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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적막한, 텅빈 황야에 혼자선 조그마한 소녀가 손에 든 거대한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쿵, 하는 대지의 단말마가 허공을 울리면서 주변의 동지들에게 크나큰 파란을 일으킨다.
호지는 금삼비녀로 가벼운 사기 상승의 마법을 전개하며 열을 올렸다. 그 이유는 곧 등장할 적 때문도, 요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후자의 일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현재 호지가 열을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이유가 다른 것이었다.
그건, 소위 질투라 부르는 것. 연적을 향한 거대한 질투와 같은 것이다. 단 한번도 밀린다고 생각한 적 없는 대상과의 차이를 알게 되었을 때만큼의 비참한 심정도 없다.
"으으으으으으!!! 능파, 그런 입에 발린 소리만.... 아빠야 뭐, 머리도 좋으니까 안통하겠지만 그래도...."
능파의 때 아닌 연설. 호지가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지 스스로의 캐릭터가 응석받이 딸이고, 물론 그것을 노리고 한 것은 아니나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남들 또한, 호지의 모습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형의 존재가 타고 나는 비상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
자신과 능파의 차이.
단순히 힘과 효율성 같은 이해타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능파와 호지의 사이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호지는 마음에 안들었다.
먼저 만난 것은 분명히 자신일텐데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격차가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욱 응석을 부리며 자신의 존재를 요의 안에서 키워갔다. 하지만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당시의 요'에게는 그것이 옳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더욱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 호지는 몰랐다.
그 이유 또한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이 슬프다. 알지 못 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아빠가 떠나갈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자신만의 아빠가 아니게 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란 것쯤은 알아."
"아는 것 같은 행동은 아니군."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 모닥불에서 느낄 수 있는 왜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폭염, 압도적인 화력의 존재.
가온.
태초의 도깨비 중 하나로서, 도깨비들에게 있어서 여왕인 호지 다음가는 권력자 중 하나다. 무력은 호지의 친아버지라는 것만으로도 증명될 정도. 힘자체의 강함이라면 모를까 그 힘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분명히 호지를 웃돌고 있다.
"흥, 멋대로 속내를 읽지마. 내 속을 봐도 되는건 아빠 뿐이야."
"미안하지만 그 '아빠'가 네가 생각하는 것을 바랄 것 같지는 않다만?"
"....왜?"
"사기가 내려가니까."
가온의 말에 호지가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돌렸다.
딱히 신경 쓰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가온이 '아빠'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에, 그 단어에 꺼리낌이 없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온은 혈연적으로 호지의 어버이니까.
가온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어버이를 향한 존경도, 가족애도 아니다. 그저 언젠가 쓰다버릴 소모품. 그 이하가 될지언정 이상은 절대로 되지 않는다. 그에게 그런 것을 느꼈다가 요가 삐지는 것만큼 호지에게 무서운 것은 없다.
다만 이상한 것이다. 가족으로서의 인연이란 끊고자 하여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혈연의 강력함은 이뤄말할 수 없다.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온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것에는 무언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란 것을 알기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
"뭐, 상관없는걸. 문제가 있다면 아빠가 말하지 않았을리가 없어."
사람의 감정을 읽는 쪽은 능파쪽이 더 낫다고 들었지만, 매한가지로 문제가 있다면 능파 또한 말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편이 더 좋다고 생각될 때일테니, 어느쪽이든 호지가 신경 쓸 곳은 아니다.
능파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연적이라는 입장에서는 조금 괴롭지만.
"여왕, 잊지마라. 넌 너의 상대만 생각하면 된다."
"알고 있거든."
옳은 말만 하지만, 정말로 열받는 어투로 말한다. 그럼에도 호지는 가온의 말대로 자신의 상대에게 관심을 돌렸다.
잘 따른다, 라기보다 그것에 흥미가 갔기 때문이었다.
아수라왕. 그것이 호지의 대적자.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에게는 흥미가 갈 이유가 호지에게는 있었다.
요연이 진정한 괴물의 표본이라 칭했다. 유다나 동방삭, 불사와 불패 같은 감히 덤빌 수 없는 괴물이 아니라, 수많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노하우의 방대함을 요연은 괴물이라고 칭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요연이, 그렇게 불렀다. 전투만큼이라면 현 삼검주 중에서 챠이 다음으로 경험이 많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위험도는 높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호지가 요연은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최종전투의 대책으로, 생존을 위한 대련은 모두와 해봤다. 그 때 호지는 요연에게 무참하게 무너졌다.
근본적인 힘으로는 분명히 압도하고 있었다.
부족했던 것은, 기술. 전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다. 그걸 메꿀만한 지식은 있지만 그건 밑깨진 독과도 같다.
호지에게는 요처럼 그것을 보충할 상상력이 없었다.
콰아아아앗!!!!
대지에, 불꽃의 길이 만들어진다. 그 길을 엄청난 군세가 호위하듯 걸어오며 병사들의 공격들을 받아낸다.
"저것이...."
아수라왕과 그 부하들.
모든 겁난으로 단련된 아수라가, 그것들의 왕좌에 앉은 괴물 중의 괴물이 무적의 위용을 흩뿌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에 안드는군."
아수라왕이 말한다. 호지를 보며,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깔보고 있었다. 하지만 호지는 그것에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기술이라던가, 그런 걸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술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힘'의 차이다. 기술이라던가 수로는 밀어붙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그는 가지고 있었다.
아수라의 제왕. 그 어떠한 기습도 통하지 않고, 정면승부에서조차 져본적이 없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연륜, 자연스레 드러나는 무위인 것이다.
본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정도다. 힘 그자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정련된 정도에서 호지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 한다.
제대로 된 수련시간이라고 해도 1년도 채 안된다. 그에비해 아수라는 거의 반영겁에 달하는 시간을, 아수라장을 겪어왔다.
상대가, 될리 없다.
많은 손을 지나고 머리에 동양식의 금관을 쓰고 있는 붉은 피부의 거인이 다시금 입을 땠다.
"어검의 명수... 다시 만나고 싶었다만. 애석한 일이다."
"미, 안 하지만... 그건 안돼."
하지만 겁먹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호지는, 그녀는 사막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사소한 오해로 틀어졌던 사고에 가까웠지만 그걸로 호지는 요의 진면목을 보았다.
무지(無知)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부성애 때문에 맛이 가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초래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알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했다. 그렇게 죽기 싫어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죽음을 각오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망가질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기억마저 지우려고 했다. 아버지의 입장으로선, 희생되는 입장으로선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었을텐데도.
그런 아버지의 딸인 자신이, 이런 곳에서 짓눌려 있을 수는 없다.
"눈이 좋아졌어. 이해할 수 없군."
아수라왕의 불가해가 말이 된다. 요를 생각하던 호지에게는 더이상 공포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전의뿐이다.
"쓸데없는 소리야. 적끼리 나눌 대화는 없어."
"너의 어버이는 그렇게 적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도?"
"그것은 아빠니까."
맹목적인 신뢰이면서 이유가 있는 신뢰에 아수라왕은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 때문에 불평으로 가득했던 마음도 조금이나마 사라졌다.
맹목적인 것은 나쁘다, 그렇게들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맹목이란 것은 곧 도피처, 갈 곳을 잃은 마음들이 쉬는 곳이다.
전장에서만 살아갔던 자들이 대부분인 아수라들에게 있어서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신봉할 수 없다면, 그저 자아가 없는 이형의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죄, 죄, 죄, 죄, 죄.
죄로만 가득하다.
존재자체만이 죄라고 불려왔던 존재들에게 신봉받았다. 자신의 원래 이름조차 잃어버린 아수라왕은, 그것을 무섭다고도, 무겁다고도 느끼지 않았다. 동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을 뿐. 추겨세워지더라도 동류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게 될 뿐이었다.
다만, 호지에게서 느껴지는 '맹목'은 꽤 마음에 들었다.
동류, 같아서.
아수라왕이 웃는다. 자신이 가진 기백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탈한 웃음. 하지만 그것은, 싸움을 바라는 것.
자잘한 생각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맹목적으로 싸우면 그만.
"너무 실망시키지 마라."
그것이 싸움에 관한 것임을, 호지는 모르지 않았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아수라왕은 그저 싸움에 미친 괴물에 불과했다.
호지의 지팡이가 몽둥이처럼 겨누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