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300화 (30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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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방주의 중심에는 백색의 기둥이 높게 서 있다. 높이는 아파트 30층정도(존재한다면)의 높이로 방주에 널려있는 초대형 건물들을 보면 조금 낮은 축에 속했다.

그것을 우리는 '관제탑'이라고 불렀다. 유운은 언젠가 '왕성'이 될 것이라고 불렀지만, 우리들은 아직 그렇게 불렀다.

그것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회의실에, 방주 안에 있던 중책을 맡고 있던 인원들이 원탁에 둘러 앉았다. 회의실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복장과 나이대의 인간들이 대부분, 낯선 갈색머리에 얼굴에 큼직한 흉터가 있는 남자가 불쾌한 얼굴을 했다. 굳이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째서 인상을 찌푸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 나나 능파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척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나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의 흉터를 보면 꽤 많은 전장을 넘어온 것 같은데, 우리 같은 갓난아이(그의 관점에서)는 전쟁에 어울리지 않을 터. 좋은 감정은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그런 불평을 들어줄 시간은 없다. 내일 바로 전투는 시작된다. 약속의 때가 불을 밝힌 것이다.

"우선 작전을 토의하겠습니다. 뭐, 토의는 명목이고 실질적으로는 하달에 가깝습니다만."

유운은 그렇게 말하곤 작게 웃었다. 스스로의 말도 웃긴 것일까, 쾅하는 단말마 같은 소리가 유운의 웃음을 그치게 했다.

기분 안좋아보이던 흉터의 남자다.

"잠시."

살짝 어눌한 한국어다. 이곳에서 모두 할 줄 아는 것은 한국어뿐이니 배려한 것이리라. 게다가 희미하게 노력한 낌세가 보이기에 잠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토의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은 있어선 안된다. 대화를 했어야 했고,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어물쩍 넘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치곤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에 감탄했다. 익힌지 얼마되지 않았을텐데도 저만한 수준이라면 언어학에 재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답을 하려던 유운이 나를 보았다. 나에게 대답을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다분해보였다. 다만, 나는 그가 누군지 아직 모르기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슥.

종이한장이 옆에서 건너왔다. 앤트로아가 기계로 된 목을 굽혀보였다. 나 또한 목례를 해보이곤 그의 인적사항을 읽어내렸다.

예상한 것과 거의 틀리지 않은 프로필을 기억속에 담아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그것은 불가합니다."

"어째서?"

억양이 안정된다. 그의 뒤에 있는 앤트로아가 목 뒤쪽을 짚고 있는 걸 보아선 아마 그녀가 백업에 들어간 것이리라.

나는 안심하고 평소의 어조대로 이야기를 해나갔다.

"당신들은 그들의 강함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설명을 하더래도,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겠죠."

"섣부른 판단....."

"그럼 이곳에 있는 전력이, 미국을 상대할 때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미국의 직업군인 출신의 그로서는 얼마가 걸리든지 미군이 이긴다는 대답을 내놓고 싶어할테지만, 아마 그 스스로도 본능적으로 그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을 것이다.

유다전 때, 누님은 유다만을 쓰러트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레플리카들을 손짓하나로 아작을 내버리고 말았다.

미군? 그것을 처리하는데 몇초씩이나 걸릴리가 없다. 손짓하나면 이미 미국이란 나라는 지구상에서 없을테니까.

그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나 전술은 이쪽이 더 잘 알고 있다. 적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것을 분명히 토의해야 하는 것. 내 말 틀린가?"

"전술의 대가에 대해서라면 말할 필요 없겠지요."

철컹, 철컹, 철컹!

수십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유운의 뒤에 나타났다. 과거, 현재. 미래를 제외한 전시대의 병기를 들고 있는 병사들이 그의 옆에 있었다.

반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걸쳤다. 왠지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나는 유운에게서 대화의 바통을 건네받았다. 잠시 흩트러져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고무줄처럼 팽팽해졌다.

긴장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입술을 달싹였다.

"우선 우리들의 진형은 그냥 원진(圓陣)으로 나선다. 이것에 대해서는.....아마 반론이 없겠지."

방주의 형태는 소라껍데기를 뒤집어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원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느쪽으로도 습격받을 수 있으니, 어느쪽으로도 방어할 수 있다. 공격당할 방법이 만은만큼 이쪽은 방어할 방법 또한 많은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나는 말을 이었다. 바람처럼 거침없는 목소리였다.

"최외각의 삼진(三陣)은 전함, 전투기, DS(doll suit)가 주축인 군대다."

삼진(三陣), 이진(二陣), 일진(一陣). 총 세개의 원진의 가장 밖에 있는, 가장 위험하면서도 안전한 방벽의 군대는 우리 내부가 아닌 밖에서 얻어온 조력자들을 집약시켜만든 군대였다.

우리나라에, 일본, 미국, 유럽등등. 여러나라가 참가한 그 군대는 어느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할 전력을 갖추었다. 아마 잡병이라고 할 수 있는 레플리카들은 이들에게 대부분이 토벌될 것이라고 장담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함과 전투기들의 대부분이 마력으로 강화를 끝 마쳤고, 몇몇 전함들에는 대뢰가 있다. 그것만 있다면 해상병력의 대부분은 몰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약 일천기에 달하는 DS가 그곳에 있으니, 아마 어지간한 건 위협이 되지 않을 터.

참고로 DS는 방주에서 발견한 인간형육전병기로 코어와 헤드라 불리는 것을 주축으로 하는 로봇이다. 플로트 시스템(부양기술)은 모두 탑재하고 있고 화력이 높은 건 대뢰에 버금가는 포탄도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삼진의 주력이라고 봐도 좋은 병기다.

"하지만.....소요, 리바이어던, 아쥴. 해저(海低)병력은 전부 당신들에게 맡길거다. 준비해드렸던 해도들을 숙지해. 그것을 잊지마."

"물론이지! 이 내가 바다에선 무적이란걸 보여주지!"

"이쪽은 해전이라면 이골이 난 상태다. 얕보지 말도록."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에 쓰게 웃으면서 누님이 데려온 원군, 인어들의 족장인 소요를 바라보았다. 무게감 있는 얼굴로 그는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특히 소요. 너의 암초운반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것을 잊지마. 해전 전용 어뢰도 잊지말고."

"알고 있소이다."

삼진은 해저병력과 해상병력이 주축이 된다. 숫적으로 몇배는 우월한 적들의 수를 많이 줄여놓는 것이 그들의 주된 목적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들이 삼진이 뚫렸을 때 이진에 합류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불가능할 터. 크게 바라지는 않았다.

그들만한 전력이 전멸할 거란 소리는 아니다. 삼진의 무력은 꽤 강하다. 다만, 삼진이 뚫릴 수준이라면 분명히 '그것'이 뜬다는 게 문제다.

불사.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절대최강의 초강력병기! 그것이 나타나면 삼진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 공기는 사람에게 다가가봤자 폐에서 분해당할뿐이다. 불사라면 아마 인식하기도 전에 삼진을 증발시켜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테지.

원탁에 앉은 모두의 앞에 녹색판 형태의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공기가 전율하고, 그것이 점점 구체화되어가자 모두들 그걸 받아들었다. 그리고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뎃생을 해도 될만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거.... 작전플랜이 500개가 넘는군. 게다가 대부분이 후퇴플랜.... 마치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삼진의 대장(작전명령은 따로 하겠지만)인 흉터의 군인, 발터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장 참여도가 상당한 그로선 이렇게 많은 작전들은 불안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뺄 수는 없었다. 그건 내가 아닌, 삼진의 일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니까.

"삼진은 후퇴명령을 하달받으면 그 즉시 그 자리를 떠야 합니다. 잔존탄환의 여부는 고사하고 말이죠."

"어째서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삼진은 상식적으로 돌파당할 수 없는 전력이다. 카타스트로피의 팔대간부가 전력을 다해 뛰어들어도 조금 전진하다가 죽을 정도의 전력이다. 아수라왕이 조금 까다로울 수도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력이라도 불사라는 이름을 가진 단 하나의 개체에게는 무의미했다. 그것에게 덤벼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자손대대로 자랑해도 좋은 것이란 소리다.

불사가 투입되는 순간. 물론 이쪽도 불패, 누님을 투입할 것이다. 이쪽도 같은 패가 아니라면 대응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삼진이 전투를 개속한다고 가정 했을 때 삼진이 버틸 수 있는 추정시간은 약 2초.

누님이 빨라도, 그전에 사망이 먼저다.

"삼진이 뚫린다는 건 실상 불패가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군대란 공기와 같을테죠."

"...미안하지만 불사의 힘이 어느수준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겠나?"

그의 말에 살짝 고민했다. 그의 수준에 맞춰서 대답해야 했기 때문에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답은 나왔다.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기립한 사람, 우리전력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누님이 있었다.

누님은 공중파로 자신의 힘을 뽐낸 적이 있었다. 전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까 물러설 이유가 없다.

"누님보다 두배는 강합니다. 이 이상의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발터. 그가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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