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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공간이 아지랑이에 휩싸인 것처럼 일렁거렸다. 케이슨이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손을 중심으로 생겨난 그 일렁임은 더욱 현실감을 갖더니 금세 검의 형태를 갖췄다.
"광진 한계점 돌파, 개방."
그 말을 나지막히 내뱉는 케이슨의 모습이, 순식간에 요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쩌어엉, 쩌어엉, 쩌어어엉!!!
거의 한 소리로 들릴정도의 참격이 세번이나 요연의 등 뒤로 몰아친다. 시야도, 다른 어떠한 감각도 아닌 순전히 감으로 현무검을 등뒤에 배치한 것이 다행이었다.
현무검이 쪼개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소리를 뒤로 하며 케이슨이 물러난다. 번개라고 보기 힘든 오오라가 둘러져 신비로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마치 투명한 무언가에 씌인 것만 같은 모습,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짓누르는 힘이 그곳에 있었다.
마치, 불사나 불패를 상대하는 것만 같은 위압감이었다. 말로 하자면 '있어서는 안될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다.
"넋놓고 있을 틈은 없지 않나?"
바람이 불었다 싶더니 케이슨이 눈 앞에 있었다. 요연이 죽자살자 검을 뻗어보지만 어느 틈엔가 다시 거리를 벌리고 있다.
완전히 우롱당한다. 이런 전투, 유다전 이후로 난생처음이었다. 아니, 유다전 때는 합공으로 그나마 상대방의 패를 드러내게 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못 하고 있었다.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요 이상의 속도가, 케이슨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해가 불가능했다. 분명히 케이슨의 광진은 요가 쓰는 광진에 비해 저급하다. 하지만 속도와 위력은 분명히 요를 압도한다.
"놀랐나? 하긴,"
다시금 케이슨의 모습을 놓쳤다. 요연의 감각이 한계치까지 강화된다. 이 일대의 영역이 자신의 몸이 된 것만 같은 감각, 좌측이었다.
주작검이 열화(熱花)의 기세를 피웠다. 주작의 날개가 휘감기며 휘어진 검날에 그 무엇보다도 패도적인 기운을 일으켰다.
채애앵!!!!
'가볍다!'
그만한 속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요연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었다.
채재재재재재재재재쟁!!!!!
폭류와도 같은 참격의 비, 요연의 사신검이 어검의 묘리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허공을 춤췄다. 단 몇초만에 수백번이나 움직이는 칼날이 사신검의 방어진을 파고들었다.
촤아악!
어깨가 잘려나가는 요연이다. 얕았지만 그것을 기점으로 몇개의 참격이 검벽의 진을 파고들고 요연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황룡의 비늘이 자랑하는 방어는, 의미가 없다. 공격 한번에 목숨이 오가고 회피를 한다고 해도 공격권을 쥘 수가 없다.
완벽하게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연은 그저 수세에 전념했다. 오히려 공격을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것이 분명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케이슨에게 공포심이란 이름의 족쇄를 선사한다.
케이슨이 운을 땠다.
"겨우 그것이 한계냐, 요연?"
음속을 넘어가는 속도, 소리가 흩어지며 들린다. 소리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 늦는다. 아광속이라고 해도 믿어줄 스피드는 오로지 감으로만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요연은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쩌저저저저저저엉!!!!
요연의 주변에 내리는 참격의 비가 '동시'에 튕겨나간다. 맹렬했던 케이슨의 기세가 주춤하고, 그 틈을 요연의 기백이 메꿔나갔다.
까아앙!!!
케이슨의 쌍검이 거칠게 요동치면서 위로 튕겨올랐다. 당황하는 그의 앞에 현무검을 든 요연이 비쳐들었다.
속도를 이기기 위한 압도적인 한방.
포(砲). 현공포(玄空砲)다.
진한 묵색으로 일렁거리는 검력의 파형이 점점 구형의 모습을 갖춰나간다. 쌍검에 남아있는 힘의 여파로 움직이지 못 하는 케이슨의 전신에 현무의 포격이 쏘아져나갔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땅바닥을 가루로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위력이 케이슨을 휩쓸었다. 마력과 검기의 융합변화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의 몸을 일그러뜨린다.
"뭐하십니까."
그 광경을 보며 요연은 나지막히 말했다.
"할아버지는 겨우 이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피잇, 촤아악!!
순식간에 갈라져나가는 현공포, 봉두난발이 된 케이슨이 그곳의 중심에 있다. 노기가 솟아오른 얼굴, 친애의 정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꽤.... 놀랐다. 설마 그런 식으로 대응할 줄은."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요애와 함께 당신 대응의 기술을 익히기는 했지만,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녀석인가.... 놀랍군. 겨우 인간인데."
육왕의 진정한 힘은 지략이다. 하지만 그건 다수와 다수의 싸움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았다.
케이슨이 광진을 쓴다. 요연의 속도로는 잡을 수 없다. 그럴 것임을 육왕은 이미 예측하고 정면승부와는 다른 답안을 내놓았다.
질이 안된다면 양이다. 한사람이 만들어내는 '백개의 참격을 대응하려면 이쪽은 백명이 한번씩 휘둘러주면' 그만.
공간계의 다중겹침을 이용한 분신술.
보이지 않더라도, 들리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잡아낼 수만 있다면 막아낼 수 있고, 공격할 수도 있었다. 케이슨이 말하는 뇌공의 진정한 광진이라도 쳐내고, 막아내고, 피해버리면 의미는 없을 터. 효과는 있다.
"요애는 강합니다. 얕보지 마십시오."
한발 앞으로 내딛는다. 한발 한발에 실리는 육중한 무력이 강대한 기파를 형성해 대지에 실금을 그려놓았다.
척.
케이슨도 앞으로 나선다. 양손에 들린 무형의 쌍검이 앞에서 교차되었다. 아름다운 광영을 이글러기는 케이슨의 쌍검이 점점 뚜렷한 황금색을 띄기 시작했다. 파직, 하고 불똥을 튀기는 뇌전이 케이슨의 검에 무한한 파괴력을 선사한다.
"좋아, 그 강함... 견식하도록 하지."
소리는 없었다. 아니, '뒤따라왔다'.
검격보다도 늦게 들리는 소리, 소리를 넘어서는 참격의 선공을 요연은 현무검으로 받아냈다. 묵직하게 뼈 안으로 내보내는 일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까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채재재재재재재쟁!!!!
연환되어 다가오는 검격들의 만남, 하지만 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이미 검은 다음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앞서 나간다.
강하다. 검사로서의 격, 단 한번도 남에게 밀린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던 요연이었다. 심지어 컬러나이츠의 치지와 싸울 때도 그렇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분명 그녀보다는 못 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따라 잡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연환되어 요연의 숨통을 노리는 참격에는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노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콱, 파아아!!
케이슨의 검이 바닥을 갈랐다. 터져오르는 바닥, 흙먼지에 시야가 차단된다. 하지만 이미 시야는 버린지 오래. 허공을 부유하는 요연의 주작검이 불꽃을 발한다.
상승기류의 가속. 순식간에 하늘 높이 사라지는 흙들이다. 응축되어 있던 케이슨의 참격이 흙안에서 터져나간다.
시간차 공격. 검격의 연환뿐만이 아니라 검술과 마법의 융화가 이루어내는 연환이 요연의 숨통을 죄어온다. 멋진 기지로 시간차의 공격을 피해낸 요연이지만 수세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읏...!?"
흙먼지가 있던 곳에서 보이는 케이슨의 모습, 양 팔을 한방향으로 젖힌다. 함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힘이 조그마한 검날에 모여들었다.
포(砲)의 형. 광진의 혈문신이 만들어내는 포격이 그의 검에서 일으켜지고 있었다.
마침내 쏘아지는 포격, 요연의 검 중 세개가 그녀의 손에 모여들었다. 첫번째로 쥐어진 청룡검을 아래로 두고, 그대로 위로 끌어올렸다.
마력이 만들어내는 검의 벽이 순식간에 그녀의 앞을 차단한다. 철의 바다를 그대로 끌어올린 것만 같은 검벽, 뒤에 백호검의 검벽과 현무검의 검벽이 차례로 세워졌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지만 미쳐 받아내지 못 하는지 뚫려버리는 벽들이다. 하지만 요연은 뒤에서 주작검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작살(朱雀殺) 비기, 남천(南天).
이미 검의 형태를 버린 주작검이 새하얀 빛을 뿌리는 열화의 참격으로 포격을 갈랐다. 압도적인 위력의 참격이 포격의 핵마저 가르고 대지에 거대한 참흔을 그린다.
하지만,
"혈문신 육형 융합단조."
케이슨은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내줄만큼 어리석지 않다.
"순천명(純天命)."
째애애애애애앵!!!!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검격의 소리가 전장을 뒤덮는다. 그것을 뒤따르는 묵직한 철의 소리.
모든 사신검이 부러져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신검이라 칭송받으며 동방 최고의 성검임을 자처하던 사신검이, 케이슨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 하고 끝끝내 부러져버렸다.
촤아악!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의 꽃. 요연의 몸이 크게 뒤흔들렸다. 승부를 걸었던 남천조차 빗나가고 그것의 카운터를 먹어버린 그녀다.
설혹 쓰러지더라도 욕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도, 요연은 버텨냈다. 쓰러지려는 몸을 겨우겨우 지탱하면서 쓰러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야말로 강철과 같은 의지. 케이슨이 감탄했다.
"그걸 맞고도 쓰러지지 않나?"
"저에게는... 아직 남은 것이 있습니다. 아직.... 쓰러질 수는 없지요."
부러져버린체 바닥에 떨궈진 사신검이 복구를 시작한다. 금속질의 물질이 마치 벌레처럼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은 기괴하다거나 하는 생각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요연은 그것을 들지 않았다. 다른 것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