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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영웅왕 길가메쉬 (3/100)

제2장 영웅왕 길가메쉬

"지금 장난이지?"

"진담인데."

"......."

"히든 클래스라면 아무거나 한다며."

"......."

"그래서 너의 베스트 프렌드인 내가 참으로 힘들게 찾아냈는데, 반응이 왜 그래?"

"......."

물론 너한테 그런 말은 한 적이 있다.

랭킹 52위 기계의 마술사 크란스 너에게 말이다.

하지만 진짜 아무 직업이라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히든 클래스는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초보자로 살면 살았지, 그런 히든 클래스는!!

"쓰레기 맨이 의외로 좋을지도 모르잖아?"

"의외로 좋을 것 같지는 않은데."

"......."

물론 히든 클래스인 만큼 기본 직업들보다는 확실히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쓰레기 맨이라니, 무슨 그런 울트라 짬뽕 같은 직업이 있는 거냐?

쓰레기 맨.

지나가던 쓰레기를 주워서 무언가 하는 것 같은 직업이다.

아니 분명 그런 것일 게 분명하다.

초보자의 특권인 무한 직업으로 그걸 얻는다고 하더라도 내 궁극의 목표인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특별 히든 클래스를 얻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저런 직업 자체를 가지고 있다는 게, 뭐라고 해야 하나?

뽀대가 안 날 뿐만 아니라 치욕적이다.

왠지 모르게 진작 발견되었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찌꺼기 히든 클래스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일단 등급은 궁금하니 물어보자.

"몇 등급인데?"

"D등급 히든 클래스."

"패스."

직업 자체도 마음에 안 드는데, D등급이라니.......

안 하고 만다.

D등급이라면 거의 별 일반 직업들과 다른 점이 없다는 뜻. 그저 특이한 직업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C등급부터 미세하게나마 이제 조금씩 차이가 나고, S급으로 되는 순간 완전 그때는 미쳐 버리는 거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궁극의 SSS급,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전설의 히든 클래스다.

참 초보자로 사는 주제에 욕심도 넘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완전 확실하게 해야겠지.

후우....... 그나저나 괜히 기대하고 이 자식을 찾아왔나 보다.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기에 당장 온 건데.......

쩝. 뭐 물론 한 가지 물어볼 것도 있기야 하지만 말이야.

"크란스, 내가 요청한 건?"

"뭘?"

"뭐라니?"

내가 널 볼 때마다 말하는데 설마 그걸 잊어버린 거는 아니겠지?

정말 그것만은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매일매일 주입을 시키는데 말이다.

뭐 한 번쯤 더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히든 클래스를 찾는 로봇."

"......."

"내가 만들어 달라고 했잖아."

그 말에 크란스는 나를 미친놈 바라보듯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진담이었냐?"

"난 농담 안 해."

"......."

"아직 못 만든 거야?"

"......."

내 물음에 그는 말이 없다.

한마디로 못 만들었다는 뜻이겠지.

그때 크란스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외쳤다.

"그딴 걸 어떻게 만들어!"

"......?"

"그런 걸 만드는 게 가능하기나 하냐? 히든 클래스를 찾는 로봇이라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고 있네."

"그게 왜 불가능한데? 저번에는 보물 찾는 로봇도 만들었잖아."

"......."

그렇다.

저 자식의 직업은 기계의 마술사로 불리는 히든 클래스.

각종 로봇들을 전투와 실생활에 효율적으로 만드는 그런 직업인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가사 로봇, 전투 쪽에는 자폭 로봇, 그리고 탐지 쪽에는 보물 탐지 로봇 등 거의 만드는 로봇 계열만 해도 수십 가지이다.

한마디로 정말 괜찮은 직업이라는 거지.

물론 뭘 만들고 하는 건 별로 관심 없어서 나에게는 맞지 않은 직업이지만 말이다.

한편 이런 내 말에 그놈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히든 클래스랑 보물이랑 같아?!"

"......."

"그리고 그 보물 찾는 로봇 만드는 데도 정확히 2년 걸렸어!! 그것도 장난 아니게 탐지 자체도 힘들다고! 그런데 히든 클래스를 찾아 주는 로봇이라니? 그딴 로봇 만들면 나 납치당할 정도로 대 히트다, 임마!"

"흐음......."

그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그런 로봇이 완성되는 순간 아무래도 어떤 길드라도 그거 만들어 내라고 납치할 수도.......

쳇, 뭐 그렇게 기대는 안 했지만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하아....... 오늘도 이렇게 히든 클래스를 찾지 못하고 하루를 마감해야 한다니.

이제는 적응이 된 것도 같은데 여전히 씁쓸한 마음뿐이다.

그때였나?

크란스의 입이 다시 열렸다.

"너 근데 아직도 히든 클래스가 되려는 이유가 그 존재 때문인 거냐?"

"흐음......."

"물론 지금 네놈이 헐크인 거 인정해. 그리고 히든 클래스가 된다면 분명 슈퍼 헐크가 될 거야. 하지만 그를 상대로 이겨 보겠다니......."

"넌 그 기분을 몰라! 그리고 우리는 약속했거든."

"이런 미친!"

지금 나와 크란스의 대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듯싶다. 처음 듣는 사람은 말이다.

크란스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다른 존재도 아니고, 이 게임의 조율자라고 불리는 카오스 엔딘을 이기겠다니....... 그래, 그것도 유저면 말도 안 해. 그는 이 게임에서 조율자로서 생성된 최강의 존재라고!"

난 그 말에 끄덕였다.

확실히 지상 최강의 존재지, 이 게임의 조율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말이다.

하지만 저번에 그와 무언가의 오해로 인해 한번 붙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 짜릿함이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단순히 강한 존재와 붙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거와는 별개로 뭐라고 해야 하나, 진짜 그런 게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린 약속했다.

다시 만나면 승자를 가리자고 말이다.

그래서 난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히든 클래스를 획득하는 것뿐이다.

"......."

리크라 산맥.

이곳은 오우거들의 고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당한 오우거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덕택에 고렙 유저들의 파티 사냥의 주 목적지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였나?

이곳에 유저들의 발길질이 끊어졌다.

갑작스럽게 개체 수가 늘어난 오우거들. 그뿐 아니라 항상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오우거들이었는데 가끔이나마 같이 몰려다니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된 까닭에 이곳은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의 사냥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리크라 산맥에 근 일주일 만에 한 존재가 발을 들여놓았다.

키는 대략 180cm 정도에 꽤나 다부진 몸, 그뿐 아니라 상당히 잘생긴 얼굴을 가진 청년이었다.

나이는 대략 22살쯤 되어 보였다.

그런 남자가 발길이 끊어진 리크라 산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크아악!!"

"크아아악!!"

"크아악!!"

그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 버렸다.

오랜만에 인간의 냄새를 맡은 오우거들이 쉴 새 없이 그 청년의 주변으로 모여든 것이다. 거의 수백 마리에 이르는 오우거들이었다.

너무나 인간의 냄새에 굶주려 있었던 그들이기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몰려온 것이다.

한편 그런 오우거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검 한 자루를 세로로 바닥에 세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파지지짓.

파지지짓.

"쿠어어억!!"

"쿠어어어억!!"

"쿠어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방금 전까지 주변을 포위하던 오우거들이 검은색의 물결에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완벽히 사라졌다.

정확히는 소멸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청년, 아니 카오스 엔딘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말했다.

"다시 한 번 당신과 붙어 보고 싶군요, 프레젠. 그리고 저를 이겨 주십시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인정한 존재......."

"야, 프레젠!"

"......?"

갑자기 돌아서서 가려는 나를 부르는 크란스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그걸 본 난 뭔가 있다고 느끼고 말이다.

난 무척이나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그 자식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그놈은 여전히 곤란해 하는 모습으로 있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확실하지는 않은 정보인데......."

"상관없어!!"

"......."

확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단 단서만 나오면 들이박는 게 내 특기다.

그만큼 지금 내게 있어서 히든 클래스는 가뭄에 단 한 방울의 물 같은 소중한 존재다.

그때 그런 내 반응에 크란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영웅왕 길가메쉬의 마스터라는 자리를 얻을 수 있는 히든 클래스라는 정보인데......."

"......!!"

영웅왕 길가메쉬.

영웅 중에서 최고로 멋있어서 영웅왕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사실 고대의 그림을 보면 상당히 별로 안 멋지지만 모 애니메이션이라든가 모 게임, 그리고 기타 등등에 등장하는 영웅왕 길가메쉬의 힘은 상상초월이다.

한 번 손을 휘둘리면 펑펑거리고, 그뿐 아니라 진짜 멋진 그분.

이쪽 세계에 계신 분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보고 싶어 하는 그분.

영웅왕 길가메쉬.

그런 존재의 마스터라고?!

이건 완전 미쳤다.

히든 클래스 중에서도 완전 대박이다.

최소 못해서 S급 히든 클래스 이상이다.

아니 어쩌면 궁극이라고 불리고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SSS급일 수도!!

그만큼 영웅왕 길가메쉬라는 이름의 포스는!

아아아!

어찌 됐든 난 다급하게 크란스에게 물었다.

"어, 어디 있대? 내가 어디라도 찾으러 갈겨!!"

"......."

난 무척이나 흥분했다.

2년 동안 초보자로 산 보상이 지금 내 앞에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진정해, 임마. 확실한 정보도 아니고 상당히 난감하다고 해야 하나?"

"그게 뭔 상관이야? 다른 건 다 제치고 일단 가망성이 있잖아!!"

"......."

"불어, 어서!"

"......."

아마도 안 봐도 비디오다.

지금 내 극도로 흥분한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라면 몰라도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정말 어떻게!!

그때 그런 내 다그침에 크란스는 마지못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어떤 여자가 알고 있는데......."

"그게 누군데? 응?"

"자고 있어."

"......?"

자고 있다니, 뭘 자는 거지?

그리고 잠자면 깨우거나 일어날 데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뭔 말을 해도 저렇게 저질적으로 하는 건지.......

그 순간 크란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1년째 잠들어 있다고......."

"헉!"

난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동화가 떠오른다.

옛날 옛날에 한 미녀 공주가 마녀에게 저주를 받아 자다가 왕자의 키스를 받고 일어나는 동화 말이다.

그렇다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당황스럽다.

그럼 내가 그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공주에게 키, 키스를?

크악! 아, 아직 첫 키스도 안 해 봤는데.......

하지만 그래도 히든 클래스를 위해서라면 나의 첫 키스를 허락해 줄 용의도 있다. 그리고 일단 미녀 공주일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때 이런 나를 보더니 크란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친 생각 작작 하고,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

왠지 모르게 저 한마디가 불안하다.

이렇게 불안하기는 또 처음이다.

방금 여자가 잠들어 있다며?

그리고 그 여자를 깨워야지만 그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고.......

그 순간 크란스는 내게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잠자는 여자는 맞는데, 그게 공주가 아니라 서큐버스야."

"......잠자는 숲 속의 여자 서큐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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