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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난 처음 모두를 모아놓은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유운이나 소누나 하는 생각이나 센스는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중세시대에 유행했다는 기사문학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효율상으로나 '그것'의 의미로 보나 확실히 뛰어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모델조차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질린다.
유운이 불러놓은 자들을 앉혀놓은 것은 바로 원탁. 아서왕이 그 기사들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특수한 탁자다. 그런만큼 암묵적인 서열 같은 것은 묵비할 수 있다.
그것이 원탁의 장점. 내가 질렸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원탁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디.
"이거, 여러 분들이 모였는 걸."
인어의 소요, 현 뱀파이어의 당주 소녀인 자린, 라이칸스로프 로드 그라드의 아들인 휀. 게다가 내가 두들겨 패서 데려온 요정의 왕과 왕비인 오베론, 티타니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다섯뿐이다. 그 외에는 본 적도 없는 마수들뿐이다. 용도 있고, 쥐도 있다. 형용할 수 없는 형태의 마수들이 한가득.
아마도, 그들 또한 각 종족에서 장로쯤 되는 인물들이 나왔으리라. 그 정도가 되지 않을리가 없다. 그들은 분명히 나에게 '따지러' 왔을테니까. 아니,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논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서 '최초의 세계'는 그저 전설에 불과하니까.
비어 있는 두 자리에 나와 호지가 앉았다. 요연과 슈는 검주의 자격으로 있는 것이니 내 뒤에 섰다. 미리 와 있던 챠이 또한 한곳을 꿰찼다.
능파는 자리를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용의 모습이 되어 목에 감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자리에 살짝 실소했다.
"흐음. 그런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분위기를 보면 측면부근에 있는 소누와 마수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내용이 상당히 진척 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소누는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쉬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와 한심하다는 의미 두가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개요 밖에 말하지 않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다짜고짜 목적부터 말하지마. 어딜봐도 네 잘못이잖아."
소누 답다고나 할까, 사람을 대하는 것에 유능한 그녀에게 맡겨둔 것은 실수 였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평소에 겪어온 상황과 지금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했던 것이 실책.
소누가 겪어왔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자신이 가짜(어떤 의미로는 가짜지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에게는 소누가 가진 힘 같은 것은 세상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 놀랄 것이 못 된다. 게다가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솔직히 우리조차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쉽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내 옆 좌석의 호지를 가리켰다. 순식간에 시선을 받은 호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여기 못 들은 한명이 있으니 소누가 했을 말을 그대로 읊어주지."
후욱, 하고 숨을 들이켰다. 역시 많은 사람들의 앞에 있으니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크게 나쁜 기분은 아니기에 긴장감을 조절하며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나라'를 만든다. 분명히 이 말을 했겠지?"
모두들 끄덕인다. 옆과 뒤에서 경악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챠이가 제 때에 막아서 분위기를 망쳐놓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챠이가 그녀들을 어떻게든 막아내는 틈을 타서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했다. 대화가 진행 되어가고 있다면 아무리 바보라도 끼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뭘 주제로 대화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우선 찬성과 반대를 알아보기로 했다. 반대를 알아내면 그들이 어째서 반대를 하는지에 대해서 콕 찝어 설명할 수 있으니까.
"자, 일단 가볍게 찬성파와 반대파를 가려봅시다. 찬성하시는 분은 손?"
나도 우선 손을 들었다. 소누와 우, 유운은 물론이고 내 옆에 앉아있는 호지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지만 날 보더니 손을 들었다.
정규맴버는 전부 통일. 비정규맴버의 손들이 들어올려졌다. 휀과 자린은 손을 들었고 소요, 오베론 또한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마수들은 전부 손을 들었고 의외로 대다수의 마수들이 손을 들어 찬성에 표를 던졌다. 손을 안든 사람, 반대표를 가진 사람은 겨우 셋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특별히 연계가 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 제대로 된 의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슬쩍 웃었다. 드디어 회의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견통합에 대한 지식은 기초적인 것뿐이지만 그럭저럭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부터 해야할 것은, 반대파의 의견을 듣고 의문을 해결하는 것. 내 진짜 싸움은 여기서부터다.
"자, 그럼 의문을 가진 분들이 따로 손을."
많은 손들이 천장을 향한다. 반대파들만이 아닌, 찬성파의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우리의 행동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찬성을 했음에도 대표적인 개요를 말한 것 외에 진도를 나가지 못한 이유는 이거였던 모양이었다.
"흐음.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신 분은 발언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스스로의 실책을 깨달았다. 이렇게 말하면 두사람의 발언이 겹쳐버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까 계속 실랑이를 벌였던 탓인지 순서정도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녹색 비늘로 뒤덮힌 손으로 쥔 붉은 구슬, 여의주가 부각된다. 용족들의 대리자로서 이곳에 온 용왕이다.
그는 긴 턱에 바르게 다듬어져 있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늙은이처럼 보이는 외모이지만 의외로 어린아이처럼 낭랑했다.
"재밌는 꼬마로고. 일단 내 의견은, 어째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불사와의 싸움이 끝난다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면 그만. 안 그런고 인간꼬마."
어린 목소리로 늙은이처럼 말하며 나를 비꼰다. 화난건지 뒤에 있는 챠이와 요연의 불만스런 기색이 느껴졌다. 아니, 그녀들뿐만이 아니라 내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전부와 성녀파, 유운 전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쉽게 움직여 말을 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모를 요연조차 참았다. 나도 참지 않으면 안되겠지.
여유로운 얼굴을 유지하며 손가락으로 원탁을 쳤다. 좋은 나무로 된 것인지 맑은 소리가 났다. 잠시 멍한 눈을 하던 용왕은 정신을 차렸다.
"그럴 필요가 있느냐... 인간들의 관점을 빌어서 말하자면 없다, 가 답이지."
존댓말로 예를 갖춰야 할 상대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곳에서 존대할만한 인물은 없다. 하대해도 괜찮으리라.
용왕 또한 크게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닌 자들에게는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그렇지. 인간들은 수명이 짧으니까."
바보가 아니라면, 이 말에서 깨달을 것이다.
"미래에 더 큰 일이 벌어진다, 그런 말이로군?"
"정확해."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육왕꼬마라면 더 큰 이유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안 그런고?"
바늘구멍에다가 한번에 실을 꿰는 것만 같은 정확도에 혀를 내둘렀다. 목소리가 어린애 같아도, 하는 짓이 열 받아도 상대는 용족들의 대표, 용왕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래에 벌어지는 더 큰 일인 '신들의 습격'을 위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분명 주된 이유다. 연합군 같은 것은 신들이 습격해올 때쯤에는 소금물처럼 희석되어 있을테고 제 기능을 하지 못 한다. 세월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아무런 상관 없는 일, 보통의 나라면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신들의 습격이 있을 날을, 나는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육왕이라는 영웅으로서의 의무감 같은 것은 개미 발가락의 먼지만큼도 없었디. 그저 '내 방'에서 연패기록을 올리는 것이 분해서 막연히 시간이나 때울 겸해서 자동서기에게로 갔고, 보았다. 습격이 있을 '날짜'를
약 팔백년. 백년만 더 넘었다면, 백년만 더 짧았다면 무시했을지도 모르는 그 날짜를, 자동서기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 시절의 생각에서 넘어와 용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 때문인지, 말할 수 있나?"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듯이 묻는다. 쓰게 웃으면서 운사를 운용해 뇌의 가동속도를 가속시켰다. 그것에 광진의 힘을 더하니 빠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말할 수 없더라도, 말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껏 얻은 찬성표가 순식간에 동전의 앞뒤처럼 뒤바뀌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도 없다.
그것은 사적인 일로, 그들이 이해 해줄리가 만무하다. 어쩌면 이번 전투에서의 조력조차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마수라는 존재들은 법이 없지만 그들의 정신관념이 가장 큰 법, 그것을 건드리면 도리조차 무너뜨린다. 최대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답을 말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것에 대해선,"
생각을 끊어놓는 한마디, 영왕 유운이 입을 열면서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유운이 뒷말을 덧붙였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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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입니다.