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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잠자는 숲 속의 서큐버스 (4/100)

제3장 잠자는 숲 속의 서큐버스

"......."

이건 내가 생각하던 구도가 아니다.

그것도 내 생각을 한참이나 벗어난 저질 구도.......

내가 참 다른 존재라면 모르겠는데, 진짜 이분일 줄은.......

"서큐버스......."

정말 무서운 분들이다.

남자들에게는 말이다.

특히 나같이 순수(?)한 남자 같은 경우 제대로 반항 한번도 못해 보고, 유혹당해 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무서운 분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꺼리는 분들도 이분들이다.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발린다는(?) 그분이다.

그런데 그분이 잠들어 있다. 그것도 1년째 말이다.

그런 상황도 황당한데, 그분을 깨워야 한다.

근데 그분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나 혼자만의 상상이라는 걸 생각해 보지만, 일단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는 모티브를 따왔다면 내가 그분에게 키스를 하는 그런 상황일 테다.

확실히 서큐버스라면 초미녀일 게 분명하고, 그런 그녀에게 내 첫 키스를, 그것도 히든 클래스를 위해 바친다는 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키스 이후의 사건이 궁금하다.

아니, 안 봐도 뭐가 입질이 온다.

난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페널티로 인해 심각한 결점이 생기고, 그 시간 내에 다른 놈이 와서 정보를 캐 가면 말 그대로 아웃이다.

이건 완전 미쳐 버릴 것 같은 상황이다.

그뿐 아니라 그런 서큐버스의 영역에 들어가서 내가 잘도 견뎌 내고 그분이 잠들어 있다는 곳에 도착이나 할지도 미지수다.

사실 이럴 때는 여자와 동행하는 게 그나마 제일 낫지만, 내가 아는 여자라고는.......

"......?"

그녀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오기에는 그 후의 일이 두렵다.

그분의 팬클럽 분들이 나를 흠뻑 사랑해 줄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특히 그 팬클럽 회장이신 대검의 스크라인, 아니, 진드기의 스크라인이라는 분이 참으로 두렵다.

어찌 됐든 그분은 정말 최후가 아니고서야 부탁을 하고 싶지 않다.

그 주변 분들이 워낙 미치셔서 말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최대한 내 선에서 끝내야 한다.

"야, 케찹."

그때 난 케찹이를 부른다.

하지만 그런 내 부름에 케찹이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난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자식 어디 갔어?!"

케찹이 사라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케찹이다.

그런데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설마 이 자식이 부려 먹으려는 걸 눈치 깠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미리 케찹을 저 서큐버스의 집(?) 안으로 밀어 넣어 보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어느새 냄새를 맡고 튀어 버린 것 같다.

제길, 이런 핫도그에 발라 먹는 케찹보다 도움 안 되는 자식 같으니!!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나 혼자네?"

뭐지?

갑자기 엄청 당황스럽다.

저 두려움의 공간에 지금 나 혼자만 들이대라는 게냐?!

―서큐버스―

유혹의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

레벨 : 824

종족 : 악마

특성 : 전체적으로 레벨에 비해서는 전투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단 유혹의 기술만은 엄청나서, 남자라면 레벨에 상관없이 그녀와의 전투를 피할 것을 권유한다.

이게 서큐버스라는 분들에 대한 정보다.

위에 잘 보면 알겠지만, 사실 레벨에 비해서는 정말 전투력이 엉망이다. 그래서 웬만한 레벨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유혹의 기술, 이게 문제라는 것이다.

위에 서큐버스에 대한 설명에 적혀 있지만, 남자라면 레벨에 상관없이 그녀와의 전투를 피할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그 말은 즉 남자라면 레벨에 상관없이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라는 소리다.

그런데 한 분도 아니시고 떼거지로 계신 서큐버스의 소굴로 남자 한 명이 쳐들어가라니!

아무리 엄청난 히든 클래스를 위해서라지만 진짜 불가능한 미션이다.

"저, 저기 케찹 주인님......."

"......?"

난 어떻게 이 불가능한 미션을 통과할까 하고 고민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약간 익숙한 모습을 한 요정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었다.

나름대로 케찹의 베스트 프렌드인 블레인지다.

내가 워낙 케찹과 오래 있다 보니 저 요정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왜 블레인지가 나를 찾아온 걸까?

지금 케찹은 도망 중이어서 만나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설마?

잘 생각해 보면 블레인지라는 저 요정이 내 앞에 나타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의 주인과 떨어지면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하게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그 자식 또?"

"......."

침묵은 긍정이다.

"음냐, 아아앙."

"......."

난 진짜 머리가 복잡했다.

요정 주제에 욕하는 것도 기네스감인데, 이제는 술 먹고 처자고 있는 모습까지.......

정말 이 자식이 요정인지 아닌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난 바닥에서 자고 있는 케찹을 집어 들면서 블레인지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하아......."

"......."

괜히 내가 블레인지에게 미안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뭐 이 케찹이 있든 말든 상관이 없지만, 블레인지의 주인은 이 게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라는 소리다.

그런 존재를 놔두고 이 자식 때문에 주인의 옆을 떠나야 하는 블레인지의 처참한 기분이 참으로 이해가 된다.

"이 개삐리리 같은 자식아! 앙! 니가 인간이냐? 전직하라고 했잖아, 이 씨밤바야!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어."

"......."

무지 한가해 보인다.

그것도 심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찹은 잠시 후 다시 술주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개삐리리야!! 넌 저주받은 인간이야! 히든 클래스 웃기고 있네. 넌 죽어도 못해! 죽어도! 죽어도! 죽어도! 죽어도!!"

"......."

"이 씹탱구."

내가 웬만해서는 참아 주고 싶다.

그래, 네놈도 참 요정 생활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 이런 심한 욕설과 비난, 그리고 저주를 내리는 건 정말 아니다.

"이 변태......."

퍼억.

그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마리의 요정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한마디로 홈런?

그것도 대형포 홈런이다.

"꺄아아아!!"

그때 알 수 없는 비명과 함께 케찹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 생각을?

타격감에 대한 생각을 말이다.

그리고 결론은.......

"좋지 않았어."

"......."

"술이 확 깨니?"

"......."

"침묵은 긍정이랬지."

"......."

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신 케찹을 향해 말하고, 케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나만 노려본다.

아무래도 내가 홈런 한 방으로 저 멀리 무료 관광 보내 줘서 참으로 감사하는 눈빛 같기는 한데, 별로 감사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한편 케찹은 분노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런 성격 개보다 못한...... 건 절대 없고, 절대적으로 착하신 주인님 같으니."

"......."

내가 어느새 타격 자세를 잡자, 갑자기 말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케찹.

정말 내가 느끼지만 100마디의 대화보다 한 번의 타격이 훨씬 좋다는 게 참으로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제 다시 케찹이가 돌아왔으니 원래 하던 임무로 돌아가서 다시 물었다.

"케찹."

"왜?"

하지만 그런 나의 부름에 케찹이는 귀찮은 얼굴을 한 채 대답했다.

난 그런 케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할 일이 있다."

"하기 싫은데?"

"......."

말하기도 전에 '하기 싫은데'라고 말하는 케찹, 정말 당돌하다 못해 미쳤다.

감히 주인의 명령을 이따위로 무시하는 요정은 저놈이 최초이자 최후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뭐 이런 미친 건 미리 알았기에 별 충격은 없다.

그저 한마디만 해 준다.

"죽어서 갈래, 던져져서 갈래? 아님 택배로 갈래?"

"......."

케찹이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 사항에 어떤 게 좋을까 싶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난 그런 케찹을 향해 특별히 내가 선택해 주기로 했다.

"자, 그럼 던져져서 가렴."

"자, 잠시......."

"그리고 그냥 돌아오면 네놈을 케찹에 묻혀서 몬스터의 먹이로 뿌려 버리겠어."

"......."

"명심하기를!"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케찹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쉬이이이잉!!

"아아악!!"

케찹이는 빛의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난 그 광경을 감동적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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