려오는 그에게 당황했다.

아니! 이분, 지금 저 악어 씨(?)의 경력도 조사 안 하고 온 것인가?!

저분의 초인간적인 능력을 말이다.

그때 그 복면 맨은 너무나도 당황한 탓에 삐걱거렸고, 그 순간 정말 하늘의 장난인지 모르겠는데 방금 전 자신이 들어왔던 창문으로 떨어지는 비극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아악!!"

"......."

"떠, 떨어진다!!"

"큰일이야!!"

그때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난리가 났고, 악어 선생도 심각하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원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어디서 본 장면과 참으로 흡사한 것 같다고.......

제길, 너무 흡사해서 눈물난다.

빌어먹을!!

"뛰어내렸어!!"

"이성민!!"

"어떻게!!"

그때 사람들이 깁스를 한 채 그대로 뛰어내린 나를 부르지만, 난 그것보다 지금 저 떨어지는 복면 쓴 남자를 구출하기에 힘써야 했다.

나를 구해 주러(?) 온 사람이 위기에 처했는데, 그냥 보고만 있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여린 탓에 말이다.

그 순간 내 손에 그의 손이 잡혔다.

난 또다시 그분을 안는 모션을 취했고, 잠시 후였다.

쿵!!

난 또다시 바닥과 충돌했다.

이번에는 정확히 깁스님이 땅에 닿았고 말이다.

쩍!

그때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는지 깁스님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 현상이 벌어졌고, 잠시 후 내 발에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높이도 저번보다 낮았고 일단 깁스가 있었던 탓에 별로 안 아플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더럽게 아프다.

어떻게 된 게 저번보다 더 아프다.

다 나았다고는 하지만 일단 한 번 부러진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깁스님이 친히 충격을 더 주시는 것 같다.

"으아악!"

"가, 감동이야!"

"성민이, 너무 멋져!"

"어떻게 저런......."

"아, 너무 멋지다! 내가 성민이에 대해서 큰 착각을......."

모든 사람들이 감동했다.

그리고 그 감동이란 다리가 아파서(?) 절룩거리던 상태에서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뛰어내린 사실 때문이다(물론 그 복면 맨도 고맙다 하면서 가더라. 그런데 도대체 왜 온 거냐!!).

그 덕택에 나의 주가는 거의 날아가는 수준이다.

"정말 멋지다!!"

"와, 성민이......."

"꺄악!"

"나 어떡해!"

"어떻게 저렇게 멋질 수가......."

여자들이 나를 향해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다시 한 번 다리는 부서졌지만 너무나도 뿌듯하다.

그나저나 또다시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악어 선생, 정말 실망이다."

"그래, 다친(?) 사람도 뛰어내리는데, 멀쩡한 사람이 말이야."

"그래, 불쌍한 학생들만 때려잡고."

"선생 자격이 없다니까."

"차라리 성민 군이 선생이면 이 학교도 좋을 텐데."

악어 선생님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병자가(사실 진작 다 나았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악어 선생은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는 그 이유다.

한마디로 이미지 완전 저질로 바뀐 것이다.

이글이글!

한편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데, 난 그분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분을 향해 고개가 돌아가는데, 그분은 날 구워 먹고 싶은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난 그런 그분을 향해 씩 웃어 주었다.

"후후."

"......!!"

그러자 그분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뒷목까지 잡으신다.

그나저나 오늘 어떡하시나?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 오셨는데 오히려 나에게 이런 기쁜 하루가 되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이미지는 급상승했고, 저분은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가셨다.

이래서 정의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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