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습격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
"말이 안 나온다."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다.
제길, 얼마나 다음 목적지가 저질 같으면 말문이 닫히는 걸까.
하지만 일단 다른 일행들도 알 필요가 있기에 난 정말 힘들게 말을 이었다.
"사채업자를...... 만나러 가야 해."
"......."
"......."
"......."
결국 말하고 말았다.
그래,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사채업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란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분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처음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기대감이 급하락하다 못해서 땅바닥으로 기어 들어갈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력한 대가도 있고, 클란이라는 분의 말에 의하면 그 길가메쉬라는 분이 엄청나게 강하고 추가로 나까지도 강해지는 계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채업자에게 그의 행방을 물어보려고 가는 내 자신이 참으로 슬프다.
그나저나.
"이분들은 뭐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우리 주변을 포위하고 계신 분들.
처음에는 대략 수십 명이어서 별 신경 안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백 명으로 늘어난다. 이제는 아예 수천 명?
자기들 딴에는 최대한 감추면서 나타나려는 듯싶은데, 워낙 인원도 맞고 스탭 바이 스탭이 어설프다.
한마디로 숨는 재주가 허접하다는 거다.
그 순간.
"이 씹탱구들은 뭐야?!"
"......."
나와 같이 주변을 포위하는 걸 느꼈는지 케찹이가 한마디 하신다.
글쎄, 나한테 물어봤자 답 안 나온다.
난 이런 씹탱구, 아니 이런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스르륵.
스르륵.
그때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예상을 적중하듯이 그들은 내 앞에 짠 나타났다.
그러더니 그들 중 한 명이 대뜸 나를 향해 말했다.
"미친 초보자 프레젠."
빠직!
한데 그 미친 초보자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내 이마에 혈관 자국이 굵게 나타났다.
뭐? 미친 초보자?
지금 나같이 깜찍하고(?) 발랄하고(?) 순수(?)한 사람한테 미친?
이런 이 자식들이!!
"푸헤헤헤. 완전히 정답인......."
퍽!
그때 옆에서 깝죽거리는 케찹이를 그대로 하단 판정으로 파리채 블로킹을 시도했다.
그러자 케찹이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 편은 못 들어 줄 망정 이 자식이......!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나에게 미친 초보자라고 불렀던 한 놈이 더욱더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진 건.
"프레젠, 살고 싶으면 지금 네놈이 알고 있는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히든 클래스 정보를 말해라."
"......."
지금 저분들은 나에게 히든 클래스를 강탈하기 위한 한마디를 던지신 것이다(미친 초보자라는 이름이 붙게 된 주 이유가 히든 클래스 관련 업무......).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말하라고?
허허, 말하란다.
내가 죽도록 생고생하면서 알아낸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저 자식들은 인원수 믿고 공갈협박 때리려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저분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 사실을 아는 분들은 거의 극소수인데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분들이......?
번쩍.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저번에 서큐버스 동네가 초토화된 사태가 있다.
절대 일반적인 힘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저 정도의 인원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어찌 됐든 저분들이 저번에 서큐버스들을 초토화시킨 장본인일 확률 99%다.
하지만 그때 저놈들은 비밀 창고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뒤늦게 내가 도착해서 비밀 통로를 찾아냈다는 걸 알아내고 이렇게 열심히 피땀 흘려서 여기까지 정보를 알아내니까 이제 슬금슬금 나타나서 강탈하려는 거다.
내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으악!!"
"헉!"
그때 난 나도 모르게 너무나도 큰 분노에 헐크의 비명 소리를 질렀고, 그걸 본 케찹이는 황급히 놀랐다.
그리고 잠시 후 케찹이는 외쳤다.
"비, 비상이야!!"
"......."
"어서 피해야 돼!!"
"......."
그러고는 무슨 일인지 파악 못하는 연희와 이리엘에게 피하라고 말했다.
"어서!!"
케찹이는 다시 한 번 재촉했다.
그렇게 연희와 이리엘은 케찹이에게 강제로 밀려나듯 나와의 거리를 벌렸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고맙게도 미리 차단해 주는군. 나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게 말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서서히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울트라 하이 스페셜 초보자 단검을 집어 들고는 외쳤다.
"난 많으면 좋다고!!"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그 초보자 단검을 앞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으아악!!"
"뭐, 뭐!!"
"으악!!"
"어떻게!!"
그 단검에 스치기 무섭게 거의 즉사다.
운 좋게 살아난다 하더라도 무기에 붙은 옵션에 의해서 두 번째 공격이 들어가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 하늘을!!"
"마, 마법사인가?!"
"메, 메테오!!"
"어떻게!!"
"마나의 기운이!!"
하늘에서 운석이 소환되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일정 확률로 상대방을 공격할 시 강제 메테오 소환이라는 어빌리티가 내 검에 붙어 있다.
한마디로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확률은 올라가고 말이다.
"어서 배리어를!!"
"저 메테오!!"
"이대로 가다가는......!"
"피해!!"
그때 그들이 다급히 메테오를 보고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난 어차피 그들과는 상관없이 어느새 다시 무기를 회수한 뒤 잠시 후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이제부터 진정한 쇼 타임인데 어딜 가시나?"
그리고 그 순간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진 은색의 실.......
그 순간 은색 실들이 허공을 향해 뿜어져 나간다.
"무, 무슨 일인 거죠?!"
"......."
갑자기 하늘에서 메테오가 떨어지고 은색의 실 같은 게 허공을 가른다.
그러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폭발까지.......
도저히 지금 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연희와 이리엘은 누군가가 설명해 주길 원했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케찹이는 처음으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다시 부활하고 말았어요."
"......?"
"......?"
"미친 초보자 프레젠."
"......."
"......."
그 말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연희와 이리엘이 더 설명해 달라는 얼굴로 바라보지만, 케찹이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이 사실을 말할 경우 저 미친 초보자님께 희생될 다음 분은 아마 자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목숨 걸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케찹이었다.
"......."
"......."
"지, 진실......이었던 건가?!"
"으아악!!"
"괴, 괴물이야!"
"어, 어떻게!!"
수천 명 중에 단지 수십 명의 인원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향해 무언가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차피 그들의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
그 순간이었다.
"사, 살려 주세요."
"제, 제발요."
"자, 잘못했어요!!"
이 게임의 페널티가 무척이나 큰 게 두렵기는 했는지 그들은 살려 달라며 빌었다.
그렇지만 난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를 모르겠다.
그들이 단지 인원수만으로 얼마나 많은 존재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딱 견적 나온다.
그런데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살려 달려는 말, 정말로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은빛의 실을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