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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연희 (6/100)

제5장 연희

"선배, 괜찮으세요?"

"으응. 뭐."

"어서 나으세요."

"으응, 고마워."

난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아, 저런 아름다운 미소녀에게 안부 인사까지 듣다니 이거 다리 몇 번만 더 부러지면 완전 더욱 행복하겠는데?

그나저나 지금 난 게임에 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연희와 드디어 게임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험난한 과정을 이겨 내고 말이다.

연희에게 부탁을 한 번 하기 위해서 옥상 위에서 떨어지는 불굴의 의지를 보인 나.

역시 내 이런 노력에 그 어떤 방애물조차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완전히 증명되어 버렸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나 다 나았다.

멀쩡하게 걸어 다닌다는 소리다.

정말 인간의 몸이라기에는 내 몸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무슨 진짜 트롤의 피도 흐르는 게 아니고 며칠 만에 다 재생을 해 버리다니, 내 몸이지만 공포가 느껴질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다 나았으니 학교에 나갈 리는 없다.

그저 계속 개기는 거다.

아프다고. 아파서 죽겠다고.

정식으로 땡땡이를 치는 것이다.

참고로 병가로 결석하는 건 결석으로 처리가 안 된다는 거다.

호호호. 정말 한 번 뛰어내리고 이미지 급상승에 연희와 나름대로 더 친해진 것 같고, 특히 정식 땡땡이까지...... 완전 3종 패키지다. 이건!

"저기, 그런데 부탁이라는 게 뭐예요? 선배."

"아!"

그때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 연희.

지금 잘 생각해 보니 아직 그 부탁이라는 용건도 말하지 않았지.

그저 도와달라고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역시 연희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흐흐. 역시 천사라니까.

어찌 됐든 이제는 목적을 말해 줄 차례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내가 서큐버스를 만나게 되었거든."

"서큐버스요?"

"응."

나의 말에 그녀는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서큐버스라는 분들이 어떤 분들이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나 같은 남자에게는 얼마나 무섭고 살벌한 분들인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저런 표정도 당연하다.

어찌 됐든 난 추가 설명을 했다.

"이번에 드디어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찾았거든."

"저, 정말인가요, 선배?"

"응!!"

"축하드려요!"

내가 히든 클래스를 대한 정보를 찾았다는 말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연희.

흐흑. 너무 기쁘다.

그 누구의 축하보다 말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인생 험악하게 히든 클래스를 찾아다니고 있는지 알고 있는 연희였기에 더욱 축하해 준다.

아,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히든 클래스의 원한이 끝나는구나(확실하지 않음).

"어머, 연희 님! 안녕하세요."

"아......."

"......."

그때 갑작스럽게 다소곳하게 나타나 한마디 하는 웬 요정 한 마리에 나와 연희 얼굴의 인상이 희비가 엇갈린다.

연희는 오랜만에 만나는 그놈에게 반가운 표정을, 난 저번에 내 경고를 무시하고 어디론가 날라 버린 케찹에 대한 분노의 얼굴로 말이다.

그때 케찹은 살며시 날아오더니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응, 잘 있었어?"

"저야 물론이지요."

"......."

연희와 속닥속닥거린다.

참고로 여기서 한마디 하는데, 눈썰미 좀 있는 분들이면 지금의 상황을 깨우쳤을 거라고 믿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케찹을 잘 관찰하기 바란다.

아니, 정확히 저 말투!

한마디로 말해 저 일반 요정의 말투, 친절하고 조용조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

다르다. 원래의 케찹의 모습과는 심히 말이다.

정상적인(?) 케찹은 저렇게 절대 안 말한다.

일단 욕부터 나온다.

하지만 욕은커녕 너무나도 착해 보이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가식 모드라는 거다.

아악!! 저 자식, 어떻게 하는 짓마다 나에게 이렇게 재수 없음을 안겨 주는 거지?!

그때 연희는 나를 보고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

"선배는 이렇게 좋은 요정도 있고 부러워요."

"그, 그래?"

"네."

뭐? 좋은 요정?

지나가던 오우거를 기르겠다.

좋은 요정은 개뿔!

아악! 연희는 지금 속고 있다. 저 가식적인 케찹의 모습에 말이다.

그때 케찹이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저 자식!! 지금 연희 앞이라고 완전 개판이다.

갑자기 뒤, 뒷골이......!!

"서, 선배 왜 그러세요?"

그때 연희가 뒤통수를 살짝 잡는 나를 향해 다급하게 다가왔다.

난 그런 연희를 향해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 그냥 잠시 어지러워서......."

"설마 그때!"

"아니, 그거랑은 상관없어. 그저 뭔가가 있거든."

저 자식 때문에, 저 미친 요정의 가식적인 모습에 말이다.

그때였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케찹이 엄청 놀란 얼굴로 내게 다가온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역겨워서 속이 메슥거린다.

주, 주인님? 그리고 나를 걱정해?

이런 미친!!

평소였다면 분명 '푸헤헤헤 씨바밤 주인 잘됐다!!'라고 할 놈이다.

한데 연희가 있다고 저렇게 180도, 아니 1,520도로 돌다니....... 아악!!

"주인님, 아프시면 제가 마음이 아파요."

정말 지랄염병을 한다.

마음이 아프기는커녕 댄스 출 거면서.......

정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저 케찹이 자식의 가식을 까발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왠지 고자질 느낌이 나고, 무엇보다 저 자식이 끝까지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나만 그냥 나쁜 놈이 되는 거다. 제길!

"서, 선배?"

그때 연희가 진짜 뒷골 당겨서 저세상 갈 것 같은 나를 다시 한 번 불렀다.

난 그런 연희를 향해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저, 저기 잠시만......."

그러고는 다급하게 자리를 비웠다.

"빌어먹을 케찹 자식!!"

난 양푼이만 한 그릇에 케찹을 두 손에 쥐고 마구 짜면서 한마디 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구라를 능글능글하게 까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경고는 다 생 까고 어디서 놀다가 연희가 오니 왔다 이거냐?

뽀직.

뽀직.

케찹이 그릇에 마구 뿌려지는데, 참으로 이상한 소리가 난다.

그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분노에 차서 지금 케찹을 짜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 케찹아. 내 말이 농담으로 들렸다는구나.

내가 케찹에 묻어 버린다는 거 말이다.

하지만 난 한다면 한다고! 이 빌어먹을 케찹 자식!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큰 그릇에 케찹을 마구 들이댔다.

가득 말이다.

"어디 갔다 오세요?"

"아, 아니. 잠시 뭐 좀 하느라고....... 하하하."

"......."

양푼이에 케찹을 가득 채우고 돌아온 뒤 그렇게 한마디 하는 나.

한편 여전히 케찹은 그 가증스러운 가식으로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난 그런 케찹을 보고는 싱긋 웃고 말이다.

그러자 불길함을 느낀 케찹이 흠칫하고, 난 순식간에 연희 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

"연희야, 케찹이 이름이 왜 케찹인지 알아?"

"네?"

난 케찹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에 대해 물었다.

뭐 진실은 그냥 귀찮아서 대략 옆에 있던 케찹이 생각나서 붙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그럴싸하게 바꿔질 시기다.

난 어느새 케찹이 가득 담긴 양푼 그릇을 내밀면서 말했다.

"케찹이가 케찹을 너무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이거든."

"그런 거예요?"

"응. 케찹이가 케찹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서 지금 내가 특별히 케찹이를 위해서 케찹을 이렇게 가져왔거든."

"......."

그러면서 난 케찹의 양을 한번 연희에게 슬쩍 보여 준다.

그러자 연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기 너무 많은 건......."

"연희야, 케찹이가 케찹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평소에 이거보다 10배 이상 먹어."

"정말요?"

"물론."

"......."

내 말에 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이 양푼 그릇에 담긴 케찹의 10배 이상이라니 정말 생각만으로도 무언가 느껴지는 양이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케찹은 자기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이 무슨 개......."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하지만 연희가 있다는 걸 자각했는지 순식간에 말문이 닫힌다.

"......."

그리고 난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케찹이는 케찹을 너무 좋아한다니까. 케찹은 당연히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줄 거고....... 그치, 케찹아?"

"......."

"어머, 아닌가?"

"무, 무슨 소리예요. 주, 주인님. 다, 당연히 다 먹어야죠. 당연히......."

"호호호(?)."

"......."

웃어 대는 나와 자기도 모르게 굳어 버린 케찹.

그러니 누가 가식적으로 놀라고 했니?

이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이다.

"......."

케찹은 정말 케찹에 묻혔다.

저 악마 같은 주인은 정말 자신에게 그 엄청난 양의 케찹을 밀어 넣었다.

말 그대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 케찹은 케찹에 파묻혀서 잠들어 버렸다.

간단하게 말해서 비행도 불가능하다.

이미 케찹이는 떨쳐 냈으니 이제 나와 연희만 남았다.

그리고 나와 연희는 지금 당장 서큐버스의 집(?)으로 돌격했다.

물론 혹시나 내가 이상 반응을 보이면 밟아서(?)라도 깨워 달라고 당부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

"......."

나와 연희가 이곳에 들어온 지 1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주변에는 온통 괴상한 느낌만이 가득하고 서큐버스의 '서' 자도 안 보인다.

혹시 단체 여행이라도 간 건가?

분명 이곳은 서큐버스가 집단으로 있는 곳인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난 정말 의아했다.

도대체 다들 진짜......!

흠칫!

그 순간 갑작스럽게 내 코를 찌르는 무언가의 향기에 난 그대로 멈춰 섰다.

상당히 진하다. 피 냄새가 말이다.

그리고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설마?'

"연희야, 눈 감아."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희는 그대로 눈을 감고 주저앉아 버렸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시체의 강으로 이루어진 서큐버스들의 최후가 말이다.

아무래도 인간과 제일 흡사한 몬스터이다 보니 그 장면도 너무 끔찍하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시체와 피의 강으로 얼룩지게 말이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잔인하게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멸살을.......

아니, 그리고 왜?

"설마...... 히든 클래스?"

가능성이 있다.

어떤 단체나 개인이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런 짓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럼 이미......?"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는 지금 이미 어떤 존재들에게 들어갔다?

"완전 새 됐어."

정말 새 됐다.

지금까지 한 발악(?)이 완전 헛수고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진짜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취미 하나 독특하다.

이렇게 사이코처럼 죽이다니!

온몸을 찢어 버리고 말로 표현 자체가 불가능하게, 웬만큼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죽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하아, 앞으로 어떡해."

힘들게 찾은 단서였다.

그리고 나에게서 드디어 초보자의 타이틀을 벗어나게 해 줄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맥없이 무효로 돌아가니 정말 힘이 쭉쭉 빠진다.

정말 나란 인간은 케찹의 말대로 평생 히든 클래스라는 건 인연이 없는 건가?

에휴.......

"선배, 힘내요."

"......."

그때 연희가 안타까운 말투로 나를 위로했다.

그녀도 내가 이렇게 삽질을 하는 걸 제대로 매일 봐서인지 진심이 분명할 테다.

그러고 보니.......

"......."

분명 이건 그놈 때문이다.

그래. 그놈 때문이야!!

잘 생각해 보자.

그 자식이 제대로만 했어도 내가 먼저 앞질렀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식이!!

"아악!!"

"네놈 때문이다."

"아아악!!"

난 케찹을 마구 쥐어 팼다.

그 작은 체구를 어디 팰 데가 있냐고 묻는다면 잘 찾아보면 나온다.

원래 요정의 몸은 신비거든.

그나저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그러는데 절대 화풀이 아니다.

내가 쫀쫀하게 요정한테나 화풀이할 정도로 옹졸한 놈도 아니고, 그런 취미는 없다.

그냥 단순히 열 받아, 아니 이 자식에게 교훈을 심어 주기 위해서 내가 애써 이러는 거다. 그러니 절대 이상한 의미로 보면 안 된다.

그렇게 한참을 요리저리 잘 패던 나는 잠시 후 뻗어 있는 케찹을 슬쩍 본 뒤 한마디 던졌다.

"포기 못한다!!"

그래, 잘 생각해 보자.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분의 마스터라는 자리다.

그런 만큼 원래 손쉽게 얻으면 재미없다.

한마디로 고난과 시련을 겪은 히든 클래스야말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어차피 시간도 남아돈다.

이렇게 된 마당에 꼭 찾고 말겠다.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마스터를 말이다.

"왜 정보가 잘못된 거냐?!"

한편 서큐버스들을 급습한 페이런 길드장은 당황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 된 것일까?

분명 자신이 접수한 정보에 의하면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단서가 그곳에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이건 도대체 목숨(?)을 걸고 한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허무하다.

"좀 더 조사를 해야 하지만, 하필 그놈이......."

그때 길드의 부길드라고 불리는 남자가 아쉬운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페이런 길드장이라고 불린 남자도 말문이 닫힌다.

자신도 그놈을 알고 있기에.......

일명 미친 초보자라고 불리는 프레젠.

어떻게 인간이 초보자로 마의 레벨 1,000을 넘어서는 미친 행각을 보이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초보자로 1,000레벨을 넘긴 유일한 유저인 만큼 고렙 유저들은 그를 다 알고 있다.

아니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프레젠의 화려한 일상 덕택에 더욱 유명하다.

몇 개월 전 이 게임에서 대규모 길드 중 하나라고 불리는 톤드 길드가 날아간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날아간 이유는 미친 초보자 프레젠을 건드리는 바람에.......

일단 프레젠이 아는 존재를 나열하자면 이건 답이 안 나온다.

사신의 스케이트, 섬멸의 자스턴, 폭렬마법사 피스, 무적 방패 그로, 화염의 검 레돈, 영원의 창 지민.......

지금 언급한 이 존재들은 다들 전체 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랭킹 유저일 뿐만 아니라 전부 다 유명 길드의 길드장이기도 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프레젠의 한마디에 모인다면?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뿐 아니라 진정 그가 무서운 건 그 미친 초보자 프레젠에 있다.

굳이 방금 전 나열한 랭킹 유저들보다 더욱 무서운 게 이 프레젠이다.

약간 오버해서 환생한 사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 번 물면 절대 안 놔주는 게 이 프레젠이다.

그만큼 독하고 강하고 악독하다.

한마디로 이 프레젠과 연결되는 순간, 그냥 이 게임 접으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어찌 됐든 모든 존재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그 미끼가 유혹적이다.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직업이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페이런 길드장은 엄청 위험하고도 살벌한 생각을 했다.

그건 바로.......

"계속해서 찾는다!"

"길드장!!"

"포기 못해!! 최대한 그 미친 초보자 자식만 피하면서 정보 가져와!!"

탐욕에 눈이 먼 페이런 길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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