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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챠이는 운에게 어떠한 지시라던가, 명령. 혹은 의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프리아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초근접전, 프리아가에 비해 체구가 작은 챠이에게 유리한 거리다. 챠이의 검날이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솟아올랐다. 황급히 들어올리는 철구가 그 일격을 흩어내지만 프리아가의 몸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떠어엉!!
폭탄을 터뜨린 것 같은 폭음, 그 사이로 챠이의 만검(萬劍)이 파고들어 프리아가의 머리로 향한다. 쉴틈 없이 단숨에 목을 따버리려는 의지가 그 행동으로 드러난다.
"어리석긴!"
프리아가는 철구를 뒤로 젖히며 큰 스윙을 준비했다. 만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 하지만 대비는 분명히 되어 있었다.
쩌적, 파바바바바박!!
만검과 비슷한 크기의 얼음결정. 그것이 구현화 되면서 숫자를 가늠할 수 없는 만검을 그대로 쏘아 맞췄다. 튕겨나가는 칼날, 하지만 챠이의 얼굴에 패색은 없었다. 있는 것은 승리를 향한 자신감 뿐이었다.
피유웅!!!
길쭉한 적색 마력의 탄환이 유성과 같은 꼬리를 끌면서 프리아가의 눈 앞으로 당도한다. 당황하는 프리아가의 입가에서 센소리가 나왔다.
"크윽....!"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얼음의 장벽, 하지만 단숨에 허물어뜨리고 붉은 마탄이 프리아가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얼음이 부서져 나가는 소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괴음이 터지면서 프리아가의 몸이 뒤로 날았다.
그 틈, 챠이는 놓치지 않았다.
언젠가 옴팔로스를 베어넘겼던 일격을 들고 있는 하나의 대검에 담았다. 충의로 만들어진, 잊고 있던 모든 무력의 정화가 그곳에 담겨간다.
팍.
아주 자그마한 소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챠이의 몸은 이미 사라져버린 뒤다. 균형을 잃고 쓰러져가는 프리아가의 위에 당도한 챠이가 그대로 검을 내리꽂았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앙!!!!!!!
미사일이라도 투하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소리와 함께 챠이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힘의 반발, 그 뿐만이 아니다. 표적을 제대로 날려버리지 못한 '의외'가 챠이를 날려버린 것이다. 상상이상의 데미지가 챠이의 몸에 남았다.
"웃기는....짓으으으으을!!!!!!!"
프리아가의 포효가 전장을 뒤덮었다. 단 세명 밖에 남지 않은 전쟁터에서 이만한 존재감을 부풀린다.
아까의 참격을 받고도 이만한 포효라니, 대단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챠이였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아가의 일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필살이라 할만한 일격에 크로스 카운터를 먹었다. 몸만큼은 망가져도 제대로 망가져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응급처치는 해뒀지만 그리 길게 싸울 수는 없으리라.
"풋, 큭크..."
피를 토해내면서도 챠이는 웃었다. 응급처치란 것이, 설마하니 자신을 구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사막에서, 챠이는 느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무력감이란 것을. 그래서 챠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의 모든 걸 익히기로 했다. 언뜻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기예라도 반드시 익혀보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배운 것이 회복마법이다.
다치지 않으면 그만이다, 왕은 약하다고 들었으니 다칠 일도 없게 만들겠다.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싸워왔다. 하지만 왕이 명부에 부름을 받았을 때 자신의 무력(無力)을 깨닫고 챠이는 익혔다.
"후우우우우우......"
숨을 길게 내뱉었다. 전신의 혈액과 세포가 움직임을 달리 하면서 몸을 수복해 나간다. 그저 간단한 재생, 하지만 이것이라도 쓰지 않으면 챠이는 단번에 죽어버릴 것이다.
몸이 정상이 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싸우기에는 적당한 몸이 되었다. 다치고, 얼마 남지 않은 생명으로 싸우는 것은 용병출신의 챠이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네놈, 로이나아아아아아아!!!!!!!"
포효에 뒤 따라오는 운의 본명, 뒤에서 가만히 있던 것 같은 운이 피식 실소한다. 프리아가의 압력은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아까 프리아가의 면상에 먹였던 붉은 탄환, '타흘룸'이다. 빛의 신, 루가 남겼던 석탄(石彈)으로 한방의 위력이라면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 일회용 법구다. 물론, 원본의 복제본으로 현재 운은 여섯개+한 개(원본)를 가지고 있었다.
"거참. 목소리 하나 우렁찬 것이 장군감이지 않노."
엄지손가락으로 붉은 돌 하나를 위로 튕기고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운을 향해 프리아가가 으르렁거린다.
"다시 한번 간데이."
양손에 들린 두개의 돌, 복제 타흘룸이 연속적으로 쏘아진다. 단순한 사격일 뿐인데도 곡선을 그리는 모습은 분명히 특이한 점이 있었다.
타아앙! 타아앙!
관통력만이라면 그 무엇도 따라오지 못하는 탄환, 프리아가가 끌어올리는 얼음의 장벽이 그것에 맞선다. 아까 가볍게 뚫려버렸던 방벽과는 다른 철벽의 기예가 그곳에 있었다.
두개의 탄환이 그것에 가로막히자 운은 타흘룸을 그대로 땅바닥에 버렸다. 더이상 들고 있어봤자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웅!
그 즉시, 프리아가가 세운 얼음의 장벽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허물어졌다. 무너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 그 뒤로 보이는 것은 엄청난 기세로 철구를 휘두르는 프리아가의 모습이었다.
"꺼져라!"
포(砲). 프리아가의 애병인 철구가 만들어내는 힘의 파장이 마력의 대포를 만든다. 냉기가 한껏 응축된 포격이 얼음결정의 잔상 아래로 쏘아져 나간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지를 전복 시키며 날아드는 포환, 운의 복희도가 청화(靑火)의 뜨거움과 도인의 날카로움을 품은 반월이 쏘아져 나간다. 맞부딫히는 두개의 공격, 하지만 운의 일격 따위로 프리아가의 포격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쿠아아아앗!!!
뚫리는 공격이다. 피할만한 거리가 되지 않는다.
"검벽(劍壁). 제 삼초화."
붉은 검들의 조화가 하늘을 수놓는다. 굉장한 양의 검이 산처럼 쌓이면서 벽을 구성하고, 그것이 이내 세개가 되어 운의 앞을 완전히 차단하자 프리아가의 포격이 닿았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앙!!!!!!!!!"
첫번째 검벽을 관통한다. 프리아가의 근력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파괴력에는 단심검들로 만들어진 벽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앙!!!!!
두번째 검벽 또한 부서졌다. 첫번째 일격으로 힘을 줄였음에도 두번째 검벽도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너졌다.
"삼식, 강화!"
챠이의 외침, 운을 수호하는 마지막 방벽의 밀도가 몇배나 불어난다.
콰아아아아아앙!!!!
세번째 검벽과 프리아가의 포격이 맞부딫힌다. 붉은 검벽과 푸른 포격이 만들어내는 일그러짐, 챠이는 망설임 없이 운을 향해 뛰어들어 세번째 검벽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세번째 검벽을 뚫고 프리아가의 포격이 방주의 중심까지 날아들었다. 저 멀리에서 아련하게 포격의 착탄음이 들렸다.
"쯧.... 한 대만 맞아도 골로 가겠군. 그래도.... 가능하려나."
챠이는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지만, 시간은 어떻게든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챠, 챠이...."
"음?"
챠이의 허리에 끼인 체, 얼굴을 붉히는 운이 보인다. 챠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대로 팔을 풀었다. 자세를 잡고 자시고 할 틈도 없어서 운은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말았다.
"멍청히 서 있지마. 싸움에 방해된다."
챠이의 냉정한 말에 운은 조금 울컥했지만 결국 그것이 이 남자 다운 것이란 걸 깨달았다. 이미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다 정리한 모양이었다.
뚝, 뚜둑.
무언가 물방울 같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에 운이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다. 그리고, 찾았다. 챠이의 배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다.
프리아가의 공격에 의해 남은 상처다. 하지만, 밖의 공격에 의해 터진 상처가 아니라 안에서부터 망가지는 모습이었다.
"'영생의 파괴'.....!"
영생을 이루는 세가지 법칙에는 공통점이 있다. 마수와 같이 영원한 삶을 당연히 살아가는 존재와의 융합을 제외히면 무엇하나 다르지 않은 공통점.
피가 흐르지 않는다. 몸 안에 있을 때는 당연히 흐른다. 하지만 칼 같은 것이 박히기라도 하면 사정은 다르다. 공격의 반동으로 피가 튈지도 모르지만, 안에 있는 피가 밖으로 나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운천이 유해의 뱀을 격파할 때는 의도적으로 그랬다지만, 챠이의 경우에는 다르다. 영생을 유지할만한 힘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쯧... 버텨봐야 30분인가. 폐하에게 승전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는데. 죽으면 뒤는 부탁하마."
"그런 소리해 봤자.....!"
"난 아직 널 못 믿지만, 넌 아직 날 믿어줄테지."
챠이가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운을 무시하고 도약했다. 프리아가가 뒤로 뻗는 철구로 두번째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 이곳에 불태우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왕이 없다면 무의미한 생명이었다. 프리아가에게 한방 먹여줄 수 있다면 아깝지 않았다. 설혹 죽지 않더라도 운이라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늦게나마 깨달은 것이지만, 저 도는 복희도. 언젠가 왕이 아래로 내려 갔을 때 가지고 온 칼이었다. 저걸 쥐고 있단 것은 왕이 인정했다는 것일 터.
믿어도 될 것이다.
"네놈의 거포, 부숴주겠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만검들이 그의 손 안으로 모여들었다. 포격에 맞서는 챠이의 검, 검기가 만들어내는 포격을 챠이 또한 준비한다.
지척에 이르른 거리, 프리아가의 철구가 휘둘러지고 챠이의 대검이 무적의 참격으로 대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힘의 격돌, 서로에게 향하는 힘의 파장이 양 옆으로 퍼져나간다. 힘의 균형으로 대지에 일직선의 선을 그어놓은 포격전. 그것을 챠이가 돌파하고 프리아가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초근거리, 지금이라면 프리아가라도 보낼 수 있는 시점이다. 챠이의 팔이 들어올려지면서 참격을 흩뿌렸다.
"이런.......!?"
아까의 포격 탓인지, 단심검은 이미 손잡이 밖에 남지 않았다. 포격의 파장들을 거치면서 망가진 몸뚱아리에는 더이상 힘을 짜낼 수도 없었다.
"잘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프리아가의 철구가 챠이를 향했다. 힘이 모조리 소진된 챠이에게는 아까운 위력의 공격, 프리아가가 보이는 최대의 예의다.
모든 것을 체념한 그 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를 들었다.
[포기하지마라.]
힘이, 돌연 솟아났다. 영문은 몰랐다. 마음조차 꺾여버린 그에게 단심검이 힘을 줄리도 없었다. 하지만 힘이 났다.
이해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왔다.
"챠이!!!!!"
외침이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 하지만 이해하지 못 했던 그 목소리와 달리 지금 껏은 해야할 걸 알고 있었다.
프리아가의 철구가 지척까지 내려왔다. 돌격하는 챠이의 오른손에 복희도가 잡혔다. 등이 쓸려나가며 대지를 적시는 챠이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검은 마력'이 챠이의 손에서 솟아나 복희를 감싸 올렸다. 마치 왕의 '광진'을 보는 것 같은 힘의 격류가 복희도와 함께 한다.
촤아아아아악!
힘의 집중이 이루어진 검. 단숨에 프리아가의 몸을 두개로 갈라놓았다.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 하고 사라져가는 프리아가다.
그 앞으로, 챠이 또한 몸을 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