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309화 (309/340)

0309 / 0340 ----------------------------------------------

최종편!

콰앙!!! 투두두두두, 콰과과과광!!!!!!

산발적인 포격이 손가락으로 누르기만해도 부서져내릴 것 같은 무덤을 공격했다. 전함의 함포, DS들의 무차별적인 잔탄의 소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몇초 안에 쓰러트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어떠한 나라라도 무너뜨릴 화력이 거구라고는 하나 단 하나의 개체에게 집중되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부르는 것은, 전의의 상실. 시간은 지나고 탄약은 이미 바닥으로 곤두박질친지 오래다. 그나마 쓸 수 있는 것은 근거리 에너지 블레이드나 명중률이 떨어지는 에너지탄. 하지만 그것도 무덤에 달려있는 방벽에는 거의 무의미 했다.

그렇기에 루카는 생각했다.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무덤의 공략을 명령 받은 이상,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그쪽은 불사를 상대하고 있었다. 불사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 생각하고 생각해서 공략법을 찾는다.

"이삭. 틈은?"

루카의 질문이 오픈채널을 타고 같은 숭례문의 동료에게 닿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대를 배신한 것.

[없다. 도저히 보이지 않아. 솔직히,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다.]

돌아오는 절망적인 대답, 기대했지만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루카도 그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방책이 나오길 바랬기에 기다렸건만, 그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루카.]

"무슨 일이십니까?"

[윗쪽...육왕이 이 일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라 생각하나?]

"...요는 절망하지 말란겁니까."

이삭이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위에 있는 육왕은 굉장한 지략가다. 적들의 기지를 발견하고, 습격하자마자 무너뜨렸다. 그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는 보증된 천재였다. 그러니 무덤에 이상한 장치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을 터. 삼진의 화력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예상하지 않았으면 곤란하다.

예상했다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육왕의 명령은 무언가 의미가 있다. 그것이 패배를 원하는 일이거나 피해를 원하는 일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니, 절망하지 말고 공격을 계속하라. 대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공격하는 수 밖에 없다. 공격하지 않으면 활로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얼마나 버틸 수 있을런지..."

무덤측에서는 공격은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지만, 무덤에서 이쪽이 잔탄이 다 떨어지길 기대하고 버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끝이다. 상대적으로 후퇴가 늦은 전함은 분명히 전멸할 것이고, DS들도 과반수가 사라질 터. 그저 안좋은 생각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상황에 무리가 있었다.

[흐음. 너의 그 판단은 좋다만,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래도 틀린 생각은 아니니 이쪽도 행동에 나서겠지만.]

이삭이라고 생각했던 목소리지만, 아니었다. 지금 것은 DS 간의 통신이 아니라 DS 밖의 누군가가 한 말을 받아들인 것. 장난끼가 어린 목소리는 한 때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린 동료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 두명밖에 없다.

죽어버린 고든과, 자신이 따르는 숭례문의 톱.

"문주님.....멋대로 사람의 속내를 읽지 말아주십시오."

치마를 들춰진 여학생 같은 반응에 숭례문주인 유운천이 루카의 DS에 걸터앉았다. 머리부분을 의자삼아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퍽 우스꽝스럽지만 그의 힘을 알고 있는 자라면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못 한다.

용병계의 전설, 무적을 자랑하는 노괴물. 그것이 운천이었다. 무학에 있어서도, 전술에 있어서도 따라갈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생각했던 적이, 루카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가면서 세계가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검주의 힘. 영왕의 힘. 신가의 힘. 예언받은 자들의 위용. 그들의 성장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적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하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무적이 되어갔다.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강해졌다.

"칫...."

운천도 밀리지 않는데. 자신들의 문주도 밀리지 않는데. 그들 못지 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는데.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다.

[너무 마음 쓰지마라.]

읽지말라고 했음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힌다.

[그들은 빛의 길만을 걸어왔다. 이런 일에는 어울리지 않아. 나나 너희처럼 태생부터가 그런 것이 아니야.]

"허나, 문주님께 이런 잡일은....."

공략방법이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문주라면 팔대간부 중 하나를 상대로 혈투를 벌이는 작전에 포함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멍청하긴, 뭐가 잡일이라고?]

"...삼진에 포함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습니까?"

[바보 같은 소리. 그 육왕이, 나 같은 전력을 금세 후퇴해버릴 삼진에 넣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뇌리를 관통하는 충격. 루카는 자신이 간과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육왕. 그의 지략은 굉장하다. 그 지략은 적을 파악하고, 아군의 전세를 깨닫지 못하면 발휘되지 않는 것. 무가의 현 가주이면서 숭례문의 문주인 운천의 힘을 모르고 있었을 턱이 없다. 무엇보다도 팔대간부 중 하나를 해치웠던 전과가 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삼진의 구성원 중 일부가 별동대라는 것. 그 별동대의 표적은 당연하게도 무덤.

지금까지 난공불락이라 생각하던 적의 최종병기의 함락이다.

무시된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 사실만으로도 루카의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오른다. 하지만, 그 가슴의 구석에서는 불안감이라는 검은 무언가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받아들이셨습니까. 문주님께는, 그 제약이 있는데. 싸울 이유는 이미 사라져 있을텐데!"

운천이란 존재는 숭례문도들에게 있어선 신과도 같고, 아버지와 같다. 그의 등은 모든 문도들의 꿈이고 희망이었으며 바램이었다.

숭례문도들의 대부분은 고아였다. 간혹 운천을 동경하며 들어온 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아원 출신으로 특별히 선발된 자들이다. 그것을 알고 한동안 루카는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고아원 창립의 이유. 그저 병사들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던 건가, 하고. 그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겪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위험한 상황에서조차,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전화(戰火)가 몇십년을 일궈온 고아원을 뒤덮을 때도. 모든 것이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가는데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싸웠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루카는 숭례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숭례문은 확실히 운천을 문주로 모시고 있었지만 창립자는 달랐다.

고아원 출신의 용병. 그 스스로가 그 집단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문주도 반발했던 것 같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겨우겨우 인정한 것 같다.

[뭐, 나름의 사정이 있는거지. 그리고 나를 제외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할 수 있는 사람은 해야만 하지.]

루카를 사고에서 현실로 불러들이는 목소리. 루카는 현실을 직시했지만, 여전히 기억의 구석에서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죽음. 그것이 운천에게는 내정되어 있었다. 최악이라고 할만큼 위험한 그것이, 운천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런 작전, 내킬리가 없다. 본인 스스로도 위험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무의 황제이며 검제의 후손인 운천이라고 해서 죽음이 두렵지 않지는 않다.

선대인 검제는 싸움을 즐기던 괴물이라고 들었지만, 같은 핏줄이라고 해도 다른 것은 있다.

[루카.]

"예, 문주님."

[너희들은 이 작전에서 '길'을 열면 족하다.]

길. 저 난공불락의 무덤을 지키는 최전위의 방벽을 말함이다. 그것을 부수고 운천만을 그 안으로 인도하면 된다고, 운천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을 '예, 알겠습니다'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말도 안됩니다! 문주님, 저희는....!"

[너희들이 용병이 되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무슨 기분이었을 것 같지?]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다. 루카에게 그 말에 대해 대답을 바란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처음 고아원에 숭례문의 존재가 알려지고, 문도들의 신원들이 알려졌을 때 고아원의 아이들을 이끌며 운천에게 따진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루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운천이 하는 질문은 어렸을 적 루카가 운천에게 했던 질문과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같았다.

[이 일은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다. 설사, 내가 죽더라도 말이지.]

"죽는다면, 겨우 그 뿐이라고 말하면서 말입니까?"

[그렇지.]

"말했잖습니까. 전..... 아니, 우리는 당신을 따라갑니다. 그곳이 설령 지옥이라도."

그 의지는 루카만의 것이 아니다.

고아원이라는 건 당연하지만 돈으로 운영된다. 무적이라 불리는 운천의 이름값에는 분명히 많은 돈이 굴러들어왔지만,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충당될만큼 고아원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 비해 풍족했던 것의 의미도 몰랐고, 오해라고는 하나 운천의 가슴에 흉터를 남겼다.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용서받을 생각도 없다.

일순 스피커의 소리가 일그러졌다. 그 일그러짐 속에서 한 남자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루카는 눈을 감고 그저 쿡쿡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