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304화 (30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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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콰과과광!!!

폭연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연달아 울렸다. 미사일과 탄환, 마력의 힘이 섞여 무시무시한 위력을 낳았다. 폭발하는 미사일의 위력, 레플리카들의 몸이 빠르게 레이더 속에서 점멸해가는 것이 보였다.

손과 다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의 몸을 감싸는 거대한 쇠옷이 빙글하고 돌면서 돌격해오는 레플리카의 주먹을 피해냈다.

타앙!

여지없이 오른손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머리가 꿰뚫린 레플리카가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승리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빠르게 대여섯마리나 되는 레플리카들이 특공을 감행했다.

우선 두발을 그들의 머리에 선사 했다. 그리고 결국 도달한 그들의 위로 급상승하면서 그들의 머리에 하나씩 오른쪽의 블레이드를 차분히 담갔다. 머리를 잃은 레플리카들이 바다 넘어로 사라지지만, 그런 걸 지켜볼 틈은 없었다.

빠르고도 빨랐다. 전투가 시작한지 겨우 20분만에 삼진의 방어진은 거의 반이나 뚫려 있었다. 전투자체는 시종일관 이쪽이 호세를 보였지만, 압도적인 숫자에 차츰 밀리더니 방어진도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내버려뒀다면 혼전(混戰)이 되었을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아마 아군의 등을 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

삐빗.

돌연 오픈채널이 빛났다.

[대령님. 이거 재밌지 않아? 데스매치 같은 느낌으로]

"....갈릭이냐. 네가 전쟁을 즐기는 건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강요할 순 없다. 닥치고 싸워."

[하핫, 뭐 그리 섭한 말씀을.]

그렇게 말하는 갈릭의 붉은 기체가 순식간에 여덟마리나 도륙하고는 기체의 머리부분에 달린 기관총으로 다섯이나 되는 레플리카를 격추시켰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적을 섬멸해 가는 갈릭의 모습은 분명 초현실적인 면이 있었다.

갈릭은 예전부터 저렇게 강했다. 강했기에, 더욱 싸울 자리를 원했고 강자를 존경하기보단 자신의 힘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원한다. 아마, 불사라는 존재가 나오더라도 바로 싸움 승부를 걸어올 것이다.

갈릭의 사격술과 근거리용 에너지 블레이드가 빛나자 다시 두자릿 수의 적이 바다로 하강한다. 게다가 못 피하거나 막을 것 같은 공격은 기이한 궤도를 그리며 피하고, 아래에서 날아온 포격으로 처리한다.

극히 효율적이고, 확실하다.

[자자, 대령님. 가만히 있으면 죽을거야! 아, 참고로 저녀석들 장갑이 약하니까 기관총으로도 뚫린다고? 그런 연사불능의 라이플은 무의미 해.]

갈릭의 호통에 발터는 라이플을 넘기고 서브 머신건을 꺼내들었다. 특유의 많은 탄창이 덜컹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총구가 겨누어진 곳에 있던 레플리카들이 빠르게 바다쪽으로 사라져간 것이다.

[발터, 갈릭. 선회하며 좌측에 있는 이바를 지원.]

오픈채널이 아니다. 순간 날아든 그 말은 명령, 그 작고 앳된 하얀 소녀의 말이었다. 갈릭과 발터의 기체가 급속도로 움직이며 녹색빛 중량급 기체에 들러붙은 레플리카들을 베어냈다. 몸이 가벼워진 이바기가 몸에 달린 라이플, 기관총, 수직미사일, 부유기뢰할 것 없이 엄청난 화력을 보이며 전방의 레플리카들을 공격했다. 레플리카들이 나올 틈도 없이 공간을 녹아가는 위력에 발터와 갈릭은 치를 떨었다.

옆에서 부진했는지 선회한 레플리카들에게 습격받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화력의 기체가 위험했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런데.... 날아온다던 지시는 그거였나."

[뭐야, 알고 있는거요?]

"음. 간단히 말해서 특수한 상황이나 전세를 위해 명령을 하겠다, 그런 이야기지."

[목소리가 굉장히 어린 것 같던데?]

"듣자하니 두 살이라더군."

갈릭이 못 믿겠다는 듯이 신음을 토하며 블레이드를 움직였다. 발터도 휴식을 멈추고 헤드의 기관총과 바꿔잡은 서브 머신건을 난사했다. 폭연이 아닌 붉은 피보라를 발하는 전쟁터의 모습은 현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편, 밀리고 있는 공중병력을 위해 공중을 요격하면서 수중형 레플리카를 상대하는 전함들의 상황은 굉장히 괜찮은 상태였다.

바다를 지배하는 초대형 마수와 그 누구도 인정하는 피에 미친 광마(狂魔)의 전투는, 해전만큼은 확실히 적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을 것 같았다. 물고기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레플리카들에게, 전함이 붙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베파!"

전함을 감싸듯이 솟아오르는 물들이 적들의 몸을 꿰뚫었다. 강력하기 짝이 없는 일격, 하지만 퇴각하지는 않는 레플리타들이다. 물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들의 머리통에 옆에 있는 츠바사의 총탄이 틀어박히면서 함내로의 침입을 막았다.

"리토, 괜찮니?"

걱정스러운 듯이 다가오는 츠바사의 얼굴을, 리토는 밀어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친형에게 위로 받을 생각은 없었고, 그럴 틈도 없었다.

전쟁이란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전쟁의 개념정도는 깨달았다. 그렇다해도 리토의 힘은 이런 다수 대 다수, 불특정한 다수와의 전투에서 효율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바다라는 지형적 이점이 있으니까 다행인 거지, 그렇지 않다면 벌써 탈진해서 전함 안으로 실려갔을 것이다.

게다가, 마력이 부족했다. 쉴틈도 없이 밀려드는데, 마법으로 죽이고 죽여도 도통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막연히 아군의 29배라는 소린 들었지만, 지금도 역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대뢰의 사용허가만 난다면......"

대뢰. 한발만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전략병기의 이름. 그 압도적인 파괴력은 모세의 기적을 방불케 하고 적들은 모조리 증발시킬 수 있다. 사용허가만 내려진다면 확실히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도 대뢰에 버금가는 병기가 있다는 것 같지만, 공중은 바다와 달리 피할 곳도 많으니 어지간하면 허가가 내려지지 않을 터. 그렇다면 바다에는 내려줘야 할텐데 윗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경각에 달린 마력이 비명을 토하고, 리토의 몸이 마침내 한계에 치닫는다. 피가 한움큼 전함의 위에 토해지자 츠바사가 재빨리 회복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리토는 거칠게 그 마력을 쳐냈다.

"미쳤어? 지금은 하나라도 먼저 죽이는 게 옳아. 회복에 쓸 마력은 없어."

"괜찮아. 그럴 힘은 총으로도 충분하니까."

리토가 슬쩍, 츠바사를 보았다. 람보라도 될 생각인지 몸에 둘러진 총탄은 기이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경량화를 걸어둔 건지 굉장한 중장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치고 있었다.

칫, 하고 리토가 혀를 찼다. 못 미더운 형에게 익숙하지도 않은 무기를 쥐어주는 것은 자신답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에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형태로 싸우면 되는 것. 남을 신경쓰지 말자.

룬이 그려진 청금석이 허공에 떠오르고 손바닥의 두개정도 길이의 길쭉한 부적이 산산히 부서졌다. 서양과 동양의 혼합이 그의 손에서 이루어지며, 뒤에 떠오른 솔로몬의 72마신 중 하나인 베파의 마력에 박차를 가했다.

"벌어."

".....응?"

"벌라고, 시간. 크게 한방 쏠 거니까."

"....알았다."

양손에 틀어진 개틀링 건이 빠르게 탄피를 벗겨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누구도 넘지 못할 철벽이 되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니 리토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느꼈다.

남에게 신경 쓰면 귀찮다, 그러니 관심을 갖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역시 자신은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문득, 저 멀리 창공의 영역에 떠 있는 방주에 있을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함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강한 느낌은 들지 않는 남자다. 일견 냉정을 가장 했던 그의 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그들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리토는 작게 실소하면서 마력을 끌어모으는데 집중했다.

이 이상 생각해도 무의미하다. 답이 어떤 것일지는, 전쟁이 끝나는 순간에 알게 될 터. 아마, 나쁜 답은 아닐 거라고, 리토는 생각했다.

자신이 피해를 보더라도, 일정 수준은 넘기지 않는다.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지략. 그리고 무력.

그는 그런 녀석이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수백발의 총탄이 전함과 바다의 경계를 가르면서 레플리카들을 일거에 소탕한다. 제대로 된 조준은 전혀 하지 않았고, 했다해도 빗나갔을 테지만 워낙 적이 촘촘히 달려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다수를 상대하는, 소수의 강점. 어느곳을 향해 쏴도 어지간하면 총알이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일은 없다.

리토의 마력이, 손 끝에서 현실감을 가졌다. 손가락과 손바닥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총구. 뒤에서 수호신처럼 함께하는 베파가 양손을 모은체로 앞에 내뻗는다.

"도와다오, 베파. 마력이..... 이걸로 끝이니까."

들었는지, 돌아보지는 않았다. 질문도, 대답도 없었다. 이제 보여야 할 것은 최후의 증명. 눈 앞의 레플리카들을 일시에 날려버림으로서 현 전함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뿐이다.

"날려버려어어어어어어!!!!!!"

흑룡부주, 하갈라즈, 물의 악마. 세개의 마력이 융화되면서 바다의 움직임이 기이하게 틀어졌다. 강대한 생명을 품고 있는 바다가 한 인간의 의지에 의해 일그러진다.

베파의 손이 허공에 파문을 남겼다. 움직이는 마력, 물이 그야말로 포격이 되어 전함을 둘러싸는 레플리카들을 관통하고 돌격해오는 레플리카들마저 휩쓸어버린다.

리토의 최종 비기, 수폭(水瀑).

한순간의 틈은, 분명히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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