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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제기랄, 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회복마법을 전개해 슈의 전신에 집어넣었다. 모든 비약, 영약이 섞인 내 피를 뽑을 수 있는만큼을 뽑아서 슈의 사망이라는 사실을 덮어갔다.
아직, 아직 슈는 죽어선 안된다.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어했던 한 소녀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록 슬픈 대답이 되돌아가더라도 슈는 살아있기를 바랬고, 스스로도 바랄 것이다.
한 소녀의 작고 애틋한 마음을 지켜줄 힘은, 나에게도 있을거다. 아무리 무력해도 그 정도의 힘쯤은...!
파아악!
다리가 아팠다. 아니,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전신(全身)이 망가져 있었다. 톱니바퀴가 어긋난 것처럼 삐걱삐걱 거린다. 몸을 움직인다는 단순한 행동도 고통을 더하고 있다.
마력부족. 슈를 살리기 위한 마법의 과다 사용으로 이미 내 몸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피에 녹아있는 마력을 강제로 끌어냈으니 이 정도 반응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 있을리가 없다. 살아야 할 사람은 살아야 한다. 몸이 망가지면, 고치면 되는거다.
"제발... 늦지 않기를...!"
슈를 안고 달렸다. 광진 오식의 찰나뿐만이 아니라 거인도 복합적으로 사용해 극한까지 끌어올린 스피드로 순식간에 소누와 우, 능파가 있을 관제탑으로 돌아왔다.
능파는 암즈포트를 기동하고 있는지 관제탑의 안에는 없었다.
"어라 돌아오셨..... 슈 언니!? 어떻게 된 거죠?"
"상처를, 입었다. 치료를... 부탁해."
"아, 예!"
소누가 황급히 바닥부근을 찼다. 방주의 시스템이 번쩍거리면서 바닥의 공간이 열리고 녹색의 액체가 차올랐다. 그곳에 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액체가 입으로, 귀로, 코로 스며들면서 내부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나도 방주의 시스템에 접속해 내가 쓸 공간도 마련하고 그쪽에 몸을 담궜다.
한숨 돌린 것일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자니 소누의 표정이 단숨에 구겨졌다.
"이게, 어째서...!"
"무슨 일이야?"
"회복이 되질 않아요. 힘이 정화 당하고 있....!"
정화라는 단어에서 날 바라본다. 내 몸이 잔뜩 망가져 있는 상황, 슈의 저런 상처와 상태. 아마 소누는 어떤 의미로 진실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그런 건가요?"
"아아."
부정은 하지 않았다. 긍정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긍정의 대답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모를 소누가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소누는 수많은 인물들의 위에 서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온 교주님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정도는 나나 능파보다도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죠!?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아서라."
우가 제지를 걸었다. 스스로도 그 사실에 놀라고 있을텐데도 너무나도 침착한 모습. 아니, 침착을 가장한 모습이었으나 우는 알고 있었다.
죽마고우의 인연은 아직 끊기지 않았다. 우는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는 아무 것도 묻지 않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슈는 어떻게든 살려볼께."
"부탁한다. 지금은 너희 밖에.... 믿을게 없어."
내 몸은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무너진지 오래다. 무리한 힘의 발현에, 내 한계까지 무시하고 힘을 썼다. 지금 슈가 누워있는 액체와 같은 것을 쓰고 있지만, 광진의 사용자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잘 모른다.
하다 못해 누님이라도 있었으면 됬을지도 모르는데.
삐빗. 애애애애앵!!!
순간 관제탑을 울리는 붉은 사이렌이 울렸다. 고막을 꿰뚫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음에 우와 소누가 빠르게 시스템을 훑었다. 떠오르는 녹색의 액정에는 붉은 점이 황금빛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말도 안돼, 동력로에 어떻게!?"
소누의 외침에, 금빛의 영역이 내가 아까까지 슈를 상대하고 있던 심장부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저곳으로 향하고 있는 붉은 것은 아마도 적, 그것도 방주의 입장으로서는 최대의 위협인 존재였다.
아마도, '그'일 것이다. 그 사람 외에는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찰랑.
물속에서 빠져나왔다. 물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몸을 우득 거리며 그가 있는 곳으로의 문을 열었다. 방주의 시스템을 이용할 때는 참 편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 네 상태로 적의 상대는 불가능해. 내가 간다."
내 걱정으로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우는 그저 유운이 상대하는 불사의 또 다른 모습을 잠재우는데 전념하면 된다. 저녀석을 상대하는데 무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말고 넌 네 할 일을 해. 나도 이번 일을 끝내면......마무리를 지으러 간다."
"....무엇을?"
그렇게 묻는 우에게, 난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이 전쟁의 마지막을."
그렇게 말하며 심장부로 직행했다. 관제탑에서 만든 길을 쓰면 다행히도 그를 앞지를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는 어느정도 있었다.
타닥.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 숨을 고르자 뒤에서 발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멀기만 했던 발소리가 차츰 내 등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당신이... 적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언데드퀸인 당신이 예상을 하지 못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군요."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웃는 남자의 이름은 길리안.
슈의 아버지 되는 남자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카타스트로피에 최종적으로 협력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길리안이었고, 시간의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그 특성상 여러가지를 익혔을텐데 그 부분도 간과하고 있었다.
완벽한 실책이다.
그 점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자연스럽고 아주 막바지에나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실책은 실책이다. 나 나름대로 정신적으로 고양되었어도 이래서는 아니되었다.
"후우.... 이미 들켜버린 이상 전 손 쓸 수 없겠군요. 제 알량한 실력으로 언데드퀸을 이길 수는 없을테니."
"알면서 왜 왔지? 어차피 너의 힘으로는 무한동력을 부술 수 없어."
무한동력의 힘이 오로지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다지만 그 힘의 기본은 세계의 핵, 그것의 조각이다. 보통 힘으로 그것을 부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힘이 남아있어도 슈정도의 마법사를 완벽하게 조종하고 난 뒤의 길리안이라면.
길리안이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어찌되어도 상관 없다고까지 보이는 모습이었다. 모든 이치에 초탈한 모습이기까지 했다.
"죽기 위해섭니다."
"....죄책감은 있는건가."
"설마. 그런 재미없는 감정, 이미 세월의 풍파에 삭아버린지 오래입니다."
정말로 우습다는 듯이 웃는 길리안이었는데, 내 눈에는 비웃음이라기보단 오히려 기쁨의 미소로 보였다. 저 얼굴을, 간혹 나는 본 기억이 있다.
"질렸구나."
"과연, 언데드퀸은 다르군요.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이미 의지라고 불리는 망집만이 남아 몸을 움직이게 된다.
인간이 살아갈 삶을 아득히 초월하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었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힘을 한계까지 바라보고 세상마저 초월해버린 인간은, 할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길리안의 모든 건 이미 끝나버렸던 것이다. 아무리 염원하고 가지려고 해도 이미 이루어버린 것을 버릴 수도, 얻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망집만이 남았다. 미래를 열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이 존재하는 싸움. 그곳에서 죽기를 원했다.
길리안은 뿌리부터 망가져 있었다. 우리측의 운천도, 이미 사라져버린 유다도 그런 눈을 했다. 이룰 수 없거나 이미 이루어졌기에 더이상 바라고 싶어도 바랄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려서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
"초월자들에게는 초월자만의 슬픔이 있다는 겁니다. 당신도 잘 알고 있을테죠. 피부로 느끼지는 못 하겠지만 대충 어떤 것인지정도는 알고 있을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제 행동에 어떠한 타박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확실히 타박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유는 달라."
"호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처럼 앞으로 나선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파지지지직!
몸에서 피어오르는 스파크의 잔향. 얼마남지 않은 마력을 개방하면서 손에 그 힘을 팽창시키고, 압축시키는 것을 반복했다.
광진 일식, 발동이다.
이미 퇴물이나 다름 없는 길리안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게다가 나도 이 이상의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이것이 마지막 힘일지도 모른다.
길리안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응축된 마력이 팽창을 중지하고 압축만을 이어갔다. 힘의 요동을 느끼는 길리안이 나의 말을 기다렸다.
후웁.
숨을 들이키고, 내 말을 뱉어냈다.
"내가, 나이기 위하여."
"멋진 말입니다."
그 직후.
광진의 마력은 심장을 완벽하게 관통하고 길리안의 생명을 짓뭉개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