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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39화 (33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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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콰앙!

바닥을 부숴버릴 기세로 호지가 일어섰다. 갑작스런 행동에 나는 물론이고 능파, 슈. 게다가 요연까지 자리를 벌렸다. 하지만 잠시 정황상 잊고 있었던 유운만이 그 상황에 옳다구나 하고 팝콘을 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저거 분명히 내 병문안 선물 중 하나였을텐데.

"지지지지지지지, 지금 이게 뭔 일이야!? 아빠가 능파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다고 인정? 뭐야 그게!? 말도 안돼, 믿어지지 않아! 난 아빠가 나만을 봐주었으면 좋겠어, 다른 누구도 아닌 날 특별하게 여겨줬으면 좋겠어. 다들 그렇지 않단 말이야?"

슈와 요연의 표정이 희미하게 금이 갔다. 웃는 낯이던 그들의 감정이 표정을 깨뜨리고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애절한 것이어서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려던 내가 입을 다물 정도였다.

그런거다. 사실, 이것이 정상인거다. 요연과 슈가 너무 쉽게 인정하고 있다 싶었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다는 것쯤 알 수 있었다.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누구보다도 옆에 있기를 바랬다. 누구에게도 가장 가까운 자리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 같은 마음인 것이다.

"전, 상관 없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요연은 그렇게 말했다.

그럴리가 없다.

"나도 괜찮아."

슈 또한 그렇게 말했다.

그럴리가 없을텐데도.

"으으으으.....!"

호지만이 분을 참지 못 하고 신음만 내뱉었다. 모두가 자신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슈도 요연도 두번째로 만족할리가 없으리라는 것도 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같은 마음을 펼치지 못 하는 요연과 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정상이 정상으로 있지 못 하니까.

호지 본인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니까.

"호지......"

나의 부름에 호지는 나를 거칠게 쏘아보았다.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난 아까 한번 죽지 않았을까 싶은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들 중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고 내가 가장 애정을 쏟은 사람이라면 바로 호지일텐데도.

버려졌다,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거다.

호지가 맹렬히 쏟아내던 시선을 거두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빠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조개, 호모, 로리콘!!!!!"

"아니, 호모랑 로리콘은....."

나도 모르게 날린 반박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호지는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깨비 다운 속도랄까,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속도였다.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이미 회복되었다지만 마력은 쓸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결국, 폐인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내 힘으로는 아마 호지를 따라 잡지 못할테지만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것은 오로지 깊고 깊은 골뿐이다.

"다녀온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그저 호지의 뒤를 쫓았다.

요연이라면, 평소 같은 얼굴로 배웅할 것이다. 슈라면, 난처한 얼굴로 다녀오라 할 것이다. 능파라면.... 평소와 같은 또래에 맞지 않는 사악함으로 곧 돌아올 날 맞이할거다.

그러니까 다녀오겠다.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이런 일로 무너지기에는 함께해온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게다가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호지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타다닥!

방주의 땅은 넓었다. 아크레일을 쓸 때는 인식 못 했는데 정말로 오라지게 넓었다. 게다가 지금은 광진도 잃어버린 몸,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금세 숨이 찼다. 속도 또한 이것이 나인가 싶을정도로 느렸다.

"하하, 나... 정말로 약해졌구나."

새삼 실감이 들었다. 더이상 마법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호지를 쫓아갈 수 없다는 무력감이.

피부로 느껴진 것이다. 자신의 한심함을 깨닫고 말았다.

털썩.

쓰러져버렸다.

달리고 달렸지만 육체의 한계는 이미 발을 내딛을 힘조차도 앗아가고 말았다. 게다가 완치된 것도 아닌지 몸의 곳곳이 찢어질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죽겠다... 진짜."

하늘이 파랗다. 공중을 부유하는 대륙, 방주의 이름에 걸맞게 구름 한 점 찾기 힘든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데서 소풍하면 딱 좋을 것 같은 배경이었다.

....바보 같이, 나는 뭘하고 있는걸까.

체력은 어느정도 회복 되었다. 어차피 바닥에 다다른 체력이었다. 회복도 빨랐다. 호지의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그런 건 머리로 극복하면 그만, 찾으러가지 않으면 아마 호지는 울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웃음이 나왔다. 난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다시 호지를 찾으러 나섰다. 아니, 나서려 했다.

호지는 눈 앞에 있었다.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한 것처럼.

"아빠."

감정을 억누른 것이 드러나는,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련해서 쉽사리 건들 엄두가 나지 않게하는 힘이 있었다.

나는 바보가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따라와서 이뤄질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이기에 와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곪아버린 상처를 벌려도 유분수인 거다. 나는 더이상 호지의 일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호지가 쪼르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서 그저 허둥지둥 거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안아줘."

단조롭기 짝이 없는 말이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마주 끌어안자 부들부들 떨리는 호지의 몸이 여실히 느껴졌다. 껴안은 나의 팔은 이전과 같은 움직임으로 끌어안지 못 하고 있었다.

어느쪽이든 어색한 상황이었다.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꺼낼 수 없었다.

짙은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건 호지였다.

"아빠는 능파가 좋아?"

".....응."

거짓이 없기에, 늦게나마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 만약에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도 괜찮아?"

"아니."

이것 또한 단언할 수 있었기에 바로 답했다.

호지는 내 것이다라던가 하는 소유욕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그런거겠지만 꼭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그냥 싫다. 아마 슈나 요연이 호지처럼 질문을 날려왔더라도 같은 대답을 날렸겠지.

난 결국 이런 놈이었다. 최후의 최후에 능파를 선택해 놓고는 아무도 버리고 싶지 않다고, 모두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애가 부모님에게 때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어린애 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가장 솔직한 답이었다.

그렇기에 우물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빠."

"응."

"변태."

가슴에, 내 인격을 한마디로 정의 하는 비수가 틀어박혔다.

날 튕겨내듯이 나에게서 떨어지는 호지가 빙글 웃어보였다. 예전과 같은 미소를 나에게 흩뿌리며, 자신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 아빠가 좋으니까. 같이 있을래. 능파가 있어도, 요연이나 슈가 있어도."

"...그래."

좀 더 멋있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왠지 기뻐서 그런 무뚝뚝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호지는 기뻐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왠지, 드디어 종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등에 잠들 듯이 엉겨붙는 호지를 등에 매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다들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요연은 문 근처에서 죽은 듯이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게 인사했고, 슈는 능파와 함께 요리를 돕고 있었다. 다만 방문객이라고 할 수 있는 유운만이 거실 테이블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이쪽을 향해 빙그레 웃어보일뿐이었다.

"이런, 돌아왔습니까."

"그래. 돌아와버렸다."

"애석하게도 아침 드라마 같은 장면은 그걸로 끝일 것 같군요."

실망했다는 듯이 각설탕을 커피에 집어넣는 유운의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싶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로운 얼굴로 설탕량을 조절하던 유운. 그런데 갑자기 내 등 뒤의 호지를 보더니 심각한 얼굴을 했다.

유운의 그런 표정에 나는 잠시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카타스트로피와의 전쟁은 끝났지만, 전후처리라던가 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지만 나에게서 도움을 받은 적도 여럿 있기 때문에 나는 긴장 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나 스스로를 지키기도 힘든 몸이고.

"당신을 보다가 중요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뭔데? 내 협력이 필요해?"

"흐으음, 그렇다면 그렇지만 말이지요. 사실 당신은 간단히 대답만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그건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서요."

뒷말을 흐리는 유운의 말에 나는 어지간히도 큰 일임을 짐작했다. 날 수행하듯 뒤 따르던 요연은 물론이고 주방에 있던 슈와 능파도 안색을 굳혔다.

순간, 유운의 눈빛에 능글맞은 빛이 스쳤다.

"당신의 첫경험은 5P이냐 아니냐....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절륜한 정력이 아니라면 견딜 수 없는 광란의 밤이.......컥."

유운의 얼굴에 내 주먹에 속절없이 강타했다. 유령들을 전부 방주의 복구로 돌리고 있는 유운으로선 내 주먹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완벽하게 넉다운 시킨 유운을 적당히 들쳐메고(호지는 소파에 내려놓았다. 곤히 잠들어 있다) 집 밖으로 던진 다음 집 안으로 들어오자 능파는 물론이고 슈까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왠지 전장으로 나가기 전의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할아버지? 어쩌실 생각인가요?"

뭐라고 물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지금은 여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기절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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