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장 케찹은 마스터? (7/100)

제6장 케찹은 마스터?

"어, 어서 찾아!!"

"......."

"......."

"......."

"못 찾으면 나 죽고 니들 죽어! 에잇!!"

케찹은 명령을 내렸다.

누구에게?

요정들에게 말이다.

저 지랄 같은 성격을 아는 요정들은 케찹에 대해서 심히 순종적이다.

한마디로 요정 중에서 가장 지위가 강한 요정이 케찹이라는 거다.

그런데 그런 케찹이 지금 완전 다급한 어조로 무언가를 찾으라고 한다.

그건 바로 서큐버스의 서식지였던 그 장소를 샅샅이 뒤지는 거다.

무언가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명령을 내린 분은 바로 성민이다.

참고로 이번에 제대로 안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갈 협박에 정말 케찹도 비상이 걸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요정을 집결시킨 것이다.

"그, 그런데 내가 왜 이걸......?"

그때 요정 중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케찹에게 대들었다.

한편 그 모습에 케찹은 그 요정을 한번 훑어보더니 섬뜩한 말투로 얘기했다.

"시밤바. 죽고 할래, 살아서 할래?"

"......."

"나 지금 저기압이다. 건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

"......."

"얌전히 찾아라, 앙?!"

그렇게 케찹의 공갈 협박에 힘없는 요정들은 그저 날아다닐 뿐이다.

한마디로 케찹은 요정계의 불량배다.

한마디로 주인 닮는다는 걸까?

"차, 찾았어!"

"......!!"

난 황급히 날아오면서 찾았다고 외치는 케찹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찾았다고? 찾았다고!!

여기서 당연한 말이지 모르겠지만, 찾았다는 의미는 그 폐허가 되어 버린 서큐버스의 서식지에서 무언가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웅왕 길가메쉬의 마스터 자리를 말이다.

"그곳에서 비밀 지하 통로를 발견했어!"

"......!!"

그때 케찹의 2차 보고에 난 순식간에 머리가 뿅 하고 돌아갔다.

비밀 지하 통로, 그 말은 즉 감춰져 있는 곳이라는 거다.

한마디로 이곳을 습격했던 자들도 찾지 못한 비밀 지하 통로!!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그곳에 잠들어 있는 서큐버스님도 계실 확률이?

원래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은 이미지상 밖에서는 안 잔다.

그러다 보니 그런 비밀 지하에서 잠드는 게 정석이다.

그렇다면 확실하다.

잠자는 서큐버스님 발견!

그 순간 케찹이 갑자기 나를 보더니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굳이 칭찬은 사양하겠어."

"......."

"내가 무척이나 힘들게 찾았지만 말이야."

"......."

"칭찬할 필요는 없어."

"응, 칭찬할 생각도 없었어."

"......!"

그때 칭찬하지 말라기에 내 생각 그대로 말하자, 케찹이는 경악했다.

진짜 농담 안 하고 칭찬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 일 자체가 케찹이 저 자식 때문에 일어난 거고, 무엇보다 케찹이를 칭찬해야 하는 이유는 없으니까.

왜냐고?

"네놈이 안 찾은 거 알고 있거든."

"......."

"어디서 애들 부려 먹고, 칭찬은 지가 들으려고."

"......."

분명 저 자식은 그냥 입만 나불댔을 게 분명하다.

즉 저 비밀 지하 통로를 찾은 건 그 강제로 징용된 요정들 중 한 명일 테고, 저 자식은 싹 그걸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는 거 내가 뻔히 안다.

한편 이런 내 말에 케찹은 당황하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야!! 내, 내가 찾았어!"

"풋."

자기가 찾았단다.

아니, 어디 구라를 쳐도 그런 구라를 치는 걸까?

내가 너랑 있던 날이 얼마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것 같으냐?

난 그저 자기가 했다고 방방 뛰는 그분한테 웃으며 말했다.

"이미 누군가의 제보가 있었다네."

"......!!"

그 말에 케찹이는 순식간에 경악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어떤 개 삐리리(자체 심의 준수) 요정이 감히!!"

케찹이는 입에 담긴 힘들 정도의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웃음밖에 안 나온다.

왜냐고?

"구라인데......."

"......."

"단순한 자식!"

"......."

그렇다, 구라였다.

케찹이에게 완전히 장악된 요정들 중 내게 밀고할 자신감을 가진 요정은 없는 걸로 안다.

한마디로 그냥 한 번 툭 치니 그냥 낚인 것이다.

난 케찹이에게 말하고 싶다.

등신!

"진짜다!"

난 케찹의 안내로 들어온 지하 통로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누구냐고?

어느 한 동굴에서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여인 한 명을 말이다.

솔직히 말해 상당히 비좁은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비밀 통로인지 일반인으로서 정말 찾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구조다.

다행히도 몸이 작은 요정들은 찾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여기를 급습한 그놈들이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간 거구나.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정말 궁금한데......?

"이분이 맞나?"

커다란 동굴 안에서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한 여자,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으로 보이고, 얼굴은 연희와도 맞먹을 정도의 미모를 선보인다.

사실 아무리 만들어진 존재라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존재는 이 게임에서 처음 발견.

확실히 서큐버스일지도 모른다.

이런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는 말이다(내가 사진으로 본 서큐버스의 외모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의문점을 제기하는 이유는.......

"옷이, 옷이......."

"......."

그렇다. 옷이 문제다.

뭐가 문제냐고?

"서큐버스의 복장이 아닌데......."

이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유턴해서 봐도 서큐버스의 의상이 아니다.

보통 서큐버스의 의상은 검은색의 자극적으로 파여져 있는 환상적인, 아니 좀 수위가 높은 옷을 입는 게 정상적이다.

물론 그중 요새는 서큐버스도 꼭 검은색 옷 말고 빨간색 옷도 입고 다양하게 입는다더라. 한마디로 세상이 진보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렇다고 쳐도 일단 서큐버스의 모토는 '자극'이다.

간단히 말해 옷이 상당히 야리꾸리해서 남자들이 보면 헉헉거리는 복장이 완전 필수다.

하지만 이분은 아니다.

헉헉거리는 복장은커녕 약간 실망스러운 복장인 것이다.

사실 조금 화끈한 복장을 기대한...... 아니 이게 아니라!!

"진짜 이분이 서큐버스냐?!"

그 미소녀는 분홍색의 드레스를 입고 고이 잠들어 있다.

그것도 그냥 드레스도 아니다.

그럼 무슨 드레스? 꽁꽁 드레스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살결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감싼 드레스인 것이다. 심지어 목 쪽에까지도 말이다.

완벽 철저 방어!

나 이런 옷은 처음 본다.

부끄러움이 많은 연희조차도 이런 옷은 입지 않는다.

한마디로 숨 막혀 뒤지겠다.

그런데 이런 분이 서큐버스라고?

"어, 어느 틈에!!"

그때 내가 들어온 입구 쪽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내가 찾던 분이 계셨다.

"서큐버스?"

검은색의 희한한 복장으로 나를 반기는 분.......

막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이 될 법한 패션이고 특히 키포인트로 저 가슴 쪽에 푹 파인...... 아니, 이게 아니지!

"지, 진짜 서큐버스?!"

"......."

하지만 이런 내 반응에 그 서큐버스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황당할 것이다. 서큐버스를 보고 진짜 서큐버스 찾는 나를 보고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서큐버스의 '서' 자만 들어도 완전 기쁜 상황이다.

이런 내 기분을 저분이 알 리는 없다는 거다.

한편 갑자기 나타난 서큐버스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에서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주님은 내가 지킨다!!"

"......."

공주님? 일명 영어로 프린세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큐버스 중에서 공주라는 분인 건가?

사실 서큐버스들 사이에서 공주가 있다는 건 오늘 처음 들어 본 사실이다.

하지만 저분이 구라를 치지는 않을 테니 있다고 보자.

그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공주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분은 저분이 끝인데?"

꽁꽁 패션으로 도배한 아리따운 잠든 미소녀 한 분이 끝이다.

그때 그 정상적인(?) 패션의 서큐버스는 다급히 그 미소녀 옆으로 다가가더니 검 한 자루를 뽑았다.

그러고서는 당차게 한마디를 외쳤다.

"공주님은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

삐리리 삐리리 뽀뽀뽀 삐따따따.

그때 괴이한 음악이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난 모든 게 정리되었다.

"전 평화로운 사람입니다."

"......."

난 일단 내가 얼마나 안전한 사람인지 그녀에게 각인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요정 한 마리가 개소리를 했다.

"지랄 같은 평화......."

퍼억!

"......."

그대로 내 손바닥이 작렬한다.

그리고 그분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사를 해야 되나, 이분은 워낙 인생이 질겨서 멀쩡하다.

어찌 됐든 이런 모습을 본 그 서큐버스는 더욱 황당해 하지만, 난 최대한 웃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찌 됐든 저는 평화로운 사람. 밖에 당신의 동료들을 해치운 존재들하고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

나는 혹시나 오해를 할까 봐 그렇게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우리 동족들을 모두 죽인 너희 인간을 무슨 수로 믿으라는 거지?!"

"......."

그건 그렇다.

내가 생각해도 뭘 믿으라는 건지.......

아무리 봐도 믿을 구석은 없다.

뭐 그렇다면?

"......!!"

그 순간 내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서큐버스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말이다.

그뿐 아니라 어느새 내 몸은 그 서큐버스의 등 뒤를 장악한 상태다.

난 뒤늦게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평화로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력으로 제압해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

"전 단지 이 잠들어 계신 분께 무엇 좀 물어보고 싶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그 조건으로 이렇게 잠들어 있는 분 깨어나면 저도 좋고, 그쪽도 좋고! 일명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라죠."

"......."

그렇다.

한마디로 말해 둘 다 좋다는 거다.

한편 그런 내 말에 순식간에 고민에 잠긴 그 서큐버스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 존재만 없앤다면 공주님은 깨어나십니다."

"그 존재?!"

―퀘스트―

등급 : S급

내용 : 서큐버스의 공주를 잠들게 한 크라엔을 해치워라. 그 존재를 해치우면 자연적으로 서큐버스의 공주는 일어나게 된다.

보상 : ?

그때 내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떴다.

이거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잠자는 서큐버스 공주님을 깨우는 방법이 말이다.

뭐 솔직히 말해 내가 생각하던 구도(입맞춤 같은 것)는 아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목적만 이루면 되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데.......

"저 보상이......."

보상 부분에 물음표가 띄워지는 퀘스트 창은 또 처음이다.

참으로 뭐라고 해야 하나, 괜히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이상한 요소랄까?

뭐 보상이니 나쁜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면 또 실망이 클 테니 그냥 저 부분은 신경 끄자.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크라엔이라는 잡놈 하나 잡아서 서큐버스 공주님을 깨우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영웅왕 길가메쉬의 정보를 얻는 거야!!

"이쪽입니다."

"......."

그 크라엔이라는 분이 계신 곳이 상당히 가깝다.

바로 이 동굴 옆에 비밀 통로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크라엔이 그 동굴 안 깊숙한 곳에 갇혀 있다는 게 지금 나를 안내해 주던 서큐버스님의 한마디였다.

그런데.......

"저기......."

"......?"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왜 여기에 들어가야 하죠?"

"무슨 소리죠? 당연히 공주님을 깨우려면 크라엔이라는 존재를 해치우기 위해 가는 거죠."

그렇다. 확실히 퀘스트 창에서도 크라엔이라는 존재를 해치워야지만 서큐버스 공주의 잠을 깨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저곳에 크라엔이라는 존재는 없어요."

"......?!"

내 말에 서큐버스는 너무 놀라서 굳어 버렸다.

사실이다.

사실 초보자 기술 중 한 가지인데, 난 상대방의 기운을 어떤 힘이든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망(?)이 걸려 있다.

심지어는 죽어 있는 존재들까지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레이더의 포스가 장난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저분이 안내한 이 이상한 비밀 통로에는 그 어떤 생체의 힘도, 영체의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개뿔도 없다는 거지.

한편 내 말에 너무나도 당황하던 그녀는 잠시 후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한번 대충이라도 돌고 와 보시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런 말은......."

그녀는 계속 내가 저기 굴러 들어갈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난 그녀가 왜 그런 제안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왜냐고? 그건 바로.......

콰앙!

"......!!"

그때 난 갑작스럽게 발을 내려찍었고, 그 순간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충격파에 갑자기 그 서큐버스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어느새 들어가셨냐?"

"어떻게......."

무언가 검은색의 사념체였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분명 저놈이 크라엔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아까 이 비밀 통로를 여는 순간 무언가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온다더니 순식간에 저 안내해 준 서큐버스의 몸 안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완벽하게 연기를 해서 자신이 있던 저곳으로 나를 보내려고 한 거지.

나도 저 지하 통로에서 기운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완전히 당할 뻔했던 아리따운 연기력이다.

"제길, 어떻게 이런 일이!!"

한편 그 크라엔이라는 사념체는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이었다.

내가 파악해 낼 줄은 아예 꿈에도 생각 안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완벽을 깨부술 수 있는 존재는 항상 있기 마련이거든. 이 기회에 그 사실을 알았으면 하지만, 이제는 알아 봤자 늦었겠지?

"......."

페이런 길드장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다.

"벌써 그 미친 초보자 자식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

이럴 수는 없다.

얼마나 힘들게 그 정보를 얻었고 찾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뺏길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S급 히든 클래스인 영웅왕 길가메쉬의 마스터 자리는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

그놈을 건들기에는 너무 무섭다.

얼마나 미쳤으면 미친 초보자 혹은 파멸의 초보자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사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적이라고 판단되는 존재들에게는 정말 미친놈이 된다.

그건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법이다.

정말 그 존재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건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페이런 길드장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놈에게서 정보를 뺏겠다."

"길마!!"

"......."

그는 너무나도 갖고 싶은 욕심에 보이는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차피 초보자일 뿐이야!! 미친 초보자? 그래, 미친 초보자라고 해. 하지만 어차피 초보자라고! 직업 하나도 없는 놈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그런 소문들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다 거짓말이야!!"

"길마!!"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그놈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

"......."

그건 그렇다.

인간이 해낸다고 생각조차 되지 않는 전설을 심심하면 만들어 내는 게 미친 초보자이자 파멸의 초보자라고 불리는 프레젠이다.

솔직히 말해 다른 건 어떻게 인정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게임의 조율자라고 불리는 카오스 엔딘과 동등하게 싸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 게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카오스 엔딘이 인정한 유일무이한 인간이라니!

그건 정말 말이 안 된다.

한마디로 모두 거짓말인 것이다.

페이런 길드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단숨에 기습 공격을 한다면 그놈도 어찌할 수 없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자식에게 부풀려져 있는 소문의 진실을 우리가 꺼내는 것이다!"

사실 S급 정도의 퀘스트치고는 진짜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해 버렸다.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나의 이 초보자 스페셜 기술 덕택이지만 말이다.

혹시나 만약에 아까 그 사념체에게 넘어가서 그대로 저 밑으로 굴러 떨어졌으면 정말 답 안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절대 탐지 울트라 레이더망이 있었고, 그 덕택에 정말 수월하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참고로 그 사념체는 슬라임보다 약해서 처리할 가치도 못 느꼈다.

어찌 됐든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다.

그렇다면...... 후후후.

난 나를 안내했던 서큐버스는 고이 다른 데로 모시고, 이제 난 그 약간, 아니 무척이나 독특하신 서큐버스 공주님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나의 염원이 통했던 것일까?

서큐버스가 서서히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끝난다!!

난 히든 클래스다. 음하하!

그 순간 그 공주 서큐버스님은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해맑게(?) 웃고 있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꺄아!!"

뭐지?

왜 저분이 단 한 번 비명을 질렀을 뿐인데, 내가 짐승이 된 느낌이 들까?

아니, 그것보다 왜 비명을 지르시는 겁니까!!

원래 서큐버스라면 남자를 보면 매혹적인 미소가 오토인데, 이건 매력적인 미소는커녕 질색을 하신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

"더, 덮치지 말아 주세요!!"

"......."

"제, 제발요!! 흐흑."

그때 그 공주님은 덮치지 말아 달라고 울기까지 한다.

저기, 전 그런 생각 한 적도 없는데요.

갑자기 그런 이상한 놈으로 몰고 가시면 남들 보면 오해한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확실히 내가 나쁜 놈이 됐다.

아악! 이 괴상망측한 상황은 뭐야?

피식.

"......."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향해 참으로 재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 존재는.......

"케찹이......."

바로 케찹이였다.

그놈은 비웃음과 흡사한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한마디로 성격이 지랄 맞은 것을 아는 거지."

빠직.

난 또다시 염장을 해 대는 케찹의 발언에 머리 위에 굵은 혈관 자국이 생겼다.

뭐? 성격이 지랄 맞아?!

내 성격이 지랄 맞은 거랑 덮치지 말라는 게 무슨 상관이냐!

"잘 보도록."

"......."

그때 어느새 케찹은 그 한마디와 함께 변신했다.

뭐로? 바로 가식 케찹으로!

자기가 변신 로봇도 아니면서 말이다.

여기서 잠깐,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에 들어가겠다.

'가식 케찹'이란 평소의 성격 더러운 케찹이 아닌 사근사근하고 포근한 일반 요정의 이미지를 말한다.

한마디로 절대적으로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을 가진 요정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사실 케찹의 본모습을 다 아는 나로서도 케찹이 변신하면 못 알아볼 정도이다.

정말 저 가식 케찹의 연기력은 절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완벽 그 자체라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꾸벅.

그때 가식 케찹이 다소곳하게 목소리를 깔면서 그 서큐버스 공주님에게 인사했다.

그 모습이 인정하긴 싫지만, 정말 귀엽다.

내가 참고로 한 가지 안 말했는데, 가식 케찹일 때는 그 어느 요정보다 '귀여움'이라는 포스로 상대방을 속인다.

알고 있는 나도 까딱하면 속을 정도로 말이다.

하아.......

제길, 이제 게임 끝이다.

저 가식 케찹이 적중한 이상, 아무리 이상한 서큐버스라 하더라도 저 자식에게......!

털썩!

"......."

"......."

엥? 안 넘어가네?

아니, 넘어가기는 갔다. 다른 의미로.......

"......."

"......."

공주 서큐버스가 기절해 버린 것이다.

난 자신만만하던 케찹이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자, 그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고는.

"풋."

"......."

"푸푸풋."

"......."

열심히 웃어 준다.

솔직히 말해 난 비명만 질렀고, 케찹은 기절을 시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저 자식이 더 저질이라는 거다.

상황 종료 끝!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은인을 몰라보고 비명을......!"

"정말 괜찮아요."

난 울먹거리면서 사과를 하는 그 서큐버스 공주님, 정확히는 이리엘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서큐버스라는 직책을 가지시고 막 덮친다고 울더니, 기절까지 하시는 독특한 분.

어떻게 보면 케찹이라는 미친 요정보다 더욱 독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케찹과는 다르게 왠지 그녀는 귀여워 보인다.

왜냐고?

여자니까.

그리고 예쁘니까 말이다.

원래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하는 사람이 다르면 느낌이 다르다.

예를 들어 케찹이가 욕하면 무척이나 때려 버리고 싶지만, 이리엘이 욕하면 왠지 모르게 사랑스러워서 안아 줄 것 같다.

그 이유는 여자니까.

어찌 됐든 확실히 케찹과는 다르게 뭘 하든 급호감이다.

"저, 저기 그런데 네니에게 들으니 저에게 무언가 물어볼 것이 있다고......."

그때 어느새 아까 사념체에게 잠시 먹혀서 기절해 있던 정상적인(자극적인 옷차림 기준) 서큐버스님이 말을 다 끝냈는지 이미 나의 목적을 알고 있다.

뭐 그렇다면 가볍게 물어봐 줄까?

"제가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존재에 대해 정보를 찾고 있는데, 그쪽에서 안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여, 영웅왕 길가메쉬요?"

"네."

내 말에 이리엘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반응으로 봐서는 확실히 알고 있다.

씩.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입가가 올라가고, 한편 그걸 본 이리엘은 비명을 질렀다.

"꺅! 이, 이러지 마세요."

"......."

"이, 이건 너무 일러요......."

저기, 뭘 이러지 말라는 거고 뭘 너무 이르다는 걸까?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 단어들이다.

아니, 너무 이르다는 건 나중에는 안 이르니 해도 된다는 뜻일까?

헉! 무슨 그런 저질적인 생각을!

나 정말 왜 이러냐!

진짜 저분에게 홀린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깨우신 서큐버스의 마스터, 혹은 주인님이 될 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퀘스트 완료 창이 떴다.

그 말은 즉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거고, 아까 그 물음표 보상은 설마?

"주, 주인님?"

허!

"주, 주인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이리엘은 내게 정말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주인님? 뭐지, 이 자극적인 호칭은?

주인님이란다.

나보고 주인님......!

저런 초특급 미소녀가 주인님이라고 하니 진짜 미쳐 버리겠다.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다.

기쁘면서 당혹스럽고, 얼굴이 저절로 붉혀지는 이상한 상태다.

주인님이라니!!

아니, 무슨 변태같이 그런 말에 흥분하는 거냐!

하지만 전국에 조사를 해 본 결과, 남자들이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주인님'이라는 호칭이라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전혀 그런 사실 없음).

그러니 내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거다.

휴우! 그래, 진정하자. 진정해.

더 이상 이상한 이미지는 사절이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주인님이라는 말에 벌렁벌렁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다시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그래, 본래의 목적인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정보!

처음에 그걸 물어보기 위해 이리엘을 찾아온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이 끝나자,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이리엘에게 물었다.

"저기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으면 하는데요."

"......."

그리고 그 순간 이리엘은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허! 이번에는 고스트 헌터 클란?"

이번에 찾아야 할 존재는 고스트 헌터라고 불리는 클란이다.

이리엘의 말에 의하면 이 존재가 영웅왕 길가메쉬랑 친구란다.

한마디로 이분만 찾으면 게임 종료!

근데 그분은 어디서 찾는 걸까?

한편 이런 내 궁금증에 이리엘은 미리 정보를 알려 주었다.

"사실 그분이 유령이어서 거주지가 불투명......."

"......."

그래, 유령이어서 거주지가 불투명?

잠시!

"뭐? 유, 유령?!"

"......."

끄덕.

난 잘못 들었는지 궁금해서 '유령'이라는 말을 외쳤다.

그러자 이리엘이 맞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다.

이상하다, 분명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더라면 분명.......

"고스트 헌터라고......."

들었다.

그건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즉 이리엘이 내게 실수를 한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약간 헷갈리다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리엘은 엄청난 발언을 했다.

"클란 님은 유령이시면서 고스트 헌터이세요."

"......."

이리엘, 농담이 참 재밌다. 하하하!

케찹이었다면 당장 케찹에 파묻혀 버릴 정도로 재미없는 농담이겠지만, 이리엘이 하니까 참으로 재밌다.

너무 재밌어서 미쳐 버리겠다.

하지만 이런 내 반응에 이리엘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사실인데요."

"......."

난 유령이 유령 잡으러 다닌다는 소리는 정말 어디서든지 들어 본 적도 없다.

뭐? 유령이 유령을 잡아?

한마디로 뭐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엽기적인 얘기랄까?

"덥지 않으세요?"

"괘, 괜찮아요."

"무척이나 더워 보이는데요."

"저, 정말 괜찮아요."

그 순간 어느새 변신을 끝낸 케찹이 여전히 가식적인 모습으로 이리엘에게 접근했다.

그러고는 꽁꽁(?) 드레스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리엘은 괜찮다고 계속해서 말한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가 목 쪽은 시원하게 찢어 드릴게요."

"자, 잠시...... 저는 정말 괜찮...... 꺅!!"

지직.

어느새 순식간에 이동한 케찹이 이리엘의 목 주변을 덮고 있던 옷을 찢어 버렸다.

그것도 아주 과격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리엘의 목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너무나도 하얘서 보는 사람이 눈이 부실 정도다.

아니, 그뿐 아니라 피부도 엄청 좋다.

'장난 아닌데?'

진짜 완전 아기 피부보다 더 깨끗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이지?

한편 목 주변이 찢어지면서 목을 노출(?)한 이리엘은 잠시 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흐흑."

"......."

"......."

그뿐 아니라 엄청 당황스러운 말씀도 하셨다.

"저, 저는 이제 살 가치가 없는......."

"......."

"......."

저, 저기 그런 말은!

목덜미 보이고 살 가치가 없으면, 이 세상 사람들 다 살 가치 없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분 무지 충격 받았다는 거다.

이 케찹 자식, 완전 이제는 변태 짓까지 일삼는다.

남의 옷을 막 찢어 버리다니.......

그리고 그 찢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숙련자(?)의 모습이다.

설마 이 자식, 나 모르게 이런 저질적인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건......?

하....... 뭐, 있을 수 있다. 케찹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어찌 됐든 난 붕붕 날아다니던 케찹을 손바닥으로 파리 잡듯이 내려치고는 흐느끼면서 모든 게 끝난 얼굴을 한 이리엘에게 말했다.

"이걸로 가려요."

"......."

그러고는 손수건을 하나 내밀었다.

한편 이런 내 모습에 그녀는 너무나도 감동한 모습이다.

"고, 고맙습니다."

내게 너무나도 고마워하는 그녀를 보니 왠지 모르게 나까지 뿌듯해진다.

두근두근.

"......."

그런데 갑자기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진다.

뭐지? 이건!!

난 갑작스럽게 생긴 이상 반응에 완전히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도대체 이건 무슨 반응인 거냐?

"......."

"......."

하지만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한마디로 이성보다는 몸 씨(?)가 먼저 장악한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은 어느새 이리엘을 덮치는 자세로 돌변했다.

잠시,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야, 야! 이 자식아! 왜 이래!!

난 내 몸을 향해 마구 소리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히 제어를 벗어낫다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지?

설마?!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워낙 저분이 독창적이어서 생각하지 못했다. 저분이 서큐버스라는 걸 말이다.

한마디로 유혹 기술이 장난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공주이기까지 하면, 다른 서큐버스보다 능력이 좋다는 거다.

그 말은 즉...... 헉! 나 낚였어(?)!

말이 이상하지만 완전 큰일 났다.

이대로 가면 진짜 무슨 일이......!!

"꺄아악!!"

"......."

그때 이리엘의 필살기(?) 슈퍼 울트라 하이스페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난 억울하다.

정말 억울하다.

단지 난 유혹의 기술을 견디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건 뭔 상황이냐?

자신이 날 유혹하고 나서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날 무서워하는 황당 시추에이션이 벌어졌다.

혹시 저분은 지금 자신의 기술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모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저기, 아까는......."

"무, 물론 주인님에게 모든 걸 바, 바치는 건 다, 당연한 거예요. 하, 하지만 전 마음의 준비가......."

"......."

"저,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흑."

"......."

아니, 진짜 난 변태적인 상상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새 난 한 여자를 덮치려다가 실패한 강간 미수범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더욱 당황스러운 건 저분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기다려 달란다. 그 말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인 걸까?

무엇을?

왠지 모르게 뭔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 같다.

나의 히든 클래스 찾기 프로젝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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