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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12화 (31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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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운천과는 다른 곳에서 무덤의 태동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 수천만이 넘어가는 초유의 군대를 통솔하는 인간들의 정통왕자, 영왕 소유운이 방주의 위에서 무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덤이었다.

그에게 내려진 작전은 불사와의 전투. 언뜻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작전이지만 승리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백의 맹자들은 이미 싸움은 겪어본 적이 있었다. 힘의 극점, 세계의 왕이 도달한 무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에게 그런 경험은 최고의 것이다. 게다가 이쪽도 '불사'를 상대하기에 걸맞는 패가 있다.

영왕 자신만 죽지 않는다면 이들은 무한히 살아난다.

"남은 건..... 이쪽의 준비인가?"

검제와 마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운의 양쪽으로 도열한다. 누군가의 강림을 받드는 신자처럼, 그들은 물러선다. 유운은 숨을 들이쉬며 펄럭거리는 소매를 찢어버렸다.

유운이 앞으로 할 행동에 소매는 불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먼 옛날에 잃어버린 전우, 실수라고는 하나 오만했던 자신을 구해줬던 소중한 사람을 맞이하는데 이런 옷자락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우, 우우우우우!!

"아, 으윽....."

어깨밖에 남지 않은 팔이 비명지른다. 토해낸 굉음, 고통에 몸부림칠 아픔이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슈우웃!

붉은 기운이, 왕을 따랐던 붉은 검사의 힘이 그 팔에 귀결되었다. 힘의 집약이 이루어진 그곳에 붉은 것이 에너지에서 물질로 재창조된다.

인세의 그것을 넘어서는 영기(靈氣). 이미 생과 사를 뛰어넘은 초자연적인 힘의 개념이었다. 살아있는 자를 압도하는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간만이구나....'혈루'."

아득한 옛날, 자신의 선조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삼신장 중 하나인 혈루. 그녀는 영왕 유운의 혼백과 같이 하고 있었다. 유운이라 불리는, 혈루가 살았던 시절의 왕과 같은 혼을 가지고 있는 영왕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은, 먼 옛날의 실책. 오만했던 유운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꿨던 사건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의 유운에게 방주는 '진지'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병사들과 완벽한 진지가 합쳐진다면 무적....이라는 지극히 어린애다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행했다.

방주의 가동을.

허나. 가면도, 군신도 없었던 유운은 당연히 실패. 그 반발로 팔이 잘려나가고, 영혼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영혼은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조금씩, 영자(靈子)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운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종은 물론이고 회복에 그나마 힘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군세가 총동원해서 유운에게 복구를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저 망가져갈 뿐이었다.

그 때 혈루가 나섰다. 자신의 영혼을, 유운의 영혼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유운은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해준 적이 없는 자신을 구해줬음에도 혈루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운은 변했다.

그녀가 자랑스러워할만한 왕이 되도록.

".....혈루, 너에게는 감사한다."

혈루 발현의 증거가, 잘려나간 팔에 생겨났다.

붉고도 붉은, 육왕의 삼검주 중 최고의 행동력을 가진 그 남자의 검과 같은 재질의 팔이 새로 돋아나 있었다.

매끈하게 뻗은 팔이 신비로운 혈광을 띈다. 아름답게 장식된 팔은, 의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상당히 금속적인 느낌을 주었다. 겉보기로는 단순한 의수..... 오히려 장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 자신의 두 눈으로 본다면 알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예술품이 무엇인지를.

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비명과도 같은 사이렌소리가 방주전역을 덮었다. 전투가 있기 전에 설치해뒀던 방범기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드디어, 본 계획이 발동한 것 같았다.

"전군, 전투준비!!!!! 적들이 온다!!!!!!!!"

수백, 수천의 군세가 자신의 병장기를 잡고 도열한다. 조금이지만 흐트러져 있던 전열이 순식간에 원상태로 복구되고, 압도적인 패기를 발한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상상을 초월하는 폭음. 동시에 강력한 진동이 방주의 몸체를 휩쓸었다. 방주의 위에 세워진 포탑의 몇몇개가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무덤. 그것이 거대한 방주의 몸체에 그대로 돌격한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육각형의 흰색방패 수십개가 파괴와 수복을 반복해가는 것이 보였다.

방주와 싱크로한 백색아성의 방패다.

예언 받은 자들 중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무덤정도 크기의 질량은 쉽사리 받아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콰르르르르르르..........

레플리카들이 쏟아져내린다. 숫자를 형용할 수 없는 가짜들이 무덤과 방주의 충돌과 동시에 생긴 방어의 균열을 파고 들었다.

이진(二陣)의 전투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포병! 총사대와 함께 공중병력을 저격한다!"

유운의 명령,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은 총탄과 포격이 허공에 불꽃을 만들었다. 하늘에 태양이 두개가 뜬 것처럼 환하게 변해간다.

하나, 하나씩 떨어져가는 레플리카. 그 시신들을 넘고 지상병력이 당도한다.

인간과 마수의 혼합 군세가 레플리카들가 마주보았다.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전장을 훑는다.

아주 찰나의 시간, 침묵은 짧았다.

채재재쟁, 파바박! 타다다당! 투두두두두두.

이해할 수 없는 소리들이 난무하며 군세들이 레플리카들을 베어넘겼다. 수비전의 특성상 진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없었지만, 분명히 압도 하고 있었다.

소화의 힘인 '군신의 기' 덕분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본진이 뚫릴 것도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됬으리라. 아군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강력해지는 능력이란 것은 그야말로 유운의 파트너에게는 필요불가결한 힘이었다.

"마종. 불사는?"

"아직 느껴지지 않습니다."

수염을 쓰다듬는 마종의 발언에 유운은 침묵했다. 전선의 한 가운데에 있는 그들의 주위로 군세들이 시시각각 움직이며 적들에게 뛰어들고 있었지만 유운이 이끌고 있는 왕속특무정병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적은 오로지 '불사'. 저런 잡병을 상대로 사용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운은 침묵하지만, 속이 메스꺼웠다.

영혼들이 비명을 질렀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하지만 현계한 그들도 고통은 느꼈다. 싸움을 즐기는 자들만이 소환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고 있는 자들의 비명은 애통하기 짝이 없었다.

겨우 3분이다. 전쟁이 제대로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대도 이런 감정이 든다는 건 어지간히 여리지 않으면 아니된다.

부드러운 손길이 뺨을 어루만진다. 순간 넋이 나갈 뻔한 유운이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청동색의 사자탈을 쓴 군신. 소화가 자신보다도 더 큰 대검을 든체로 유운을 위로했다.

"네가 말했지. 우리가 봐야 하는 건 불사뿐이라고."

위로하는 소화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유운은 왜 자신이 몰랐는지에 대해서 한탄했다. 진심으로 괴로워해야 할 사람은 분명히 따로 있었다.

소화는 일반인이었고, 지금이 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전투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런 대규모 전쟁에서는 누구라도 주눅이 든다.

그럼에도 소화는 유운을 위로했다. 진정으로 괴로운 것은 자신일텐데도.

유운은 숨을 들이키며 붉은 팔을 어루만졌다. 충의로 이루어진 팔에서 기묘한 혈광이 더욱 강대해지며 그 손길을 기뻐한다.

"아아. 그렇지...... 불사만 보면 돼."

간단하지만, 그렇기에 어렵다.

본다는 것만으로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가는 전쟁이었다. 이기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만이 머리를 메운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요.......'

방주 어딘가에 있을, 자신과 같은 업을 짊어진 어떤 왕을 떠올렸다. 항상 웃는 낯으로 적들을 쳐부술 작전을 내던 그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은, 유운에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라면 어떤 명령을 내렸을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검제."

"예, 폐하. 명령하십시오."

황금으로 치장된 중갑의 장년인이 한쪽 무릎을 꿇어보이며 고개 숙였다. 남에게 항상 건들건들한 태도로 일관하던 그가, 자신의 왕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예를 갖추었다.

쿠웅.

거검(巨劍)이 땅에 꽂힌다. 장식된 거검은 그 둔중한 외모와는 반대되게 쇠조차 종잇장처럼 갈라버릴 날카로움을 빛내고 있었다.

유운이 웃었다.

"일검(一劍), 날려주고 시작하자."

한 때 적군을 일격에 몰살시켰다고 하는 일화를 가진 그 기예를 입에 담는다. 검제의 얼굴에 파괴적인 욕구로 가득 차올랐다.

삼신장 중 가장 전투적인 성향이 강한 그에게, 이런 대규모 전쟁을 보고 참으라고 한 것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었다. 불사가 언제 나설지도 모르는 상황에, 최전선의 요지에 자리를 잡은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것은 안되는 일.

유운이 귀에서부터 입까지 연결된 통신기를 발동해 관제탑에 있는 누군가에게로 연락을 보냈다.

[...뭐죠? 잘 싸우고 있으면서.]

어린 하얀 용의 가시돋친 말이 들려왔다. 유운은 그저 어떤 말을 했고, 용은 마음에 안 드는 지 혀를 한번 차주고는 알겠다고 답하며 통신을 끊었다.

촤아아아아아......

통신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을 가리고 있던 군세가 갈라졌다. 신속하고 단련된 움직임으로 유운이 있는 군대가 나아갈 길을 열어놓았다.

아니, '검제'가 나아갈 길을 열었다.

"다녀와."

"알겠습니다."

검제가 앞으로 나서는 것처럼 앞으로 한발을 딛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휘이익, 척.

이족보행의 동물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움직임으로 군세가 만들어놓은 길의 최전방에 선 그가, 검을 들어올렸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백이 검에 모인다. 적군을 밀어버릴 마력량이 검에 집약되면서, 검 그 자체가 하나의 에너지체로 변해 발광하기 시작했다.

검제가 검을 뒤로 당겼다. 군세들 중 그것이 뭘 뜻하는지 아는 자들은 전열을 무너뜨리면서도 검광이 닿는 그 지역을 이탈했다.

"사라져라!"

번쩌어어어어억!!

단말마 따위는 없었다.

부채꼴의 형태로 뻗어나간 검기는 순식간에 방주의 5분지 1에 해당하는 영역을 휩쓸고 나아가며 레플리카들을 몰살시켰다.

그야말로 일검(一劍). 단 한번의 검세로 적들을 쓸어버렸다.

"자, 우리도 돌격한다!!!!"

유운의 목소리가 텅비어버린 전장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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