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비밀 통로
약 사흘 후, 피엘이 드디어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고 내게 말했다.
난 곧바로 그 말에 그를 찾아가서 그 비밀 통로라는 걸 확인하고 잠시 후 피엘을 슬쩍 보면서 난감하다는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여, 여기가 비밀 통로?"
"그나마."
"......."
내 손바닥 크기만 한 네모난 통로, 피엘의 말에 의하면 이게 비밀 통로란다.
나는 다시 한 번 피엘에게 물었다.
"그냥 뚫린 거 아냐?"
"아니. 그냥 뚫린 것치고는 안에 꽤나 깊이가 있어."
"......."
"정확하게는 측정하지는 못했지만, 꽤나 깊은 건 확실해."
후우.......
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피엘이 그렇다면 그럴 것이다. 약간 이상한 취미를 가진 놈이지만, 이 방면에서는 모두 탐낼 정도로 뛰어난 놈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만약에 저게 비밀 통로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들어가느냐는 거다.
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밀 통로를 말이다.
아니, 확실하지도 않은 비밀 통로에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들어갈 수는......!
"......."
"......."
그때 내 눈과 마주치는 모 분이 당황하는 얼굴로 물었다.
"뭐, 뭐야?!"
"......."
"왜 그런 재수 없는 눈빛으로!!"
"......."
내게 막 횡설수설한다.
난 그런 그를 향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케찹아."
"......."
"넌 저기 들어갈 것 같지 않니?"
"지, 지금 설마 저 정체불명의 알 수 없는 곳에 날 보낸다고?!"
내 말에 케찹이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휘익!
"아악!!"
그대로 케찹이를 낚아챘다.
뭐 그리고 다음 단계는 당연히 그냥 꾸역꾸역 그 비밀 통로(?)에 밀어 넣는다.
물론 그냥 들어갈 놈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악마보다 못한 개삐리리 같은 주인이! 이, 이건 학대야! 아아악!! 이런 짐승만도 저질, 악마, 미친놈, 쓰레기!"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난 열심히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제대로 정찰해."
"......."
"보상도 줄 테니까."
"보, 보상?"
보상이라는 말에 갑자기 케찹이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리고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말했다.
"니가 좋아하는 빅 크라이젠 열 그릇."
"오오!!"
"그 대신 제대로 하고 와."
"무, 물론. 난 원래 하면 열심히 하잖아."
"......."
풋. 웃기고 있네.
하면 열심히 한다니, 그건 언제부터 이야기인데?
난 네가 한 번도 열심히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어찌 됐든 채찍과 당근은 던져졌다.
이제 저 자식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지만, 그냥 기다리면 안 된다.
왜냐고?
"저기, 피엘."
"......?"
그때 지렁이의 아픔을 예술(?) 표현하고 계신 그분을 불렀다.
참으로 그 모습을 보는 내가 착잡하기는 하지만, 지 취미인데 뭐라고 터치할 권한도 없다.
"긴 막대기 하나만 구해다 줘."
"긴 막대기?"
"어."
"......?"
"다 필요해서 그래."
15분 후.
케찹이가 저 비밀 통로로 들어간 지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한마디로 못해도 꽤나 들어갔다는 소리다.
그러니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긴 막대기가 조금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거겠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긴 막대기를 그 비밀 통로(?)를 향해 집어넣는다.
그리고 약 10초 후.
"아아악!!"
한 요정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역시 나의 예상은 맞았다.
저 자식은 자고 있거나 놀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지, 날 속이려고 하다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저 자식이 성실하게 한다는 부분부터 믿지 않았거든.
"이게 뭐야!! 씨밤바!!"
그때 케찹이의 욕설이 작렬했다.
난 그 막대기로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들어가, 이 자식아."
"아악! 아, 악마 주인이다!!"
"조용히 하고 들어가."
"자, 잠시! 강제로 밀지 말라고!!"
"안 그러면 잘도 들어가겠다."
"아, 알았어! 들어갈게, 들어갈게! 에잇! 더러워서!!"
그리고 그 순간 어느새 내 막대기에 걸리는 게 없어진다.
약간 앞으로 전진을 더해 봤지만 없다.
한마디로 드디어 제대로 된 정찰을 한다는 거다.
휴우.......
난 막대기를 빼내면서 한숨을 내쉰다.
정말 정찰 한 번 보내기 힘들다, 힘들어.
한편 그런 내 모습을 본 피엘은 나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봐도 요정이 신기해."
그래, 신기하지. 이건 신기 수준은 언제 넘어섰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도 참 신기해."
"......."
땅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지렁이 예술 하는 너도 못지않게 신기하거든.
"퉤퉤. 더러워서......."
케찹이는 온갖 불만을 내뿜는다.
맨날 자신이다.
자신이 얼마나 바쁜 분인데(?) 심심하면 부려 먹는다.
그것도 임금도 제대로 안 주고 제길이다.
그렇게 케찹이는 계속해서 투덜거리면서 전진했고 잠시 후 앞에 있는 출구로 보이는 곳으로 나갔다.
그러자 대략 10평 크기의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과 그 장소에서 케찹이를 유일하게 반기는 모 분이 있었다.
붉은색 피로 떡칠하신 어느 여성이었다.
물론 일단 기본적으로 온몸이 찢어져 있는 건 기본 옵션이다.
어찌 됐든 진짜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팍 죽어 버릴 것 같은 분이다.
만약에 다른 요정이 저분을 보셨다면 그냥 기절하거나 얼른 도망갔을 거다. 아니 요정뿐만 아니라 그 누가 보더라도 그냥 저 호러 분위기에 압도돼서 그냥 버로우 탈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케찹이는 달랐다.
"신기한데?"
"......."
온몸이 일그러지고 찢어지고 피칠을 한 여자를 보고, 아니, 정확히는 이곳의 보스 이렌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다.
그것도 손바닥만 한 요정이 말이다.
한편 그 말에 이성은 없고 오직 피만 갈구하는 이렌조차도 분노가 끓어올랐다.
한마디로 이상하게 저 케찹이는 정말 누구든지 혈압 높이는 재주는 거의 전설적이다.
"죽......여...... 버......리......겠......어......."
그때 이렌이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 뒤 케찹이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걸 본 케찹이는 오히려 피식 웃는다.
그러더니 말했다.
"케찹이 궁극기 이롱메롱고롱!!"
참으로 미묘한 주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미묘한 주문과는 달리 그 성능은(?) 엄청났다.
갑작스럽게 케찹이의 손끝으로 붉은색의 기가 모이기 시작했고, 그 기는 서서히 케찹이의 100배 이상 커졌다.
그리고 그걸 케찹이는 던졌다.
콰아앙!
그와 함께 그 구는 이렌을 덮치면서 그대로 터져 버렸고, 잠시 후 이렌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버렸다.
케찹이의 궁극기, 이롱메롱고롱.
이름은 정말 허접하지만, 그 파괴력은 정말 미쳤다.
보스급 몬스터를 원 킬 하다니, 그건 랭킹 유저들도 웬만한 기술로는 어림없다.
그런데 저런 작은 몸짓으로 저런 엄청난 걸 보이는 케찹이의 모습은 정말 놀랍다 못해 서프라이즈다.
띠링.
그때 이렌이 있던 자리 밑으로 붉은색의 목걸이가 하나 떨어지고, 그걸 본 케찹이는 당장 눈을 번쩍이면서 그 목걸이를 그 자그마한 몸짓으로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분명 그 싸가지 없는 주인은 이거 보면 강탈할 텐데."
케찹이는 고민에 잠겼다.
분명 자신이 이걸 들고 가는 순간, 그 악덕(?) 주인은 이 물건을 강탈할 것이다. 그럼 자신은 이 물건과는 결별을 해야 하는 사태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다른 요정이 어떤 물건을 주인에게 갖다 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거랑은 역시나 완전히 반대 성향인 케찹이기에 말이다.
그렇게 케찹이는 한참을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케찹이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거야!!"
바로 자신이 들어왔던 그 비밀 통로에 숨기는 것이다.
그럼 절대 찾지 못할 테고 나중에 슬쩍 와서 그냥 다시 가져오면 되는 거다.
물론 주인한테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할 것이다.
봤다고 하면 혹시 자신이 이렌을 처치한 걸 알고 아이템을 뱉으라고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은 정말 천재였다.
그것도 왕천재.
"어떠냐?"
난 물었다.
비밀 통로(?)를 빠져나온 케찹이를 향해 말이다.
그러자 나의 그런 질문에 케찹이는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없었어."
"......."
"가다가 막혀 버려서 그냥 돌아왔어."
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케찹이의 발언을 믿을 정도로 순수하지는 않다.
분명 안에는 무언가 있었다.
절대적으로 말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단정을 지을 수 있는 건 지금 케찹이의 반응 덕택이다.
자신은 모르지만 케찹이는 구라를 깔 때는 급정색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완전 급정색이다.
이건 구라를 까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뭐 굳이 캐물어 볼 필요는 없다.
내가 직접 확인하면 되니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를 가진 탐색 전용 로봇.
크란스가 직접 만들어 준 탐사용 로봇이다.
그것도 방금 전에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다.
이게 좀 더 빨리 완성되었다면 굳이 케찹이를 넣을 필요도 없었을 텐데. 쩝!
어찌 됐든 이제야 제대로 조사에 들어갈 차례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탐사용 로봇을 그 안에 밀어 넣으려고 하는데.......
"그, 그게 뭐야?!"
갑자기 케찹이가 내 앞에 와서 당황하는 말투로 물었다.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듯 대답했다.
"보면 모르냐? 탐사용 로봇이잖아."
"......."
참 얘가 이상하다.
눈도 제대로 달려 있으면서 묻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할 뿐이고 말이다.
그 순간 케찹이가 깜짝 놀란 듯 물었다.
"그, 그게 아니라 내가 방금 전 저기 탐색하고 왔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걸 왜 꺼내?!"
"풋."
"......."
그때 케찹이는 자기가 탐색했는데, 왜 이 탐색 로봇을 꺼내느냐고 물었다.
난 웃음이 나왔다.
그걸 진정 몰라서 묻는 게냐? 아니면 알면서 묻는 게냐.......
뭐 어찌 됐든 일단 물었으니 대답은 해 줘야겠지?
"너를 안 믿으니까."
"......."
한편 그런 내 말에 잠시 의미를 생각하던 케찹이는 잠시 후 격앙된 어조로 내게 따졌다.
"그, 그럼 나를 지금 못 믿어서 다시 재조사하는 거야?"
"그런대로 이해력은 빠르군."
"......."
다행이다.
이런 쪽으로는 그나마 이해력이 빨라서 말이다.
이해력이 심히 부족했더라면 또 설명 들어간다고 머리가 아팠을 테니 내가 여기서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안 돼!!"
"......."
갑자기 케찹이가 자기가 나온 통로에 들어가 버렸다.
그뿐 아니라 케찹이는 온몸으로 그 통로를 막으면서 외쳤다.
"내, 내가 완벽하게 조사했어!!"
"......."
"근데 뭔 재조사야? 아니, 못 보내 줘! 조사는 이제 없어!"
"......."
"내 눈에 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강하게 반발한다.
그나저나 이쯤 되면 케찹이가 비리를 저질렀음이 확실해진다.
저렇게 격렬하게 막으면서 조사를 방해한다면 유치원생들도 알겠다.
저놈이 뭔가 숨긴 게 있다고 말이다.
어찌 됐든 이렇게 케찹이의 방해가 이어지면 괜히 시간 버린다.
그러니 어서 강력하게 반항하는 케찹이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난 곧바로 피렌에게 말했다.
"피렌."
"어?"
"흙 좀 구해 줘."
"......."
"그것도 아주 많이."
"가, 갑자기 왜 흙을......?"
나의 흙 요청에 피렌은 당황하고, 난 케찹이를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기 눈에 흙 뿌리면 비켜 준다잖아."
"......."
"그러니 뿌려 주려고."
"......."
한편 그런 내 답변에 피렌은 너무나도 놀라움(놀라움이 아니라 사악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 그런 눈빛으로 보면 쑥스럽잖아.
"지, 지금 무슨 말을!!"
그때 나와 피렌의 이야기를 들은 케찹이는 무슨 말을 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난 그런 케찹이를 향해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말한다.
"너의 눈에 흙 잔뜩 뿌려 준다고 방금 말했잖니?"
"......."
"그러면 넌 비켜 준다고 했고. 그래서 뿌려 줄게. 아주 많이 말이야. 호호호."
"아, 악마!!"
악마라니, 지금 누구보고 악마라는 거냐.
네가 이렇게 조사에 협조를 안 하니 나도 이러는 거다.
누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나도 요정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는 없잖아(진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케찹이는 엄청난 속도로 다시 그 비밀 통로를 기어 들어갔다.
그러더니 외쳤다.
"탐사용 로봇 오기만 해 봐! 다 부숴 버릴 거야!!"
"......."
"오지 마, 오지 마! 이건 내 거야!!"
"......."
"절대 내줄 수 없어!"
그때 케찹이의 입에서 새로운 말이 흘러나왔다.
이건 내 거다? 절대 내줄 수 없다?
즉 이 말은 저 자식이 어떤 물건을 하나 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기는 싫고 그래서 어디 감춰 놓고 나중에 삥땅치려는 계획을 가진 거였다. 이 자식! 감히 나 몰래 물건을 삥땅치려고 해?
다른 요정은 주인에게 뭐 갖다 주는 게 행복하다는데, 저 자식은 완전히 주기 싫어 지금 반항 모드다.
난 어느새 내 옆에 있던 피엘이 가져다 준 막대기를 그대로 쑤셔 버리면서 말했다.
"이 자식, 안 나와!!"
"못 나와!!"
"튀어나와, 이 자식아!!"
"싫어, 싫어!!"
"야!!"
"싫다고, 이 씹탱아(?)!"
아악!!
그때 케찹이의 욕설에 뒤로 넘어가겠다.
이 자식 지금 안 보인다고, 이제 씹탱아?
윽! 모, 목이!
제길!!
난 그러면서 열심히 그 막대기를 쑤셔 보지만 막대기의 길이는 한계가 있었다. 한마디로 케찹이가 깊게 들어가면 공격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으악!!"
난 진정 분노했다.
이런 개뼈다귀 같은 요정 자식이 지금 나와 해 보자는 거냐?!
그래, 해 보자 이거야!
이것도 뭐 한두 번이야? 해 보자고!!
뿌직!
"제길!!"
탐사 로봇이 가다가 부서졌다.
그리고 그 부순 분은 승리자의 웃음을 내게 보냈다.
"보내 봤자야. 쿠쿠쿠쿠! 헤헤헤헤헤."
으윽!!
케찹이 이 자식, 지금 나랑 정말 해 보자는 게냐?!
"야, 그냥 포기해라."
"포기라니!!"
"......."
그때 내게 포기라는 말을 꺼내는 피엘을 향해 난 소리쳤고, 그 모습에 피엘은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포기 따위는 없어!! 내가 이놈의 벽을 다 부숴서라도 케찹이 자식을 잡겠어!!"
"뭐?!"
피엘은 어이가 없었다.
저 벽을 부수다니, 무슨 코미디였다.
사실 저건 특수 제작된 벽으로, 강도가 오리데오콘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소재로 이루어진 벽이었다.
아니 오히려 오리데오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걸 부숴서 가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저 괴물 같은 인간이라도 절대 무리다.
그런 생각이 들자, 피엘은 삽질하지 말라는 의미로 포기하라고 다시 권고하려는데.......
콰앙!!
"......."
피엘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서졌다.
아니, 정확히는 깨졌다는 표현이겠지만, 몇 번만 더 두들기면 진짜 부서지겠다.
저 오리데오콘 이상의 강도를 가진 특수 벽이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프레젠은 갑자기 정자세를 잡았다.
잠시 후 그는 크게 외쳤다.
"케찹이 넌 죽었어!!"
"......."
그러고는 다시 주먹으로 오리데오콘 이상의 강도를 가진 벽을 강타한다.
콰앙!
그러자 그 벽이 부서지기 시작하고, 그걸 본 피엘은 그대로 벙찐 호빵이 되셨다.
이건 괴물 수준이 아니었다.
그 어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저걸 부수다니, 정확히는 맨주먹으로 말이다.
전에 봤을 때는 괴물이었는데, 어느새 다시 보니 이건 괴물이라는 말은 귀여운 수준이다.
도대체 저 인간은 히든 클래스를 찾으러 다니면서 뭘 하고 다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피엘이었다.
"헉!!"
케찹이는 비상사태였다.
어, 어떻게 이런!!
저 무지막지하고 씹탱구(?) 같은 주인은 정말 무식했다.
어떻게 벽을 부술 생각을 하다니!!
이건 남이 생각하는 평범한 과정은 이미 넘어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나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방금 전 자신이 너무 까먹고 깝죽거렸다.
절대 이곳은 자기 안전지대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벽이 부서지는 순간 이제는 세이 굿바이.
전문 용어로 바이바이 되는 것이다.
아니, 평범하게 바이바이가 되는 것도 아닐 테고 분명 생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잡힐 수 없어!!"
그때 케찹이는 그런 생각이 들자 열심히 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비밀 통로는 조금 후면 무너진다.
그렇다면 방금 전 자신이 죽인 이렌이 있던 그 장소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주인이 찾기 전에 빨리!
"......."
좀 아프다.
뭔 벽이 이렇게 튼튼한지.......
요새 벽은 원래 이렇게 나오나(특수 제작된 벽인지 전혀 모름)?
하지만 주먹이 얼얼할 정도로 단단한 건 좀 오버가 아닌 듯싶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할 사이에 어서 케찹이를 포획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렇게 주먹으로 벽을 치다가는 내 주먹이 남아날 것 같지 않은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단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처음 시작하면 옵션으로 주는 초보자의 단검.
추가적으로 말하면 너무 후져서 초보자들도 안 쓴다는 그 단검이다.
그렇지만 이 단검은 특별하다.
왜냐고?
―초보자의 단검―
총 426번 담금질
공격력 : 38,920
방어력 : 4,000
내구도 : 3/3
모든 스텟 500 상승
모든 속성 몹에게 데미지 30% 증가
일정 확률로 상대에게 상태 이상
수면 30%
마비 50%
중독 20%
특수 스킬 즉사(패시브)
일정 확률로 상대방을 즉사시킨다.
특수 스킬 쉐도우(패시브)
일정 확률로 자신의 그림자가 상대방의 그림자를 공격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들어가는 데미지는 2배, 단 그림자가 있어야 함.
특수 스킬 포르텐(패시브)
일정 확률로 상대방에 방어력을 완전 무시한다.
특수 스킬 탄(패시브)
공격 성공 시 상대방의 내부에 치명적인 공격을 한다.
특수 스킬 강화
순간적으로 약 1분간 데미지를 5배로 늘린다(쿨타임 10시간).
특수 스킬 케이젼
순간적으로 약 1분간 스피드를 30배 상승(쿨타임 20시간).
특수 스킬 메테오
살아 있는 생물을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메테오 소환
이런 검이니까 말이다.
내가 2년 동안 정말 죽도록 모은 돈을 올인해서 만든 검이다.
이 검 만든다고 지금 이 후진 옷들 계속 입고 다녔다.
아무리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빈티 나는 옷 말고도 입을 옷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이 무기에 올인한다고 다른 건 진짜 하나도 신경 안 쓴 것이다.
그렇지만 그 덕택에 신급 아이템을 넘어서는 저 화려한 데미지.
그뿐 아니라 미친 옵션과 스킬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진다.
단지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내구도."
내구도가 안습이다.
3이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계속 강화 때릴 거다.
물론 수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수리할 때 드는 비용은 정말 미쳤다.
드워프들이 내구도가 떨어지지 않는 특수한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는 하는데 사실 드워프 찾기가 모래사장에서 벼룩 찾기여서.......
그렇지만 드워프만 찾는 순간 이 단검의 사용 제한 횟수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씀.
아참, 이게 아니라.
"케찹이 기다려라....... 크크."
이걸 꺼낸 이상 끝났다.
그리고 얼마나 내가 분노에 차 있는지 알 수도 있다.
이 엄청난 무기를 꺼냈다는 건 정말 끝장 보자는 것이거든.
"야! 저건 단검으로 자를 수 있는......."
스걱스걱.
"......."
피엘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오리데오콘의 강도를 가진 벽이 고작(?) 단검 한 자루에 잘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단검이 벽을 한 번 휘저으면 그 벽은 마치 얇은 종이라도 된 듯 원하는 방향으로 그냥 잘라진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데미지라면 저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까!
이건 신급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보장 못할 엄청난 데미지다.
그런데 저 허접스러워 보이는 단검이 특수 제작된 벽을 부수고, 아니 자르고 있었다.
"헉!"
난 순간적으로 내 손에 잡힌 케찹이를 향해 싱긋 웃어 줬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 자식이!!
한편 내 손에 쥐어진 케찹이는 심각하게 당황했다.
이제 어떤 일이 남았는지 알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다.
그 순간 쟁반이는 갑작스럽게 가식 모드로 변신했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하지만 네놈이 그딴 변신해 봤자 속지도 않는다.
사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가식 케찹이로 변신할 경우 그 귀여움은 전설적이어서 나조차도 멈칫거릴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그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다.
평소 상황이면 몰라, 분노 게이지 1억%에 달하면 전혀 다르다.
저딴 귀여움도 잡아먹고(?) 싶을 정도다.
"저, 저기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위해서 특별 선물을......."
그때 케찹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느꼈는지 갑자기 붉은색 목걸이를 내게 덥석 내밀면서 특별 선물이라고 말했다.
난 그걸 보고 깨달았다.
바로 저게 그토록 저 자식이 사수하려던 물건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데 저 물건은 갑자기 어디서 나왔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비싸 보이는 목걸이다.
별로 안목이 없는 내가 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인다.
그런 목걸이가 어디서.......
"설마......."
그때 내 추측 한 가지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내가 케찹이를 처음 밀어 넣은 비밀 통로, 그곳에 이곳의 보스이신 이렌이라는 분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걸 케찹이가 해치우고 얻은 게 이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 정도 포스를 풍기는 아이템은 아무리 생각해도 보스 이외에는 잘 안 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은 즉 비밀 통로의 진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이 목걸이 하나 때문에 나한테 구라를 친 거란 얘긴가?"
"헉!"
이야기가 그렇게 된다.
이 자식은 고작(?) 이 아이템 삥땅하려고 나에게 중요 정보를 거짓말한 것이다.
내가 지금 얼마나 여기에 목숨 걸었는지 알고 있으면서(히든 클래스의 아주 조그만 단서라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으악!!"
"자, 잠시 주인!"
"으아악!!"
"오, 오해야!! 절대 오해야!!"
"크아악!!"
"꺄아아!!"
케찹이가 오해라고 변명을 해 보지만, 이미 난 괴수가 되어 버렸다.
난 바닥에서 K.O당하신 케찹이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보통 저 실신된 케찹이의 모습을 보면 그 누구라도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사태지만, 나에게는 별 감응이 없다.
저 자식이 나에게 중요한 사실을 구라 쳤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거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게 뭐기에 저 자식이 생명을 건 구라를 쳤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아이템 확인에 들어갔다.
―어빌리티 아이템<이렌의 목걸이(A등급)>―
이렌에게 죽은 모든 여성들의 피가 담겨 있다는 목걸이.
합성 시 주변에 피가 있을 시 공격력 200%로 상승(피가 다르다면 10번 이상 중첩 가능).
헉! 어빌리티?!
그 말은 저 아이템은 또다시 나의 울트라 초보자 무기에 합체 가능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실 근 2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어빌리티는 단 일곱 개다.
그만큼 어빌리티 아이템은 정말 보기도 힘들 정도로 귀한 아이템이다.
솔직히 말해 이 어빌리티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무기나 방어구 액세서리에 합성을 시도해서 그 힘을 고정시켜 버리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엄청나게 귀하다 못해 엄청 좋은 아이템이다.
예를 들어 내 단검에 붙어 있는 스킬, 그게 바로 어빌리티 아이템으로 인한 생긴 것이다.
그런 어빌리티 아이템을 얻다니!!
그것도 그냥 어빌리티 아이템이 아니라 A등급이다.
내 어빌리티 아이템 중 제일 좋은 성능이 공격 일정확률로 메테오를 소환해 주는 B등급 어빌리티다.
그런데 이게 A등급!
그 말은 지금 구한 어빌리티 아이템 중 최고라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최고 등급은 S등급이다.
즉 등급으로 따져도 두 번째라는 거다.
하아, 너무 기쁘다.
이런 엄청난 아이템을 구하다니, 난 너무 기뻐!!
그런 생각과 동시에 난 거의 무의식적으로 뻗어 있는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 외쳤다.
"아니, 누가 이런 잔혹한 짓을?!"
"......."
"어떤 자식이야! 우리 케찹이를 이렇게 만든 대악당이?!"
누군지 모르겠다.
이런 잔혹한(?) 짓을 한 대악당이 말이다.
난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케찹이를 향해 물었다.
"괜찮니, 케찹아?"
"......."
하지만 케찹이는 대답이 없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감동한(뻔뻔함에)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찌 됐든 난 케찹이를 저렇게 만든 대악당이 정말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
"......."
흐음.......
솔직히 엄청난 걸 하나 건지기는 했다.
이때까지의 개고생을 보상 받을 만큼의 아이템 하나를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좀 안타깝기는 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히든 클래스보다는 못하니까 말이다.
아, 보스 분에게 직접 가면 엄청 멋지게 싸우는 고스트 헌터 클란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죽쳤다.
케찹이 말로는 엄청 멋지기는커녕 이상한 피칠 아줌마만 자신을 보고 시비를 걸었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당방위로 그 아줌마를 해치웠고, 그리고 떨어진 게 바로 이 엄청난 아이템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결론적으로.......
"여기는 고스트 헌터 클란이라는 분은 없......는 건가?"
길가메쉬의 친구이자 거의 이번 히든 클래스의 핵심적인 분이신데, 이곳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니 씁쓸하다.
그렇게 뒤지고 볶고 심지어는 보스가 있는 비밀 방까지 갔는데 없었다.
그럼 더 이상 어디서 그분을 찾겠는가.
간단히 말해 이곳에는 없다.
즉 다른 곳에서 놀고 있다는 거지.......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그때 저 멀리서 또다시 유령에게 쫓기면서 내게 인사하는 유령 한 분이 보였다.
참고로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유령에게 유령이 쫓기는 기이한 장면이다.
마치 왠지 모르게 유령이 유령 잡으러 다니는 광경과......!
"......!!"
그때 갑자기 내 머리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거다.
혹시 저분이라면 알지도 모른다.
유령 잡으러 다니는 유령을 말이다.
원래 끼리끼리 논다고, 원래 특이한 존재들끼리 노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저기요!"
"......?"
난 열심히 도망가던 그 유령을 추격했다.
그러고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클란이라는 유령 모르세요?"
두근두근.
정말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다.
저분의 입에서 모른다는 말이 나오면 그냥 닥치고 철수다.
그렇게 모든 기대를 담은 채 난 그의 입이 열리기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이 서서히 열리는데.......
"제가 클란인데요."
갑자기 미친 소리를 하신다.
아니, 미친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 아니 유령도 동명이인이 있기 마련이니까.
클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분 계실 수도 있다.
그래서 난 다시 한 번 물었다.
"제가 찾는 건 고스트 헌터라고 불리는 클란인데......."
한편 그런 내 질문에 그분은 잠시 나를 말똥말똥 바라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제가 사실 고스트 헌터 클란이에요."
원래 과거의 이야기가 변질돼서 흘러나오는 건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1만 명하고 싸운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서 책에 기재될 때는 10만 명이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책이라는 건 뻥튀기의 요소가 항상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서 뻥튀기가 아니다.
뻥튀기란 기존에 있었던 일에 플러스를 하는 건데, 이건 아예 없던 사실을 그냥 적어 버렸다. 그뿐 아니라 실제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만 담아냈다.
제길! 도대체 그 책 누가 서술했는지 몰라도 정말 사람 돌게 만들어 놨다.
그래, 이제 와서 그걸 탓하면 뭐 하냐?
어찌 됐든 찾기는 찾았으면 된 것 아닐까.
완전 쓸데없는 개고생을 했지만(그래도 엄청난 아이템 하나 얻기는 했다).
어찌 됐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
난 그런 생각이 들자, 옆에서 멀뚱멀뚱 계신 클란 씨를 향해 말했다.
"저기......."
"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백 가지 물어봐도 상관없습니다."
"......."
화끈하군. 백 가지 물어봐도 된단다.
얼마나 시간이 남아돌면 저런 발언을 하는지.......
성의는 고맙지만, 백 가지 질문을 할 정도로 난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다. 어서 히든 클래스를 찾아서 내 궁극의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내 앞에서 멀뚱히 있는 클란 님을 향해 말했다.
"길가메쉬라는 분, 알고 있나요?"
난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진실이기를 바란다.
그 책에 적혀 있던 고스트 헌터 클란에 대한 정보가 다 구라라고 판정되었지만, 단 한 가지 영웅왕 길가메쉬와의 친구라는 건 아직 판정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 제발, 제발......!
"아, 길쉬요?"
"......!!"
뺨빠빠빠빠!
클란이라는 유령의 이름에서 '길쉬'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어느새 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이럴 수가!
길쉬, 풀이해 보자면 길가메쉬를 줄인 말.
그 이름 하여 아름다운 길쉬.
간단하게 말해 알고 있다.
저분은 길쉬에 대한 걸 알고 있어! 으악!!
"왜, 왜 그러세요?"
"아닙니다."
"......."
"너무 감동적이어서......."
"......."
내 눈가에서 흐르는 맑고 깨끗한 눈물을 보고 당황하는 그분을 향해 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한다.
2년이었다.
2년 동안 생고생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영웅왕 길가메쉬의 마스터라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다.
물론 히든 클래스를 한 개만 얻고 끝낼 생각은 없지만(초보자 혜택 무한 직업) 그래도 처음 히든 클래스이다.
그러니 얼마나 감동적이겠는가?
이렇게 내 눈에서 눈물이 안 나오면 더 이상한 것이다.
어찌 됐든 이제 너무나도 고생했던 보람이 생긴다.
난 그렇게 한참을 속으로 감동하고 또 감동한 뒤 여전히 이런 내 모습에 당황하는 그분을 향해 묻는다.
"길쉬, 아니 길가메쉬는 어디 있나요?"
이제 장소만 말해 주면 내가 금세 날아(?)갈 용의가 있을 정도다.
그래, 그거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불길한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유란.......
"어, 얼굴이......."
"......."
저분의 얼굴이 약간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헉! 왜 갑자기 길쉬에 대한 걸 물으니 난감해 하는 거지?
왜, 왜, 왜?!
서, 설마? 아닐 거다.
그래, 그럴 리가 없어.
단지 그냥 갑자기 난감해 하는 얼굴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개소리).
그, 그런 거야!!
그 순간 잠시 닫혔던 클란의 입이 열렸다.
"길쉬가 요새 사채업자들에게 쫓겨 다녀서 장소가 불특정해요."
"......."
사채......업자?
난 묻고 싶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에게나 묻고 싶었다.
여기서 사채업자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분과 사채업자라는 말이 왜 같이 나오는지 말이다.
진짜 왜 나올까?
"......."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사채업자가 따라온다. 그리고 도망간다.
간단하게 말해, 사채 쓰고 돈 안 갚아서 도망 다닌다는 소리다.
그러니 종합해서 말하면, 영웅왕 길쉬라는 분이 사채 끌어당기고 열심히 도주 중이라는 것?
......멋지다.
"저, 저기 주인님."
"......."
"주인님?"
그때 너무 충격 먹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를 향해 이리엘이 조심스럽게 부른다.
하지만 대답해 주고 싶어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
너무 큰 충격으로 인해서 말이다.
"주인 미쳤음?"
"......."
"뱅뱅?"
"......."
그때 그 순간 케찹이 자식이 내 주변을 얼쩡거리면서 집적되지만, 그 모습을 상대할 기운조차도 없다.
그래, 미쳤다.
너무 아름다운 충격을 받아서 미쳤다.
내가 그토록 찾던 히든 클래스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자의 정체가 사채 끌어당겨서 도망 다니는 분이라는 걸 알았는데, 안 미치면 오히려 정상이 아니다.
아니, 그것보다.......
"아악!!"
원래 같으면 포기해야 한다.
딱 봐도 뭔가 허접해 보이는 인물 영웅왕 길가메쉬.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포기할 수가 없다.
왜냐고?
물론 힘든 게 찾아온 까닭도 있겠지만 클란 씨의 말을 들어 보자면.......
'길쉬가 좀 그렇긴 해도 강해요. 물론 지금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상황이지만, 계약만 하면 엄청나지고 그뿐 아니라 그 계약자도 엄청난 능력들이.......'
그 말은 즉 지금은 사채업자에게 도망 다니는 입장이지만, 계약만 하면 그분은 엄청나진다는 거다.
특히 추가로 나에게도 엄청난 능력들이 붙는단다.
그러니 포기하기에는.......
제길, 도대체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맨날 히든 클래스 관련해서는 이 꼬라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