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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무덤 내에서 폭탄이라도 터뜨린 것일까. 엄청난 폭음이 무덤을 뒤흔들었다. 검을 벽에 박아넣으며 자세를 바로한 운천이 뒤로 돌았다. 자신을 억지로 따라온 루카의 기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허나 루카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지 팔 한쪽을 벽에 박아넣었다.
콰드득!
무덤자체가 굉장히 단단하게 설계된 탓인지 팔은 박히지 않았다. 아니, 박히기는 했는데 안의 심지라고 할 수 있는 철근뿐으로 나머지 장갑들은 모조리 부서져 나가버렸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달려있던 팔은 아니지만 그곳에 있는 개틀링을 잃어버린 것은 조금 뼈 아팠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면 폭발할 것은 자명한 일.
루카는 쓰게 웃으며 팔 하나를 분리해냈다. 철커덩, 하고 철근 밖에 남지 않은 팔이 떨어지면서 추욱 늘어졌다.
"쯧, 아까운 걸 버렸군. 그렇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DS는 방주 안에 있던 기동병기다. 기술자체는 남아있지만 그것을 실행하기에는 현대의 기술로는 부족했다. 방주에 있는 물건으로 고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전쟁 뒤에도 그것이 남아있거나, 쓸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가면 고쳐줄겁니다.]
루카의 단언에 운천은 비웃음으로 상대했다. 아직도 쫓아온 것에 대한 앙금이 남은 운천을 보며 루카는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저 말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운천은 그걸로 꼬투리를 잡는다. 몇백년이나 살아왔으면서 이런 면에는 어린애나 다름 없다.
루카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면서 한쪽 조종대를 놓았다. 쓸 수 없게 된 조종대를 대신해 마법을 적용시키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려는 순간, 운천이 말을 걸어왔다.
"루카."
[....뭡니까?]
"아까의 소리... 뭣 때문이라 생각하지?"
아까의 소리. 무덤을 뒤집는 것만 같은 충격을 이름이다. 사실 루카도 궁금하게 여기던 차였지만, 알 수 없기에 무시했던 것. 그에 비해 운천은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충격은 무덤의 전역으로 퍼져 있지만, 퍼진 시발점은 무덤의 가장 바깥쪽이었다. 즉, 남은 동료들과 3진이 있는 곳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3진에게 무덤을 진동시킬만한 무기는 있을리가 없었다. 운천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오는 답은 하나다.
"무덤과 방주가 충돌한거다."
[......위험해지겠군요. 상정외의 일이 이렇게 많이......]
루카의 말에 운천이 돌연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운천의 반응을 빼놓지 않은 루카가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문주님?]
"...몰랐나?"
[예?]
"아니, 분명히 육왕과 영왕이 '삼진이 탄약고갈을 보일 쯤에 충돌할거다'라고 말했지 않나."
금시초문. 그 말을 상징하는 상황이 이곳에 있었다.
루카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에 거짓은 없다. 아무리 자신의 문주에게 삐졌다고 한들 그런 거짓말을 할까. 오히려 운천이 그 말을 했을 때는, 솔직히 운천이 아니었다면 헛소리로 치부하며 한대 갈겨줬을지도 모른다.
육왕. 고요의 지략은 감탄할만하다.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상정외의 일이지 않은가?
"뭐, 어느쪽이던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가자."
어떠한 전투가 있건, 운천과 루카는 지금 무덤을 부수는 일에 전념하면 된다. 방주와 충돌한 지금 무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죄악.
자기 할말만을 하고 나아가는 운천을 따라 루카도 DS를 운용하며 나아갔다. 어둡게 뻗어있는 외길, 정확히는 기계 셔터로 닫혀 있었지만 운천은 그것에 눈길조차 주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저기 있는 것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루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문주, 무덤 내부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모른다만. 뭐가 잘못됬나?"
[그냥 돌진하지 않으십니까.]
"아아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거든. 이 곳의 핵이 있는 곳. 아마, 너도 조금 그리운 '녀석'일지도 몰라."
이해할 수 없는 말. 이곳에 자신이 아는 사람(혹은 마수. 존재자체를 알 수 없다)이 있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운천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너도'라고 말했다.
루카의 가슴 속에 불길한 것이 싹텄다. 중심부쪽으로 서슴없이 발을 대는 것도 불안요소의 하나였지만, 꽤나 중심부 쪽으로 왔음에도 전혀 반격이 없는 적들의 반응도 수상했다. 뭐랄까, 오히려 끌어들이려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터벅터벅.
운천의 발소리만 고요히 울리는 가운데, 커다란 장벽이 하나 보였다. 아니, 장벽이라기 보단 그저 막다른 길 같다.
"흐음."
슥. 쿵, 쿠구궁.
보이지 않는 참격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벽이, 벽이라고 생각했던 장벽이 단숨에 두조각으로 바뀌면서 바닥에 고개를 쳐박는다.
과격하다, 그 이전에 망설임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만약 뒤에 있는 것이 폭약 같은 것이었다면 운천은 몰라도 루카는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운천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일부러 그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운천에게는 뒤에 '아무런 장치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소리.
간단히 말해서, '배신자'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루카는 금세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문주님이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그의 문주, 유운천은 오랫동안 치우회에 뿌리박아온 삼가 중 무가의 단 하나 남은 사람이었다. 그런 문주가 배신자일 가능성은 없다.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박하듯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아군이라고 믿어왔던 기존 세력들은 많이 카타스트로피로 이적했다는 것. 그것이 뇌리에 부상한다.
무엇보다도 그 이적자 중에서는 '황룡'이 있었다.
황룡. 당시 황룡이 활동하던 시기의 치우회 최강 최고의 전력 중 하나로서, 그가 등장하는 곳은 카타스트로피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황룡으로서의 높은 정기도 잃고, 아름답던 명예도, 철옹성과 같던 긍지도 잃어버린 추악한 적일뿐이다. 그것에 무슨 이유가 있던 간에 황룡은 결국 적이 되어 우리에게 창칼을 겨눈다.
그런 상황에서, 문주라고 믿을 수 있을까?
육왕이라면, 믿지 못 했을 것이다. 루카가 알고 있는 육왕은, 낙천적인 가면 속에서 철혈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난 어찌해야 하는가.'
하지만, 만약 배신자라면. 루카는 어찌해야 할까. 그의 마음에는 두가지 선택지가 다리를 놓고 있었다.
하나는, 눈 앞의 배신자를 에너지 블레이드로 그어버리는 것. 그렇게 한다면 치우회는 한결 수월하게 이 싸움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학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무가의 인물이 적이라는 건 치우회로서도 괴로울 수 밖에 없다는 걸, 루카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둘째는 솔직히 아무렴 어떻다는 심정이다.
육왕이 어떻건, 카타스트로피가 어떻건. 루카는 별로 상관 없었다. 그들의 승패가 이쪽에게 관련되지만 않는다면 핵폭발을 일으키건 신이랑 싸워서 승리하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은 운천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친우라고 할 수 있는 고든마저 제 손으로 죽여버렸다.
망설임은 없었다.
[문주.]
"음?"
[솔직히 묻겠습니다. 문주는, 배신자입니까?]
"하아? 뭔 개소리냐? 내가 배신자? 나보고 하는 소리는 아닐테니 분명히 사람 이름일테지.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을 법한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 밖에 없고..... 뭐, 숭례문에 들이고 싶은 남정네의 이름이냐?"
장황한 거부, 보통은 더욱 의심했겠지만 루카는 달랐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운천은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다. 그건 진리라고 해도 좋다.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 루카로서는 운천이 잠시 흠칫하고 반응해야 했었다.
상정외의 사태에 우물거리는 루카에게 운천이 집요하게 물어오자 루카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토해내는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운천이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했다.
"큭크크크크크크크...... 아이고야,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지? 이런 대규모 전쟁이라서 위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할 줄은.... 푸하하하핫!!!"
[....그만 웃으십시오. 그리고, 솔직히 의심스러운 것 아닙니까. 다짜고짜 묻지는 않았겠지만 의심은 했을 겁니다.]
퉁퉁.
운천은 칼의 손잡이로 턱을 두어번 올려치면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정말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보았는지 고찰했다.
아주 잠깐 동안의 생각에 잠긴 후에, 운천은 입을 열었다.
"뭐,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으마. 내가 생각해도 조금 그런 부분이 있구나.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자신조차 말하기 힘든지 말을 계속 우물거린다. 딱히 몸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 타입은 아닌 운천에게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운천은 검으로 앞을 가리켰다. 무언가 목표를 정한다기 보단, 그저 가리키는 동작에 불과했다.
"그냥 감이야."
[...조금 무책임한 이야깁니다만.]
"뭐, 너도 보면 알거야. 막 도착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루카를 인도하는 운천의 얼굴에는 '사막에서 보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