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정보
중간에 웬 이상한 분들이 꼬여서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다.
하지만 뭐 나름대로 평화롭게(?) 끝났으니 된 것 아닌가?
어찌 됐든 지금의 목적은 사채업자 찾아가서 영웅왕 길쉬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난 사채업체 중에서 제일 크다고 알려진 페리진 사채업체를 방문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후줄근한 내 복장이 많이 걸리는지 그들의 시선은 참으로 의아했다.
그래도 일단은 이름 하나는 물어봐 주는 센스는 가졌는지 직원 중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저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프레젠요."
"프레젠이시군요. 프, 프레젠?!"
"......?"
그때 내 이름을 듣기 무섭게 그분은 경악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미, 미친 초보자 프레젠이라고 불리는 그 프레젠?!"
"......."
"페, 페이런 길드원 전체를 날려 버린!!"
빠직!
그때 '미친 초보자'라는 말에 또다시 혈압이 상승했다.
이 인간들이 지금 나보고 뭐라는 게냐?
미친 초보자? 나같이 순수한 초보자가 어디 있다고 자꾸 그런 망언을!!
한편 그런 내 인상이 구겨지는 걸 본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 실례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그러고는 그는 황급히 어디론가 가 버리고, 남은 나와 케찹이에게 온 시선이 집중된다(참고로 이런 곳까지 그녀들을 데리고 오기는 그래서 나와 케찹이만 온 상태).
그런데 그 시선들이 참으로 미묘한 게 왠지 부담된다.
"저, 저는 이곳의 마스터인 포란드라고......."
"아, 네."
"......."
이런 일로 한 사채업체의 마스터가 직접 만나 주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마스터가 직접 움직인 경우 오늘이 처음임).
그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나를 엄청 놀라게 했다.
마스터라는 분이 많이 심심했던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직접 나타날 확률이 없거든.
아니면 단가(?) 줄이려고 자기가 직접 뛰는 특이한 케이스일 수도 있고 뭐.
그때 자신을 포란드라고 소개한 30대 후반의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묻는다.
"저, 저기 프, 프레젠 님이 무슨 일로 이곳에......."
내가 이상한지는 모르겠는데, 난 약간 춥다.
그런데 저렇게 땀(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이곳이 더운 걸까?
상당히 이해하기가 난감하다.
아니, 내가 남의 땀을 이해해서 뭐 할까. 그냥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듯싶다.
어찌 됐든 그는 내가 이곳에 나타난 걸 심히 궁금해 했다.
개인적으로 돈 빌리러 온 거 아니어서 참으로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있나. 난 돈은 거의 필요 없는걸.
아니, 필요하기는 하지만 사채까지 끌어서 아이템 강화에 돈을 들이는 건 사절이다.
"저기, 혹시 길가메쉬라는 남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길......가메쉬?!"
"네."
"......."
그때 길가메쉬라는 이름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엄청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저렇게 놀라는 걸까?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나를 향해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왜 그, 그를......."
"잠시 볼일이 있다고 할까요."
"......."
"가르쳐 주면 안 되는 정보인가요?"
"그, 그게......."
그때 내 질문에 심각히 당황하는 그분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저, 저희 쪽에서 최고로 난감한 존재에 대한 정보여서......."
"......?"
도대체 얼마나 난감하면 저분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설마 이 사채업자의 사채를 절반 이상 빌려 쓰고 도망간 건 아닐.......
"저희 업체의 절반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튀었습니다."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데, 이렇게 큰 사채업체의 절반의 액수를 빌려갔다면 도대체 그분은 얼마를 갖고 튄 걸까?
괜히 그 가격이 궁금해진다.
내가 사채업자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길쉬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돈을 빌리려고 고도의 계획을 짠다고 추정된다.
한마디로 좋은 말로 하면 준비가 철저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기꾼인 것이다.
사채업자도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사기꾼보다는 그래도 나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길쉬는 그렇게 사채업자를 상대로 완벽하게 사기를 쳤고, 그 이후 그는 완벽히 도주를 감행했다.
그래서 지금 이분들은 길쉬를 잡으려고 거의 안달이 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기대치.......
모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등등에 등장할 때의 길가메쉬는 엄청 멋있었다. 감동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어느 곳에는 악당 역할로 나오기는 했지만, 결론은 멋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멋있기는커녕 눈물이 나온다.
사기 치는 영웅왕 길가메쉬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럴 수가!!
"프, 프레젠 님?!"
그때 길가메쉬 님의 정체성을 알고 나서 커다란 충격에 눈물을 흘리고 싶어 하는 나를 당황한 목소리로 부르던 그분은 잠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가, 가르쳐 드릴 테니 그런 표정은......."
"......."
참으로 황당한 소리를 한다.
나한테 갑자기 가르쳐 준다면서 그런 표정이라니?
내 표정이 어때서?
그저 길쉬에 대한 충격으로 놀란 표정이었는데 말이다(포란드가 보기에는 살벌한 표정임).
하지만 뭐 가르쳐 준다니, 들어 줘야 하는 게 예의겠지?
그런데 어떻게 히든 클래스를 찾는데 이렇게 기대감이 떨어지는 걸까.
사기꾼 영웅왕 길가메쉬라니, 정말 눈물이 머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